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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181화 (18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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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은비는 최후의 방법을 썼다. 이때까지 단 둘이 있으면서 시황은 정말 매너 있게 행동하기는 했지만 어찌됐든 시황도 남자인지라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잔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두려웠다. 하지만 이 두려움보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욱 컸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안 돼요. 아무리 그래도 같이 자는 건 곤란해요.”

“왜요. 저 재워주시기 싫어서 그러시는 거에요? 어머, 쪼잔 해라.”

은비는 어떻게든 여기서 잠을 자기 위해서 온갖 말을 다했다.

“아니요. 그건 아니고……. 하여튼 안 돼요. 저도 남자인데 혹시라도 은비 씨에게 실례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괜찮다니까요. 그런 거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냥 잠이나 재워주면 돼요.”

보통 남자라면 자기하고 조금 이라도 같이 있고 싶어서 안달일 텐데 시황은 오히려 자신을 집에서 재워주려고 하지 않자 약간 욱하는 마음에 은비가 까칠하게 말했다.

그런데 은비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시황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은비에게 다가갔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갑자기 은비의 표정이 굳어진다.

시황이 은비의 옆에 오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은비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양손으로 부드럽게 머리를 부여잡고 키스를 할 거처럼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갑작스러운 시황의 행동에 은비는 바짝 얼어서 시황의 손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었다.

“이래도요?”

입술과 입술이 닿을락말락할 정도에서 멈춘 시황이 은비를 보며 말했다. 시황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자 은비는 볼을 확 붉혔다. 드라마를 찍을 때 남자 배우와 키스를 몇 번 해봤지만 그건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연기가 아니라 그런지 가슴이 간질간질해지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거기다 지금 이런 난처하고,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시황에게서 땀 냄새가 아닌 꽃향기처럼 은은한 피어나는 게 꽤 향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계속 울렁울렁한다.

“저도 남자라서 은비 씨처럼 예쁜 사람이랑 같이 자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니까. 그냥 집에 가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시황은 은비에게 떨어지면서 평소처럼 순수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

여전히 은비는 몸이 굳어 뭐라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낮은 신음 비슷한 소리만 흘릴 뿐이었다.

“이제 반지랑 귀걸이, 목걸이 돌려주시고 옷 갈아입으세요. 너무 늦게 가면 곤란하잖아요.”

그렇게 막으려고 애썼지만 결국 이런 상황이 되어버리자 은비의 눈에서 절망감이 떠올랐다. 이제 모든 게 끝이라는 생각에 은비에 눈에서 눈물이 폭포수마냥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으. 은비 씨 왜 그러세요?”

“흑흑…….”

“은비 씨…….”

은비는 당혹스러워하는 시황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계속 울기만 했고 살짝 눈치를 보던 시황은 은비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타이밍이 타이밍인지라 평소라면 온몸으로 혐오스러움을 나타내며 싫어했을 은비가 지금은 얌전히 품에 안겨서 울기만 할 뿐이었다.

“놔주세요.”

한참동안 시황의 품에 안겨서 셔츠를 적실정도로 울던 은비가 조금 진정이 됐는지 시황에 품에서 떨어지며 말했다. 다 끝났다는 생각에 커다란 절망감을 느끼며 울었는데 그 순간 시황이 살며시 안아주자 약간 위로가 되면서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는 게 우스울 뿐이었다.

“은비 씨 왜 그러세요? 안 좋은 일 있으세요?”

걱정스럽듯이 자신을 바라보며 말하는 시황을 보자 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다. 너무나 두렵고 무서워 시황에게 반지를 잃어버렸다는 걸 도저히 말할 수가 없었다.

“…….”

은비는 말없이 바닥만 바라보다 또다시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아내었다.

“은비 씨……. 진정하시고 무슨 일인지 말씀해 보세요.”

시황이 은비를 살짝 끌어안아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반지를……. 반지를 흑…….”

그러자 은비가 울먹울먹 거리면서 말을 한다. 보통 연예인은 사고를 치고도 뻔뻔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외로 은비는 의외로 상당히 순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아마 좀 더 뻔뻔하고 좋지 못한 성격의 연예인이어다면 도리어 자신에게 화를 내고 죄를 뒤집어 씌웠을 것이다.

