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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세상에는 상종도 못할 만큼 쓰레기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욕먹는다고 루머를 퍼트리는 사람이나 해명을 했음에도 말도 안 되는 욕설을 하는 사람, 자기 아들이 고소를 당했다고 찾아와서 구타를 하는 사람 등 일반적인 도덕적 범주에서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많다고 마음대로 손을 쓸 수는 없었다. 어제 자신을 찾아와 구타한 사람과 같이 싸웠다면 그 덩치 큰 아저씨는 큰 상처를 입었을 테고 그렇게 된다면 자신도 처벌을 받게 될 게 분명했다. 금강불괴와 비슷해진 자신의 몸은 전혀 상처가 나지 않으니 말이다.
앞이 창창한 자신이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는 없는 일이기에 그저 얻어맞기만 한 것이다. 어차피 그 순간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당한 만큼, 아니 그 이상 돌려줄 수 있는 방법은 충분하니까.
희뿌연 가로등만이 비추던 밤거리를 걷다보니 어느새 추적기로 나온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위치 때문인지 이 근방에서 나름 비싼 가격을 자랑하는 아파트였다. 다만 지은지 10년 가까이 된데다 지방이다 보니까 시설 자체가 요즘 나오는 최신식 아파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아파트와 다르게 단지 입구에 경비원만 있을 뿐이었고 아파트 입구에서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갈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아파트에는 CCTV가 설치 돼 있기 때문에 혹시 몰라 시황은 미리 준비해둔 하급 마법 아이템을 꺼내서 버튼을 눌렀다. 그럼에도 시황의 모습이 투명해진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CCTV같은 기계를 교란시켜 시황의 모습이 카메라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걸로 벌써 4번째 마법 아이템을 고른 거라 이제 하급 마법 아이템은 하나밖에 고를 수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CCTV같이 영상물 녹화를 무시하는 이 아이템 자체가 꽤나 활용성이 높아 꽤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적기에 적힌 101동에 들어간 뒤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으로 올라갔다. 조금 오래된 아파트라서 그런지 엘리베이터가 약간 덜컹거리는 느낌이 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11층에 도착했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시황은 조용히 걸어 나와 1101호의 문 앞에 섰다. 센서 때문에 천장에 달린 노란빛의 전등이 켜진다.
복도식 아파트가 아니라 한 층에 2개의 집만 있었지만 시황은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 잠시 동안 가만히 있었다.
시황은 센서로 켜졌던 전등이 꺼지자 아공간에서 장애물 무시 후프를 꺼냈다. 전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이 후프가 의외의 상황에서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만약 이 후프가 없었다면 이런 새벽에 방문할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쇠로 된 현관문에 후프를 갖다 대자 자석처럼 찰싹 달라붙는다. 다행스럽게도 현관문이 10cm를 넘지 않는지 동그란 통로가 만들어졌다.
심장이 작게 두근두근거린다. 시황은 유연한 몸으로 조그만 통로를 건너갔다. 그리고 바로 후프를 떼어내어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여름이라 그런지 문을 다 열어놓고 있어 별다른 문제없이 거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평수가 제법 넓은 집이라 그런지 자신이 사는 오피스텔과 비교도 안 되게 거실이 널찍했다.
발걸음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걸어서 안방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아까도 말했지만 여름이라 문을 전부 다 열어놓고 있어 일일이 문을 열고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안방의 침대에는 아까 자신과 싸웠던 부부가 누워서 자고 있었다.
시황은 마기를 끌어 올리고는 케즈론의 성으로 향하는 문을 소환한 뒤에 활짝 열어두었다. 그리고는 아저씨와 아줌마를 번쩍 들어 단숨에 케즈론의 성으로 이동하고 문을 없애버렸다.
“뭐, 뭐야…….”
케즈론의 성으로 그 부부를 데리고 온 시황이 거칠게 바닥에 던져버리자 깜짝 놀란 아저씨와 아줌마가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시황과 눈이 마주쳤다
“너, 너 이 새끼 뭐, 뭐하는 짓이야!”
시황을 본 아저씨가 흥분을 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금 전까지 분명 자신의 집 침대에서 자고 있었는데 난생 처음 보는 화려한 침실로 와 있자 꿈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자신이 자고 있는 상태에서 시황이 찾아왔다면 이런 붕 뜨는 느낌이 아니었을 텐데 갑작스러운 충격에 눈을 뜨니 화려한, 그것도 한 낮인 침실에 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여, 여보 이게 무슨 일이에요.”
