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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160화 (1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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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찬미는 수란을 보면서 시황과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요즘 시황이 바빠서인지 대화할 시간 자체가 많이 없어서 그런지 그저 얘기만 하는데도 너무나 즐겁다. 아니, 대화가 아니더라도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러면서 틈틈이 수란을 살펴봤지만 책만 읽을 뿐 그다지 시황에 관심도 없어 보여 정말 다행이었다.

띵동

한참 대화를 하고 있으니 오피스텔 벨 눌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미가 온 것이다.

“오빠. 헉헉…….”

유미는 뛰어왔는지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었다.

“천천히 오지.”

“걱정 돼서 빨리 뛰어왔죠. 어떻게 해요. 오빠.”

유미는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시황에게 말했다.

“일단 들어와서 좀 앉아서 쉬어. 힘들잖아.”

“네에…….”

집 안으로 들어온 유미는 찬미와 생전 처음 보는 여자가 소파에 앉아있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빠, 저 분은 누구에요?”

유미가 시황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이번에 해외에서 살다가 온 아는 동생이야.”

“해외요?”

“응. 부모님이 같이 좀 지내라고 해서 우리 집에서 잠깐 같이 살게 됐어.”

“그래요?”

시황의 말에 유미가 약간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책을 본다고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있기는 했지만 옆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같은 여자임에도 가슴이 콩닥거릴 정도였다. 거기다 혼혈 느낌이 나는 게 뭔가 모를 독특하면서 신비로운 매력이 있었다.

“수란아, 인사해. 찬미 여동생인 유미야. 너랑 동갑이니까 친하게 지내도록 해.”

“아, 그래요? 안녕. 반가워.”

시황의 말에 수란이 가볍게 웃으면서 유미에게 인사했다.

“으, 응. 안녕.”

유미가 약간 위축이 돼서 수란에게 인사했다. 혼혈 느낌이 나면서 제법 성숙한 몸매와 얼굴을 가진 수란의 모습 때문인지 아루랑 다르게 쉽게 친해지기 어려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언니는 여기 왜 있어?”

“나도 오빠 얘기 듣고 걱정돼서 와봤어.”

“그래?”

유미가 찬미의 옆에 앉았다.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이면서도 수란을 약간 경계하는 모습이다.

“유미야, 차 마셔.”

“고마워. 아루야.”

아루가 유미에게 차를 가져다주었다. 슈슈의 달콤한 차였다. 나름 민감한 얘기인지라 유미의 이해심이 필요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둔 차였다.

소파에 앉은 4명의 여자들이 연예인 저리가라 할 정도로 예쁘다보니 방안이 화사하다 못해 꽃밭이 된 느낌이었다. 아이돌 걸그룹 숙소에 가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다. 아니,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빠 어떻게 해요”

소파에 앉은 유미가 시황을 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음, 그래서 내가 생각해둔 방법이 있거든.”

“어떤 거요?”

“일단 차부터 마셔. 급하진 않으니까 천천히 얘기하자.”

“아, 네.”

시황의 말에 유미는 아루가 가져다 준 차를 마셨다. 달콤하면서 향긋한 차 맛에 음 하는 소리를 낸다.

“맛있네요. 오빠. 이것도 카페에서 파는 거에요?”

“응? 아니. 유미한테만 특별히 주는거야?”

“아, 그래요? 헤헤.”

시황의 말에 유미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오빠, 오빠. 이제 그 얘기 해줘요. 어떻게 할 건지.”

“음……. 내가 오늘 방송할 거라고 며칠 전에 글을 썼거든. 그래서 그 방송에서 유미 너랑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밝히는 거지.”

“아! 그러면 되겠네요.”

유미는 아직 어리고 인터넷의 습성에 대해서 잘 모르다보니까 이정도로도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는지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한다고 사람들이 쉽게 믿어주겠냐 라는 거야. 유미도 인터넷 뉴스를 봐서 알겠지만 연예인 스캔들 났을 때 그 당사자 둘이서 아니라고 부인한다고 해서 전혀 안 믿어주잖아.”

“그, 그러게요.”

유미가 생각하기에도 그랬다. 전에 보라와 태성 스캔들이 났을 때 서로 그냥 친한 오빠, 동생 사이라고 했지만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 진실이야 무엇이든 간에 결국 자신의 생각과 믿음이 어느 쪽에 일치하느냐가 중요한 거니까.

그런 이유에서 시황이 유미와 함께 그냥 동생 사이라고 해봐야 믿을 사람은 믿겠지만 믿지 않을 사람은 안 믿는다. 그 안 믿는 사람이 극소수라면 전혀 상관없지만 대다수라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래서 생각해 둔 게 하나 더 있거든.”

