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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해명을 했음에도 인격적으로 모독하고, 욕설을 하시는 분은 지금 이후로 전부 고소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료는 전부 저장되어 있으니까 매너 채팅 부탁드립니다.”
흔히 말하는 고소드립. 하지만 악플러들은 시황의 고소 얘기를 듣고는 더 욕을 하기에 바빴다. 사람에게는 자존심이라는 게 있다. 사전에는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라고 나와 있지만 품위랑은 상관없이 남에게 굽히고 싶지 않은 마음때문이다.
그래서 고소한다는 말을 들어서 무섭긴 해도 자존심 상하게 꼬리를 말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더 욕을 쓰는 것이다.
[미친, 고소드립치네. 그러면 무서워서 벌벌 떨 줄 알았나 보네 ㅋㅋㅋㅋㅋ]
[고소해봐. 쓰레기야. 내가 그런 고소드립 한두 번 받은 줄 아냐?]
욕이 채팅창에 연달아 올라오자 유미의 얼굴이 찡그려진다.
“분명 경고했습니다. 이제부터 욕 쓰시는 분들은 전부 고소처리하고 강퇴하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일반인은 고소의 귀찮음과 현실적인 문제로 말로만 고소한다고 겁을 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시황은 정말 전부 고소하기로 했다. 고소라는 게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나름 인터넷에서 인지도가 있는 자신이 이렇게 대규모로 고소를 하게 되면 나름의 이슈도 되기 때문에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가 있었다.
악플러들을 상당수 내쫓아내자 그제야 겨우 채팅창이 조금 깨끗해진다.
[오빠,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진짜 미친놈들 많음. 루머보고 와서 왜 여기서 욕함?]
[사과문까지 올라왔는데 저렇게 욕하는 거 보면 진짜 답 없다.]
루머 당사자의 사과문까지 올라왔고 유미가 해명까지 한데다 채팅창에는 흔히 말하는 팬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간간히 욕이 올라올 뿐 전부 시황을 응원하고 옹호해주었다.
[근데, 옆에 진짜 누구에여?]
[완전 여신임. 으어, 진짜 예쁘다 ㅜㅜ]
[어떻게 저렇게 예쁠까? 와……. 진심 쩐다…….]
악플러가 적당히 처리되자 다들 관심이 아루로 넘어갔다. 보통 연예인을 TV에서 볼 때 느끼는 ‘예쁘다’와 이렇게 인터넷 방송에서 볼 때 느끼는 ‘예쁘다’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TV에서는 뭔가 동떨어진 아름다움이라면 인터넷 방송의 아름다움은 나와 밀접한 느낌이 드는 아름다움이다. 그래서 마치 실물을 볼 때처럼 그 아름다움을 가슴 절절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인터넷 방송에 아름답다고 소문난 정은비보다도 예쁜 아루가 시황의 옆에 다소고니 앉아 있으니 관심이 안 쏠릴 수가 없었다.
“아, 옆에 있는 여자애는 서아루라고 제 여자 친구에요.”
시황은 아루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유미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다. 이런 식으로 하기로 말을 맞추기는 했지만 기분 나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와, 개쩐다. 저런 여자랑 사귀다니.]
[진심 부럽다. 나도 저런 애랑 사귀면 얼마나 좋을까.]
[솔직히 노래 본좌님 한 대 때리고 싶음.]
[난 여자 친구 있는데도 미칠 듯이 부럽다…….]
채팅창에는 여자 친구 없는 자와 있는 자가 어우러져 부러워 죽으려고 했다.
“아루도 한마디 해봐.”
“안녕하세요. 서아루입니다. 우리 오빠 많이 사랑해주세요! 헤헷.”
아루가 카메라에 대고 상큼하고 귀엽게 말을 했다. 방송을 위해서 특별히 속이 비치지 않는 약간 긴 옷을 입혔지만 아루 자체가 워낙 예쁘다보니 뭘 입어도 예뻤다.
[으어……. 목소리도 너무 좋다.]
[연예인 아니에요? 정은비보다도 훨씬 예쁘다…….]
[몇살이세여?]
[언제부터 사귄 거에요?]
[진도는 어디까지 나감?]
[키스 해봤어요?]
[진심 아루랑 섹스하고 싶다.]
[누나 가슴 얼마나 크세요?]
