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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되실 건가요? 아니면 다른 나라를 정복하실 건가요?”
시황이 제대로 말을 못하자 세란이 보통 남자들이 이루고자하는 목표를 말했다. 비록 자신에게 거대한 힘은 없었지만 4서클이라는 마법과 20년 동안 익혀온 지략, 그리고 여러 가지 기예가 있었다. 전쟁을 하더라도 충분히 한 몫을 할 자신이 있었다.
“아니요. 흠……. 그런 건 저희 쪽 세계와는 전혀 관련이 없군요.”
물론 하자면 못할 건 아니었지만 해봤자 아무런 의미조차 없었다.
“네? 그러면 절 보고 뭘 도우라는 거죠?”
시황의 말에 세란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톨레이만은 지금처럼 유산에 기대어 지내는 게 아니라 조금 더 큰 야망을 가지고 행동을 하길 원하는 거 같았다. 유산으로 얻은 아이템과 돈으로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며 여자를 탐하고 쾌락에 취하는 건 탐욕에 찌든 삶일 뿐이니까.
하지만 그런 탐욕적인 삶이 뭐가 나쁘단 말인가? 인간의 본성 자체가 탐욕적이고 쾌락을 요구한다. 물론 이때까지 자신에게는 돈을 벌고 퀘스트를 완료하고자 하는 목표만이 있을 뿐이었기 때문에 드래곤인 톨레이만의 입장에서 보자면 좀 답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일단은 저희 쪽 세계에 적응부터 하시는 게 먼저일 거 같군요. 제가 사는 곳으로 가죠.”
“여기가 사시는 곳 아닌가요?”
“여기가 제 성인 건 맞지만 실제로 사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그러죠. 장소야 어떤 곳이든 상관없으니까요. 그런데 성이 참 예쁘군요.”
세란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주변을 서재를 둘러본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우아한 게 과연 공주라는 생각이 든다. 기다란 드레스는 신기하게도 다리는 하나도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길었음에도 가슴골은 슬쩍 드러난다. 제법 풍만한 가슴을 가진 듯 했다.
시황은 프로필을 살폈다.
[세란 라논 톨레이만]
[나이 : 19세]
[키 : 168.5cm]
[몸무게 : 55kg]
[가슴 사이즈 : 75C]
[섹스 횟수 : 안함]
[임신 여부 : 안함]
[성감대 : 목덜미]
사실 시황은 서양여자가 예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눈, 코, 입이 지나치게 뚜렷하고 얼굴에 보통 주근깨가 가득하며 빨리 늙는다는 점 등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런데 세란은 서양인처럼 커다란 눈과 오뚝한 코를 가졌음에도 전체적인 인상이 부드러워 이질적인 느낌이 별로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아직 통성명을 안 했군요. 전 로 하임 제국은 제4왕녀인 세란 라논 톨레이만이라고 해요.”
“강시황입니다.”
“그게 다에요?”
시황의 말에 세란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성을 가졌으면 왕족이든 귀족이든 어떤 직책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
“제가 사는 곳은 그런 식으로 신분의 구분이 있는 건 아니거든요.”
시황은 일단 자신이 사는 한국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그런데 이미 자신의 상황을 대충이나마 파악한데다 머리도 제법 영민하게 돌아가는지 세란은 단번에 시황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했다.
“으흥, 그렇군요. 독특한 곳이네요. 나름 흥미가 잔뜩 생기는 걸요?”
마법사인 세란은 새로운 세계로 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흥분이 더 커 보였다. 어떻게 저렇게 빠르게 모든 상황을 인정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아, 일단 옷부터 갈아입으셔야겠네요. 그 옷은 저희 세계에서는 거의 입지 않는 옷이거든요.”
“안 그래도 이 옷 엄청 불편한데 잘 됐네요.”
세란은 자신의 아름다운 드레스를 보며 말했다.
시황은 그런 세란을 보며 공주라더니 생각보다 성격이 모난 곳도 없고 시원시원한 게 느낌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콘즈야, 옷 좀.”
“네!”
시황의 손뼉에 서재가 변하면서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옷장이 생겨났다. 어찌된 게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옷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전 행성의 옷이 다 있어 원하는 옷을 찾으려면 한참을 걸어가야 했기 때문에 시황은 콘즈에게 말해서 지구에서 입을만한 옷만 추려달라고 했다. 다시금 콘즈가 손뼉을 쳤고 옷이 양의 대폭 줄어들었다.
“이거 뭐죠? 무슨 마법인데 옷들이 막 생겨날 수 있는 거죠? 아무런 마나 파동을 느끼지도 못했는데.”
