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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194화 (19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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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그런데 발을 애무해주면 정말 기분 좋아?”

샤워를 마치고 나온 시황이 찬미에게 궁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생각해봤을 때 발을 빨아준다고 그게 기분이 좋을까 싶은데, 또 가만 생각해보면 자신은 다리 예쁜 여자, 그것도 스타킹 신은 여자를 보고 흥분하니까 그것과 비슷한 경우가 아닌가 싶다.

“모, 몰라요. 부끄러우니까 묻지 마세요.”

“찬미야, 우리 사이에 그런 대화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샤워를 다하고 이제 막 팬티를 입고 브래지어를 걸치려고 하는데 약간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시황을 보고 찬미는 움찔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우리 사이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갑자기 가슴이 터질 듯이 뛰고 얼굴이 자기도 모르게 달아올랐다.

“그, 그게……. 네……. 좋아요…….”

섹스의 그 충만감과 시황의 달콤한 말에 기분이 너무나 좋아진 찬미는 조금 주저주저 하다가 조그맣게 시황에게 말했다. 너무 부끄럽지만 시황과 그런 사이이니 자신의 느낀 바를 말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적극 동의했으니까.

“그렇구나. 신경 못 써줘서 미안. 다음부터는 열심히 애무해줄게!”

“아, 알겠으니까 그건 그만 말해요. 너무 부끄럽잖아요.”

찬미가 이런 대화도 해야 한다는 건 동의했지만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거였기 때문에 빨리 이 이상한 주제를 끝내고 싶었다. 거기다 이 얘기에 정신이 팔려서 브래지어를 착용조차 못하고 매력적으로 솟아오른 가슴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었다.

“왜, 원래 우리 같은 사이에는 이런 얘기하면서 취향을 알아가는 거야. 사실은 나도 스타킹 신은 다리 예쁜 여자를 좋아하거든.”

“스타킹이요?”

시황의 말에 찬미는 처음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스타킹 신은 여자를 좋아할 줄이야!

“응. 스타킹도 좋아하고, 귀여운 느낌의 원피스도 엄청 좋아해.”

“아…….”

“찬미가 그렇게 입으라는 건 아니고 그냥 그게 내 취향이라는 거야. 약간 진부한 취향인가? 하하.”

“스타킹, 원피스…….”

시황의 말에 찬미는 뭔가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옛날 대학교 때 겪었던 일로 남자를 싫어하긴 했지만 노출 자체에는 큰 부담을 못 느꼈는데, 강간 사건이후로는 남자가 무서워 가능하면 노출을 자제했다. 그래서 그 더운 여름에도 항상 긴 바지와 속살이 비치지 않는 약간 두꺼운 티셔츠를 입었다.

하지만 그런 혐오스러운 전 세계 남자 중에서 유일하게 시황만 예외였다. 시황에게는 자신의 가슴은 물론이고 콤플렉스인 털 없는 음부를 보여줘도 괜찮았다. 거기다 시황과 섹스를 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인 반면, 시황을 제외한 다른 남자와는 대화를 하는 거조차 역겨웠다.

“이제 슬슬 가자. 벌써 8시 30분이네.”

“아, 네.”

시황의 말에 찬미는 브래지어를 차고 9월 초에 입기에도 조금 많이 더워 보이는 긴 바지와 두꺼운 티를 입었다.

옷을 다 입은 시황과 찬미는 모텔을 나와서 카페로 향했다. 대학가 근처의 모텔이라 10분도 채 걷지 않아 카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빠, 뭐 드실래요?”

“나 카페라떼.”

“네.”

시황이 테이블에 앉자 찬미가 자연스럽게 커피머신을 청소하고 커피를 만들었다.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커피 만드는 거에 상당히 능숙해졌기 때문에 금방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었다. 찬미는 자신이 마실 아메리카노와 시황이 마실 카페라떼 그리고 아침으로 먹을 간단한 빵까지 가져와서 테이블에 놓았다.

아직 카페 문을 열려면 시간이 제법 남았기 때문에 느긋하게 빵과 커피를 마시며 아침을 즐겼다.

찬미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9시쯤 되자 현주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런데 당연히 혼자 있어야할 시황이 찬미와 같이 있는 모습을 보자 움찔하는 표정을 지었다.