아루에게 성적인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강퇴를 시켰다. 다만 시황도 옛날에 여자 한 번 사귀어보지 못했던 모솔이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아 그냥 강퇴만 시켰을 뿐 법적인 제재를 취할 생각은 없었다. 고소는 무차별적으로 욕하고 인격적으로 모독, 부모님 욕하는 등의 도저히 갱생 불가능한 악플러만 할 예정이었다.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을 이용해서 욕설을 배설하는 사람들은 인생은 실전이라는 걸 이번 일을 통해서 제대로 느끼게 될 것이다.
“연예인 아니고 그냥 평범한 일반인이에요.”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루가 말 한마디만 하면 채팅창이 마비가 될 정도로 글이 빠르게 올라갔다.
[오빠, 빨리 노래 불러주세요.]
[맞아요. 저흰 노래 듣고 싶어서 온거라구요!!!]
너무 아루 얘기가 많자 여자팬들이 항의한다. 그나마 시황이 남자 아이돌 같은 존재가 아니라 노래 잘 부르는 유명인 정도의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여자 친구가 있다고 해서 실망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물론 시황을 아이돌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강주희님께서 달풍선 1004개를 선물했습니다.]
“아, 강주희님 달풍선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이제 슬슬 노래 시작할게요.”
멘트를 하는 중간, 중간에 달풍선도 제법 터졌다. 특히 강주희라는 저 시청자는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는데 달풍선을 엄청나게 많이 쐈다. 몇 개를 쐈는지 셀 수도 없을 정도였는데 그러다보니 수많은 시청자들 중에서 시황이 특별히 아이디를 기억할 정도였다.
시황은 마력 회로를 풀가동해서 최고의 가창력으로 노래를 불렀다. 인터넷 방송은 일반적인 TV방송과 다르게 가창력의 생생함이 그대로 전달이 되기 때문에 좀 더 직접적으로 노래 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와, 진짜 들을 때마다 개쩐다.]
[이정도 실력으로 스타탄생M에 나가면 1위는 따 놓은 당상인데.]
[맞음. 진짜 스타탄생M에 나가도 될 거 같은데. 혹시 기획사에 연락이라도 온건가?]
[사실 이정도면 기획사에 먼저 연락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음. 그런 오디션 프로 나갈 필요도 없는 실력임.]
시황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잘한다를 넘은 전율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일반 가수들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어도 진심으로 감탄이 나오는데 마력 회로를 풀가동한 시황의 노래는 오죽하겠는가?
“감사합니다.”
노래를 끝낸 시황이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강주희님께서 달풍선 5개를 선물했습니다.]
[루시퍼님께서 달풍선 101개를 선물했습니다.]
[강주희님께서 달풍선 4개를 선물했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달풍선이 무더기로 쏟아진다. 진정으로 노래에 감명을 받았기에 쏘는 달풍선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100개, 50개씩 달풍선을 쐈는데 강주희라는 시청자는 마치 카운트다운을 하듯이 5개부터 1개까지 달풍선을 쏘기 시작했다.
[강주희님께서 달풍선 1개를 선물했습니다.]
[강주희님께서 달풍선 10000개를 선물했습니다.]
[와, 달풍선 만개 터졌다. 개쩐다.]
[헐 만개. 저 분 부자인가? ㄷㄷ]
[100만 원. 쩐다.]
달풍선 만 개. 단순히 달풍선 만 개라 하면 그 가치가 와 닿지 않지만 100만 원이라는 돈을 한 번에 줬다고 생각하면 그 가치가 바로 와 닿기 마련이다. 강주희라는 시청자는 이전에 쏜 몇 십만 원을 포함해서 순식간에 시황에게 100만 원이 넘는 돈을 쓴 것이다.
“강주희 님 달풍선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달풍선은 뜻 깊은 곳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강주희 님 달풍선 감사합니다.”
옆에 있던 유미도 깜짝 놀라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인터넷 방송을 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 많은 돈을 한 번에 쓰는 사람이 있을 줄은 정말 상상치도 못했다. 카페를 할 필요도 없이 매일 이런 노래 방송만 해도 돈을 엄청 벌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면 바로 다음 노래 갈게요.”
