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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시황은 그 이후로 은지에게 돈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이런 돈과 관련된 문제는 상당히 미묘한 부분이라서 오래 산 부부끼리도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거나 원수가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시황은 얘기를 꺼낼 타이밍을 살피고 있었다.
카페 일을 끝내고 찬미를 집에 데려다 준 시황은 자연스럽게 은지의 집으로 갔다. 날이 가면 갈수록 은지가 우울한 표정을 지었기 때문에 가만히 둘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얼마 전 은지가 가르쳐준 비밀번호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전화를 하고 있는 건지 은지의 말소리가 들렸다.
“벌써 내 명의로 돈도 대출했잖아.”
침울한 목소리의 은지가 낮게 말했다. 시황은 별생각 없이 문을 닫고 들어가려다가 은지의 말을 듣고 아주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나보고 어떡하라고. 소진 언니한테도 벌써 5000만 원이나 빌렸잖아.”
[…….]
무슨 말인지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약간 격양된 목소리가 전화기 넘어서 들렸다.
“소진 언니한테 또 돈 빌려달라고 어떻게 말해.”
시황은 걸음을 옮기지 않고 문 앞에 선 채로 조용히 은지의 대화를 엿들었다. 듣기만 해도 숨 막히는 대화였다.
“내가 술집이라도 갈까? 도대체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야…….”
아까부터 목소리가 침울하더니 이제는 울고 있는 건지 은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화를 엿들으며 시황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자신도 어릴 때 너무나 가난해 큰 고통을 겪었었다. 자본주의인 현대사회에서는 돈이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돈이 충분하다면 그 누구보다도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지만 지금 은지처럼 큰 빚을 지게 된다면 지옥과도 같은 나락으로 떨어질 게 불 보듯 뻔했다.
“몰라. 소진 언니한테는 이제 말 못해. 나도 너무 힘들단 말이야.”
은지가 강하게 거부를 했다. 아마도 은지의 부모님은 소진에게 돈을 더 빌리고 싶은데 그 말을 꺼내기 어려우니 소진과 친한 은지에게 말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 거 같았다. 은지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 새황은 그 옛날 가난하던 때 빚 독촉 전화를 받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고 갑갑했다.
“흑…….”
조금 더 통화를 하던 은지가 전화를 끊고 나서 나직이 울음을 터트렸다.
잠시 가만히 있던 시황은 신발을 벗고 거실로 갔다. 소파에 앉은 은지가 눈물을 한가득 흘리고 있다.
“은지야, 괜찮아?”
“오빠…….”
은지는 시황의 말에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저 떨리는 목소리로 시황의 이름을 부를 뿐이었다. 고통과 고뇌, 갈등으로 가득 찬 표정을 보니 너무나 안쓰럽다.
“아직 해결 안 된 거야?”
“흑……. 네…….”
시황은 소파에 앉아서 은지의 살며시 끌어안아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그러자 은지가 시황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서럽게 운다. 얇은 티가 은지의 눈물로 축축해지는 느낌이 든다.
“미안. 들어오다가 전화하는 거 들었어.”
“…….”
한참을 울던 은지가 약간 진정되는 듯 울음소리가 잦아들자 시황을 말을 꺼냈다.
“어떻게 된 거야?”
“엄마가……. 흑…….”
은지는 말을 하다 말고 다시 눈물을 흘렸지만 시황은 닦달하지 않고 꾹 참고 기다렸다. 이런 상황에서 말을 빨리 안 한다고 답답해하듯이 말하는 건 좋지 않았다. 시황은 다시 은지의 등을 두드려줬다.
“죄송해요. 오빠…….”
“아니야. 괜찮아.”
“죄송하고, 정말 고마워요. 오빠마저 없었으면 저는 흑…….”
“은지야…….”
자신의 품에 안기며 눈물을 흘리는 은지를 보며 시황은 가슴이 욱신거리고 코끝이 찡해졌다. 그 과거 돈이 없어 고통 받았던 나날들이 생각난다.
“엄마가 소진 언니한테 말해서 돈을 더 빌려 달래요.”
이제 좀 진정이 됐는지 은지는 눈물을 닦고 시황의 품에서 벗어나며 말했다. 얼마나 울었는지 코가 새빨갛다.
“소진이한테?”
“네……. 이미 소진 언니한테 5000만 원이나 빌렸어요. 한참 전에 소진 언니 부모님한테 돈을 빌리고 그것도 부족해서 소진 언니한테 돈을 또 빌린 건데……. 어떻게 또 돈을 빌려요…….”
아까 대화로 짐작은 했지만 직접 말로 들으니 상황이 좀 더 확실하게 파악되었다.
