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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186화 (186/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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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이번에 내가 제법 괜찮은 광고를 하나 땄거든. 자동차 광고인데 나한테 어찌나 사정하면서 맡아달라고 하던지…….”

그 남자 연예인은 소진에게 말을 하면서 은근슬쩍 어깨를 터치했다. 그러자 소진이 움찔 거리면서 뒤로 물러난다.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가득하다.

“소진아!”

시황은 그 흐름을 끊기위해 대기실에 들어와서 바로 소진에게 소리쳤다. 상당히 기분 나쁜 놈이다.

“아! 시황 오빠 오셨어요?”

“어머, 오빠!”

남자가 하는 얘기를 귀찮은 듯 듣고 있던 소진과 은비가 시황을 보며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옆에서 주절거리던 남자 연예인이 하던 얘기를 들을 때와 극명하게 다른 표정이었다.

“응. 소진아. 녹화 전에 잠시 와봤어.”

“어머, 전 안 보이시나 봐요.”

시황이 소진에게만 대답하자 은비가 주변 사람들 때문인지 평소의 가식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는데 입만 웃고 있을 뿐 눈에서는 싸늘한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하. 그럴 리가요.”

“전 또 절 보지도 못한지 알았지 뭐에요.”

“오자마자 은비 씨를 제일 먼저 봤는데 조금 부끄러워서……. 앞으로는 제일 먼저 인사할게요.”

“어머, 말은 참 잘하세요.”

시황의 말에 은비가 은근히 새침하게 말했지만 그래도 시황의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기분이 조금 풀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소진은 표정이 다채롭게 변하는 은비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자신이 아는 은비는 절대로 표정을 짓거나 행동을 하는 애가 아닌데, 갑자기 시황에게 왜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 많이 되시죠?”

“처음 방송해보는 거라 그런가 조금 긴장되기는 하네.”

“평소처럼만 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에요.”

갑자기 들어온 놈이 소진, 은비와 엄청 친하게 얘기를 하자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의 얼굴을 살짝 찌푸려졌다. 뭔가 상당히 자존심이 상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저기 계신 분은 누구야? 매니저야?”

시황은 그 남자가 연예인이라는 건 알았지만 일부러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시황의 의도대로 단번에 남자의 표정이 찌그러진다. 그런데 사실 시황은 저 남자의 얼굴이 어디서 본 듯 약간 익숙하다 뿐이지, 저 남자의 이름은 물론이고 직업이 연예인이 맞는지도 확실히 몰랐다.

“제 매니저가 아니고 일렉트릭의 황승민이에요. 오빠.”

“일렉트릭? 처음 들어보네.”

시황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어디서 들어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그다지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은 아닌 듯 했다.

“반갑습니다. 일렉트릭의 보컬을 맡고 있는 황승민이에요.”

시황의 행동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가 기분이 나빴지만 승민은 꾹 참으면서 시황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아, 네. 강시황입니다.”

승민이 시황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손에 약간 힘이 들어간 걸 보면 승민의 기분이 썩 좋지는 않는 거 같았다.

“소진이랑 친하신가 봐요?”

“네. 소진이가 저한테 잘해주거든요.”

“하하. 그렇군요.”

시황은 자신을 경계하는 승민을 쳐다보며 일부러 살짝 웃어주었다. 연예인답게 얼굴은 상당히 잘생기기는 했는데 아까 소진을 은근슬쩍 터치했던 것 때문에 첫인상이 상당히 안 좋았다. 소진을 꼬시고 싶어 하는 음흉한 마음이 그대로 보인다.

“소진아. 오늘 녹화 끝나고 같이 저녁이나 먹을래? 내가 아는 레스토랑이 있거든.”

시황과 손을 놓은 승민이 소진을 보면서 말했다.

“죄송해요. 오늘 약속이 있어서 안 될 거 같아요.”

“무슨 약속?”

“개인적인 약속이라…….”

승민이 계속 캐물으려고 하자 소진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말하기 싫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래? 그러면 이번 주 일요일은 어때?”

“죄송해요. 제가 좀 바빠서…….”

저 승민이라는 놈은 소진이 귀찮아하는데도 계속 만나자고 권유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소진이 상당히 싫어한다는 걸 눈치 채야 할 텐데 정말 더럽게 눈치가 없었다.

