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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187화 (187/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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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덕분에 시황이 노래를 부를 때 긴장한 표정으로 숨을 죽이던 사람들이 다른 도전자가 노래를 부를 때는 심드렁한 표정을 짓기까지 했다.

“자 노래가 끝났습니다! 바로 투표해주세요!”

김용진 MC의 말에 사람들이 고민을 하며 투표를 했다. 제일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제일 못하는 사람을 뽑아야 했기 때문이다.

“야, 저 첫 번째 노래 부르는 사람이 너무 잘해서 다들 엄청 못하는 거 같아.”

“그지? 나도 솔직히 다른 사람들은 고만고만해서 그냥 대충 투표했어.”

방청객들이 투표를 하고 나서 수군거렸는데 전부 이런 식의 대화들이었다. 그만큼 시황의 가창력이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강소진 씨, 어떠셨어요?”

투표가 다 끝나고 김용진 MC가 소진에게 말을 걸었다.

“와, 정말 다들 노래를 잘하셔서 엄청 감탄했는데요. 그 중에서 전 첫 번째 도전자이신 강시황 씨의 노래를 듣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어쩜 그렇게 잘하시는지 정말 넋을 놓을 정도였다니까요.”

“제가 알기로 소진 씨와 강시황 씨가 친분이 있다고 하던데 그거 때문에 칭찬하시는 거 아니에요?”

김용진 MC가 소진에게 짓궂은 질문을 했다.

“어, 어머. 아니에요. 치, 친분이 있는 건 맞지만 객관적으로 노래를 듣고 평가했는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강시황 씨랑 어떻게 친해지신 거죠?”

“아, 제 사촌동생이 시황 씨랑 친하거든요. 제가 녹화 때문에 사촌동생 집 근처에 간 김에 시황 씨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너무 맛있는 거에요. 그래서…….”

소진은 시황이랑 어떤식으로 만났는지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이런 것들도 다 시청자의 호기심을 끄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와 얘기해 미리 대본에 추가했었다.

“저기, 제가 또 들은 게 있는데 강시황 씨가 인터넷 방송을 할 때 소진 씨가 전화해서 응원도 해줬다고 하던데 이건 무슨 일 인거죠? 혹시 시황 씨 좋아하시는 거 아닌가요?”

주변에 있던 연예인 한명이 소진의 얘기가 끝나자 마자 끼어들며 말했다. 그런자 방청석에서 오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아, 아니에요. 제가 도움 받은 게 좀 있어서 응원 차…….”

소진이 쩔쩔매는 모습에 방청객과 연예인들이 웃는다. 예능방송답게 이런 식의 농담이 오가면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는데 그 중 유일하게 승민의 표정만이 잔뜩 굳어있었다. 당장 한 대 후려갈길 그런 험악한 기세가 풍기고 있었다.

“자, 그러면 1라운드 결과 발표하겠습니다!”

각 출연자가 선 곳에 달린 전광판에 숫자가 올라갔다. 시황의 전광판도 빠르게 숫자가 움직이더니 1에서 멈췄다. 연예인을 포함한 투표자 100명 중에 단 한명만이 시황이 노래를 못했다고 뽑은 것이다.

3번 도전자가 70표를 받아도 무덤덤하던 사람들이 시황이 한 표를 받자 웅성웅성거린다.

“누가 1번한테 투표한 거지? 실순가?”

“실수겠지. 귀가 있으면 1번한테 투표할 리가 없잖아.”

“그렇겠지?”

3번 도전자가 탈락을 하고 2라운드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방식을 조금 바꿔서 번호를 선택해 나온 노래를 불러서 제일 못한 사람에게 투표하는 방법이었다. 노래는 이미 사전에 고지를 다 해줬기 때문에 모르는 노래가 나올 일은 없었다.

이번에는 1라운드에 투표를 많이 받은 사람부터 노래를 불렀고 마지막으로 시황이 노래를 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좌중을 압도하는 엄청난 실력! 게임으로 치자면 프로게이머와 일반 유저가 붙는 수준의 엄청난 실력차이였다. 실력파 가수라는 사람이 맞붙어도 시황이 더 잘 부를 마당에 아마추어가 시황의 상대가 될 리가 만무했다.

“자! 투표해주세요!”

노래가 끝나고 김용진 MC가 소리쳤고 다들 분주하게 버튼을 눌렀다.

“승민 씨. 일렉트릭의 보컬을 맡고 계신데, 도전자들의 노래 어떻습니까?”

“음……. 다들 너무 잘 부르셨는데요.”

표정이 굳어있던 승민이 억지로 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꺼냈다.

“그럼요. 노래를 엄청 잘 불러야 저희 본좌대 본좌에 출연할 수가 있는걸요. 조금 잘해서는 저희가 섭외 요청을 하지도 않아요.”

“아, 그런가요? 하하. 제가 너무 당연한 얘기를 했네요.”

