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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176화 (176/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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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자신의 강한 근력으로 얻어맞은 덕분에 아저씨의 얼굴과 몸은 걸레짝처럼 변했지만 동정심 따위는 전혀 생기지 않았다. 전부 자업자득일 뿐이다.

“이정도로 그만두면 나중에 또 절 찾아와서 귀찮게 할 거 같은데요.”

“아, 아닙니다. 정말, 정말 용서만 해주시면 아들 교육 똑바로 시키겠습니다.

시황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말하자 아저씨가 화들짝 놀라며 빠르게 대답했다. 입 안이 터지고 코뼈가 부러져 미친 듯이 아팠지만 시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마음대로 아파할 수도 없었다. 저 놈은 자신이 아프다고 소리라도 지르면 겨우 이걸로 아프냐고 하면서 더 때릴 놈이니까.

“여전히 자신이 한 행동이 어떤 부분에서 잘못된 건지 전혀 모르시는 거 같은데요?”

“아, 아닙니다. 저, 저도 앞으로 그, 그런 행동도 안 할 테니까……. 제발, 제발 용서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흐음…….”

“제발…….”

“제발요…….”

시황이 고민하는 듯 하자 아저씨가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면서 말한다. 아까 전 그 자존심 강하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비굴하고 구차한 모습이다. 그리고 시황이 원한 모습이기도 하다. 이런 오만방자하고 안하무인인 사람은 자기가 직접 이렇게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기 마련이다.

“뭐, 그러면 오늘은 이정도로 하죠. 하지만 이렇게 보내면 쓰레기 같은 인성을 가진 당신은 이 일을 또 까먹고 분명 고소하니 마니 할 테니까…….”

“아, 아닙니다. 저, 절대로 안 그럴 테니까……. 제발…….”

시황의 말에 깊은 절망감을 느낀 아저씨가 눈물까지 흘리며 말했지만 시황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호주머니에서 기억 제거용 플래시를 꺼냈다. 그리고 아저씨와 아줌마에게 향해 플래시를 터트렸다. 고통으로 일그러졌던 아저씨와 두려움이 가득하던 아줌마의 표정이 몽롱해진다.

시황은 기억 편집모드에서 아주 세밀하게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부분은 싹 빼버리고 구타당한 기억만 남겨두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용서를 비는 것도 일부분만 남겨 놨다. 마지막 기억을 다 남겨뒀다가 혹시라도 자신이 구타했다고 어찌어찌 연상 짓기라도 하면 귀찮아 지니까 말이다.

시계를 보자 벌써 새벽 5시였다. 조금 더 늦으면 곤란해지기 때문에 시황은 문을 소환해서 정신을 잃은 두 부부를 대충 안방에 던져 놨다. 현실에서 이렇게 만들어 버렸으면 법의 심판을 피해갈 수 없겠지만 케즈론의 행성에서 때린 데다 기억도 다 지워놨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게 분명했다. 누가 때렸는지도 모르는데 고소를 어떻게 하겠는가?

뭐, 그리고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자신을 구타했던 사람을 때린 데다 전과도 없기 때문에 고소를 당하더라도 징역을 사는 일 따윈 생기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일 처리를 한 건 어찌됐든 그런 식으로 자신의 명성에 흠이 가는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하급 포션을 대충 아저씨에게 뿌려준 시황은 그대로 아파트를 나왔다. 이미 해가 떠서 어슴푸레하게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시황은 약간의 후련함을 느끼며 길을 걸었다. 옛날 찬미를 강간하려 했던 놈들 이후로 처음으로 사람을 때려서 그런지 약간 찝찝한 느낌이 안 드는 건 아니었지만 그 부부가 부렸던 행패를 생각하면 그것도 약간 부족한 게 아닌가 싶었다.

아까 전 자신에게 행패를 부렸던 아저씨를 때릴 때도 분노보다는 계도에 조금 더 목적을 두었기 때문에 그 정도 선에서 그칠 수가 있었다. 만약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다면…….

“변한건가…….”