“생각해둔 거요?”

“응. 일단 유미랑 나랑 친한 오빠, 동생 사이라 하고 아루랑 사귄다고 말하는 거야.”

“네? 아루요?”

시황의 말에 유미가 당혹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응. 일단 아루가 웬만한 연예인 저리가라 할 정도로 예쁘니까 충분히 이슈화가 돼서 루머가 금방 사라질걸?”

“그, 그런데 아루는 오빠 동생이잖아요. 나중에 밝혀지면 어떻게 해요.”

분명 좋은 생각이기는 했지만 왠지 쉽게 수긍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그 부분이 걱정이 돼서라기보다는 아루와 시황이 사귄다고 말하는 거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그건 괜찮아요. 사실 아루랑 나랑 완전한 친동생 사이도 아니고, 약간 복잡한 가정사가 있거든.”

“치, 친동생이 아니라구요.”

“응. 약간 복잡한 문제라서 나중에 사실대로 다 말해줄게. 지금은 조금 곤란해서…….”

“헐……. 그럴 수가…….”

유미는 약간 충격을 받은 거 같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황이 아루와 섹스를 하고 음란한 짓을 한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웬만한 고등학생이라면 알건 다 알지만, 유미는 아직 순수한 편이기도 하고 확실히 나이가 어리다보니 그런 쪽으로까지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 복잡한 가정사라는 부분이 훨씬 더 신경이 쓰였지만 왠지 캐물어보면 시황이 곤란해 할 거 같아 묻지 않기로 했다. 자신도 이제 조금 있으면 20살인데 어린애처럼 굴 수는 없는 일이니까.

“이때까지 말 안 해줘서. 미안.”

“아니에요. 오빠. 사람마다 사정이 있으니까요.”

유미는 어른스러운 척 하면서 말했다. 이러니까 정말 자신의 마음이 넓고 어른스러운 거 같아 흡족하다.

“고마워. 그래서 그 부분은 문제없을 거 같아. 괜찮아 유미야?”

“그, 그러면 어쩔 수 없죠…….”

유미는 영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싫다고 하고 싶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분명 이게 맞는 말이었다. 평소라면 절대 이해를 못했겠지만 어째서인지 지금은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었다.

“고마워. 그리고 나중에 유미 너 방송에 나와야 되는데 괜찮겠어?”

“뭐, 그 정도야. 괜찮아요. 나중에는 오빠 화장품 모델도 할 거잖아요.”

시화의 말에 유미가 농담을 하듯 말했다. 말이 화장품 모델이지 그냥 인터넷에 사진 몇 장 올리는 사용기가 다니까. 유미는 그렇게 간단히 생각하고 있었다.

“나중에 6시쯤에 방송할 거거든. 그때까지 잠깐 쉬자.”

“네. 그렇게 해요.”

아직 점심을 안 먹은 시간이라 시황은 밥을 주문해서 먹었다. 음식이야 항상 케즈론의 성에서 조달하니 집에 간식거리 말고는 특별히 먹을 게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시켜 먹는 게 보통이었다.

아루는 유미와 찬미가 와서인지 즐겁게 웃으면서 떠들었고 찬미와 유미는 그런 아루와 대화하면서 수란을 슬쩍 쳐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수란은 처음에만 조금 얘기를 하고 난 뒤에 따로 떨어져 책만 읽고 있었다. 여자들과 전혀 융화가 되지 못한 모습인데 오히려 그게 안심이 되었다.

6시가 다돼가자 시황은 방송할 준비를 했다. 저녁도 미리 먹어뒀기 때문에 10시까지 방송해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어떤 게임방송을 하는 사람 보면 오후 1시에 켜서 새벽 4시까지, 정말 하루종일 방송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시황은 마력 회로를 사용해 노래를 불러야하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 방송하는 건 불가능했다.

“오빠, 전 이제 갈게요.”

6시 30분에 교대라 찬미는 카페에 갈 준비를 했다.

“응. 나중에 방송 끝나면 데리러 갈게.”

“고마워요. 오빠. 방송 잘하세요.”

“찬미 언니 안녕히 가세요.”

아루도 인사했다.

“언니, 나중에 오면서 맛있는 거 사와. 나 밤에 배고파.”

“알았어.”

유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찬미가 현관문을 나갔다. 겨우 찬미 한 명 나간 걸로 방이 휑하게 변한 느낌이다.

“수란아, 미안한데 소파 말고 위에 침대에 가서 책 읽을래?”

“알았어요.”

