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152화 (152/629)

0152 ------------------------------------------------------

도서관

“그건 뭐하시는 거에요?”

세란이 옆에서 신기한 눈으로 시황을 쳐다봤다. 시황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새롭고 신비로워보였기 때문이다.

“저에 관해 안 좋은 소문을 의도적으로 유포해서 약간 겁을 준겁니다.”

“에이, 겁 정도로 되겠어요? 저희 왕국 같으면 당장 잡아다가 혀를 뽑아서 지하 감옥에 가둬버렸을 걸요. 사람의 평판에 영향을 미치는 그런 행위는 엄벌에 처하거든요.”

“그, 그렇군요. 그런데 이 세계에서는 마음대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면 벌을 받으니까 그러시면 안 돼요.”

생긴 거는 가련하게 생겼는데 하는 말이 너무 무섭다. 이게 살아온 삶의 차이인가 싶다.

드르륵!

시황의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저, 저기요. 저, 전 그냥 인터넷에 있는 글 보고 쓴 거거든요. 지, 지금 바로 글 지울 테니까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제발요.]

인터넷에서는 용감무쌍하게 온갖 거짓말을 하고 루머를 퍼트리더니 직접 전화로 얘기를 하자 잔뜩 겁을 먹어서 울먹울먹 거리고 있었다.

[왜 그런 루머를 퍼트렸죠?]

[그, 그게……. 사, 사실 제, 제가 유앤미 팬인데 자꾸 사람들이 유앤미보다 노래 본좌 님께서 노래를 더 잘하신다고 해서……. 정말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예상대로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가 비교당하고 욕을 먹자 화가 나서 그런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다.

지금 이렇게 루머를 유포한 사람에게 전화를 건 것도 그저 짜증이 나서 분풀이 하는 수준이었지 정작 겨울철 산불처럼 번지는 여파를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은 전혀 아니었다.

[흠…….]

[제발요……. 제발 부탁드려요……. 저희 엄마가 알면 저 죽어요…….]

시황은 고민하는 척 했다. 별다른 말도 필요 없이 이렇게 뜸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아마 똥줄이 타서 오금이 저릴 것이다.

[제발요……. 잘 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흑…….]

시황이 말이 없자 여자애가 울먹이면서 사정한다.

[그 글을 지우시면 끝입니까? 제가 받은 이미지 타격은 어떻게 하실 거죠?]

[죄, 죄송해요. 흑…….]

시황은 여자애가 울든 말든 한참을 더 다그친 뒤에 부모님의 전화번호까지 알아냈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찾아가서 혼을 내주고 싶었지만 일단 이 루머를 진압하는 게 먼저였다.

[좋습니다. 이번 한번만 기회를 드리죠. 대신에 글만 지우지 마시고 직접 사과문도 쓰셔야 합니다. 그 사과문을 보고 용서할지 말지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루머가 올라올 때 마다 그 글의 댓글에 사실이 아니라고도 쓰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감사합니다. 흑…….]

시황이 말을 바꿀까 싶어 여자애는 감사하다고 말하고는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휴우…….”

시황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화풀이를 조금 하고 나니까 속은 약간 시원해졌는데 무섭게 퍼져나가는 루머를 어떻게 수습할지는 여전히 고민이 됐다. 자신에게는 미스미디어를 이용할 방법 자체가 전무하니까.

“왜 그러세요?”

시황이 한숨을 쉬자 옆에 앉아 있는 세란이 바라보며 묻는다.

“악의적인 소문이 퍼졌는데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군요.”

시황은 세란도 이해하기 쉽게 간단하게 풀어서 설명을 해주었다.

“그렇군요. 저희 세계에서도 눈앞에 있는 칼보다 뒤에 숨어있는 모략을 더 무서워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악의적인 소문이 생겼다고 해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 소문 더 퍼지게 될 테고 결국 그게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이 결국 사람들은 그렇게 믿어버리게 될 거에요.”

“잘 아시네요.”

“뭐, 항상 겪는 일이니까요.”

시황의 말에 세란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데 그 행동을 취한다고 사람들이 믿어줄지 의문이라 말이죠.”

