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189화 (189/629)

0189 ------------------------------------------------------

본격적인

황승민의 트위터가 굉장한 논란을 일으켰고 관련 기사까지 우후죽순으로 나왔었다. JLBC측에선 이걸로 이슈를 끌 수 있다고 생각을 했는지 본좌대 본좌에 관한 보도 자료를 상당히 많이 뿌렸고 사람들은 그걸 통해 황승민이 말한 싸가지 없는 놈을 몇 명 추측해나갔다. 보도 자료에 의하면 황승민이 시황의 노래실력을 가지고 강도 높은 비판을 했었고, 그러한 이유로 시황이 그 싸가지 없는 놈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목되었다.

전에도 그랬듯이 시황이 지목되자마자 황승민의 팬들이 시황을 엄청나게 비난했다. 하지만 열성팬만 그럴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흥미로운 눈으로 관망을 할 뿐이었다. 시황이 이미 300명이나 고소한 전적도 있는데 괜히 욕했다가 고소라도 당하면 큰일이니까 말이다.

이런 소란은 며칠이나 이어지다 잠잠해졌고 시황이 녹화한지 딱 2주가 되는 오늘, 드디어 본좌대 본좌가 방영되는 날이었다.

시간은 밤 11시부터에다 종편채널이라서 시청률이 엄청 잘 나오지는 않겠지만 대략 3%전후로는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다만, 방송 시작 전부터 황승민 덕분에 제법 떠들썩했던 터라 의외로 시청률이 제법 높게 나올 가능성도 있었다.

본좌대 본좌가 방송하는 날이라 시황은 오늘 특별히 밤 10시에 카페 문을 닫고 현주와 찬미, 은지를 데리고 자신의 집에서 같이 TV를 시청하기로 했다.

딱히 넓은 집은 아니었지만 6명이 거실에 앉아서 TV를 볼 정도는 됐다. 이런 방송을 볼 때는 치킨과 맥주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치맥을 주문해놓고 방송을 하길 기다렸다.

다들 처음 보는 사이도 아니고 일을 하면서 매일 보는 사이인지라 소소하게 대화를 나누며 즐기기는 했지만 약간 묘한 분위기가 거실을 채웠다. 현주와 은지, 찬미는 서로가 시황과 어느 정도까지 진도를 나갔는지는 확실히 몰라도 제법 시황과 가까운 사이라는 걸 일하면서 충분히 인지했고, 그만큼 서로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었다.

만약 여기에 지숙이나 유미가 있었다면 이렇게 살짝 경계를 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좀 더 험악한 분위기가 될 수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유미는 공부로, 지숙은 집에 내려가 있어서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어찌됐든 다들 시황과 단순히 사적으로 만나는 사이도 아니고 일적으로도 얽히고설킨 관계이다 보니 다들 큰 어색함 없이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이렇게 만들기 위해 행했던 시황이 노력이 조금이나마 결실을 맺은 것이다.

“오빠, 그러면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은 다 만나보신 거에요?”

“보기야 다 봤는데 얘기를 나눠본 건 몇 명 안 돼.”

은지의 말에 시황이 대답했다.

“신기하다. 근데 사인은 하나도 안 받아 오셨어요?”

“사인이라……. 응. 안 받았어.”

시황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깟 사인. 아무런 가치조차 없는 낙서 따윈 받아서 뭐하겠는가? 남자 연예인의 사인 따윈 애초에 쓰레기나 마찬가지였고 여자연예인이라면 사인이 아닌 그 이상을 원했다. 실제로 소진과 제법 친분이 생겼고 은비와는 키스까지 했다.

“시작해요.”

찬미의 말에 치킨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가볍게 시황과 놀던 사람들의 눈이 TV로 향했다.

거창한 오프닝이 끝나고 김용진MC가 나와 방송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고 중간중간 연예인들이 실없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소진 언니다.”

소진이 얘기하는 장면에 은지가 눈을 빛내면서 쳐다봤다. 유명 연예인이 친한 사촌 언니라는 게 제법 자부심이 있는 듯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황과 기타 도전자들이 등장했다.

“오빠가 TV에 나오니까 엄청 신기한데요.”

“진짜 신기하다.”

찬미와 은지가 감탄을 하며 말했다. 시황이 녹화를 하는 걸 알기는 했지만 막상 이렇게 TV에 나오자 정말 신기한 느낌이다.

그런데 제법 적극적으로 얘기를 하는 은지와 찬미와 다르게 현주는 소심한 표정으로 묵묵히 TV만 봤다. 단 둘이, 그것도 옷을 벗고 있을 때는 그렇게 적극적인 애가 사람이 좀만 많아지면 이렇게 말이 없어지고 행동도 소심해졌다.

시황은 그런 현주를 신경 써주면서 TV를 봤다.

