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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168화 (168/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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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3점은 물론, 4점짜리 문제를 봐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문제를 쉽게 다 풀었다. 4점짜리 문제이다 보니 어렵게 내려고 비비꼰 게 느껴졌지만 그 본질을 바로 파악하니 답이 술술 나왔던 것이다.

“만점이에요. 오빠.”

시황이 푼 모의고사 문제를 매긴 찬미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저번 6월 모의고사도 80점이 넘는 고득점을 올려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만점이라니. 성적 오르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생각해보면 처음 자신이 실력을 측정했을 때의 시황의 수학 실력은 매우 낮았고 영어 실력은 평범한 수준이었는데 겨우 몇 달 만에 영어 만점에 수학 만점에 이른 것이다. 이런 엄청난 머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왜 이런 지방 사립대를 왔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래? 문제가 좀 쉽더라.”

“대단해요. 오빠.”

“뭐, 이정도 가지고. 이제 슬슬 언어영역이랑 사탐공부 해야겠다. 국사는 외울 거 많은 거 같던데 조금 걱정되네.”

“국사요? 오빠 국사 치실거에요?”

“응. 왜?”

“국사는 난이도가 어려워서 보통 서울대학교 가려는 사람 아니면 선택을 안 하거든요.”

시황도 알고 있었다. 이제 7월 말인데 수리와 외국어가 나름 만족할만한 수준이 되어 언어영역과 사회탐구영역만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정말 서울대학교에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택한 거야.”

“아, 그렇구나. 이제 보니까 오빠 완전 엄친아네요.”

“응? 엄친아?”

“네. 노래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돈도 많고요. 다른 사람들이 오빠를 보면 얼마나 부러워할까요.”

찬미가 웃으면서 말했다. 시황이 재벌2세는 아니었지만 엄친아라고 해도 정말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자신만 해도 고려대학교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었는데 시황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런데 자신은 그런 관심을 좋아하지도 않아서 일부러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학교가 어디인지 제대로 말을 해주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찬미처럼 예쁜 애랑 사귀고?”

“네?”

갑작스런 시황의 말에 찬미가 얼굴을 붉히며 되물지만 동시에 안심이 된다. 평소와 다르게 시황이 자신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아, 혹시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자신에게 관심이 시들었나 하는 불안감이 생겼었던 것이다.

“하하. 그런데 요즘 유미는 공부 열심히 하나봐? 방학인데 매일 도서관가고.”

“네. 오빠 따라서 서울에 있는 대학 갈 거라고 열심히 노력 중이에요. 그런데 유미가 서울에 가면 오빠랑 같이 살 거라고 하는데, 제가 안 된다고 했거든요.

“응? 왜?”

“그, 그게 오빠한테 민폐고……. 그래서…….”

“난 괜찮은데. 그런데 찬미는 서울 안 올라갈거야? 설마 나 놔두고 여기서 계속 지낼 건 아니지?”

“그, 그럼요. 유미 대학가면 저도 복학할까 생각중이에요. 그래서 유미가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면 같이 방 하나 구해서 자취할까 생각중인데, 자꾸 유미가 오빠랑 같이 살 거라고 떼를 써서요.”

자신과 섹스도 안 해본 여자 고등학생이 벌써 동거부터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니, 상당히 대담하다. 하지만 유미의 그런 점이 또 매력이니까.

“그런 걸로 고민할 거 뭐 있어?”

“네?”

“어차피 아루랑 수란이도 같이 올라갈 건데 같이 다 살면 되지. 만화도 그려야 해서 제법 큰 공간이 필요하거든.”

“아……. 그런가요?”

“응. 대충 방 5개 정도 되는 빌라 같은 거 하나 살까 생각중이야.”

시황의 말에 찬미가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서울 땅값 비싼데, 괜찮을까요? 그냥 월세로 좀 좁은데서 사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역시 찬미는 돈이 걱정이 되는 거 같았다.

“괜찮아. 앞으로 계속 서울에서 살 건데 집 하나 장만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어디에 집 구입하시게요?”

여전히 찬미의 표정이 걱정스럽다. 시황의 자산이 얼마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울 집값이라는 건 일반 직장인이 평생 동안 돈을 모아야 겨우 살까말까한 정도니까. 다만 외곽 쪽으로 나가면 집값이 많이 싸지겠지만 그러면 등교시간이 오래 걸리니 그게 문제다.

