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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그렇군요. 식사는 하셨어요?”
“아까 빵 조금 먹었어요.”
“그러면 배고프시겠네요. 룸서비스라도 시킬까요?”
“룸서비스요?”
“네. 배 안 고프세요?”
시황의 말에 은비가 살짝 고민했다. 사실 약을 받고 그 부탁이라는 얘기만 듣고 바로 나올 생각이었다.
“조금 고프기는 한데…….”
아까 빵 조금 먹고 제대로 밥을 못 먹어서 시황과 거래를 마치고 바로 집에 가서 밥을 먹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호텔에서 밥은 먹어보고는 싶기는 했지만 괜히 시황과 오래 있기 싫어서 약간 갈등 중이었다.
“그러면 밥이나 먹고 하도록 하죠. 제가 배가 너무 고파서요.”
“아, 네. 그렇게 해요.”
거절한다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던 은비가 시황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원래 성격이라면 당장 싫다고 말했을 텐데, 시황처럼 나름 인지도가 있는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행동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
시황의 생각대로 은비의 저런 이중적인 성격이 이런 상황에서는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메뉴판을 본 시황은 안심 스테이크 세트 메뉴를 시켰는데 2인분에 대략 10만 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그런데 10만 원이라고 해서 딱히 부담이 되는 것도 아니었고 기왕 온 김에 이런 걸 먹어 보는 것도 경험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룸서비스 세트이다 보니 코스 식으로 양송이 크림수프부터 야채 샐러드 순으로 음식이 들어왔고 그 뒤에 메인 메뉴인 안심 스테이크와 메로구이 등이 차려졌다.
“맛있겠네요.”
시황은 이런 고급 스테이크는 처음 먹어보지만 익숙한 듯이 은비에게 말했다.
“어머, 그러게요.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감사의 인사를 한 은비는 스테이크를 한 조각 잘라먹고 음……. 하는 낮은 감탄음을 냈다. 맛이 제법 괜찮은 듯 했다. 이렇게 비싼 스테이크를 먹고 나니 같이 밥 먹는다고 대답한 게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황이 아니었으면 또 집에서 간단한 도시락이나 까먹고 말았을 테니 말이다.
“맛 괜찮죠?”
“네. 맛있어요.”
“다행이네요.”
많은 대화는 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분위기가 나쁜 건 아니었다. 스테이크를 다 먹고 나서 디저트로 나온 치즈케이크까지 다 먹자 배가 엄청 부르다.
시황이 슬쩍 은비를 보자 은비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음식을 다 먹었다. 몸은 상당히 마르고 늘씬한데 은근히 잘 먹는다.
“배부르네요. 차 한 잔 하실래요?”
“어머, 고마워요.”
식기를 치워둔 시황은 부엌에 가서 아까 준비해둔 찻잎을 넣어 차를 끓였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해서 은비의 음부를 볼 수는 없겠지만 같이 있는 시간은 늘릴 수가 있었다.
시황이 다 끓인 차를 가지고 와서 건네주자 은비가 받아둔 뒤에 마시지 않고 살짝 머뭇거렸다. 혹시 이상한 걸 타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생겼던 것이다. 하지만 시황이 아예 모르는 사람도 아닌지라 약간 주저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조금 마셨다. 어찌됐든 이미지 안 좋아지게 안 마실 수는 없는 일이니까.
“어머, 맛있네요.”
“괜찮죠? 저희 카페에 새로운 메뉴로 낼까 생각 중이에요.”
시황의 말에 은비는 카페 케즈론에서 마셨던 커피가 생각났다. 다른 고급 카페보다도 맛과 풍미가 뛰어나서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었다. 종종 다시 한번 그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 차를 마시자 과연 카페 케즈론의 사장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시황을 다시 보게 된다.
“왠지 이 차를 마시니까 마음이 차분해지는 거 같아요.”
“네. 그 차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시켜주는 효과가 있거든요. 역시 감이 좋으신데요.”
“어머, 칭찬 고마워요.”
시황의 말에 은비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데 느낌이 아니라 정말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까와 같은 불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 차를 마시고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가 빨리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전에 마셨던 커피를 한 번 더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만요. 원두하고 가져올게요.”
“네. 고마워요.”
자리에서 일어난 시황은 탁자 위에 올려둔 조그만 상자를 들고 왔다. 전과 같이 원두는 대충 집어넣고 포션도 마찬가지로 하급 포션을 그대로 사용했다. 시황이 원하는 건 은비의 질염이 낫는 게 아니라, 사용할 때만 낫는 거 같다가 조금만 바르지 않아도 전과 상황이 같아져서 계속 자신에게서 이 원두와 포션을 사가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
“정말 고마워요.”
