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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현주랑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
“저, 저도요. 오빠.”
이 대화를 끝으로 잠깐 적막감이 감돌았지만 그렇다고 어색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현주는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이 새로운 감정에 몸을 떨었다. 첫눈에 반하듯 시황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을지는 몰랐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저 멀리서 바라만 봐야할지 알았는데…….
“이제 준비하자.”
“아, 네.”
시황의 말에 현주가 얼굴을 붉히며 내려왔다. 섹스를 할 때와 비교도 약한 스킨십이었지만 묘하게 가슴이 터질 듯이 두근거렸고 숨소리도 약간 거칠어졌다.
“내가 준 하이힐 신고 있네. 그거 편하지?”
“아! 네. 오빠. 굽이 엄청 높은데도 운동화를 신은 것처럼 편해요.”
시황의 말에 현주가 발을 살짝 들면서 말했다. 베이지색의 미니스커트가 펄럭인다.
“편하다니까 다행이네.”
시황은 현주의 볼을 살짝 만져줬다. 이전과 다른 적극적인 스킨십에 현주는 볼을 사르르 붉힌다. 이런 분위기라면 시황이 언제 고백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자신과 시황이 연인이 되고 결혼을 해서 예쁜 애를 낳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하아…….”
생각만으로 짜릿해서 팬티가 흥건해진다. 다른 때는 괜찮다가 시황과 관련된 생각만 하면 질이 젖어드는 걸 보면 자신도 어지간히 시황을 좋아하구나 싶었다.
“이제 청소하자.”
“네!”
시황의 말에 평소보다 더 활기차게 대답한 현주는 열심히 카페를 청소했다. 고용된 입장이기는 했지만 현주는 시황만큼이나 카페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기 때문에 자기 집처럼 열심히 쓸고 닦았다.
항상 그렇듯 10시에 오픈을 하자 사람들이 순식간에 들어찬다. 이미 카페 케즈론은 이 지역 말고도 다른 지역에서 찾아올 정도로 상당히 유명해져 있었다. 그래서 지역 대학생들과 주변에서 일하는 직장인은 물론이고 서울에 사는 사람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 찾아왔다.
덕분에 매출은 꾸준하게 증가했는데 25평 밖에 안 되는 카페라 앉을 자리가 많이 부족했다. 좀 더 확장을 시켜야 하나 고민이 생길 정도였다.
시황은 좀 한산해지자 테이블에 앉아서 노트북을 켰다. 요즘 만화나 웹툰의 트렌드를 알기 위해서였다.
따르릉.
“사장님 전화 왔어요.”
“전화? 누군데?”
한창 만화를 보고 있는데 초롱이가 시황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어디 기자라는 거 같은데요.”
“기자라고?”
시황은 기자라는 말에 단번에 무슨 일로 전화했는지 눈치를 챘다. 뇌세포가 증가했다더니 상황판단이 단번에 이루어졌다. 이전처럼 흐리멍덩하고 뿌연 느낌이 전혀 없었다.
카운터로 가서 시황은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걸즈 센스의 송미란 기자입니다. 강시황 님 맞으시죠?]
[아, 네. 맞긴 맞는데 무슨 일로…….]
[네. 저희가 이번에 노래 본좌이자 카페 케즈론을 운영하시는 강시황 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기자라더니 처음 대화하는 사이인데도 말을 잘했다.
[제가 인터뷰를 할 게 있을지 잘 모르겠네요. 별로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어머, 아니에요. 시황 님의 인기가 지금 얼마나 대단한데요. 저희랑 만나서 인터뷰 하시면 나름 뜻 깊고 즐거운 시간이 될 거 같아요.]
시황으로서는 전혀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분명 이것과 관련된 퀘스트도 있을 테고 인지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다른 퀘스트들도 완료하기가 쉬워진다.
[음……. 그렇군요. 그러면 언제 쯤 하실 건가요?]
[시황 님은 언제 시간이 되세요?]
[전 언제든지 괜찮습니다.]
[그러면 이번 주 금요일에 가능할까요?]
[네. 괜찮습니다.]
[그러면 이번 주 금요일 오후 1시쯤에 제가 시황 님 카페로 갈게요. 사진도 몇 장 필요하니까 최대한 멋있게 차려 입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시황은 피식 웃었다. 그렇게 나이가 많은 건 아닌지 목소리가 귀여운 게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사장님. 우리 카페 찍으러 온데요?”