“안녕하세요. 오빠. 찬미 씨도 계시네요.”

“응. 왔어.”

“안녕하세요. 현주 씨.”

찬미와 현주가 살짝 어색하게 인사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친하진 않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직장 동료 사이였지만 이런 아침에 만나니 저녁에 교대한다고 볼 때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방금 시황과 격렬하게 섹스를 해서 그런 걸까?

“현주 씨 커피 드실래요?”

“아, 감사합니다.”

현주가 시황이 앉은 테이블에 앉자 찬미가 일어났는데 방금 씻은 듯 바디 클렌저 향기가 짙게 났고 찬미의 머리에 물기가 가득 묻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현주는 흠칫했다. 왠지 예전 자신과 시황이 모텔에 갔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황을 봤는데 시황의 머리에 약간 물기가 있기는 했는데 이게 집에서 씻고 바로 나와서 그런 건지 둘이서 모텔에 갔다가 온 건지 확신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여자의 본능은 후자를 확신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시황과 찬미가 숨을 헐떡이며 섹스를 하는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가슴이 욱신거리면서 아려온다. 시황과 찬미가 깊은 사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막상 이렇게 현실을 알게 되자 슬픔이 밀려들어와 기분이 울적해지고 눈물이 찔끔 나올 거 같았다. 자신과 시황이 섹스를 하고 친하게는 지낼 때는 혹시 시황의 연인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현실은 이렇게나 지독한 거였다.

“현주야 왜 그래?”

“아니에요. 오빠.”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표정이 안 좋아진 현주에게 시황이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현주는 찬미와의 일을 추궁하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했다. 괜히 시황에게 그런 일을 물었다가 관계가 소원해지고 싶지 않았다. 찬미에게서 시황을 빼앗아올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이대로 관계가 계속 이어지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마치 불륜을 저지르는 듯한 느낌에 현주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은 찬미처럼 예쁘지도 않고 몸매가 좋지도 않았다. 오히려 쓸데없이 가슴만 크고 얼굴은 못생겨서 남자 친구 사귀는 건 진작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런 자신을 바꿔준 게 시황이었다.

“어디 아픈 건 아니지?”

“네. 그냥 컨디션이 좀 안 좋나 봐요.”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소심해서 친구도 없고 못생긴 자신에게 이렇게 상냥하게 대해주는데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현주는 시황을 보며 살짝 웃어주었다.

“드세요. 현주 씨.”

“아, 네. 감사합니다.”

찬미가 커피를 건네주자 현주가 흠칫 놀라며 대답했다. 전에는 찬미를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찬미를 볼 때마다 시황과 섹스를 했다는 사실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방금 전에 섹스를 하고 왔다고 생각하자 자신도 모르게 찬미의 음부 쪽으로 눈길이 향했다.

“뭐 묻었어요?”

현주가 자신의 바지를 뚫어질 듯 쳐다보자 찬미가 혹시 뭐가 묻었나 싶어 확인했는데 별다른 것도 없었다.

“아, 아니에요. 커, 커피 맛있네요.”

찬미의 말에 조금 당황한 현주가 커피를 마셨다. 카페 케즈론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극상의 커피맛이 입을 즐겁게 해준다. 커피를 마시니 마음이 조금 안정이 된다.

딸랑.

카페 문이 열리면서 은지가 들어왔다. 그런데 현주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찬미도 있자 살짝 움찔하는 표정을 지었다. 찬미와 같이 일하는 것도 아니라 별로 친하진 않았는데 어째서인지 경계심이 생긴다.

은지까지 출근하자 찬미는 카페 청소를 도와주고 집으로 돌아갔다.

카페를 오픈하고 시황은 자리에 앉아 노트북으로 화장품 공장에 대해 알아봤다. 처음 2레벨을 찍고 화장품을 받았을 때는 금방 다 팔고 엄청난 부자가 될지 알았다. 하지만 500만 원일 때는 그럭저럭 있던 수요가 1500만 원으로 가격이 오르자 뚝 끊겨버렸다.

별다른 기능 없는 명품에는 어마어마한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여자는 많아도 명품이 아닌 기능성 화장품에 1500만 원이라는 돈을 지불할 여자는 많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화장품을 팔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사전 작업을 요구했다.