“뭘 이정도 가지고요. 대신 부탁이 있는데요.”
시황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
“어머, 어떤 거요? 제가 가능한 거면 최선을 다해서 도와드릴게요.”
겨우겨우 이 약을 손에 넣은 은비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약을 쓸 때는 정말 쾌적하게 생활했다. 질에서 냉이 나오기는커녕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아 부담 없이 치마를 입을 수도 있었고 다른 사람과 가까이 밀착해도 냄새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그런데 약이 떨어지자마자 질염이 다시 재발했고 지독한 냄새를 풍겨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약을 얻고 싶었고 시황에게 두 번이나 전화하고서야 드디어 얻은 것이다. 마음이 더욱 편안해져서 지금이라면 시황이 하는 그 어떤 부탁이라도 들어줄 용의가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내일 혹시 일 있으세요?”
“일이요? 아니요. 내일은 쉬는 날이에요.”
“아, 그렇군요. 그러면 조금 늦게까지 여기 계셔도 괜찮죠?”
“네? 무슨 일로…….”
시황의 말에 은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실 제가 그림을 그리는데 은비 씨도 한 번 그려보고 싶어서요.”
“그림이요?”
“네. 소진이한테 그려 준 거 있는데 혹시 보셨어요?”
“어머, 죄송해요. 제가 인터넷을 많이 안 해서…….”
“괜찮아요. 지금 보여드릴게요.”
시황은 테이블에 있는 타블렛을 가지고 와서 소진이 올린 사진과 글을 보여주었다.
“어머, 이거 직접 그리신 거에요?”
생각 외로 너무나 잘 그린 그림에 은비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시황은 노래도 잘했는데 이렇게 그림까지 잘 그리다니……. 진심으로 감탄했다.
“네. 제가 그린 거에요.”
“그런데 소진 언니는 왜 팬이 보내줬다고 한 거예요? 이름은 안 밝히신 거예요?”
은비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아니요. 제가 일부러 이름은 밝히지 말라고 부탁했어요. 그림도 잘 못 그리는데 부끄러워서요. 하하.”
“어머, 아니에요. 정말 잘 그리시는데요.”
이것도 진심이었다. 소진의 특징이 너무나 잘 살아 있으면서 정교한 이 그림은 약간 샘이 날 정도로 멋있었다. 전에 만났을 때는 소진과 별로 친한 거 같지도 않더니 언제 이렇게 친해져서 그림까지 줬는지 모르겠다.
“고마워요. 그래서 잠깐 제 모델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모델이요?”
은비는 시계를 살짝 봤다. 벌써 9시가 넘었다. 올 때는 약만 받고 얘기 조금만 하다가 바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림 모델까지 해주면 몇 시에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 시간이 너무 늦었나요? 아쉽네요. 은비 씨에게도 그림을 그려서 주고 싶었는데.”
“소진 언니도 직접 모델을 한 거에요?”
“네. 직접 드레스를 입고 모델 해줬어요.”
“그렇군요…….”
처음처럼 시황과 있는 게 불안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늦게까지 있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막상 그림을 보고 나니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잔뜩 생겼다. 이건 마치 마음에 드는 전자기기를 본 남자의 심리와 비슷했다. 너무 가지고 싶은데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서 참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선 것이다.
만약 시황이 준 차를 마시지 않고, 은비가 가식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끌고 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텐데 지나치게 이미지에 신경을 써서 가식적으로 행동한 탓에 결국 점점 시황이 쳐놓은 구덩이 속에 파묻히는 결과가 되고 만 것이다.
“얼마 정도면 끝이 날까요?”
“글쎄요. 아마 한 시간 정도면 끝날걸요?”
한 시간이 지나면 대충 10시가 조금 넘으니까 크게 늦은 시간은 아니었다. 한 시간 모델해주고 예쁜 그림을 가질 수 있다면 나쁜 거래는 아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옷이 별로 안 예뻐서요.”
그림 모델을 해주기로 하자 자신의 옷이 걸렸다. 시황을 만난다고 간단한 바지에 티만 입었더니 자신이 봐도 조금 볼품이 없었다.
“그러면 제가 가지고 있는 옷 드릴까요? 제가 옷을 몇 벌 가지고 왔거든요.”
“여자 옷을요?”
“네. 은비 씨가 혹시 부탁을 들어주시면 입으실까 해서 가지고 와봤어요. 은비 씨를 꼭 그려보고 싶었거든요.”
“어머, 그렇군요. 정말 감사해요.”