김용진 MC가 승민의 표정이 굳어있자 일부러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덕분에 승민의 웃음이 조금이나마 자연스러워졌지만 그럼에도 억지로 웃는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흠흠, 하여튼 다들 잘 하셨는데 두 번째, 세 번째 도전자 분과 다르게 첫 번째 도전자 분은 너무 기교를 부린데다, 감정이 충분히 실리지 않았던 거 같아요. 좀 아쉬운 무대였습니다.”

다들 시황의 노래에 감탄을 하고 있는데 승민만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시황을 비난했다. 말투 자체는 부드럽지만 누가 봐도 시황이 노래를 제일 못했다는 식으로 얘기를 계속 해나갔다. 그러자 방청객들이 수군수군거린다.

“황승민 미친 거 아닌가? 어떻게 1번 보고 노래를 못한다고 하지?”

“진짜, 완전 정신줄 놨나봐. 정작 지는 노래 더럽게 못하면서.”

연예인은 물론이고 방청객 전부 승민의 말에 동의를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승민은 어떻게든 시황을 비난하고 흠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군요. 그러면 투표결과 발표 하겠습니다!”

전광판에 숫자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이번에도 시황은 한 표를 얻었다. 사람들은 단번에 누가 시황에게 투표를 했는지 눈치를 챘고 승민을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하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승민은 그런 상황 따윈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분이 가득 차서 싸늘한 눈으로 시황을 노려본다.

4번째 도전자가 압도적인 득표로 탈락하고 마지막 3라운드에 돌입했다. 이번 라운드는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노래를 부르는 거였다. 다만 이번에는 못한 사람에게 투표하는 게 아니라 잘한 사람에게 투표를 하는 걸로 방식이 바뀌었다.

원래라면 진득한 긴장감이 녹화장을 가득 채워야 했으나 어차피 시황이 우승할 걸 다들 알아서인지 큰 긴장감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2번 도전자가 일반인치고 제법 노래를 잘 불렀지만 연예인만 방송용 멘트로 칭찬을 했을 뿐 방청객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어서 시황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려고 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온다.

시황은 그런 방청객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자신이 동영상으로도 찍었던 외로운 밤을 불렀다. 시황의 노래에 감동을 받아 눈물까지 찔끔 흘리는 여자 방청객도 있을 정도로 엄청난 호응을 얻으며 노래가 끝이 났다.

노래가 다 마무리되고 연예인과 방책객의 감상이 이어졌는데 이번에도 승민은 비판을 넘어 비난에 가까운 독설을 시황에게 퍼부었다.

“솔직히 1번 도전자님께 조금 실망했습니다. 저도 방송에서 외로운 밤에를 부른 적이 있었는데 그런 식으로 감정 처리나 고음 처리를 하는 건 굉장히 아마추어 같고 노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승민의 말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주변사람들은 쟤가 왜 저러나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누구도 승민의 말에 감탄이나 호응을 해주지 않았다.

“소진 씨는 어떠셨나요?”

승민의 말이 끝나고 김용진 MC가 소진에게 물었다.

“아, 네. 제가 시황 씨와 친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걸 넘어서 노래를 듣는 내내 감탄밖에 안 나왔어요. 제가 노래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지만 듣는 순간 가슴이 찡해지는 느낌이 든 건 이때까지 처음이라…….”

승민이 얘기할 때는 호응이 하나도 없던 시청자들이 소진의 얘기에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낮은 감탄사를 내면서 호응을 잔뜩 해주었다.

연예인들과 방청객의 얘기가 끝이 나고 바로 투표 결과를 확인했다. 커다란 전광판에 숫자가 어지럽게 올라가더니 시황이 99표, 2번 도전자가 1표가 나왔다.

“축하합니다! 강시황 씨!”

표가 뜸과 동시에 시황의 머리위에 폭죽이 터지면서 감동적인 노래가 흘러나왔고 방청객들은 커다란 박수를 쳐주었다.

“시황 씨, 한 말씀 하시죠!”

“처음 섭외가 왔을 때 배우고 온다는 마음가짐으로 승낙을 했습니다. 저 외에 다른 도전자 분들이 너무 잘하셔서 1라운드에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우승해서 너무 기쁩니다. 그리고 일렉트릭의 황승민씨의 말씀을 교훈삼아 더 좋은 노래를 부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시황은 감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표정과 말만 그럴 뿐 당연히 우승할 줄 알고 있었다. 자신의 목표는 우승을 넘어 나름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있었다. 처음에는 약간 허세가 섞인 모습을 보여줄까 하다가 그러면 괜히 비호감으로 사람들이 볼까봐 특유의 순진하고 착한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녹화를 마무리한 시황은 대기실로 갔다. 우승을 하고 제주도 여행권을 받았는데 이건 부모님께 드릴 생각이었다. 이때동안 고생만 하신다고 변변찮은 여행 한 번 못 가보셨는데 이참에 제주도 여행이라도 보내드리고 싶었다.