아줌마도 당황스러운지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이 혼합된 표정으로 자신의 남편을 보면서 말했다.
“제가 왜 아까 얻어맞으면서 참고 있었는지 아십니까?”
“이 개새끼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시황이 말을 하자 현실감이 돌아왔는지 어제 오후처럼 화를 버럭 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두려움이 뒤섞인 눈을 하고 있다.
“지구에서는 법 때문에 당신과 싸우면 저도 처벌을 받거든요. 그래서 제가 사는 곳으로 데리고 온 겁니다. 여기선 당신이 죽어도 그 누구도 알지 못할 테니까요.”
“여, 여보.”
시황의 말에 아줌마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이 개새끼가 뒤져볼래.”
덩치 큰 아저씨가 흥분을 해서 시황에게 달려들며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일반인의 주먹 따윈 시황에게 아무런 상처를 입힐 수도 없는데다 속도까지 느려서 눈 감고도 피할수 있을 정도였다.
둔탁한 타격음이 들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황이 고개를 돌려 가볍게 피하자 옷자락이 펄럭이는 소리만 나고 만다. 이내 온힘을 다해 덩치 큰 아저씨가 주먹을 휘둘렀지만 시황은 한 대도 맞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있었던 카페와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다.
“헉헉…….”
지쳤는지 아저씨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퍽!
“컥!”
시황의 주먹이 아저씨의 배를 타격했다.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 일반인이 휘두르는 손조차 일반인이 보고 피하기란 쉽지 않은데 마기를 끌어올리지 않았더라도 시황이 휘두른 이 손놀림은 너무나 빨라 보통 사람이 보고 피하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였다.
시황에게 한 대 얻어맞은 아저씨가 엄청나게 고통스러운지 침을 주룩 흘리며 컥컥거리는 소리를 냈다.
“여, 여보.”
하지만 시황은 신경도 쓰지 않고 다시금 주먹을 휘둘러 안면을 강타했다.
으득!
뼈가 으스러지는 기괴한 소리가 돌리며 아저씨의 코에서 피가 쉴새없이 흘렀다.
“으어…….”
엄청난 고통에 다리가 풀려 아저씨가 바닥에 주저앉는다.
“여, 여보! 이, 이, 악마! 어,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무자비하게 때릴 수가 있어!”
남편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아줌마가 울면서 시황에게 외쳤다. 어제 오후의 그 기세등등한 표정은 어디 갔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짙은 두려움만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제 오후에 당신 남편이 저를 때린 건 생각이 안나나 보군요. 걱정 마세요. 저도 치료비 정도는 있으니까요.”
시황은 아줌마를 밀쳐내고 아저씨의 멱살을 잡고 끌어올렸다. 그러자 자동적으로 하단전에 있던 마기가 솟아난다. 엄청난 힘이 전신을 감돈다. 지금 이 힘으로 이 남자를 한 대 때린다면 그대로 즉사할 것이다.
“너, 너 내……. 내가 누군지 알고…….”
시황에게 멱살을 붙잡힌 아저씨가 코뼈가 부러졌음에도 자존심 때문인지 몸부림을 치며 벗어나려고 했다.
“꼭 알아야 하나요?”
“내, 내가 아는 형님이 거, 검사인데……. 이, 이 새끼 너 절대 가만 안 둔다.”
“가만두지 마세요. 저도 가만히 안 둘 테니까요.”
시황은 마치 물건을 집어 던지듯 덩치 큰 아저씨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끄아악!”
바닥에 뼈가 부딪혔는지 아저씨가 고통스러움에 울부짖는다.
“여보!”
아줌마가 울면서 아저씨를 껴안았지만 불쌍하다는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이런 힘이 없었다면 아까 저 아저씨가 때렸던 구타에서 어디 하나 부러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끽해봐야 자신은 고소를 하는 게 다였을 것이고 아마 합의금을 받고 끝이 날 게 분명했다.
그런데 그건 정말 너무 억울한 일이다. 육체적인 고통을 받았는데 겨우 합의금이나 받고 끝낸단 말인가? 거기다 저 아저씨가 아는 검사까지 있다는 거 보면 합의를 안 한다고 해서 제대로 처벌을 받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런 불합리함이 시황을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자신이 당한만큼, 아니 이런 후안무치한 사람들에겐 그 이상으로 갚아줘야 했다.