대충 무슨 상황인지 이해한 은비가 가식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어색하게 웃는 은비를 보고 살짝 웃은 시황은 가방에서 미리 아공간에 집어넣어 둔 드레스를 몇 벌 꺼냈다. 그렇게 야한 드레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드레스 전부 다 치마 부분이 상당히 짧아서 잘못하면 팬티가 보일 위험이 있었다. 질염으로 고생하는 은비를 위해 시황이 특별히 고른 드레스였다.
그리고 분명 이 드레스만 있으면 안 입을 게 분명하기 때문에 시황이 한 가지 더 준비한 게 있었다.
“이, 이거 치, 치마가 너무 짧은데요.”
시황이 준 세 종류의 드레스 모두 치마가 짧자 은비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 그래도 오늘 하루 종일 팬티를 입고 있어서 질에서 분비되는 노란색의 냉 때문에 팬티가 얼룩져 있을 게 분명했다. 거기다 비린내 비슷한 냄새까지 날 텐데 절대 저렇게 짧은 드레스를 입을 수 없다.
“아, 그런가요? 은비 씨랑 잘 어울릴 거 같아서 들고 왔는데. 너무 치마가 짧은가 보네요. 죄송해요. 이 드레스는 넣어둘게요. 아쉽네요. 이 드레스랑 제가 준비한 목걸이, 반지, 귀걸이를 같이 착용하면 엄청 예쁘실 거 같은데…….”
“목걸이랑 반지, 귀걸이요?”
“네. 제가 특별히 은비 씨를 위해서 좀 무리를 해서 준비를 했거든요.”
시황의 생각대로 은비가 관심을 보였다. 여자치고 귀금속에 관심 없는 여자가 없는 법이다. 오히려 은비는 연예인이라 제법 비싼 장신구를 많이 껴봤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 자신이 보여주는 귀금속에 매료될 게 틀림없었다.
“어떤 거에요? 보여 주실 수 있어요?”
“물론이죠. 잠시 만요.”
시황은 가방에서 반지와 목걸이, 귀걸이를 꺼냈다. 그저 보기만 해도 눈을 사로잡을 정도로 예뻤고 그와 동시에 얼마나 비살까 하는 생각이 바로 드는 보석들이었다.
보석을 가지고 와서 탁자에 올려두자 은비의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처음 왔을 때의 곤혹스럽고 불편한 표정은 사라진지 오래였고 얼굴에 흥미가 가득하다.
“어머, 예뻐라. 이거 무슨 보석이에요?”
“다이아몬드에요. 목걸이에 달린 건 28캐럿 블루 사파이어하고 13캐럿 다이아이고 귀걸이는 2캐럿, 반지는 16캐럿 다이아에요.”
“다, 다이아몬드요? 그러면 이거 엄청 비싸지 않아요?”
시황의 말에 깜짝 놀란 은비가 물었다.
“물론 비싸죠. 반지와 목걸이만 해도 10억 원 이상 가는 가치가 있고 귀걸이는 5억 원 이상은 해요.”
“10, 10억이요?”
10억이니 5억이니 하는 말에 은비가 조금 당황하더니 세심하게 반지를 바라본다. 혹시 시황이 허세를 부리려고 거짓말을 하는 건가 싶어서였는데 아무리 봐도 짭퉁이라고 생각이 안 될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예전에 시상식에서 껴본 1억 원짜리 다이아 목걸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흐른다. 이 중에 하나만 있어도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동시에 꼭 한 번 껴보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이 생겨났다.
자신이 아무리 인기가 많고 버는 수입이 많더라도 10억 원이 넘는 반지나 목걸이를 사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돈을 부모님을 관리하는 것도 있고 아무리 그래도 몇 년은 벌어야 모으는 돈을 단 번에 쓰는 건 무리였다.
“비싸죠? 제가 아는 분한테 빌려온다고 상당히 힘들었어요. 혹시 은비 씨가 허락하면 드레스하고 같이 입으면 좋을 거 같아서 정말 무리해서 빌렸거든요.”
물론 거짓말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하면 의심을 살 테니 아는 분에게 빌렸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아무런 기능 없이 비싸기만 한 이 보석들은 옛날에 로즈린을 치료해주고 받은 것들이었다. 당장 경매에 올려도 10억이 아니라 20억 이상은 호가할 법한 최고급 보석으로 만든 장신구이지만 아직까지는 이것들을 팔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자신이 세운 계획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이제 조금 있다가 그 일만 일어난다면 저 가식적인 은비도 본 모습을 나타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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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못 올려서 죄송합니다... ㅜㅜ
제사도 지내고 감기도 걸려서 너무 힘든 나머지 일찍 자버렸네요.
요즘 감기 잘 걸리는 거 같던데 여러분들도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