“반지가 왜요?”

“반지를 흑……. 잃어버렸어요. 흑…….”

시황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자 은비가 결국 반지를 잃어버렸다는 말을 털어놓았다. 그리고는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은비의 눈에서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려 시황의 셔츠를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은비 씨 일단 진정하세요.”

시황이 계속 은비의 등을 쓰다듬고, 두드려주며 말하자 은비의 울음이 점점 잦아든다. 무섭게 화를 내고 길길이 날뛸 줄 알았던 시황이 오히려 자신을 위로해주고 부드러운 말해주자 마음이 점점 안정이 된다.

“이제 좀 괜찮으세요?”

시황의 말에 은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눈물이 찔끔 나오기는 했지만 아까에 비하면 많이 진정이 되었다.

“언제쯤 잃어버리신 거에요?”

시황이 은비가 꼈던 왼손을 잡아서 반지를 확인하면서 말했다. 갑자기 자신이 손을 잡자 은비가 움찔하기는 했지만 뿌리치거나 거부하지는 않았다. 인기 많은 여배우답게 관리를 잘해서인지 은비의 손이 너무나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게 감미롭게까지 느껴진다.

“그, 그림 그릴 때는 있었는데……. 흑…….”

은비의 말에 시황은 그림을 확인했다. 언제 잃어버렸는지는 은비보다 자신이 더 확실히 알고 있었지만 이런 건 다 필요한 절차이자 과정이었다.

“그러게요. 제 그림에는 은비 씨가 꼈었던 반지가 확실히 그려져 있네요. 그러면 그 이후에 잃어버렸다는 건데…….”

은비는 시황의 눈치를 살폈다.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시황의 반응에 안도가 된다. 시황이 친절하다는 건 알았지만 생각했던 것 외로 너무나 다정하고, 착하고, 마음씨가 곱다. 아까 전에 자신을 안아줄 때 은근히 피어나던 꽃향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괜찮아요. 은비 씨. 어디 멀리 간 것도 아니고 이 방에서 잃어버렸는데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에요. 걱정 마세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은비의 사과에 시황은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은비가 볼을 살짝 붉히더니 고개를 돌린다. 시황을 보니까 아까 자신을 안아주던 생각이 나서 이상하게 부끄러운 느낌이다.

“그, 그럼 빨리 찾아봐요.”

“네.”

시황과 은비는 호텔 바닥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16캐럿의 다이아 반지는 지금 시황의 아공간으로 이동해 있었다. 그 말은 애초에 존재 하지도 않는 물건을 찾는데 찾을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는 거였다.

마치 군인이 잃어버린 탄피를 찾듯 은비는 온갖 노력을 기울여 반지를 찾으려고 했지만 그 어디에도 반지가 없었다. 시황의 따듯하고 부드러운 말에 진정이 되었던 마음이 다시 쿵쾅거리면서 걱정과 두려움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이거 참, 안 보이네요.”

“어, 어떡해요…….”

“벌써 1시가 넘었네요. 은비 씨 안 피곤해요? 자고 일어나서 찾을까요?”

“안 돼요. 지금 찾아야 해요.”

은비는 울상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밤을 새서라도 찾아야했다.

“은비 씨 표정 좋은데요.”

“네?”

갑자기 뜬금없는 시황의 말에 은비가 되물었다.

“평소에 은비 씨 볼 때 억지로 웃는다는 느낌이 조금 들었거든요. 그때보다 지금처럼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고 말씀하는 게 훨씬 예쁘신 거 같아요.”

“가, 갑자기 그게 무슨…….”

시황의 말에 은비가 얼굴을 잔뜩 붉혔다. 이때동안 가식적으로 웃고 행동한 걸 시황이 저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몰랐다. 자신의 속마음을 들킨 거 마냥 너무 부끄러워 죽을 거 같다.

“빠, 빨리 반지나 찾아요. 그, 그런 이상한 하지 말고.”

“하하. 그러죠.”

그러면 안 되는데 은비는 또 시황에게 까칠하게 말했다. 시황과 얘기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꾸 자신의 본래 성격이 튀어나와 버린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

은비는 볼을 붉힌 채로 바닥에 꿇어앉아 반지를 찾았다.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가슴이 간질간질하면서 울렁울렁거리는 느낌이 뒤섞인 너무나 이상한 기분에 마음이 도무지 진정이 되질 않았다.