“케즈론 님의 권능이에요.”
세란은 콘즈에게 꼬치꼬치 캐물었고 콘즈는 그런 세란에게 될 수 있는 한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시황은 처음에 그저 감탄하고 말았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다른 태도와 모습이었다.
“지루한 성보다 여기가 훨씬 재밌네요!”
세란이 웃으면서 말하자 화사한 꽃망울이 피어나듯 폭발적인 아름다움이 터져 나온다. 아루와 느낌은 전혀 달라도 비슷한 급의 아름다움에 시황은 넋을 놓고 쳐다 볼 정도였다.
“제가 옷을 골라드릴게요.”
시황은 문득 드는 생각에 직접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원래는 세란에게 마음에 드는 걸 선택해 보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생각이 변했다.
시황은 일반적인 티와 바지를 고르지 않고 잘 때나 입는 슬립을 하나 선택했다. 가슴 부분이 가득 파여져 있고 가슴 아래 부분은 망사로 된 섹시한 슬립이었다. 그리고 이 슬립과 어울리는 분홍색의 팬티까지 골랐다.
“자요. 저희 세계에서는 이런 옷을 입어요.”
신기한 표정으로 한참 옷을 보고 있던 세란이 시황이 건네준 옷을 받아서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이, 이건 옷이 투명해서 허리랑 배꼽이 다 비치잖아요. 이, 이런 건 조금 부끄러워서 별로인데…….”
야한 슬립을 본 세란은 조금 당혹스러워 하며 말했다. 그런데 생각 외로 엄청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그저 조금 민망하다 수준이었다.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더니 성적인 감각도 상당히 다른 듯 했다.
약간 재미삼아, 장난삼아 골라준 건데 의외로 세란의 반응이 나쁘지 않자 시황의 입에 웃음이 슬쩍 지어졌다.
“싫으세요? 그러면 다른 옷을 골라드릴게요.”
“이, 일단 다른 옷을 줘보세요. 저건 조금 야해서…….”
시황은 이번에는 세란이 덜 부담을 느끼게 얇은 흰 티를 골랐는데 그것도 가슴이 잔뜩 파여 있어 몸을 조금만 숙여도 가슴이 다 보일정도의 옷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팬티 없이 딱 달라붙는 짧은 반바지만 주었다.
“아, 이건 좀 낫네요. 옷은 어디서 갈아입죠?”
시황이 건네준 옷을 받아서 확인한 세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방금 전에 받은 그런 옷은 자신의 언니들이나 입는 스타일이었지 자신이 입기엔 너무 부끄러웠던 것이다.
“여기서 갈아입으세요. 전 잠시 나가 있을게요. 다되시면 말씀하세요.”
시황은 콘즈와 함께 서재 밖으로 나가 복도에 서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재 문이 열리면서 세란이 옷을 다 입었다고 말했다.
“잘 어울리시네요.”
서재에 들어가서 세란이 입은 옷을 본 시황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 그런가요? 옷이 약간 비치는 거 같은데……. 그 세계는 여자들은 이런 옷을 입나 봐요?”
세란은 자신의 옷을 보면서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란이 입은 흰색의 티는 어찌나 얇은지 피부색이 슬쩍 보였고 가슴의 유두 부분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도드라져 있었다. 거기다 분홍빛의 유륜도 은근히 비치는 게 너무나 야해 시황의 성기가 단번에 발기를 해버렸다.
“네. 보통 집에 있을 때는 그렇게 간소하게 입어요. 나갈 때는 저처럼 두껍게 입는데 집에서는 그렇게 입는 게 예의에요.”
“그렇군요. 새로운 세계의 문물이라! 흥미롭군요.”
세란은 바지가 꽉 끼는지 손으로 엉덩이 부분을 잡아당기면서 말했다. 시황은 살짝 달라붙을 수준의 바지를 골랐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입으니까 바지가 완전히 달라붙어 세란의 음부의 형태가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흔히 말하는 도끼자국이 너무나 선명했던 것이다.
“안 불편하시죠?”
“네. 옷은 편하네요. 약간 노출이 있긴 하지만 이정도면 괜찮네요. 사실 저희 로 하임 제국도 성적으로 상당히 개방이 되어 있어서 몇몇 지역에서는 성년이 된 여자가 남자에게 구애를 하기 위해서 생식기 안에 자신이 만든 음식물을 넣어두고 남자에게 그걸 꺼내먹게 하거든요.”
“네?”
