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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173화 (17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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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안 그래도 화장품을 만들어서 팔기 위해선 공장이 필요했는데 그런 공장을 만들기에는 일이 너무 많아 한참 뒤로 미루어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불현 듯 기회가 찾아왔으니 꼭 잡아야했다.

“아직 부도는 안 난거지?”

“네. 흑……. 전 몰랐는데 몇 달 전부터 아빠가 친척 분들하고 아는 분들한테서 돈 빌려서 막으려고 했는데 아직 돈이 부족한가 봐요.”

“소진이한테도 빌렸어?”

“그런 거 같아요. 흑……. 오빠…….”

“지숙이도 그 일 때문에 집에 내려간 거야?”

“네. 그런데 지숙이네는 아직 저희 집처럼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 괜찮은 거 같아요.”

“으흠, 그래?”

시황은 은지를 끌어안아 등을 쓰다듬어주며 고민했다. 아르바이트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다 이런 쪽 일은 문외한인 시황이라 어떤 문제 때문에 그런 부도 위기를 맞았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결국 필요한 건 돈이었다.

하지만 시황은 은지에게 자신이 그 돈을 갚아주겠다는 말은 바로 하지 않았다. 은지와 자신의 사이를 생각하면 못 갚아 줄 것도 없고, 실제로 부도가 나지 않게 막아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돈을 주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의 목적을 위해서는 지금 바로 돈을 빌려주는 건 곤란하다.

“오빠 어떡해요……. 흑…….”

“언제까지 돈을 구해야 되는데?”

“잘은 모르겠는데 다음 달 말까지인 거 같아요. 아빠가 다음 달까지 돈을 못 갚으면 망한다고 했거든요. 흑…….”

그러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 괜히 지금 급하게 설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이런 건 정말, 정말 급할 때 빌려줘야 그 감사함이 더 오래 남는 법이고 그래야 자신의 목적을 더 쉽게 달성을 할 수가 있다.

“그렇구나.”

시황은 은지를 위로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정말 공장이 망하면 어떡해요. 오빠…….”

“걱정 마. 은지야, 다 잘 될 거야.”

“오빠…….”

시황은 은지의 눈물을 닦아주고 키스를 했다. 부드럽고 말랑한 은지의 입술이 느껴지자 분위기에 맞지 않게 성기가 바로 발기를 한다. 그러자 그렇고 그런 야릇한 분위기가 되어 자연스럽게 섹스로 이어졌다.

시황의 정력이야 하루에 섹스 5번을 넘게 해도 끄떡없을 정도였고 마력 회로의 치유 능력과 음양공생공 덕분에 아무리 섹스를 해도 여자는 오히려 기력이 증가할 뿐 지치거나 질이 아플 일은 없었다. 그래도 하루 종일 섹스를 한다면 정신적으로 지치고 마력 회로를 계속 사용하다보니 마기가 줄어들기야 하겠지만 정력이 받쳐 주는 한 무한대에 가까운 섹스를 가능케 했다.

허리를 힘차게 흔들던 시황이 다시 한번 은지의 질에 사정을 했고 찌릿한 쾌감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섹스를 하고 질내에 사정을 했을 때 느껴지는 이 짜릿한 쾌감도 너무나 좋았다. 거기다 특히 자위 후에 허무함을 느끼고 야동을 지우는 게 아니라 은지와 이렇게 껴안고 키스하며 진한 스킨십을 할 수 있는 게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오빠 고마워요.”

은지가 시황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

평소와 다른 엄마의 전화에 집에 내려갔다가 아빠 공장이 부도가 날 거 같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시황에게 아르바이트를 부탁하기 위해 다시 올라온 것이다.

처음 시황을 만났을 때만 해도 너무나 우울해서 죽을 것만 같았는데 이렇게 시황이 위로해주고 몸을 맞대고 있으니 근심, 걱정이 조금이나마 사라진다. 시황이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있다는 것 자체가 위안됐던 것이다.

시황과 은지는 말없이 서로를 껴안고 체온을 느꼈다. 은지는 그저 따스한 시황의 체온에 평안을 얻을 뿐이었지만 시황은 지금 이 기회를 어떻게 살릴지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중이었다.

어느새 은지는 잠이 들었고 시황은 그런 은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아직은 참아야 한다.

“오빠 어때요?”

희미한 웃음을 머금은 은지가 카페 유니폼을 입고 시황에게 말했다.