“10억이 넘는 반지를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그렇게 침착하신 거에요.”

반지를 찾던 은비가 시황을 보면서 말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자신이 반지를 잃어버렸다는 걸 안 순간, 온갖 난리를 치고 화를 낼 텐데 정작 시황은 상당히 침착하게 행동을 했다. 단 돈 몇 천만 원에 인간의 신뢰관계가 깨어지는 걸 직접 본 입장에서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은비 씨께서 솔직하게 잃어버렸다고 말씀해 주셔서 이 방 안에 있다는 확신이 들거든요. 그리고 은비 씨하고 같이 찾아서 그런가 신기하게 꼭 찾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자신의 아공간에 있기 때문에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게 침착함의 비결이었지만 시황은 은비가 듣기 좋은 말들을 해주었다.

“못 찾으면 어떡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은비는 불안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시황에게 말했다.

“제 잘못도 있으니까, 못 찾으면 반반씩 갚아야죠. 하하. 아는 분이시니까 가격도 좀 깎아주시지 않을까요?”

“시황 씨도요?”

시황이 같이 갚아준다는 말에 은비가 깜짝 놀라 물었다. 자기 같으면 분명 다 물어내라고 난리를 쳤을 것이다. 시황의 저 말이 지금 이 순간 정말 위안이 되고 고마웠다. 이때까지 봐왔던 그런 남자들이랑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때까지 조그만 호감 정도만 있었다면 지금은 시황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일단 다시 찾아봐요.”

어차피 반지는 자신에게 있었기 때문에 시황은 은비의 호감을 살 수 있는 말이란 말은 다 했다. 실제로 10억 원이 넘는 반지를 잃어버렸으면 아무리 자신이 착하다고 해도 이렇게 행동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네에…….”

은비는 시황이 너무 고마워 이번엔 감동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반지를 다시 찾았다. 그런데 1시간이 다돼가도록 찾고 찾고 또 찾아도 반지는 도무지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시간은 벌써 새벽 2시가 지나있었다. 다리도 너무 아프고 힘이 든다. 하지만 이런 육체적인 고통보다 정말 반지를 못 찾을지 모르겠다는 두려움 때문에 은비는 끊임없이 바닥을 훑었다.

시황은 그런 은비를 슬쩍 보다가 아공간에서 반지를 꺼내 약간 외진 곳에 갖다 놓았다.

“이상하다. 분명히 이 거실에 있을 텐데……. 왜 안 보일까요.”

“모르겠어요. 어디 갔지…….”

은비의 얼굴이 울상으로 다시 변했다. 다시 눈물이 찔끔 나오려고 한다.

“어디 굴러서 멀리 간 건가.”

“그럼 거실 말고 좀 더 멀리 찾아볼게요.”

은비가 거실 구석에 가서 찾는 동안 시황은 방금 자신이 외진 곳에 놔뒀던 반지를 집어들었다.

“앗!”

“왜, 왜요?”

시황이 갑자기 큰 소리를 내자 은비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시황을 바라봤다. 제발, 제발 시황이 찾았기를 마음속으로 기도를 했다.

“찾았어요!”

“저, 정말요? 저 놀리시는 거 아니죠?”

“보세요.”

시황은 반지를 은비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걱정과 긴장으로 가득 차 있던 은비의 표정이 한줄기 광명이 내린 듯 환하게 밝아졌다. 이때까지 지었던 그런 가식적인 웃음이 아닌 진정으로 기뻐서 웃는 아름다운 미소는 뭐라고 말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흑…….”

기쁜 웃음을 짓던 은비가 갑자기 또 눈물을 흘렸다. 아까 전엔 두려움과 걱정의 눈물이었다면 지금은 기쁨의 눈물이었다.

시황은 새삼 여자들이 참 눈물이 많다는 걸 느꼈다. 하여튼 이제 여기서가 중요했다. 이 기쁨에 가득 찬 은비에게서 호감을 잔뜩 올리는 등과 같은 무언가 이득을 취해야 했다. 이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다.

============================ 작품 후기 ============================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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