시황은 세란의 말에 당황해서 자기도 모르게 되묻고 말았다. 저런 노골적인 말을 스스럼없이 할 줄이야. 시황은 세란이 한 말이 자동적으로 머릿속에 연상이 되면서 성기가 터질 것처럼 발기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전 그런 성적인 면에서는 언니들이랑 다르게 엄청 보수적이라서요. 그래서 아까 그런 옷도 조금 부끄럽더라고요.”
“아, 네.”
성적으로 보수적이라면서 가슴이 비치는 옷에 음부의 윤곽이 그대로 나오는 옷을 입고 있다니 상당히 아이러니했다.
엄청나게 보수적인 세란이 저 정도라면 세란의 언니는 도저히 어떨지 상상조차 가질 않았다. 시황은 로 하임 행성에 한 번 방문해볼까 하는 생각이 가득 들었지만 그건 나중에 하기로 하고 세란을 오피스텔에 데려다 주기로 했다.
문을 소환하자 세란이 감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세란을 데리고 오피스텔을 데리고 가자 계속 신음소리 비슷한 감탄성이 이어졌다.
“오오, 이건 뭐죠? 처음 느껴보는 질감이네요.”
세란은 오피스텔을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구경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시황은 그런 세란에게 전반적인 것들을 가르쳐주고 케즈론의 독서실에 가서 지구의 역사에 관한 책들을 몇 권 건네주었다.
“읽으실 수 있으세요?”
이때까지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대화를 해서 책도 읽을 수 있는지 궁금함이 생겼다.
“네. 읽어지네요. 톨레이만 님께서 언어변환 마법을 걸어두셨나 봐요.”
“다행이네요.”
언어 습득용 알약 한 개를 아꼈다.
소파에 앉은 세란은 풍만한 가슴과 늘씬한 다리를 내놓은 채 책을 보고 있었다. 제법 흥미로운지 눈이 반짝반짝거린다.
시황은 세란의 옆에 앉았다.
“시황 님은 부인이 몇 명이세요?”
“네?”
뜬금없는 세란의 말에 시황이 당황해하며 대답했다.
“아직 결혼 안하셨어요?”
“안 한 건 맞는데. 저희는 일부일처제라서 여러 명과 결혼을 할 수가 없어요.”
“어머, 그래요? 이상한 법이네요. 저희는 남자든 여자든 원하는 만큼 부인이나 남편을 만들 수 있거든요. 그래서 셋째 언니만 해도 남편이 5명에 이르구요.”
“아, 네.”
그 로 하임 제국인가 하는 곳은 뭐가 어떻게 된 곳인지 모르겠다.
“이 세계에는 왕도 없고 전쟁도 없다. 그렇다면 시황 님께서 이뤄야 할 목표는 뭔가요?”
세란은 시황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세란의 눈은 빨려들어 갈 듯 매혹적이다.
“목표라…….”
시황은 소파에 앉아 세란의 다리를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털 관리를 잘 했는지 다리가 미끈미끈하다.
가장 큰 목표는 10레벨을 만들어 모든 케즈론의 유산을 이어받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노래니, 만화니 하면서 노력하는 중이니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만으로는 뭔가 밋밋한 느낌이었다. 사실 4레벨이 되고 나서 삶의 질은 윤택할 만큼 윤택해졌고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으면 평생 편안하게 먹고 살 수준은 충분했다.
하지만 케즈론의 유산을 받아놓고 겨우 그런 삶을 살아야할까? 그렇다면 일반인과 다를 게 뭘까?
세란이 자신을 지그시 응시한다.
“왕이 되시는 건 어떤가요?”
“하하. 아까도 말했지만 저희 세계에는 왕이 없어요. 아니, 있는 곳도 있지만 유명무실할 뿐이죠. 그저 명예만 남은…….”
“제가 말하는 건 단순한 왕이 아닌, 모두에게 인정받고 존경을 받는 그런 위대한 존재에요. 톨레이만 님께서 저보고 시황 님을 도우라는 것도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의미가 아니었을까요?”
갑자기 스케일이 커지는 느낌이지만 그런 존재가 된다고 생각하니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존경을 받는 사람이라……. 확실히 이건 세계를 지배하는 거나 왕이 된다는 극단적인 상황과는 전혀 달랐다.
세란을 붙여준 건 이정도 야망을 가지고 실현해 나가라는 것 같았다. 케즈론의 유산을 얻어놓고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이런 생각은 찬미나 아루, 은지와 지숙에게서는 나오기 불가능한 종류였다.
뭐, 그렇다고 지금 당장 뭔가를 해보겠다고 나설 생각은 없었다. 이때까지 해왔던 대로 차근차근 해나가되 조금 더 꿈이 커졌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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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