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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145화 (14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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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아! 유미 왔구나.”

시황이 손을 흔들며 말하자 여자애들이 전부 유미를 쳐다본다. 단번에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자 유미의 얼굴이 빨개진다.

“쟤 누구야?”

“몇 반 애지?”

여자애들이 갑자기 수군수군거린다.

“오, 오빠.”

유미가 시황에게 차마 접근을 하지 못하고 조그맣게 말했다. 수많은 시선을 상당히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거 같았다.

“유미야, 타. 가자.”

시황은 직접 유미 손을 잡아 차에 태워주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오 라는 짧은 감탄이 터져나온다. 그러면서 대중화된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몇장 찍는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 세렝게티에서 방송하니까 심심하신 분들은 시청해주세요. 전 그러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근처에 있는 여자애들이 들을 만큼 큰 목소리 정중하게 인사한 시황은 차에 탔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노래 본좌라는 사람이 신기해서 모인 거지 남자 아이돌 가수처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빠진 게 아니기 때문에 시황이 차에 타자 몰려든 여자애들이 삼삼오오 떠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몇몇 아이들은 가는 척 하면서 시황과 유미가 차 안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거멓게 선탠이 된 창문으로 슬쩍 훔쳐 쳐다보다가 사진을 찍는다.

“하아……. 오빠 방금 뭐였어요?”

차 안에 들어오자 안심이 되는지 유미가 가볍게 숨을 내쉬며 가방을 벗어서 뒷자리에 놓아두었다.

“글쎄? 난 그냥 유미 기다린다고 밖에 서있었는데 갑자기 여자애들이 몰려들어서 사인해 달라고 해서 사인해주고 있었지.”

“사인요?”

“응.”

“노래 본좌 때문에 그런 거에요?”

“그런 거 같아. 이렇게 인기 많을지는 몰랐네.”

“신기하다.”

“나도.”

시황은 피식 웃으면서 시동을 켰다. 정말 이때까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아이돌 가수한테나 연예인한테나 일어날법한 일이 자신에게도 생기다니……. 여자들 그것도 유미 또래의 풋풋한 애들이 자신을 좋아해준다는 사실에 그저 웃음만 나왔다.

시동을 켜고 시황은 천천히 차를 몰아 학교 주변을 빠져나갔다.

“이게 오빠가 산 차이에요? 대박 멋있다. 이런 차 얼마나 해요?”

학교를 벗어나자 유미는 완전히 마음이 가벼워졌는지 평소의 그 활달한 목소리로 시황에게 말했다.

“2억 정도.”

“네?”

시황의 말에 유미는 뭘 잘못 들었나 해서 얼떨떨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2억 정도해.”

“2억이요? 이 차가요?”

“응.”

“와……. 와……. 진짜 대박이다…….”

자신의 집보다 비싼 차 가격에 유미는 입을 벌리고 다물 줄을 몰랐다. 그리고는 차에 흠집이 안 나게 조심하면서 조신하게 앉는다. 아까 전과 다른 의미로 또 긴장을 잔뜩 하고 있었다.

마치 조신한 숙녀처럼 다리를 가지런하게 하고 앉아 있으니 짧은 교복 치마로 희고 고운 다리가 드러나 그쪽으로 슬쩍 눈이 간다.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음……. 바다는 어때요? 원래 이렇게 드라이브하면 바다 보잖아요.”

유미는 드라마에서 본 장면을 생각하며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사랑하는 남자와 2억 원이 넘는 외제차를 타고 해변가 드라이브라니! 정말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일이다. 여자들이 꿈꾸던 판타지를 이루어서인지 유미는 평소보다 더 가슴이 뛰는 걸 느꼈다.

“그러자. 별로 먼 거리도 아니니까.”

유미의 말에 시황은 거제도를 가기로 했다. 이제 오후 1시였으니까 거제도에 도착하면 대충 2시가 조금 넘을 거 같았다. 서울 같은 곳이야 너무 멀어서 당일치기로 갔다 오기가 힘이 들었지만 거제도는 전혀 부담이 없었다.

시황은 속도를 내기 보다는 최대한 안전하게 운전을 했다. 운동 능력과 지능이 향상되어 생각과 의지대로 몸이 움직이고 꼬이는 일 따위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운전이라는 건 어떤 돌발적인 상황이 생길지 몰랐으니까 적당한 주의가 필요했다.

“와, 재밌다. 아빠랑 명절날에 차 탈 때는 엄청 지겨운데 오빠랑 타니까 하나도 안 지겨워요.”