이건 복합적인 문제였다. 진실을 해명해도 결국 사람들은 정보를 취사선택하기 마련이고 그 진실이나 사과문이 공허한 외침이 될 확률이 높았다. 사람들은 스캔들을 좋아하는 거지 해명이나 진실에는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정말 진퇴양난이라는 표현이 딱 맞았다.

“그러면 그 소문을 역이용하거나 더 큰 사건으로 덮는 방법 정도가 있겠네요.”

“음…….”

세란의 말에 시황은 턱을 쓰다듬었다.

자신의 힘만으로는 그 소문을 역이용하는 건 불가능했고, 그나마 더 큰 이슈를 만드는 방법정도는 가능했다.

“더 큰 이슈라……. 아!”

“뭔가 생각나셨어요?”

그렇다 뭔가가 떠올랐다. 그건 바로 유명인과의 스캔들이었다. 공식적으로 인정할 필요도 없고 강소진이나 정은비와 사귄다는 느낌의 스캔들이 신문과 인터넷 매체에 남과 동시에 유미와는 그저 친한 동생 사이일 뿐이라는 것을 인터넷 방송을 통해 보여준다면 루머가 잠잠해지는 건 물론이고 이 스캔들이 더 크게 이슈가 될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강소진이나 정은비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조금 곤란했다. 그렇다면 강소진이나 정은비보다 더욱 이슈가 될 만한 사람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 바로 아루의 얼굴이 떠오른다.

사고가 순식간에 이어진다. 마치 수학문제가 풀려나가듯 해결방법이 떠오르고 다듬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족할만한 결과에 이르렀다. 이전이라면 절대 불가능했을 엄청난 속도의 사고력이었다.

“잠시 만요.”

시황은 다용도 추적기에 몇 가지 단어를 적어 넣었다.

[브로커][국적 취득]

그러자 타블렛에 제법 많은 수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가 뜬다. 답답한 마음에 고른 마법 아이템인데, 원하는 정보만 쓰면 그 사람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까지 다 찾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도구였다. 페널티라고 있는 게 아주 약간의 항마력만 가져도 검색이 되지 않다는 점인데, 지구에는 그런 항마력을 가진 존재가 있기나 할지 의문이다.

시황은 리스트를 훑어보다 근처에 있는 사람보다 약간 떨어진 지역에 있는 사람을 하나 선택했다.

바로 전화를 걸까 하다가 문득 세란에게 생각이 미쳤다. 갑작스럽기는 해도 어찌됐든 앞으로 세란과도 같이 지내야 하는데 아루에게만 한국 국적을 만들어 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세란의 생김새를 보면 전형적인 서양인의 얼굴이라 한국 국적을 가지기에는 좀 무리가 뒤따랐다. 그렇다고 외국 국적을 가지게 되면 그건 그거대로 여러 가지로 곤란하면 면이 많았다.

“세란 님 혹시 머리랑 눈동자 색 바꿀 수 있으세요?”

“외형을 변경하는 건 2서클 마법이라 잠깐은 가능한데 계속 유지하기는 불가능해요. 마나보다는 정신적인 문제가 크거든요.”

마법사라 길래 물어본 거였는데 역시 얼굴을 변한 채로 유지하는 건 어려운 듯 했다. 자신만 해도 뭘 하려고 하면 마기가 드니까.

잠깐 고민하던 시황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케즈론의 성으로 갔다. 마법 아이템 말고는 해결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하급 마법 물품과 최하급 장신구 중에서 외형 변경이 가능한 것을 찾아본다.

[미미의 얼굴 변경 귀결이. 흑인을 백인으로, 백인을 황인으로 바꿔주는 패션 아이템. 충전된 마나량이 매우 적어 5시간을 사용하면 일주일동안 자연 충전을 해야 한다. 다만, 사용자의 마나의 양에 따라 얼굴 변경이 가능한 시간이 변화한다.]

순금으로 만들어진 링 형태의 귀걸이였는데 크게 화려한 모양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래 끼기 위해서는 무조건 화려하고 예쁜 디자인 보다는 이런 수수한 디자인이 더 나았다.

최하급 장신구 하나 고른 시황은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오늘 몇 번이나 성을 왔다갔다하는지 모르겠다.

“세란 님. 이거 껴보세요.”

“어머, 선물이에요?”

