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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185화 (18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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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어쩔 수 없이 휴지로 꼼꼼히 닦은 뒤에 팬티는 옷걸이에 대충 걸어두고 샤워를 했다. 새벽과 마찬가지로 음부를 특히 깨끗하게 씻었다.

다 씻고 나서 시황이 수납장에 넣어둔 팬티를 꺼내 입고 방금 벗은 티와 반바지를 다시 입고 거실로 나왔다. 시황은 어느새 옷을 다 갈아입고 머리세팅을 하고 있었는데 제법 매력이 넘친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다 씻으셨어요? 옷 갈아입고 팬티하고 옷 주세요.”

“패, 팬티랑 옷은 씻어서 주, 줄게.”

“괜찮아요. 제가 씻으면 돼요.”

시황은 은비가 왜 저러는지 단번에 파악했지만 모르는 척 하며 말했다.

“내, 내가 안 괜찮거든! 하여튼 씻어서 줄 테니까 그런 줄 알아!”

“네. 네. 그러세요.”

오늘 녹화가 끝나면 자신은 지방으로 내려갈 건데 뭘 어떻게 준다는지는 모르겠다만, 시황은 피식 웃으며 알겠다고 말했다.

잠시 시황을 바라보던 은비가 얼굴을 붉히며 방에 들어가서 어제 입었던 옷으로 갈아입었다. 여배우답지 않은 매우 수수한 옷이다. 옷을 다 입은 은비는 시황의 팬티와 옷을 자신의 가방에 고이 접어서 넣었다.

거실로 나오자 시황도 준비를 다 마친 듯 했다. 녹화 때문에 옷을 잘 차려 입어서 그런 건지 이전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그냥 시황을 보기만 했는데도 가슴이 덜컥거리는 느낌이 나면서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어때요? 괜찮아요?”

“벼, 별론데. 패션 센스 꽝이네.”

“진짜요?”

시황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되묻자 당황한 은비의 눈동자가 떨린다. 잘 어울리고 멋있다고 말해주고는 싶은데 도무지 입에서 나오지가 않는다. 가식적으로 행동할 때는 그런 말 따윈 골백번도 더 할 수 있는데 어째서인지 지금은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그래도 그럭저럭 볼만은 하네.”

“그럭저럭이라도 괜찮으니 다행이네요.”

결국 은비는 그럭저럭 이라는 표현으로 겨우 이 상황을 넘겼다. 생각 같아서는 어울리고 멋지다고 해주고 싶은데 다른 사람에겐 할 수 있어도 시황에게는 그런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11시까지 가면 되니 아직 시간은 조금 남았다.

시황과 은비는 챙길 거 다 챙긴 데다 준비까지 완전히 끝냈기 때문에 바로 호텔을 떠나도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20분에 나가요.”

“처음 방송 나간다고 긴장했나봐. 여기서 JLBC까지 몇 분 걸리지도 않는데 엄청 일찍 나가려고 하네.”

“늦으면 곤란하니까요.”

“남자가 엄청 소심하네.”

시황이 침대에 앉아서 말하자 그 옆에 앉은 은비가 시황에게 틱틱거리면서 말했다. 자신을 놔두고 빨리 가려는 시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 말이 더 까칠하게 나온 것이다.

“왜요? 저랑 헤어지기 싫어서 그래요?”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난 빨리 집에 가고 싶거든!”

시황의 말에 은비가 버럭 소리를 쳤다. 하지만 누가 봐도 헤어지기 싫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황은 그런 은비를 껴안고 눈을 바라봤다. 그러자 은비가 살짝 당황하더니 은근슬쩍 입술을 조금 내민다.

말과 행동이 이렇게 불일치하다니……. 가만히 은비를 바라보던 시황은 손으로 은비의 얼굴을 살며시 부여잡고 키스를 해주었다. 이제 헤어지면 또 언제 볼지 모르니까 시간 나는 김에 마음껏 키스를 해야 했다.

은비가 키스를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잘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시황이 혀를 사용해 리드를 해주었다. 밥 먹고 하는 게 키스라서 그런지 시황의 테크닉은 엄청나다라는 표현을 써도 부족함이 없었다.

키스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은비의 볼이 상기됐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키스만으로도 제법 느끼고 있는 거 같았다.

어느덧 10시 20분이 돼서 시황이 키스를 그만하려고 하자 은비가 갑자기 손으로 목을 감더니 계속 입을 맞춘다. 생각을 하고 그런 행동을 했다기보다는 무아지경인 상태에서 자기도 모르고 그런 거 같았다.

정신없이 시황을 입을 빨고 핥으며 키스를 하던 은비가 갑자기 화들짝 놀라며 떨어졌다.