옛날이라면 사람과 싸우는 것도 두려워서 벌벌 떨었을 텐데 이제는 이렇게 싸움을 하고도 별다른 감정의 기복이 없는 걸 보면 자신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제일 싫어하는 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거였는데 이제는 오히려 자신이 나서서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변할 리 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성격이 많이 변해버렸다.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의욕 없던 성격에서 냉정해지고 열정적으로 변했으니 상당히 좋은 변화였다.

“후우…….”

가볍게 숨을 내쉰 시황은 대학교 운동장으로 뛰었다. 조금 더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 부부를 혼내준 뒤에 며칠이 더 지났지만 특별한 일은 없었다. 나름 꼼꼼하게 처리를 해뒀기 때문에 자신을 의심한다고 해서 나올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합법적이지 않은 일을 저질러서인지 약간 긴장되는 게 아예 없지는 않았다.

“오빠, 오늘 올라가신다구요?”

“응. 그래야, 내일 녹화 시간에 안 늦을 거 같아서.”

시황이 여느 때처럼 은지와 함께 카페에 출근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같은 오피스텔에 살고 같은 곳에서 일하다보니 마치 학교에 같이 등교하는 고등학생처럼 같이 카페로 출근을 하는 것이다.

“언제 가시게요?”

“오후에 출발할까 생각중이야. 내일 녹화가 오전이니까, 그냥 밤에 잠만 자면 되거든.”

“밤에 저 없이 괜찮겠어요.”

은근한 섹스어필. 은지는 말을 해놓고 부끄러운지 볼을 살짝 붉히며 웃었다. 시황과 워낙 스스럼없는 사이이다 보니 가능한 말이기도 했다.

“그럼 같이 갈래? 밤에 은지 없으면 외로운데.”

“어머, 오빠 응큼해요.”

“하하.”

시황의 대답에 은지가 시황의 허리를 아주 가볍게 꼬집으며 말했다.

은지의 사정이 어렵다는 걸 안 시황은 카페를 마치고 은지와 같이 지내는 시간을 늘렸다. 은지를 혼자 놔두게 되면 괜히 더 우울해 하고 안 좋은 생각을 할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었다. 하여튼 정력이 넘쳐나는 시황은 은지와 함께 있으면서 주로 섹스로 마음을 달래주었고, 덕분에 이전보다 은지와 더욱 친밀해졌다.

“오, 오빠 오셨어요?”

시황이 은지와 웃으면서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미리 와있던 현주가 그 모습을 보고는 눈가를 살짝 떨었다. 요즘 부쩍 은지와 가까워진 걸 보니 왠지 모르게 불안했던 것이다.

“응. 아, 현주야, 나 내일 녹화 있어서 출근 못하는 거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어요.”

현주라고 그걸 왜 모르겠는가? 내일 하루 종일 시황을 못 볼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쉽다.

“그래. 내일은 현주가 카페 관리 좀 해줘. 오늘 오후쯤에 갈까 생각 중이거든.”

“네. 알겠어요. 오빠.”

“그럼 옷 갈아입고 와.”

“네.”

시황의 말에 현주의 은지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향했다. 시황과 있을 때는 별로 그런 기색이 없었는데 둘만 탈의실로 가게 되자 폭우가 쏟아진 강처럼 어색함이 넘쳐흐른다. 홀에서 탈의실까지 가는데 정말 얼마 안 걸리는 시간이었지만 감당하기 힘든 어색함이 둘을 감쌌다.

은지에게 궁금한 게 많은 현주가 말을 걸어볼까 하고 주저주저했지만 워낙 소심하다보니, 결국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탈의실에서 옷만 갈아입었다.

“하아…….”

은지가 먼저 옷을 갈아입고 홀로 가자 이때까지 느껴보지 못한 답답함에 현주는 한숨만 내쉬며 바리스타용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옷을 다 입고 카페의 홀로 나오니 시황과 은지가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자 가슴이 콱 막힌 듯 답답함이 또다시 밀려온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 감정에 현주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현주야, 이리로 와봐.”

“아, 네.”

현주가 은지와 시황이 있는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아직 9시 30분이 채 되지 않아서 아르바이트생들이 오려면 시간이 좀 남았다. 원래라면 이 시간에 시황과 단 둘이 오붓하게 지낼 텐데 저 은지가 아르바이트를 한 뒤로는 항상 시황과 같이 출근하고 붙어있다 보니까 그게 불가능해져 버려서 억울함에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다.