연예인들이 하는 잡설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시황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시황이 산 TV가 제법 좋은 제품이기는 했지만 스피커와 관계없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가창력이 TV에서 흘러나왔다. 무관심하게 보던 사람들조차 TV를 보게 만드는 그런 엄청난 수준의 가창력이다.

“와…….”

시황의 노래 실력을 알고 있는 찬미나 은지, 현주조차도 감탄성을 내며 황홀한 표정으로 방송을 보며 노래를 들었다. 너무 잘해서 말이 안 나올 정도다.

“수란아, 우리 오빠 노래 엄청 잘하지?”

“어? 어. 그, 그러게.”

아루가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수란에게 말하자 수란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시황을 쳐다봤다. 그저 섹스만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노래를 잘했다. 이건 왕녀인 자신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이었다.

시황은 흐뭇하게 웃으며 타블렛으로 인터넷을 반응도 살폈다. 자신이 주로 가는 남성 위주의 사이트 4개와 여성 위주의 사이트 2개, 그리고 트위터를 켜두고 탭을 번갈아 가면서 올라오는 글들을 읽었다.

[야, 지금 JLBC에 노래 본좌 나왔는데 진짜 개쩐다.]

[저정도면 노래 본좌가 아니라 노래 신 아닌가?]

[노래 본좌가 부르는 거 듣다가 다른 놈들 노래 들으니까 레알 못 부르는 거처럼 보이네 ㅋㅋ]

[님들아 지금 노래 부르는 사람 누구인가여? 진짜 노래 잘 부르네여.]

[설마 황승민이 노래 본좌 보고 노래도 못하는 싸가지 없는 놈이라고 말한 건 아니겠지? ㅋㅋㅋ. 진짜 그랬으면 레알 웃길 듯]

남자들 위주의 인터넷 사이트에선 얼굴보고 좋아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노래 실력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를 했다. 이미 시황의 실력을 아는 사람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들으니 그 실력에 대해 더욱 감탄을 했고, 시황을 처음 안 사람은 넋을 놓고 감상할 정도였다.

[1번 오빠 진짜 잘하다 ㅠㅠㅠㅠ 나 완전 감동.]

[노래 본좌 역시 잘하네. 얼굴도 훈남이라 엄청 맘에 든다. 헤헷.]

[언니들 1번 도전자 누구에요? 가수인가요?]

[ㅠㅠㅠ 노래 본좌 너무 잘생겼다 ㅠㅠ 저런 남친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지? 난 막 엄청 남자답게 잘생긴 거 보다 1번처럼 순수하게 생기고 순진한 남자가 엄청 좋더라. 막 키스해주면 얼굴 빨개져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여자 손도 제대로 못 잡고.]

[1번 도전자 몸매 엄청 좋지 않음? 벗겨보면 막 초콜릿 복근 있고 그럴 거 같음.]

[1번 도전자님은 세렝게티에서 방송도 하니까 많이 보러 오세요~]

여자들이 많이 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노래도 노래지만 시황의 얼굴이나 몸매에 주로 관심이 많았다. 시황이 녹화를 하기 전에 제법 신경 써서 옷을 입고 갔기 때문에 더 그러는 듯 했다.

다른 도전자를 봐도 일반이다 보니 좀 평범하게 생겼거나 좀 못생긴 느낌이었고 거기다 노래도 잘하긴 해도 압도적인 건 또 아니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 있는 시황은 군계일학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 외모도 노래실력도 너무나 압도적이라 혼자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 같다.

1라운드가 끝나고 시황이 못 불렀다는데 1표가 뜬 걸 보고 사람들이 어이없어 하는 글들을 잔뜩 올렸다. 1라운드 때 시황 때문에 본좌대 본좌에 관한 글이 인터넷에 관련 글들이 많이 올라와서인지 2라운드 시작할 때쯤부터는 처음 방송할 때 보다 시청자가 더 많이 늘었다.

인터넷에서는 누가 시황에게 투표를 했을까 라는 글부터 황승민이 투표했으면 엄청 웃기겠다라는 글까지 시황과 관련된 글들이 엄청나게 많이 올라왔다. 덕분에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시황이 차지해버렸다.

2라운드가 끝이 나고 사람들이 시황이 부른 노래의 감동에 젖어 있을 때 승민이 갑자기 시황에게 독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건 노래를 못해서 하는 비판이 아니라 분노에 휩싸인 감정적인 비난이었다. 그렇다 보니 그 누구도 승민의 비난에 동의하지 않았다.

“쟤 뭐에요? 미친 거 아니에요?”

승민이 시황에게 비난을 하자 은지가 화가 나서 말했다.

“정말 왜 저러는 걸까요? 오빠 저 사람이랑 싸우셨어요?”

찬미도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승민을 보며 말했다.