“소진이한테도 말 못하면 이제 어떡할 거야? 돈을 갚아야 어떻게든 부도는 막잖아.”
“모르겠어요. 흑…….”
“괜찮아. 은지야. 다 잘 될 거야.”
시황은 다시 눈물을 흘리는 은지를 안아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정도면 이제 슬슬 자신이 나서도 될 거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은지가 이렇게 심란해할 때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
“오빠, 어떡해요……. 흑…….”
“잘 될 거야. 은지야.”
시황은 자신의 품에서 울고 있는 은지의 고개를 살며시 들고는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야릇한 느낌의 키스가 아닌 상처 입은 은지의 마음을 치료해주는 그런 입맞춤이었다.
“고마워요. 오빠.”
은지의 촉촉한 눈이 시황을 바라봤다. 한없이 약하고 안쓰러운 모습에 시황은 연민이라는 감정이 절로 생겼다.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면서 시황은 은지를 껴안고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만약 육체를 탐하려는 목적이었다면 아무리 은지라도 시황의 키스를 거부를 했겠지만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은지는 얌전히 키스를 받아들였다.
문제 해결이 안 된 상태에서 사람의 기분이 한순간 좋아지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시황은 끊임없이 은지를 쓰다듬고 입을 맞추어 주며 위로를 했다.
“이제 괜찮아요. 오빠.”
기분이 많이 나아졌는지 은지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혼자였다면 한없이 우울해하며 있었겠지만 시황이 이렇게 자신을 위로해주자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현실의 암울함은 그대로였지만 이렇게 의지할 상대라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가 필요한데?”
“…… 오빠, 괜찮아요.”
시황의 말을 들은 은지는 이전과 다르게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그런데 눈동자가 살짝 흔들거린다. 시황의 도움을 원하는 마음과 그런 민폐를 끼치기 싫다는 생각이 격렬하게 맞부딪히고 있는 듯 했다.
“은지야. 만약 은지 부모님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내가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리고 은지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것도 있지만 사실 그게 전부가 아니기도 하고.”
“네?”
은지가 잘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돈을 빌려주는 건 알겠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말에 의아했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사업을 해보려고 하거든.”
“사업……이요? 지금 하는 카페 말고요?”
“응. 카페 말고 전혀 다른 종류의 사업을 하나 더 해볼 생각이야.”
“그런데 그거랑 저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대충 시황이 하는 말은 이해는 했는데 자신의 부모님 돈을 갚아주는 것과 시황의 사업이 무슨 관련성이 있는지 선뜻 이해가 가질 않았다.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부담을 느끼지 말라고 일부러 이렇게 말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시황의 표정을 보니 그건 또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리송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사업 파트너가 되는 거지. 내가 하고 싶은 사업은 돈이 제법 많이 드는데 은지의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면 좀 더 돈을 절약할 수 있거든.”
“아…….”
그제야 은지가 이해했다.
“은지야, 부모님이 어떤 공장을 하시는지 좀 가르쳐 줄래?”
“그게……. 세제 공장을 하시는데…….”
은지도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지는 않아 대략적으로 시황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세제 공장이라는 거지. 그런데 뭐 때문에 그렇게 힘드신 거야?”
“그게…….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요즘 경기 때문에 주문 수량이 옛날이랑 다르게 너무 많이 줄어서 아빠가 저번부터 힘들다고 했어요…….”
너무나 현실적인 경우였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 부도나는 공장이 한둘이 아니니까.
“그렇구나. 그러면 얼마정도 필요하신 거야?”
“엄마가 저한테 소진 언니에게 말해서 5000만 원만 더 빌려달라고 말하라는데……. 아마 그거보다 더 많이 필요한 거 같아요.”
은지는 제대로 아는 게 그렇게 많지 않아 전부 대략적으로, 추측해서 시황에게 말을 해줄 뿐이었다.
“음…….”
“죄송해요. 오빠. 제가 별로 아는 게 없어서…….”
“아니야. 괜찮아. 내일 직접 만나서 대화하면 되니까 은지는 신경 쓸 거 없어.”
시황만 해도 아빠가 막노동을 한다는 것만 알뿐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얼마나 버는지는 대략적으로만 알았으니까 은지의 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오빠, 정말 고마워요. 흑…….”
“말 나온 김에 내일 바로 은지네 집에 가자. 알겠지?”
“오빠……. 흑…….”
살짝 웃으며 말하는 시황을 보며 은지는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아까 전에는 우울하고 슬퍼서 운 거였다면 지금은 시황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을 받아 우는 거였다. 보통 남자라면 진심 어린 표현을 할뿐이지 이렇게 울지는 않는데, 여자들은 정말 눈물이 많은 듯 했다.