아침 9시 30분.

은지는 화요일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고 일요일에 약간의 교육을 받고 하루 쉰 다음 오늘, 9시 30분에 출근을 한 것이다.

카페 케즈론의 유니폼은 은지와 제법 잘 어울렸다. 시황의 마사지로 약간 두껍던 은지의 다리가 미끈미끈하고 늘씬해졌고 평평하던 A컵 가슴도 봉긋 솟아 여성스러움이 물씬 풍겼다. 특히 가늘고 고운 발목에 감긴 메리제인 슈즈의 스트랩이 차밍포인트다.

“잘 어울려.”

“다행이다.”

시황의 말에 은지가 웃음을 짓는다. 이틀 동안 이어진 시황의 위로에 기분이 제법 풀려 있었다. 그럼에도 이따금씩 우울한 표정을 짓는 걸 보면 마음 속 깊이 집에 대한 걱정이 남아 있는 듯 했다.

현주는 그런 은지와 시황을 번갈아보면서 약간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왠지 전과 다르게 지나치게 가까워진 모습에 혹시 서로 사귀기로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했다고 시황에게 물어볼 용기는 차마 생기지 않아 그저 불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은지와 사귄다고 앞으로 헤어지자는 말을 듣는다면 그대로 멘탈이 붕괴될 테고……. 더 이상 생각하기도 끔찍하다.

“현주야, 은지 좀 잘 가르쳐 줘.”

“네. 그럴게요. 오빠.”

현주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생각해보면 시황과 자신은 여자 친구도 아니었고 그저 만나서 섹스만을 하는 사이일 뿐이었다. 이때까지는 시황과 섹스를 하고 사랑을 받는 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는데 이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좀 더 연인다운 그런 걸 하고 싶었다.

“하아……. 왠지 한숨이 나온다.”

“왜?”

“아, 아니에요.”

“그래?”

시황이 순진하게 웃으며 대답하자 현주는 마음만 복잡해졌다. 시황은 전혀 자각을 못하는 거 같았지만 주변에 시황을 노리는 여자가 한 둘이 아니라는 걸 현주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한숨이 나온다.

청소를 마치고 카페를 오픈한 시황은 은지에게 이런 저런 것을 가르쳐 주며 시간을 보냈다.

원래는 만화 설정을 짜고 그것에 대해 연습을 해야 했지만 오늘은 특별히 은지가 첫 알바를 하는 날이라 각자 집에서 연습을 하기로 했다.

한참 은지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은지야, 잠깐만.”

“네. 오빠.”

카페를 정리하는 은지를 두고 시황은 테이블에 앉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강시황 님. 안녕하세요. 김준호 변호사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고소 처리가 벌써 끝난 건가요?]

일주일 전쯤에 맡긴 고소의 결과가 벌써 나왔나 해서 시황은 기대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요. 아직 끝난 건 아니고 이제 고소한 사람들이 경찰서에 방문해서 조서를 작성하고 있거든요. 워낙 양이 많다보니까 아직 몇 명 연락이 간 건 아니고,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관련 경찰서로 이관을 시켰거든요.]

[아, 네.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

[그건 아니고 고소당한 분들이 합의를 하고 싶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음, 합의라……. 저는 그다지 합의를 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러면 합의는 전혀 안 하시는 건가요?]

[네. 앞으로도 전부 법대로 처리해주세요. 합의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시황은 단호하게 말했다. 자신이 고소를 한 건 따끔하게 현실은 실전이라는 걸 가르쳐 주기 위해서였지 몇 푼 되지도 않는 합의금을 뜯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 고소당한 사람 나이가 어떻게 되죠?]

[음, 일단 조서 쓴 사람들을 보면 15살인 미성년자도 있고 고등학생 3학년, 23살 대학생 등 주로 10대에서 20대들이에요.]

[10대에서 20대라……. 어린애들이 참 입이 거치네요. 인터넷에 그렇게 심한 욕설을 쓰고.]

[요즘 이런 인터넷 욕설이 참 문제긴 하죠.]

[그렇죠. 정말 문제에요.]

[나중에 어떤 사람들이 고소당했는지 궁금하시면 저희 사무소로 오세요. 전화로 알려드리기엔 양이 너무 많아서 자료로 보여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시황은 전화를 끊었다. 몇 명 연락 안 갔는데도 벌써 합의를 볼 생각을 하다니, 이전에 욕하던 패기는 어디로 사라졌나 싶다.