“이거 써.”

시황은 표정이 좋지 않은 현주에게 케즈론 화장품을 꺼내주며 말했다.

“이, 이게 뭐에요?”

“화장품이야. 이거 바르면 피부가 예뻐지니까 매일매일 발라.”

“오, 오빠…….”

척 보기만 해도 엄청 비싸 보이는 화장품을 본 현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찌나 감동을 했는지 눈가에는 눈물이 살짝 감돈다. 비싼 화장품을 줬다는 것보다 시황이 자신을 생각을 해줬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던 것이다.

“어머, 예쁘다…….”

은지가 고급스런 화장품 박스를 보고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아직 은지에게는 이 화장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의 문제일 뿐 화장품이야 찬미, 은지에게도 줄 생각이었는데, 요즘 자신이 은지와 친하게 지내다 보니 현주의 표정도 안 좋고 해서 일부러 은지가 보는데서 준 것이다. 다만 이렇게 하면 현주는 감동을 받는 반면 은지가 약간 상실감을 느낄 수는 있으나, 현주와 다르게 은지는 그런 걸로 꽁해있는 스타일은 아니니 나중에 다른 선물을 얹어서 주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다. 어찌됐든 일단은 요즘 한없이 우울해 하는 현주를 달래주는 게 급선무였다.

“오빠, 정말 정말 고마워요.”

“고맙긴. 요즘 현주 피부가 안 좋은 거 같아서 특별히 내가 주는 거야.”

요즘 워낙 예민해져서인지 얼굴에 뾰루지가 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현주의 피부 자체가 썩 좋지는 않았다. 피부톤 자체가 약간 칙칙했고 여드름 자국이 있다 보니 현주의 매력을 반감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현주가 기분이 좋아져서 화장품 박스를 뜯어보는 사이에 은지가 부러운 눈으로 현주를 쳐다봤다. 카페에서만 만나는 현주와 다르게 자신은 매일 시황과 오피스텔에서 애정과 사랑이 뒤섞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기는 했지만 이런 사소한 선물을 주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본능적으로 부럽고 질투가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은지가 현주를 부러워하는 사이에 어느덧 시간은 9시 30분을 넘어버렸다. 아르바이트생들이 카페에 출근하자 현주와 은지가 본격적으로 청소를 했고 10시에 카페를 오픈했다.

원래는 아침에 제법 바빠서 시황이 도와줬어야 하는데 은지가 아르바이를 한 뒤로는 시황이 도와줄 만큼 바쁘진 않아 제법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테이블에 앉은 시황은 노트북으로 자신이 예약한 호텔의 위치를 다시 한번 살폈다. 서울 시청 근처에 있는 이 호텔은 위치가 위치니 만큼 가격대가 제법 나가긴 했지만 이때가 아니면 언제 묵어보냐 싶어서 예약한 호텔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호텔에서 혼자 묵기는 아쉬워서 아루를 데리고 갈까 말까 아직까지 고민이 되었다. 아루와 함께 서울 관광을 하는 거까진 좋은데 자신이 녹화를 할 때 아루를 혼자 남겨두는 거나 소진과 식사를 할 때 아루를 데리고 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썩 내키지가 않았다.

드르륵!

한참 고민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은비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정은비에요.]

[아, 네. 안녕하세요.]

갑작스럽게 은비에게서 전화가 오기는 했지만 뜬금없는 건 아니었다. 전에 은비에게서 질염을 치료하기 위한 원두와 물을 구할 수 있냐는 전화를 받았었는데, 그 때 일부러 지금은 없고 구하게 되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 뒤로 한참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으니 애가 타서 다시 전화를 한 듯 싶었다.

[저, 저기 전에 원두하고 물하고 구하시면 연락을 주신다고 하셨는데 아직도 못 구하셨나 해서, 염치 불구하고 전화를 드렸어요.]

[아! 안 그래도 며칠 전에 구해서 연락을 드리려던 참이었는데 워낙 바쁘다 보니까 제가 잊고 있었네요.]

[어머! 구하셨어요? 다행이다.]

은비는 여기까지 기쁨이 느껴지는 어투로 말을 했다. 정말 기뻐한다는 게 느껴질 정도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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