시황의 말에 수란이 책을 가지고 2층으로 올라갔다. 기다란 다리와 잘록한 허리를 가진 수란의 체형은 한국인과 비교하면 달라도 너무 달랐다. 힐을 신지 않았음에도 보통 한국 여자가 힐을 신은 듯한 그런 길고 미끈한 다리를 가져 몸매게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수란의 뒷모습을 음미한 시황은 방송 준비를 마무리 했다. 카메라 각도를 조절해 아루와 유미가 잘 나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유미와 아루에게 방송 중에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확실히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나만 노래하면 재미없으니까, 유미도 노래 하는 건 어때?”

“저, 저도요?”

“응.”

시황의 말에 유미는 살짝 부끄러워하면서도 해보고 싶어 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당연하지. 유미도 노래 잘하잖아.”

“오빠에 비하면 어린애 수준이죠.”

유미는 웃으면서 말했다. 말은 그래도 솔직히 나름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시황이야 웬만한 가수, 아니 실력파 가수보다도 잘하는 실력이니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이제 방송 틀게.”

“휴우, 알겠어요. 오빠.”

유미는 잔뜩 긴장해서는 숨을 가볍게 내쉬었다. 그에 비해 아루는 평상시 그대로의 표정이다.

“아, 맞다. 아루야 그 팔찌 빼.”

“네! 오빠.”

아루는 백금 팔찌를 빼서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유미의 눈이 자연스럽게 팔찌로 향했지만 그거에 대해 뭐라고 묻거나 하지는 않았다.

준비가 완료되고 시황은 방송을 켰다.

[오, 방송 켜졌다.]

[오빠, 방송만 기다렸어요~]

[헐, 옆에 누구임?]

[레알 쩐다. 옆에 누구???]

[한 명은 그 사진에 나왔던 여자 같은데 다른 한명은 누구에요?]

[와, 진짜 미친 듯이 예쁘다. 인간이 저렇게 예쁠 수가 있나?]

방송을 켜자마자 들어온 시청자들이 아루의 얼굴을 보고 감탄해서 너도나도 채팅을 치다보니 방송에 버퍼링이 생길 정도였다.

시황이 예상했던 대로 아루는 얼굴만으로도 엄청난 이슈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방송을 켰네요. 다들 잘 지내셨죠?”

시황은 일단 인사부터 했다.

[강시황 죽어라. 쓰레기야. 졸렬한 놈]

[예쁘긴 뭐가 예쁘냐 완전 성괴구만. 우웩]

[너 같은 놈은 고소 처먹어야 돼. 개념 쓰레기]

[인간 쓰레기야 또 여자 때렸냐?]

그런데 시황이 방송을 켜자마자 어떻게 알고 왔는지 수많은 악플러들이 들어와서 시황을 욕하기에 바빴다. 히지만 시황은 강퇴를 시키지 않고 일부러 놔두었다.

“안 그래도 그 루머에 대해서 해명을 하려고 제 옆에 계신 여자 분들을 불렀어요.”

[루머 같은 소리 하네. 사진까지 다 떴는데.]

[그런 구라에 속을 줄 암?]

[그거 이미 루머 글 쓴 사람 사과문 올렸는데 아직 못 보신 분들 많으시네.]

[욕하는 넘들은 사과문이나 읽고 와라]

욕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시황을 옹호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 사과문이 크게 이슈는 안 됐지만 이미 여기저기 많이 퍼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악플러가 이렇게 많은 걸 보면 확실히 사람의 이목을 끄는 이슈라는 게 중요하다. 이러니 노이즈 마켓팅이라는 용어도 있는구나 싶었다.

“옆에 있는 애는 유미라고 제 친한 동생이에요. 그 날 같이 거제도에 바다 보러 간다고 학교 앞에서 기다렸다가 사진이 찍혀서 이상한 루머가 생겼는데, 절대로 제가 유미를 때리거나 모텔로 끌고 간 적은 없어요.”

시황은 순수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원래 얼굴 자체가 착하고 순진하게 생겨서인지 말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구라치네.]

[그런 거에 안 속음.]

[또 때려서 말 맞춘 거 모를 줄 암? 완전 개새끼임. 저넘]

악플러는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질 않았다. 좀 자중하라는 채팅도 많았지만 미친 듯이 악플만 쓴다.

“마, 맞아요. 그냥 오빠랑 친한 사이인데 갑자기 그런 루머가 생겨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거 다 거짓말이이니까. 그 루머 믿으시지 마세요.”

유미가 계속된 악플에 살짝 화가 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유미가 해명을 했음에도 악플러들은 전혀 주저치 않고 계속 욕만 쓴다.

미친 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든 이런 악플러에게도 특효약이 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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