시황이 귀걸이를 건네주자 세란이 웃으면서 받아든다. 보통 사람이라면 기쁜 표정을 가득 지을 텐데 세란은 익숙하다는 듯 은은한 웃음만을 지을 뿐이었다.

잠시 귀걸이를 살펴보던 세란이 귀에 걸어본다. 그러자 세란의 얼굴이 미묘하게 변하면서 황인종으로 변해버렸다. 전체적으로 보면 세란의 본래 얼굴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얼굴선이 부드럽게 변하고 머리카락과 눈이 검게 변한 것만으로도 황인종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아루처럼 완벽하게 한국여자라는 느낌은 아니었고 혼혈느낌이 좀 많이 나긴 했다.

“이 귀걸이를 끼니까 마나를 소모하네요. 거기다 얼굴도 미묘하게 변한 거 같고.”

세란은 탁자에 있는 거울을 보면서 말했다.

세란의 커다란 가슴과 아름다운 얼굴이 너무 잘 어울린다.

“이쪽 세계에 위화감이 없는 얼굴로 바꿨는데 괜찮으세요?”

“네. 나쁘지 않네요. 오히려 신선한데요. 그런데 귀걸이가 마나를 자꾸 소모해서 한 달이면 제 마나가 바닥 날 거 같아요.”

“집에서는 빼고 계셔서 괜찮아요. 나갈 때만 쓰시면 되니까요.”

“그러면 문제가 없겠군요.”

시황의 말에 세란이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서양인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시황이라 아까 전까지만해도 아름다운 세란의 얼굴을 보고도 발기는 했을지언정 무덤덤했는데 황인종 느낌이 나게 얼굴이 변하자 가슴이 떨렸다.

세란을 본 자신의 가슴이 이렇게 떨릴 정도이니 한국 국적 2개를 구해도 문제가 없을 거 같았다.

“잠시 책 보고 계세요.”

“알겠어요. 이곳의 지식은 너무나 방대해서 익히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 같네요.”

시황의 말에 살짝 웃으며 대답한 세란이 소파에 기대며 다리를 올렸는데 살짝 벌려진 다리 사이로 음순의 형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저 말랑말랑하고 쫀득한 음순을 만지고 싶은 욕망에 울컥거렸다. 원래 지금 시간이면 찬미와 섹스를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해서인지 자꾸 음란한 생각이 드는 거 같았다.

시황은 가볍게 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 시킨 뒤에 아까 찾아둔 브로커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누구세요?]

약간 묵직한 저음을 가진 남자였지만 국적 위조를 해주는 브로커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 평범한 목소리였다.

[한국 국적 2개를 구하고 싶습니다.]

[…….]

갑작스러운 시황의 말에 사내가 숨을 죽였다.

[무슨 말씀이신지…….]

남자의 목소리는 신중해져 있었다. 보통 인터넷 카페를 통해 만나거나 이렇게 전화로 고객과 접촉을 하기는 하지만 항상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해야 했다.

[관심 없으시면 다른 분에게 연락하죠.]

[잠깐! 성격이 급하시군요.]

시황이 끊으려고 하자 남자가 다급하게 외쳤다. 좀 더 확인할 필요성은 있었지만 적어도 경찰은 아닌 듯 했다.

[구할 수 있습니까?]

[가능은 한데 한국 국적은 가격이 제법 나갑니다.]

남자의 목소리가 은밀해졌다. 마치 지금 우리들은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는 듯한 낮은 목소리였다.

[최대한 안전한 걸로 하고 싶군요.]

[마침 적당한 게 있긴 한데……. 가격이…….]

[가격은 상관없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러면…….]

브로커는 대화가 잘 통하자 만날 장소와 일시를 시황에게 말해주었다.

전화를 끊은 시황은 브로커가 불러준 주소를 확인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주소만 봐서는 모르겠지만 어떤 건물의 사무실 같은 곳인 듯 했다. 당연하지만 미팅도 아니고 이런 위험한 일을 카페 같은 곳에서 만나서 할 리는 없었다.

“휴우…….”

시황은 소파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

갑작스럽게 일이 너무 많이 생겨 정신이 없었다.

유미에 관한 루머, 세란, 톨레이만, 격투 게임.

단순히 단어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지끈한다.

“세란 님은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죠?”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시황이 세란에게 말했다.

============================ 작품 후기 ============================

즐거운 하루 되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