케즈론 화장품의 주재료인 라롤린은 물론이고 그걸 이용해 합법적으로 화장품을 만들 공장이 필요한 건 기본 중의 기본이었고, 이렇게 생산된 화장품을 비싼 값에 팔기위해서는 일류 배우의 유명세와 매스미디어의 활용, 그리고 영국 왕실이라는 품격이 필요했다.

이러한 것들 없이 그냥 팔게 된다면 여드름과 잡티를 제거해 주는 약간 비싼 기능성 화장품 수준밖에 되지 못하는 것이다. 괜히 기업들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남들과는 다르다는 느낌, 자신의 품격이 올라갔다는 그런 우월감을 들게 만들어야만 소비자들이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구입하는 것이다.

그런 사전 작업은 착착 진행 중이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은지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공장을 화장품 생산 공장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많은 부분의 준비가 미흡한 관계로 화장품을 생산하는 건 조금 뒤의 일이고 은지 부모님의 공장이 부도가 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게 먼저였다.

시황은 인터넷으로 대충 화장품 공장 설비에 대해서 견적을 냈다. 현재 가진 돈이 20억이 넘었는데 이정도면 위치에 따라 다르긴 해도 대충 대지 1,000평 이상에 건물연면적 600여 평에 달하는 공장을 구입할 수 있는 돈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큰 공장은 필요 없었고, 그보다 규모가 작다고 하더라도 돈이 제법 많이 들었기 때문에 은지 부모님에게 투자해 최대한 돈을 아끼는 방향으로 할 생각이었다.

서울에 집도 사고 해야 했기 때문에 돈이 들 곳이 많기도 했고, 아직 이렇게 큰돈을 굴리는 방법은 전혀 몰랐지만 바보처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무식하게 큰돈을 무리하게 투자할 생각은 없었다.

얼마 전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한 여가수가 동생의 무리한 사업으로 100억 원이 넘는 돈을 탕진하고 빚까지 진 걸 보면 사업이라는 건 정말 신중하게 해야 했다.

시황은 카페가 한가해지자 은지를 불렀다. 그리고는 이해심이 넓어지는 슈슈의 달콤한 차를 타서 테이블에 앉은 은지에게 건네주었다.

“은지야, 마셔.”

“네. 고마워요.”

근심이 조금 어린 은지가 차를 마신다. 제법 맛이 좋은지 살짝 감탄을 하며 마셨는데 이전보다 약간 편안해진 표정을 지었다.

“부모님 공장은 어떠셔?”

“그냥 똑같아요.”

“돈은 아직 못 빌렸고?”

“네…….”

시황의 말에 은지가 가슴 아픈 표정을 지었다. 공장이 부도가 나면 엄청난 빚을 지게 될 테고 은지의 집은 물론이고 모든 것이 허물어 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 20살 넘은 성인이 밝은 표정을 지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면 오빠가 도와줄까? 오빠가 모은 돈이 조금 있거든.”

“아, 아니에요. 오빠. 어떻게 잘 될 거에요. 아빠가 아는 분들한테서 일단 돈을 빌리고 있으니까요…….”

은지는 전혀 자신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알았어.”

“네……. 신경 써주셔서 고마워요. 오빠.”

은지가 흐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나마 시황이라도 있어서 의지가 된다. 만약 이런 상황에 시황이라는 버팀목이 없었으면 우울함을 견디지 못했을 거 같았다. 거기다 시황이 있으니까 여기 오피스텔로 온 거지, 아니라면 지숙처럼 집에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오피스텔의 계약이 며칠 남지도 않았다. 시황에게 그걸 말해야 되는데 선뜻 입에서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야. 오늘은 일 끝나고 은지 집에 갈게.”

“정말 고마워요. 오빠.”

우울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고마워하는 은지에게 시황은 산뜻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아직 설득할 시간은 많다.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어쩌다보니 이틀이나 쉬어버렸네요...

슬럼프인지 요즘 글이 잘 안 써지는데다, 21일에 2박 3일 예비군 훈련을 가야 해서... 슬프네요.. ㅜㅜ

그래서 그냥 여행갔다 온다는 마음으로 의욕 좀 충전시켜서 오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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