“그건 나랑 유미 대학교를 어디로갈지 정한 뒤에 생각하지 뭐. 일단은 그냥 계획이야. 지금 당장 하겠다는 건 아니고. 수능치고 해도 늦지 않으니까. 그냥 알아만 둬.”

“아……. 그렇군요.”

아직 산다는 건 아니라는 말에 찬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황을 못 믿는 건 아니었지만 전에 차를 살 때처럼 지나친 사치를 할까봐 조금 불안한 느낌이었다.

“그러면 공부도 다 했고 본격적으로 재미난 일을 해볼까?”

“어, 어머.”

시황이 찬미의 손을 잡고 침대에 눕히자 찬미가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언제 시황과 섹스를 하나 내심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의 자신이라면 남자를 혐오스러워하는 건 물론이고 이런 섹스라는 행위 자체를 극도로 싫어했는데, 어째서인지 시황과 하는 섹스는 너무나 행복하고 기분이 좋아 아침부터 조금 기대가 될 정도였다.

찬미를 침대에 눕힌 시황은 가까이 밀착해서 먼저 키스를 했다. 그러자 찬미가 입술을 내밀어 키스를 받아들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찬미의 방에서 뜨거운 열락이 펼쳐진다. 찬미의 신음소리가 방밖에 있는 거실에 들릴 정도로 말이다.

카페 문을 닫고 집에 돌아 온 시황은 인터넷 기사를 확인했다.

[유명 인터넷 BJ 노래 본좌, 악플러 300명 집단 고소!] 라는 제목이 포털 사이트 메인에 떠 있었다. 시황은 그 뉴스를 클릭해 내용을 확인했다.

자신이 말해준대로 법률 사무소에 가서 변호사를 선임해 고소를 했다는 내용이 그대로 나와 있었다. 아주 정직한 기사에 시황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포털 사이트 메인에 떴으니 자신에게 욕을 쓴 악플러들이 얼마나 똥줄이 탈지 눈에 뻔히 보인다.

“수란아, 재밌어?”

컴퓨터를 하고 있는 시황의 뒤로 수란은 시황이 가져다 준 만화책을 정신없이 보고 있었다. 옷도 안 갈아입었는지 아침에 입고 있었던 슬립을 그대로 입고 있다.

“…….”

시황이 물었지만 수란은 듣지도 못했는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수란아.”

“네? 네? 무슨 일이죠?”

시황이 몇 번을 더 불러서야 수란이 깜짝 놀라며 시황에게 대답했다.

“그냥 재밌냐고.”

“아……. 정말 재밌네요. 단순히 글로 읽을 때와 비교도 안 되게 몰입감도 뛰어나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수란은 정말 만화책에 심취했는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싫어하나 어쩌나하고 조금 걱정하긴 했었는데 이정도로 좋아할지는 몰랐다.

“다행이네. 그러면 보던 거 계속 봐. 일단 많이 봐야 그릴 때 참고가 되니까.”

“네.”

수란이 다시 만화책을 읽었고 옆에 앉아 있는 아루도 수란과 함께 만화를 보고 있었다. 두 명의 미인, 그것도 어쭙잖은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수란과 아루가 은근히 노출이 가득한 옷을 입고 만화책을 보고 있는 건 한폭의 그림과도 비슷했다.

눈길이 절로 그쪽으로 향한다.

잠시 아루와 수란을 지켜보던 시황은 인터넷으로 고소 관련 반응을 살핀 후에 만화에 대해서 찾았고 흰 종이에 그림을 슥슥 그려보기도 했다.

바빴던 월요일이 저물어 간다.

시황은 브로커와 만나기로 한 건물의 앞에 서 있었다. 약간 허름해 보이기는 했지만 특별히 이상한 구석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건물이었다.

그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3층으로 갔다. 약간 음침한 느낌이 났지만 시황은 긴장하는 표정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전화통화를 했던 그 남자가 반겨준다. 생각과 다르게 깔끔하게 생긴 중년의 남성이다. 길가다 만난다면 저런 사람이 국적을 위조해 주는 브로커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반듯하게 생겼다.

시황은 남자가 가리키는 소파에 앉았다. 크지 않은 사무실에는 한명의 남자가 더 있었는데 그 남자는 덩치가 크고 얼굴이 상당히 험상궂게 생겼다. 그런데 저런 남자를 봤음에도 두렵다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지금 바로 만들 수 있나요?”