시황은 도전자들이 있는 대기실을 나와 소진의 대기실로 갔다. 소진과 은비 외에도 매니저와 코디 등이 대기실에 있었는데 승민은 없었다. 혹시나 승민이 또 소진의 대기실에 있지 않을까 했는데 녹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떠난 거 같았다.

“오빠, 우승 축하해요.”

“노래 너무 잘하시더라구요. 감동했어요. 시황 오빠.”

소진은 담백하게 말한 반면 은비는 가식적으로 웃으면서 시황에게 칭찬을 했다. 그런데 이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부끄러움을 참으며 억지로 하는 느낌이 강했다.

“고마워. 덕분에 우승했어.”

시황이 웃으며 말했다. 오전에 한 녹화가 끝나자 벌써 저녁 6시가 넘었다. 중간에 점심을 먹기는 했지만 녹화하는 거 자체가 꽤나 힘이 들어서인지 배가 제법 고팠다.

소진은 시황과 밥을 먹기 위해 매니저와 코디를 먼저 퇴근을 시켰고 대기실에는 소진과 은비, 시황 밖에 남지 않았다.

“은비야, 오빠랑 나랑 저녁 먹으러 갈 건데 넌 집에 갈 거야?”

평소 은비가 그런데 같이 가는 걸 귀찮아하는 걸 알았기 때문에 소진이 은비에게 물었다.

“나도 밥 먹으러 갈 건데.”

은비가 소진에게 표정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어차피 대기실에는 소진과 시황밖에 없었기 때문에 일부러 가식적인 표정을 지을 필요가 없었다.

“응? 밥 먹으러 간다고?”

소진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평소라면 당연히 안 간다고 말하는 애가 간다고 하자 신기했기 때문이다.

“왜? 안 돼? 방해 되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네가 간다고 하는 게 좀 신기해서. 너 원래 이런데 가는 거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잖아.”

“안 좋아하면 억지로 갈 필요 없어요. 은비 씨.”

“좋아하거든? 바보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은비는 시황에게 까칠하게 말했다. 은비도 여자였기 때문에 그런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얘기를 하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질염 때문에 너무 찝찝하고 혹시 냄새라도 날까 싶어 요 근래 그런 모임을 좀 피했었다.

하여튼 시황이 자꾸 소진과 얘기를 하는 게 약간 거슬렸다. 시황과 단 둘이 있을 때 가슴이 울렁울렁했다면 지금은 찌릿찌릿한 불쾌한 느낌이 든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러한 감정들 때문에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면 가요. 오빠.”

“그래.”

소진과 은비는 주차장에 가서 시황의 차를 탔다. 차를 타기 전에 은비가 앞자리에 탈거라고 강력하게 주장을 해서 소진은 어쩔 수 없이 뒷좌석에 앉아야 했다. 정작 맛집을 안내하는 건 소진인데 말이다.

소진의 안내로 그렇게 멀지 않은 고급스러운 한식집에 도착했다. 입구에 차를 세우자 호텔처럼 직원이 알아서 시황의 차를 주차를 해주었다.

소나무와 돌담으로 제법 운치가 있는 이 한식집은 보통 가게와 다르게 전부 방으로 나누어져 있어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할 염려가 전혀 없었다. 상당히 비싸 보이는 곳이라 예전 같으면 가격이 얼마일지 걱정이 돼서 벌벌 떨었겠지만 지금은 그런 돈에 관해서는 제법 자유스러운 몸이 되었기 때문에 시황은 전혀 긴장하지 않고 방바닥에 앉았다.

호박죽과 샐러드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맛깔 나는 한정식들이 순식간에 차려졌다.

시황은 부모님하고 이런 곳에 와 봐도 제법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며 밥을 먹었다

“오빠, 근데 은비한테도 그림 그려줬어요?”

“응. 왜?”

“아니요. 아까 뒷좌석에 앉았는데 은비 그림이 보여서요. 근데 저한테 그려준 거 보다 더 잘 그리신 거 같던데요.”

소진이 웃으면서 시황에게 말했다. 시황과 키스를 하고 이런저런 스킨십을 한 은비와 다르게 소진은 시황을 그저 호감가고 좋은 오빠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질투라는 감정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그래도 아까 전에 자신을 위해 승민과 싸운 건 약간 감동이기는 했다. 그래서 이전보다 더욱 더 호감이 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연애감정으로까지 발전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은비는 그런 소진의 말을 듣고는 슬쩍 웃으면서 기쁜 표정을 지었다. 소진보다 훨씬 그림을 잘 그려줬다는 거에서 상당한 만족을 느꼈던 것이다.

소진은 자신의 말에 기뻐하는 은비를 보면서 혹시 시황을 은비가 좋아하나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은비가 시황을 좋아한다는 가정을 놓고 생각해보니 그제야 오늘 이상했던 은비의 행동들이 전부 이해가 간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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