“너…… 너 절대…… 절대 가만 안 둔다…….”
시황은 아저씨가 뭐라 말하든 한쪽 귀로 흘리고는 발로 가슴을 걷어찼다.
으득!
갈비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린다. 마기는 흩어버린지 오래였지만 힘 자체가 엄청나다 보니 한 대 때릴 때마다 뼈가 수수깡처럼 부서져 나간다.
“그만, 제발 그만해요. 돈은, 돈은 달라는 대로 다 줄 테니까 제발요.”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아줌마가 시황을 붙잡았지만 가볍게 밀쳐내고는 다시 아저씨를 들어 올렸다.
“죄송하다고 사과하면 용서해드리죠.”
“내…… 내가…… 너…….너 같은…… 놈한테…….”
엄청나게 고통스러운지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음에도 꽤나 자존심이 강한지 시황에게 이만 갈아댈 뿐 용서를 빌 생각 따윈 전혀 없어보였다.
“누가 이기나 해보죠.”
시황은 손바닥으로 아저씨의 뺨을 때렸다. 주먹으로 얻어맞는 것 보다 이렇게 뺨을 얻어맞는 게 훨씬 굴욕적인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저씨의 볼이 퉁퉁 부어올랐고 입술은 터져서 피가 흘러나왔다. 굳건하던 자존심도 계속된 구타에는 못 견디겠는지 슬슬 표정이 변하기 시작한다.
“악마, 죽어! 죽으라고!”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화분을 든 아줌마가 시황의 머리통을 때리려고 했다. 하지만 진작부터 그런 움직임을 알고 있던 시황은 가볍게 피했다. 이러니까 마치 자신이 악당이라도 된 느낌이다. 정작 잘못한 사람은 자신에게 욕설을 쓴 이 부부의 아들과 그런 아들을 보호하려고 자신을 구타한 이 부부인데 말이다. 어중간하게 했다가는 도리어 자신이 나쁜 놈이 되는 관계로 시황은 아줌마가 보는 앞에서 무자비하게 뺨으로 때리고 주먹으로 가격했다.
“제, 제발 그만해요. 흑……. 저희가 잘못했으니까 제발요…….”
아줌마가 시황을 보며 사정을 한다.
“그……. 그래. 내, 내가 잘 못했으니까…….”
아저씨도 아까와 다르게 용서를 빌었지만 그 오만방자한 태도는 여전했다.
“지금 그럴 처지가 아니실 텐데요? 대충 그러면 제가 알겠다고 하실 줄 알았나 보죠?”
이렇게 어중간한 상태로 보내버리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시황은 아까보다 더 강하게 아저씨를 때렸다. 자존심이고 뭐고 그딴 거 내세우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자, 잘 못 했네……. 제, 제발 용서해주게…….”
“저희가 잘못했으니까……. 제발 이제 그만 용서해줘요. 그러다 사람 죽겠어요.”
시황의 구타에 도저히 못 견디겠는지 아저씨가 피가 줄줄 흐르는 입술로 겨우겨우 말을 내뱉었다. 눈을 보니 아까 전과 다르게 짙은 두려움만이 가득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정도로는 안 된다.
시황이 다시 주먹을 쥐자 아저씨의 안색이 파리해진다. 사실 처음 맞을 때부터 정말 미친 듯이 아프고 두려워서 용서를 빌고 싶었다. 하지만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일말의 자존심 때문에 도무지 용서해 달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질 않았다.
“치료비는 있으니까 걱정 마시라니까요.”
“때, 때리지 마세요. 제, 제발요.”
다시 때리려는 시황의 말과 불끈 쥔 주먹에 얼굴 가득 두려운 표정을 지은 아저씨가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하며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얼굴이며 가슴이며 너무 아파 죽을 거 같았지만 구타에 대한 두려움이 그 통증을 잊게 만들었다.
“이렇게 때리고 치료비만 던져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자, 잘 못했습니다. 다, 다시는 그런 행동 안 할 테니까 제발 용서해주세요.”
“죄송해요. 정말……. 저희가…… 저희가…… 흑…….”
겁에 잔뜩 질린 아저씨가 무릎을 꿇고 말했고 옆에 있던 아줌마도 바닥에 주저앉은 채 눈물을 한없이 흘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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