19년 동안 키워준 아버지에게 비수를 꽂는 말을 스스럼없이 한 유미는 시황을 보며 산뜻하게 웃었다. 케즈론의 화장품 덕분에 유미의 피부는 날이 갈수록 깨끗해졌다. 전과 비교해서 여드름이 반 정도나 줄어있어 숨겨졌던 미모가 은근슬쩍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대로 한두 달 정도만 더 바르면 웬만한 여드름은 다 사라질 테고 수능 칠 때쯤이면 누구보다 좋은 피부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찬미보다도 아름답게 변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 다행이네.”

시황은 웃으면서 말했다.

“아, 맞다. 유미야, 유미는 요즘 보는 만화 있어?”

“만화요? 그냥 인터넷에서 웹툰 조금 보는데, 요즘 노블리스가 엄청 재밌어요. 오빠도 안 보셨으면 한 번 보세요. 진자 최고에요.”

“그래?”

유미의 반응만 봐도 확실히 한국 만화 시장은 웹툰으로 넘어 간지 오래였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만개에 육박하던 대여점도 망하거나 문을 닫아 어느새 2000개가 채 남지 않았고 소비자들도 공짜로 인터넷으로 볼 뿐 구입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리 인기가 많은 만화책이라도 초판 400만부 이상 찍는 일본과 다르게 초판본을 1만부 이상 찍지 않는 게 바로 한국의 현실이다.

말도 안 되게 열악한 현실이지만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런 한국사람, 아니 인간의 기본 특성 중 하나가 여기저기서 재미가 있다고 소문이 나고 미디어나 매스컴에 소개돼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너도나도 흥미를 가지고 사보기 마련이었다. 자신이 읽든 안 읽든 그저 그 유명한 책을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이것의 한 예로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여신의 물방울이라는 와인에 관한 만화책이 잘 보여주고 있었다. 매스컴에 노출되면서 단번에 인기를 탄 이 만화책은 1권에서 10권까지 100만 부라는 말도 안 되는 판매량을 보여주었다.

그 인기 많은 투피스도 한국에서 1만부 이상 찍어내기가 힘든데 여신의 물방울은 대략 권당 10만 부 이상이 팔린 것이다.

뉴스 기사에 뜨는가?, 여론이 어떻게 형성이 되는가?, 만화를 보는 사람이 아닌 일반 여성이나 남성에게 흥미를 끌 수 있는 소재인가? 등, 매우 복합적인 요소가 섞여 권당 10만 부 이상이라는 놀라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여자나 남자가 부담 없이 볼 수 있어야 하며, 전체 관람가여야 한다는 점, 매스컴 노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루스 모룬의 모험은 한국에서 잘 팔리기는 약간 어려울 게 분명했다. 일단 첫 작품은 자신이 새롭게 창조한 만화가라는 인물에 대한 인지도를 위한 것과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많이 팔리지 않을 걸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다.

유미와 가볍게 대화를 하자 어느새 거제도에 도착했다. 생각대로 2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하지만 휴게소에서 미리 몽돌해수욕장을 찍어놨기 때문에 아직 조금 더 가야했다.

“유미야, 밥 먹었어?”

“아니요! 저 완전 배고파요 오빠.”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시황의 말에 유미는 고민을 한다. 거제까지 왔으니 독특한 걸 먹고 싶었는데 선뜻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해수욕장 근처 가서 고민해보자.”

“네! 그렇게 해요.”

유미는 눈을 반짝이며 창가를 바라봤다. 아직까지 바다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저 이렇게 경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와! 오빠 바다에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가 모습을 나타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소풍이나 여행을 가며 바다를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시황과 온 것만으로도 기분이 들떴고 사소한 거 하나하나가 행복했다.

바다가 나타나자 길 주변에 예쁜 모양의 펜션이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영화 속에 나올법한 아름다운 그 모습에 유미는 넋을 놓고 쳐다봤다.

“오빠. 저 펜션 진짜 예쁘네요. 저런데서 놀면 얼마나 재밌을까?”

“유미 펜션 가본 적 없어?”

“네. 고3이기도 하고 부모님도 바쁘셔서 갈 시간이 없어요. 와, 저 펜션도 대박 예뻐요.”

“그러면 다음에 오빠랑 같이 올까? 찬미도 데리고.”

“진짜요? 그런데 언니는 왜요? 저랑 단 둘이 오기는 싫은가 봐요?”

시황의 말에 유미가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펜션을 오자고 한 제안까지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는데 찬미라는 불청객이 끼어드는 건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찬미가 있어야 밥도 하고 간식도 차려주지. 거기다 설거지하고 방 정리도 해야 하고.”

“윽…….”

너무나 현실적인 시황의 말에 유미는 뭐라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집에서도 보통 찬미가 밥과 설거지는 물론 빨래까지 다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요리만 할 줄 알아도 강력하게 둘만 가자고 주장할 텐데 확실히 그 부분이 많이 걸렸다.