시황이 눈물을 닦아주자 은지는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웃음을 짓는다. 시황은 그런 은지를 보며 키스를 해주었다. 아까와 다르게 애정이 잔뜩 느껴지는 그런 키스였지만 은지는 전혀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시황의 가슴을 꽉 끌어안았다.
원래부터 시황을 많이 좋아하기는 했지만 이번 일로 좋아한다는 단순한 감정을 넘어 시황이라면 무엇이라도 다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보통 남자라면 자신의 사정을 아는 순간 엮이지 않으려고 했을 텐데 시황은 오히려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려고 했다. 진정으로 자신을 위해준다는 느낌에 은지는 너무 감격스럽고 기뻐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시황은 키스를 하며 은지의 가슴을 만졌다. 아까 전, 은지가 우울해할 때 가슴을 만졌다면 호감도가 왕창 내려갔겠지만 지금은 호감도가 내려갈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키스를 한 뒤에 시황은 자연스럽게 은지의 티와 브래지어를 벗기려고 하자 은지가 벗기기 편하게 몸을 움직여 준다.
약간 작기는 하지만 봉긋 솟은 희고 고운 가슴이 드러난다. 맨날 보는 은지의 가슴이지만 평소와는 왠지 조금 다른 느낌이다.
시황은 최대한 부드러운 손길로 가슴과 유두를 만져주며 다시 은지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가슴을 만지고 키스를 한다고 해서 단순히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함은 아니었다. 이런 애정 어린 스킨십을 통해서 은지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고 싶었다.
이런 시황의 생각을 알았던 건지 은지도 제법 적극적으로 시황을 만지고 키스를 하였다.
“흐윽……. 오빠…….”
시황이 가슴을 핥고 유두를 애무해주자 은지가 낮은 신음을 흘렸다. 이런 성적 자극도 가슴만 빨아준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에 맞는 합당한 분위기와 상황, 그리고 하고 싶다는 욕구가 수반되어야 했다.
아까처럼 은지가 우울해할 때 무턱대고 가슴을 빨아줘 봤자 지금처럼 좋아하기는커녕 짜증만 가득 냈을 것이다. 여자가 섹스를 하기 싫어하는데 무턱대고 성기를 삽입해 피스톤질을 한다고 흥분을 느낀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것이다.
“은지야…….”
시황은 어느새 은지의 바지와 팬티를 벗기고 자신의 옷도 전부 벗었다. 그리고는 은지의 음부에 얼굴을 갖다 대고 혀를 사용해 정성스럽게 핥아주었다.
“하아……. 하아…….”
시황의 정성스러운 혀놀림에 은지가 진득한 신음을 흘렸다. 시황의 애무에 오래지 않아 은지의 질에서 애액이 가득 분비되어 흘러나왔다.
대충 준비가 되자 시황은 발기한 성기를 은지의 질에 부드럽게 삽입하고는 은지를 껴안고 소파에 누운 채로 바라봤다.
촉촉하게 젖은 눈빛의 은지가 희미하게 웃는다. 약간의 근심과 걱정이 남아 있는 듯 했지만 시황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가득했고, 이전보다 더욱 애틋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시황은 허리를 흔들었고 은지의 몸이 파도가 치듯 흔들거렸다.
“하윽…….”
별다른 말없이 끈적끈적한 신음만이 거실을 가득 채운다. 질척한 은지의 질에 몸이 녹아내릴 듯 황홀하다. 너무 기분이 좋아 시황은 은지를 끌어안고 끊임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오빠……. 하아…….”
은지도 기분이 너무 좋아 주체할 수 없는지 시황의 가슴을 꽉 끌어안고 거친 신음을 흘렸다. 평소보다 전희를 많이 가진 것도 아닌데 엄청난 쾌감에 견디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은지야, 윽!”
시황은 힘차게 피스톤질을 하다 차오르는 사정감을 견디지 못하고 은지의 질에 정액을 쏘아내었다. 그러자 은지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활처럼 휘어지며 질이 빠르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눈을 감고 절정의 오르가즘을 느끼며 은지는 시황을 팔과 다리로 꽉 끌어안았다. 앞으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시황을 느끼고 몸을 맞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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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간다는 기분으로 예비군 간다고 말했었는데...
여행은 무슨.... 거긴 지옥이었어요. 하루하루 지치고 힘들고 ㅜㅜ
이번이 4년차라 정말 다행이에요...
이제 컨디션도 좀 괜찮아 졌으니 열심히 써보도록 할게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