“에이, 너 일요일에 스케줄 없는 거 내가 아는데. 저녁이나 같이 먹자.”

“소진이 그날 저랑 놀기로 약속을 해서 곤란할 거 같네요.”

“네?”

갑자기 시황이 끼어들어서 말하자 승민의 표정이 단번에 찌그러진다.

“저랑 놀기로 했다고요. 그리고 소진이가 좀 귀찮아하는 거 같은데, 자꾸 그러시는 것도  민폐인 거 같네요.”

“뭐, 뭐라고요?”

시황의 말에 승민의 표정이 더 이상 구겨질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시황의 말이 자신의 자존심을 그대로 건드렸기 때문이다.

“오, 오빠…….”

흔히 인터넷에서 돌직구라 할 만한 표현을 시황이 거리낌없이 하자 소진이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안 그래도 저 승민이 요즘 자꾸 귀찮게 굴던 참이라 시황의 말이 속 시원하기는 했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괜히 시황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이 됐던 것이다.

“그냥 눈치가 좀 없으신 거 같아서요.”

“미친……. 어디서 개소리를 해? 이게 뒤질라고.”

시황의 말을 듣던 승민이 화가 잔뜩 났는지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시황에게 욕설을 했다. 껄렁거리면서 욕하는 게 제법 자연스러운 거 보니 고등학교 다닐 때 어떤 식으로 행동했는지 안 봐도 뻔했다.

“소진이가 당신 별로 안 좋아하니까 그만 치근덕거리세요. 아시겠습니까?”

“이 개새끼가. 뚫린 구멍이라고 말하면 단 줄 아냐?”

“오, 오빠 하지 마세요.”

“시, 시황 오빠. 그, 그만해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당황한 은비와 소진이 시황에게 매달리며 말렸다. 분위기가 어찌나 험악한지 단번에 주먹질이 오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승민은 소진과 은비가 시황에게 달라붙자 더 욱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딴 찌질이 같은 놈이 자신보다 뭐가 더 낫기에 저러는지 정말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나마 지금 자신이 연예인이라는 신분을 가졌으니까 이정도로 참는 거지 옛날이었으면 저 시황이라는 놈은 반쯤 죽었을 것이다.

“너, 조심해라. 다음에 보면 가만 안 둘 테니까.”

“그러시든지요.”

시황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승민이 주먹을 쥐더니 몸을 부르르 떤다. 당장이라도 한 대 후려갈길 기세였지만 겨우겨우 참으며 시황을 노려보다가 거칠게 대기실 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오, 오빠 어떡하려고 그래요.”

“그, 그래. 바보야. 싸움도 못하면서 왜 시비를 걸어.”

소진은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시황에게 말했고, 은비는 금방 울기라도 할 거 같은 모습으로 말했다.

“기분 나쁘게 소진이한테 자꾸 치근덕거리니까 그랬지. 또, 저 놈이 치근덕거리면 말해. 오빠가 해결해 줄 테니까.”

시황이 소진을 보면서 말했다.

“너 싸움도 못하잖아. 바보야.”

소진에게 상냥하게 웃으며 시황이 말하자 울 거 같던 표정을 짓던 은비가 살짝 나빠져서 시황에게 소리치고는 시황의 팔을 주먹으로 가볍게 때렸다.

소진은 또 아까와 달라진 은비의 행동을 모습을 보면서 뭐가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아는 은비는 저런 애가 아닌데…….

“왜요. 싸우는 거 나름 자신 있는데요.”

“흥, 소진 언니 앞이라고 허세부리기는.”

시황이 소진에게 잘해주자 은비가 약간 심통이 난 듯 말했다.

“오빠, 다음부터는 안 그러셔도 괜찮아요. 정말 승민 씨랑 싸우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괜찮아. 걱정하지 마. 하여튼 녹화시간 다 됐으니까 난 이만 갈게.”

“네. 오빠. 오늘 기대할게요.”

“흥, 보나마나 1라운드에서 떨어질걸. 언니.”