“칫, 그러면 저랑 오빠랑 같은 방에서 자고 언니는 다른 방에서 자면 허락해줄게요.”

“그건 찬미한테 허락받아야 하지 않을까?”

“언니야 제 말이면 다 허락해줘요.”

이미 자신이 시황을 좋아하는 걸 찬미가 알았기 때문에 허락해줄 게 분명했다.

“그런데 언제 올 거에요? 저 벌써부터 기대돼서 막 심장이 두근두근 떨려요.”

“음……. 유미 수능치고 12월 30일에 오는 건 어때? 2박 3일 머물면서 1월 1일 새벽에 해 뜨는 것도 보고. 괜찮지?”

“와, 대박. 진짜 재밌겠다. 하……. 근데 5개월 넘게 언제 기다리지…….”

시황의 속셈도 모른 채 유미는 12월 30일까지 너무 오래 남았다는 사실에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고3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런 유미를 보면서 시황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12월 30일에서 2박 3일이면 유미가 미성년자를 딱지를 떼는 1월 1일을 포함하는 기간이었다. 그리고 12시가 되는 순간 성인이 되는 유미를 축하하며 첫 경험을 가지게 해줄 생각이었다.

시황도 벌써부터 그 날이 기대가 돼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몽돌해수욕장에 도착한 시황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BMW M6라는 고급차가 들어오자 사람들이 슬쩍 쳐다본다.

“와, 날 엄청 좋다.”

차에서 내린 유미가 바다 내음을 들이키며 말했다.

유미의 말대로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고 햇살을 따가울 정도로 강하게 내려쬐었다. 여름이니 당연하기는 했지만 이대로라면 희고 고운 유미의 피부가 탈까봐 조금 걱정이 되었다.

“유미야, 오빠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올게.”

“화장실요? 저도 갈래요.”

“그래. 같이 가자.”

시황은 근처에 있는 제법 커다란 화장실로 갔다. 중, 고등학생들 방학을 하기도 했고 완연한 여름이 찾아들어 해수욕장에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시황이야 유투브에 노래도 올리고 카페 일을 한다고 바빠서 벌써 이렇게 나들이 가는 계절이 되었다는 걸 이제야 새삼 깨달았다.

사실 드래곤의 유산을 받기 전에는 시황에게 같이 놀러갈 친구도 없어서 여름에는 그냥 고시원에서 빈둥거리기만 했기 때문에 그런 날이 됐다는 감각이 있을 리가 없었다.

“헥헥, 덥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뜨거운 햇살에 유미가 벌써 땀을 조금 흘리고 있었다. 마기 때문인지, 몸이 변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전부터 크게 덥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 몰랐는데 일반적인 사람에게는 꽤 더운 날인 거 같았다.

“끝나면 앞에서 기다려.”

“네. 오빠.”

시황은 커다란 남자 화장실에서 제일 구석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오줌이나 대변이 전혀 급하진 않았지만 유미를 위해 준비해야 될 물건들이 있었다.

문까지 걸어 잠근 시황은 바로 케즈론의 성으로 가서 자외선 최하급 마법 물품 하나와 하급 장신구 하나를 골랐다.

[자외선 차단용 스프레이. 귀찮게 바르지 않고 뿌리기만 해도 자외선에서 완전 해방! 끈적거림이나 백탁 현상이 전혀 없는 것이 큰 장점이다.]

[온도조절용 사파이어 목걸이. 천연 사파이어로 만들어진 이 아름다운 목걸이는 착용자를 항상 쾌적한 온도에서 생활하게 만든다. 다만 주변 온도를 완벽하게 컨트롤하기엔 성능이 부족하기 때문에 약간 덥거나 약간 추울 수도 있다.]

최대한 빠르게 아이템을 고른 시황은 아공간에 집어넣고 화장실로 돌아왔다.

똑똑.

문을 나오자 마자 밖에서 누군가 노크를 했다. 시황은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안에 있다고 노크를 다시 해주고 물을 내린 뒤에 잠시 기다렸다가 밖으로 나갔다.

============================ 작품 후기 ============================

추천, 선작, 코멘트, 쿠폰 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군대 사격때문에 생긴 이명증이 심해져서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검사를 하고 엉덩이 주사를 놓더군요.. 간만에 맞는 주사라 그런지 좀 무섭더라고요;

하여튼 군대 아직 안 다녀오신 분들은 사격을 할 때는 꼭 귀마개를 끼고 하세요.

저처럼 이명증으로 고생하실 수 있어요.. ㅜㅜ

아 그리고 글이 반복된다는 분들이 좀 계신데... 저도 사실 며칠 전부터 느끼고 있었습니다... 글이 지루해지지 않도록 좀 더 다이나믹하게 써보도록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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