혹시나 싶어 시황은 컴퓨터를 켜고 자신의 세렝게티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러자 게시판에 제법 많은 게시물이 올라와있었다.

[노래 본좌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아서…….]

[정말 정말 죄송해요. 한번만 용서를…….]

이런 사과조의 제목으로 된 글이 엄청나게 많았다. 시황은 콧방귀를 뀌긴 했지만 일단 글들은 하나하나 읽어봤다. 나름 길게 사죄한답시고 썼는데 그렇다고 마음이 약해져서 용서해줄 생각 따윈 없다.

시황은 인터넷에 [노래 본좌 고소]라고 검색했다. 그러자 관련 글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그런데 그 중에 전에 자신에게 고소당했다고 포털사이트 질문&답변란에 글을 썼던 사람이 또 질문 글을 올려놓았다.

[어떡하죠? 지금 고소당했다고 출석요구서가 왔거든요 ㅜㅜ]

[부모님한테 지금 완전 혼나고 왔네요. 노래 본좌 완전 짜증나네요. 겨우 욕 몇 마디 했다고 고소까지 하고, 진짜 죽이고 싶네요. 하……. 완전 어이없네요. 제가 지금 고2인데 이게 진짜 고소가 되나요? 미성년자인데? 혹시 고소되면 감옥에 가고 그러진 않겠죠? 아, 진심 빡치네요. 노래 본좌 만나면 완전 개패버리고 싶음. 이거 때문에 부모님한테 완전 개욕먹고……. 아 짜증.]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도 모자랄 마당에 이 머리에 피가 덜 마른 고등학생 2학년 학생은 자신이 한 잘못도 모르고 자신을 보면 죽이니, 패버리니 하는 말을 하고 있었다. 뭐, 미성년자이다 보니 벌금을 내지는 않고 사회봉사 같은 걸로 마무리되기는 하겠지만 자신에게 욕했던 후안무치한 놈이 저렇게 고통스러워하고 난처해하는 모습을 커다란 만족감이 느껴졌다.

시황은 글을 더 검색해서 확인했다.

[나 고소 당함 ㅋㅋㅋㅋㅋ]

[노래 본좌한테 욕했다고 고소미먹음. ㅋㅋㅋㅋ 벌금 얼마 나오려나?]

이 글은 시크한척 하면서 자신이 받은 출석요구서 사진을 올려놓고 그 중간에 자신의 아이디를 쓴 종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사이트 분위기 자체가 좀 그렇긴 하지만 좀 허세부리는 느낌이 강하다. 생돈 몇 십만 원 날리고 기록에 남게 생겼는데 이렇게 쿨한 척 해봐야 아무 의미 없다.

한참 즐겁게 고소당해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소진이다.

[여보세요.]

[오빠! 그림 잘 받았어요. 완전 잘 그리셨던데요? 사진으로 봤을 때랑 다르게 실물로 보니까 그 포스가 우와……. 제가 이때까지 본 그림 중에서 진짜 정말 최고였어요.]

시황이 전화를 받자 소진이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그만큼 그림이 마음에 든 거 같았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저 주변에 완전 자랑했거든요. 다들 부러워 죽으려고 하더라고요. 제 코코아톡 프로필 사진도 이 사진으로 바꿨어요.]

[하하. 고마워.]

[제가 고맙죠! 트위터에 아까 글 올렸는데 오빠 아직 안 보셨죠?]

[글 올렸어?]

[네! 시간 되면 보세요. 140자 제한만 아니면 훨씬 더 길게 쓸텐데 너무 아쉬워요.]

[지금 확인해볼게.]

[와, 오빠 진짜 대단해요. 나중에 녹화하러 서울 올라오시면 제가 맛난 거라도 대접할게요. 그냥 받기엔 너무 죄송스러워서…….]

소진은 자기가 직접 밥을 대접해준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은 곧 소진과 더욱 친해질 기회이기도 했다.

[소진이가 사준다면 나야 고맙지.]

시황이 소진이라는 말을 하자 그걸 들었는지 옆쪽 테이블을 정리하던 은지가 슬쩍 쳐다본다. 무슨 일로 소진과 통화를 하는 건지 얼굴에 궁금함이 가득하다. 하지만 가게일이 바빠서 그건 나중에 묻기로 하고 테이블들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전화를 끊은 시황은 바로 소진의 트위터에 들어가서 올린 글을 확인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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