시황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하하. 그럼요.”

“호오, 빠르군요.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국적을 만들어 주는 거죠? 혹시 그 국적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걸린다든가 하는 일 없습니까?”

시황은 자신이 걱정스러워 하는 부분을 물었다.

“하하. 걱정 마십시오. 제가 만드는 건 그저 주민등록증을 위조하는 조잡한 것과 다르게 완벽하게 신원이 보증이 되는 거니까요.”

“으흠, 어떤 식으로 그런 게 가능하죠?”

“간단합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상상을 조차 못할 정도로 여러 종류의 사람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빚이 수천, 수억 원이 되다보니까 자녀가 죽더라도 사망신고조차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그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죽은 자녀의 정보를 그대로 사용해서 국적을 만드는 겁니다.”

“그러면 이름도 다르고 주민등록상 지문도 다를 텐데요.”

“그거야 법원에 가서 개명신청하면 손쉽게 이름이 바꿀 수 있으니까 걱정하실 건 전혀 없고, 문제는 주민등록상 지문인데……. 이거까지 제대로 처리하려면 주민등록증을 하나 위조 하고 그쪽에 돈도 상당히 찔러 넣어 줘야하거든요. 지문까지 깔끔하게 처리하시려면 상당히 많은 추가금이 드는데, 어쩌시겠습니까?”

“으흠……. 그렇군요.”

간단히 얘기하면 아루는 그 빚 많다는 사람의 양녀로 들어가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서로의 얼굴도 모르고 존재도 모르는 건 상관없는데 지문도 다르다는 게 문제였다. 시황이 주민등록증을 만들고 10년 가까이 그 지문을 써본 적 따윈 전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일말의 불안함을 남겨 둔다는 사실자체가 조금 찝찝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지문 때문에 주민등록증까지 위조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어차피 케즈론에 있는 마법 아이템 중에 이걸 보완할만한 게 있을 게 분명한데 말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음……. 그냥 주민등록증만 주세요. 뭐, 별 일 있겠습니까?”

“하하. 맞습니다.

사내가 주머니에서 2개의 주민등록증을 꺼냈다. 시황이 원하는 19세 소녀의 주민등록증이다.

하지만 사내가 바로 시황에게 주민등록증을 건네주지는 않는다.

“하하. 입금 먼저 해주시면 드리겠습니다.”

“바로 폰으로 입금 시켜 드릴게요. 잠시 만요.”

저 주민등록증 하나에 3천만 원. 지금 시황에게는 크게 부담이 가는 돈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황은 고민했다. 여기서 돈을 입금시키게 되면 흔적이 남게 된다. 분명 장부에 거래 내역을 기입하게 될 테고, 혹시 나중에 이 브로커가 잡혔을 때 사실을 밝히기라도 한다면 쇠고랑을 차는 건 기본이다. 물론 케즈론의 성이 있는 자신은 그냥 이 세상을 뜨면 그만이긴 했지만 그래도 부모님도 계시는 이곳을 그렇게 미련 없이 떠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선택한 도구가 하나 있다.

시황은 주머니에서 손을 집어넣어 휴대폰을 꺼내는 척 하면서 마기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아공간에서 기억 제거용 플래시를 꺼내고 호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을 같이 꺼냈다.

그리고 바로 브로커의 눈앞에서 기억 제거용 플래시 버튼을 눌렀다. 마치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린 것처럼 밝은 빛이 번쩍이더니 앞에 앉은 브로커의 눈이 몽롱해진다. 동시에 시황의 시야의 하단에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처럼 일련의 기억들이 시간이 적힌 채로 영상물처럼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시야의 왼쪽에 자르기, 복사, 붙여넣기 등의 간단한 조작 메뉴가 나타나 있다. 말이 사람의 기억을 제거한다는 거지, 컴퓨터로 동영상을 편집하는 것과 비슷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갑작스런 빛에 뒤에 의자에 앉아서 인터넷을 하고 있던 우락부락한 남자 벌떡 일어나면서 시황에게 외쳤다.

“아, 죄, 죄송합니다. 실수로 휴대폰 플래시를 터트렸네요.”

“너, 이 새끼 조심해.”

============================ 작품 후기 ============================

추천, 선작, 코멘트, 그리고 쿠폰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스토리 좀 빠르게 나가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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