시황은 이어서 노래를 불렀다. 달풍선이 빵빵 터져서인지 방송 분위기도 상당히 좋았다. 시황의 노래는 들어도 들어도 감탄이 나오는지 채팅창은 글을 읽기가 힘들 정도로 빠르게 올라갔다.
“저만 부르면 재미가 없으니까, 이번에는 옆에 있는 유미가 노래를 부를게요.”
시황이 마이크를 유미에게 가깝게 건네주었다. 기본적으로 그냥 말해도 목소리가 방송으로 다 나갔지만 그래도 노래를 부를려면 마이크가 가까이 있어야 했다.
“자, 잘 못하지만 열심히 해볼게요!”
긴장을 잔뜩 했는지 유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수백 명을 넘어, 5만 명 정도의 시청자가 보고 있으니 웬만한 담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안 떨릴 수가 없었다.
[어떤 노래 부르실거에요?]
[걸그룹 노래 해주세요. 노래 본좌님은 노래 잘하시기는 한데 남자라서 칙칙함.]
[저도 상큼한 노래 듣고 싶음]
“그러면 보라의 오빠뿐인 걸. 불러볼게요.”
[보라 노래 어려운데.]
[4단 고음 어떻게 부를지 기대되네]
시황과 처음 만났을 때 그 여드름 많던 유미였다면 이렇게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못생겼다는 악플이 엄청 올라왔겠지만 지금은 여드름이 조금 있기는 해도 상당히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어 그 누구도 유미의 외모에 대해서 욕을 하지 않았다. 아루와 비교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예쁘다는 채팅글이 많이 올라온다.
그런 채팅 글을 본 유미가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보라의 노래를 불렀다. 평소에 말할 때는 약간 가벼워 보이던 유미가 노래를 부르자 180도 변해버렸다.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고음파트가 많은 보라의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했고 보라의 트레이드마크인 4단 고음까지 깔끔하게 처리했다.
[오, 노래 잘 부른다.]
[엄청 잘하시네요.]
다만, 시황만큼 압도적이게 잘한다라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는 않고 일반인 중에서 상당히 잘한다 정도의 느낌으로 시청자들이 감탄을 했다. 그런데 마력 회로를 써서 편법으로 노래를 잘 부르는 시황과 다르게 유미는 그저 취미로 노래를 부를 뿐인데 이정도의 실력인 것 보면 시황과 비교도 안 되게 노래에 대한 재능이 있었다. 마력 회로를 쓰기 전의 시황은 음치 중에서도 음치였으니까.
이렇게 시황과 유미가 노래를 부르고 중간 중간 아루가 말 몇 마디 하는 것만으로도 달풍선이 엄청나게 터졌다.
“오늘 방송 시청해주셔서 감사하고 다음에 또 방송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즐거웠어요.”
“빠이빠이.”
시황과 유미, 아루가 인사를 하며 방송을 마무리 지으려고 하자 시청자들이 한곡만 더 부르라고 채팅창을 도배했고 시황은 어쩔 수 없이 마지막으로 한곡을 더 불렀다.
[강주희님께서 달풍선 2000개를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자 강주희라는 시청자가 또 바로 달풍선 2000개를 쐈다.
“강주희 님 달풍선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러면 이만 방종할게요.”
시황은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방송을 마무리했다.
“휴, 힘들다.”
방송이 끝나자 유미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았다. 여름이다 보니 밖은 상당히 무더웠지만 방에는 에어콘을 틀어놔서 상당히 시원했다. 하지만 방송에 대한 긴장감과 압박으로 유미의 이마에 땀이 맺혀 있었다.
“수고했어. 유미야.”
“방송 재밌네요. 오빠. 다음에 할 때도 또 같이해요.”
유미가 웃으면서 시황에게 말했다.
“긴장 안됐어?”
“첨에는 막 떨려서 죽을 거 같았는데 하다보니까 재밌더라구요. 저 완전 방송 체질인가봐요.”
“하하. 그래?”
유미의 농담에 시황은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 여러 가지 난관이 많았음에도 방송이 깔끔하게 끝나서 다행이었다.
딱 3시간만 하고 방송을 껐기 때문에 벌써 저녁 9시였다.
“유미야, 어떡할래? 벌써 9시인데, 이제 집에 가야 하지 않아?”
“나중에 언니랑 같이 집에 가도 돼요. 오늘 친구랑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늦게 온다고 엄마한테 미리 말해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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