“기분 좋았나 봐요?”

시황이 웃으면서 말하자 은비가 얼굴을 엄청나게 붉혔다. 세상에 키스를 더 하고 싶어서 자신이 목을 끌어안고 시황이 떨어지지 못하게 하다니……. 너무 부끄러워 죽을 거 같다.

“아, 아니거든! 네가 키스를 너, 너무 못해서 내가 좀 가르쳐 준건데! 바보야. 그것도 몰라?”

“그래요? 그러면 조금 더 가르쳐 줘요.”

“그, 그럼 조금만 가르쳐 줄 테니까 잘 배워둬.”

은비가 얼굴을 붉히며 말하더니 시황의 목을 껴안고 다시 입을 맞춘다. 시황과 비교하면 상당히 떨어지는 테크닉으로 혀와 입술을 요리조리 움직이며 키스를 했다. 은비의 표정이 금새 상기된다. 그저, 정말 그저 키스를 할 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황홀하고 기분이 좋을까? 키스라는 게 이렇게 좋은 건지 정말 처음 알았다.

“에구,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진짜 늦겠네요.”

“네가 빈둥빈둥 거리니까 그렇지!”

은비와 키스를 한다고 10시 30분이 넘자 시황이 은비에게 떨어지며 말했다. 그러자 더 이상 키스를 못해서인지 은비가 짜증을 냈다. 뭐, 정작 늦게 일어난 건 은비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이제 나가죠.”

“흐, 흥. 그러려고 했거든.”

시황의 말에 은비가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워낙 수수하게 차려입은 데다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써서 극성팬이 아닌 이상 은비인지 아닌지 구분을 하기 어려운 정도였다.

시황은 방을 나와 체크아웃을 하고 차를 건네받기 위해 직원에게 말했다.

“은비 씨는 여기에 차 안 댔어요?”

그다지 맑지는 않은 날씨다. 잿빛의 구름이 태양을 가려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느낌이었다.

밖에 나와 차를 기다리던 시황은 하늘은 잠시 바라보다 은비에게 물었다.

“바보. 여기에 주차했다가 들키면 큰일 나잖아.”

“아, 그런가요? 어디에 주차하셨어요?”

“밖에.”

“그렇군요.”

잠시 대화하는 사이에 직원이 차를 가지고 와서 시황의 앞에 세워주었다.

“바로 가실 거에요?”

“바보야. 내 차까지 태워줘야지.”

“그럼 타세요.”

시황이 운전석에 타자 은비가 조수석에 앉고는 그림을 뒷좌석에 조심스럽게 놓아두었다. 그리고는 신기한 듯 차를 둘러본다. 생각 외로 상당히 비싼 차라서 조금 놀란 듯 싶다. 시황은 피식 웃으며 차를 출발시켰다.

“어디로 모셔다드려요?”

“너 부자인가 봐? 이거 엄청 비싼 차잖아.”

시황의 말에 은비는 자기 차가 어디 있다고 말을 하지도 않고 은근슬쩍 말을 돌렸다. 계속 묻는 다고 대답해 줄거 같지도 않아 시황은 어쩔 수 없이 일단 JLBC로 향했다.

“근데 아까는 오빠라고 하더니 지금은 왜 너라고 하세요?”

“뭐, 뭐래. 바보가. 내 맘이지.”

은비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시황과 키스를 하면할수록, 시황에 대한 마음이 애틋해지면 애틋해질수록 말투가 점점 새침해졌다. 평소처럼 말하면 왠지 자신의 마음이 들킬까봐 너무 부끄러웠던 것이다.

“JLBC 가보셨어요?”

“당연하지. 거기서 녹화도 해봤는데.”

“그러면 같이 가죠. 어차피 오늘 할 일도 없으시잖아요.”

“흐, 흥. 그러든가.”

시황의 말에 은비가 반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새침하게 말했다. 말과 표정이 너무 매치가 안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JLBC에 도착한 시황은 입구에서 출입증을 발부받았다. 그리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은비와 함께 JLBC 건물에 들어가 녹화가 예정된 장소로 향했다.

드르륵.

11시 되기 10분정도 남았는데 소진에게 전화가 왔다.

“잠깐, 전화 좀 받을게요.”

시황은 전화를 받으며 은비를 봤는데 누군지 궁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보세요.]

[오빠, 어디에요?]

[응. 나 JLBC 건물 안에 들어왔어.]

[아, 그래요? 다 오셨네요. 어딘가 해서 전화해봤어요.]

소진은 자신이 어딘지 못찾고 헤맬까봐 걱정이 돼서 전화를 한 거 같았다. 역시 새침한 은비와 다르게 소진은 너무 상냥하다.