“사실 승민이라는 저 남자가 은지 사촌 누나인 소진이한테 자꾸 치근덕거려서 내가 뭐라고 했거든. 그래서 저러나봐.”

“소진 언니한테요? 진짜요? 와……. 어이없다. 저 오늘부터 일렉트릭 안티할래요.”

“하여튼 남자들이란……. 오빠 말고는 제대로 된 남자가 없다니까요.”

은지가 화가 단단히 난 표정으로 말했고 찬미도 한심하다는 눈으로 승민을 봤다.

시황은 이번에 인터넷 반응을 살폈다.

[푸하하. 레알 개웃기다. 황승민 저 놈은 노래도 개 못하면서 지적질하고 자빠졌네.]

[설마 트위터에 쓴 노래도 못하면서 싸가지 없는 놈이 노래 본좌인가? 어떻게 저걸 보고 노래를 못한다고 할 수 있지? 귀가 먹었나?]

사람들도 전부 승민의 얘기에 전혀 호응을 해주지 않았다.

[오빠 왜 그러세요……. ㅜㅜ 노래 잘 하는데……. 그러지 마세요.]

승민의 팬인 듯한 여자도 승민이 헛소리를 해대자 안타까운 마음에 우는 이모티콘을 쓰면서 글을 썼다.

2라운드에서도 노래 못 부른 사람으로 시황이 한 표가 나왔다. 인터넷에서는 이미 그 한 표를 승민이 투표했다는 걸 확정짓고는 온갖 조롱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3라운드가 끝나고도 승민은 시황에게 자신도 외로운 밤을 불러봤는데 그렇게 부르면 안 된다면서 실망 했니 마니 하면서 시황에게 온갖 비난을 다했고 그럴수록 인터넷에는 승민을 비난하는 글들이 폭발적으로 올라왔다.

처음 승민이 욱하는 마음으로 트위터에 올렸을 때는 나름 팬들이 많다보니까 시황이 일방적으로 욕을 먹었지만 방송이 나간 이후로는 승민이 온갖 조롱이란 조롱은 다 먹고 있었다. 트위터에 노래도 못하는 싸가지 없는 놈이라는 말은 방송으로 보면 분명 시황을 가리켰었는데 노래는 정작 승민이 시황보다 훨씬 더 못했던 것이다.

“진짜 어이없다. 쟤 완전 최악이네요. 오빠.”

방송이 끝나자 은지가 화가 나서는 승민을 욕했다.

“오빠, 저 승민이라는 사람이랑 안 싸우셨죠?”

“응. 싸우진 않았고 그냥 말다툼만 조금했어.”

“잘하셨어요. 저런 사람하고 싸우면 오빠만 손해에요.”

걱정한 표정을 짓던 찬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니까 저 승민이라는 사람 성격이 엄청 나쁜 거 같은데 괜히 엮였다가 시황이 피해라도 보면 곤란했다.

“오빠, 저 사람 싫어요.”

아루가 시황을 안으면서 말했다. 잘 모르는 아루에게도 승민의 인상이 최악이 된 것이다. 그런데 아루가 자연스럽게 시황에게 스킨십을 하자 수란을 제외한 여자들이 전부 아루를 쳐다봤다. 복잡함의 뒤섞인 표정들이다.

방송이 끝나고 다들 합심을 해서 승민을 한참동안 욕했다. 덕분에 처음에 비해 분위기가 제법 화기애애해졌다. 역시 어색한 사이에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까이는 사람이 하나 필요했다.

한참동안 승민을 까던 여자들은 밤도 늦었고 내일 출근도 해야 돼서 슬슬 집에 돌아갈 준비를 했다. 밤길을 못 걷는 찬미와 집이 좀 먼 현주를 위해 시황은 차를 태워서 직접 데려다 주었다.

집에 돌아온 시황은 바로 인터넷 여론을 확인했다. 인터넷 여론이 모든 사람의 생각을 대변하는 건 아니었지만 JLBC 예능 같은 경우에는 주로 매니아들이 많이 보다보니까 인터넷 여론을 살피는 것도 중요했다.

[황승민 노래 수준.swf]

흔히 동영상이 있다는 걸 나타낼 때 글 제목에 .swf라고 표현했다. 글을 눌러보자 일렉트릭으로 추정되는 그룹이 노래를 불렀고 가운데서 황승민이 기를 쓰고 노래를 했는데 아무리 봐도 자신보다 몇 수 떨어지는 실력이었다.

[황승민 노래 안습 ㅋㅋ 이걸로 노래 본좌를 깐 건가?]

[개못한다 진짜 ㅋㅋㅋ]

댓글에 전부 악플들 뿐이었다. 원래부터 이미지가 크게 좋지 않았는데 이번일로 완전 비웃음거리가 된 것이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