걱정과 긴장이 뒤섞인 표정을 지은 은비가 악담을 했다. 하지만 저게 자신을 응원하는 말이라는 걸 아는 시황은 피식 웃고는 대기실을 나왔다. 확실히 어제 이후로 은비와 엄청나게 가까워졌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섹스를 한다고 해도 별 무리가 아닐 정도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소진과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친하기는 하지만 그 뿐이었다. 은비처럼 언제든 키스를 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아닌 그저 친한 친구 사이였다. 방금 전 승민과 싸운 건 소진에게 치근덕거리는 꼴이 마음에 안 들기도 했지만 조금이라도 더 깊은 관계가 되기 위한 이유도 약간 있었다.

시황은 출연자 대기실에 있는 소파에 이런 저런 생각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녹화가 시작되었다.

세트장으로 자리를 옮긴 시황은 슬쩍 소진과 눈이 마주쳤고 가볍게 웃어주었다. 시황은 리허설 때 했던 것처럼 세트장 뒤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길 기다렸다.

“국내 최고의 본좌를 뽑는…….”

잠시 기다리고 있자 요즘 한창 인기 있는 김용진 MC가 우렁차게 외치며 방송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면 본좌가 되기 위한 도전자를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도전자, 강시황!”

시황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자동으로 문이 열렸고 시황은 그 문을 통해 나갔다. 많은 수의 카메라와 스태프, 투표를 위한 평가단, 연예인 등 시황의 시야를 가득 채웠지만 시황은 전혀 긴장하지 않고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오.”

방청객과 연예인들이 박수를 쳐주며 호응해준다.

“반갑습니다. 시황 씨.”

“네. 반갑습니다.”

“간단히 자기소개 좀 해주시죠.”

의례 방송이 그렇듯 김용진 MC도 시황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지방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인터넷에서는 노래 본좌라 불리고 있는 강시황입니다.”

시황은 전혀 긴장하지 않고 능숙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옛날이었으면 떨려서 정신이 혼미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떨림 따윈 전혀 없었다.

“오, 노래 본좌라니, 이름부터 대단하신데요. 자신이 정말 노래 본좌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전 제가 그렇게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께서 제 노래를 듣고 즐거워해주셔서 그런 과분한 칭호도 붙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래 본좌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열심히 불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시황이 살짝 웃으면서 얘기를 하자 방청객에서 박수가 터져 나온다.

“야, 저 일번 제법 괜찮지 않아?”

“제법이 아니라 상당히 괜찮은데? 머리가 작아보여서 그런가 키도 엄청 크고 얼굴도 제법 괜찮은 게 꽤 매력적인데? 은근 끌린다.”

“야, 너 얼굴 보고 투표하면 안 된다. 노래 듣고 투표해야지.”

“흥, 걱정마셔. 그 정도는 구분하니까.”

방청석에 앉아있던 여자 둘이 시황을 보면서 수군거리며 얘기를 나눴다.

시황의 소개가 끝나자 그 뒤로 4명의 도전자가 더 소개가 됐다. 모든 도전자의 소개가 끝나고 바로 첫 번째 대결로 들어갔다.

주어진 노래를 한 소절씩 나눠불러서 가장 못 부른 사람에게 투표를 해서 떨어트리는 방식이었다. 시황을 포함한 도전자는 각자 자신의 자리로 이동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래 반주가 흘러나왔다.

시황이 첫 번째 도전자였기 때문에 제일 먼저 노래를 불러야했다. 가볍게 숨을 내쉰 시황은 마기를 끌어올려 마력 회로를 가동시켰다. 처음부터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조절바를 최대치까지 끌어올렸다.

비즈의 난 여자를 몰라 라는 노래가 첫 곡이었다. 이미 미리 연습을 해두었기 때문에 음정, 박자가 틀릴 걱정은 없었다.

전주가 끝이 나자 속으로 숫자를 센 시황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첫 소절이라 별다른 게 없는 부분이었지만 시황의 압도적인 가창력에 녹화장은 얼어붙은 듯 그 어떤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에 가득 차 버렸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다.

시황의 소절이 끝나고 이어서 두 번째 도전자가 노래를 불렀는데 시황의 압도적인 가창력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는지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 뒤에 이어서 도전자들이 노래를 불렀지만 시황과 실력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대결이라고 하기 민망할 수준이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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