[맞다. 그리고 나 지금 은비 씨랑 같이 가고 있거든.]

[은비요? 은비가 왜 오빠랑…….]

시황의 말에 소진이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묻는다.

[내가 줄 게 있어서 잠깐 만났다가 심심하다고 녹화하는 거 구경한다던데.]

[그래요? 신기하네요. 은비 보통 안 그러는데…….]

소진은 시황의 말에 이해가 잘 안간다는 듯 대답했다. 자신이 아는 은비는 잠깐 만났다고 심심하다고 해서 녹화하는 거 구경한다고 말할 성격이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만나고 나서 조금이라도 빨리 헤어지고 싶어 하는 게 은비다.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하여튼 다 왔으니까 조금 있다가 봐.]

[네. 오빠.]

전화를 끊은 시황은 얼마 지나지 않아 대기실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 안에 자신과 같은 도전자들이 있을 테니 은비와 함께 들어가긴 좀 무리였다.

“어떻게 하실래요? 저는 안에 들어가서 설명도 듣고 해야 하는데…….”

“소진 언니 대기실에 있으면 되지.”

“그러면 거기 있으세요. 전 그럼 들어가 볼게요.”

“그, 그런데…….”

시황이 대기실에 들어가려고 하자 은비가 갑자기 말을 꺼내 시황을 멈춰세웠다.

“네? 왜요?”

“노, 녹화 끝나고...”

“아, 녹화 끝나고 저 소진이랑 저녁 먹기로 했어요.”

“소진 언니랑?”

시황의 말에 은비가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언제 소진이랑 이렇게 친해졌지라는 느낌의 말이다.

“네. 왜요?”

시황은 능청스럽게 말했다.

“자, 잘됐네. 그때쯤이면 나도 배고플 텐데 같이 먹으면 되겠네. 그러면 난 소진 언니 대기실에 간다.”

혹시 시황이 거절이라도 할까봐 은비는 빠르게 말을 하고는 소진이 있는 대기실로 뛰다시피 걸어갔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시황에게 약을 얻어 조금이라도 빨리 헤어질 생각이었는데 다이아몬드 반지를 잃어버린 이후로 모든 게 변해버렸다. 아직도 그때 자신에게 자상한 표정으로 위로해주던 시황이 얼굴이 너무나 선명하게 떠오른다.

시황을 생각하자 동시에 어제 저녁과 아침에 했던 기분 좋은 키스가 생각이 나서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얼굴이 빨개진다.

소진의 대기실에 도착한 은비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 은비야. 여긴 어쩐 일이야?”

“그냥 언니 녹화한다고 해서 와봤어.”

은비가 들어오자 소진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TV로만 은비를 보는 사람들이야 은비의 가식적이고 착한면만 봤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 않냐 하겠지만 은비의 본래 모습을 아는 소진으로서는 경동천지할 일인 것이다.

“그래? 근데 시황 오빠랑 왜 만난거야?”

“그, 그냥 약 때문에.”

“약?”

은비와 소진이 소파에 앉았는데 테이블에는 소진이 보고 있던 방송 대본이 놓여 있었다.

“전에 얻은 약 있잖아. 아빠한테 줬더니 무좀이 잘 낫는다고 해서…….”

“아아……. 그렇구나.”

소진은 은비가 시황과 왜 만났는지 대충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보러 방송국에 찾아온 거 까진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은비가 시황에게 관심이 있어 따라왔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소진의 대기실로 들어왔고 그 사람을 본 소진의 표정에 순간 짜증이 생겨났다.

은비와 소진이 노는 사이에 시황은 작가에게 어떤 식으로 방송이 될 거라는 것을 자세히 듣고 간단한 리허설도 했다.

시황은 리허설을 끝내고 출연자들을 살폈다. 서울 말고도 전국에서 노래 잘한다는 사람 중에 고르고 골라 뽑아온 거 같은데 외모나 실력 면에서 자신보다 나은 사람은 없는 듯 했다.

우승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 같았지만 시황의 목표는 단순한 우승이 아니었다. 경험치는 물론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유명세가 필요했다. 이 방송은 그런 유명세를 위한 발판 중 하나였기 때문에 다른 출연자를 압도하는 엄청난 실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촬영 전 잠깐 시간이 남자 시황은 소진의 대기실로 갔다.

그런데 은비와 소진만 있을 거라는 생각과 다르게 어디서 본 듯한 남자 연예인이 소진의 대기실에 있었다. 은비나 소진의 표정을 보니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한데 그 남자 연예인은 혼자 기분 좋은지 크게 웃으며 말을 한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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