옆에서 주의 깊게 듣고 있던 초롱이 물었다.
“뭐 그런 셈이지.”
“언제요? 언제와요? 와, 대박이다.”
“금요일에 온다네. 걸스 센스라는 잡지라는데 유명한가?”
“대박 유명하죠. 그날 화장 열심히 하고 와야겠다.”
정작 인터뷰 대상자인 시황은 덤덤한데 옆에 있는 초롱이가 더 난리였다. 가볍게 웃어준 시황은 테이블에 돌아와서 앉은 뒤에 관련 퀘스트가 뭐가 있는지 타블렛을 꺼내서 살폈다.
[30년 이상의 마기를 모으세요.][완료][경험치 3600]
[죽음 겪은 뒤에 다시 살아나세요.][완료][경험치 20000]
“으잉?”
죽었다 살아났더니 경험치 2만을 얻었다. 아마도 완전 회복 물약을 염두에 둔 퀘스트 같았는데, 덕분에 경험치 바의 5분의 1정도가 단번에 차버렸다.
엄청난 경험치에 얼떨떨한 표정을 짓던 시황은 입가에 웃음이 살짝 그러졌지만 동시에 5레벨이 되기 위해서는 총 10만이라는 경험치가 필요하다는 것에 약간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마치 이제 막 이등병이 된 군인처럼 앞이 깜깜하다.
“차근차근 해보지. 뭐.”
급할 건 전혀 없었다.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해나가는 게 중요했다. 이미 4레벨이 된 것만으로도 20억이 넘는 현금과 수많은 마법 아이템을 얻어 마음만 먹는다면 그 어떤 재벌 부럽지 않은 부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다만, 아직까지 사회적 기반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퀘스트를 좀 더 살펴본 시황은 만화와 웹툰을 조금 더 읽었다. 노래 본좌 때와는 다르게 만화는 가명을 써서 출판할 생각이었다. 이미 자신에게는 노래 본좌라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만화를 보는데 어떠한 편견이 간섭할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뭐, 일단 출판을 하는 게 먼저지만 말이다.
“현주야, 가게 좀 봐줘.”
벌써 오후 12시가 조금 넘었다. 오늘 유미와 데이트를 해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방학 보충 수업이 끝나는 1시쯤에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아, 네. 오빠. 걱정 마시고 다녀오세요.”
시황의 말에 현주가 대답했다. 어딜 가는지 묻고 싶다는 게 표정으로 살짝 드러났지만 꾹 참는 듯 했다.
카페를 나온 시황은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장의 한쪽 끝에 늠름한 자태로 BMW M6가 주차되어 있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시황은 아공간에서 키를 꺼냈다. 아공간이 생기고 난 이후의 습관이었는데 휴대폰을 제외한 지갑이나 기타 물건들은 전부 아공간에 보관했다. 그러면 분실의 위험도 전혀 없었고, 찾기도 편한데다 호주머니가 불룩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에 타고 시동을 건 시황은 능숙한 운전 솜씨로 주차장을 빠져나와 유미의 학교로 갔다. 자신의 딸을 데리려고 왔는지 학교 앞에 차를 세워둔 아줌마가 몇 명 있었다.
시황도 그 사이에 차를 세우고 유미를 기다렸다.
12시 55분.
유미가 마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차에서 타블렛을 하며 인터넷을 하며 기다리고 있으니까 벌써 수업이 끝났는지 여자애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들 치마가 어찌나 짧은지 저게 미니스커트인지 교복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야, 이 차 엄청 멋있지 않냐?”
“대박이네. 누구 기다리는 거지?”
미니스커트 같은 치마는 물론이고 상의까지 타이트하게 줄여 가슴 라인이 드러나는 여고생 3명이 차 근처에 서서 얘기를 나누다가 시황과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긴다.
“야, 여자 친구 기다리는 거 같지 않냐? 와 누구지? 대박 부럽다. 나도 저런 돈 많은 남친 있으면 해달라는 거 다 해줄 건데.”
많이 부러운지 그 여고생 둘은 계속 차를 힐끔거리면서 걸음을 옮겼다. 시황은 그런 여자애들의 대화를 단순히 넘기는 게 아니라 다 기억을 해두었다. 저런 자연스럽게 나오는 대화를 통해서 여고생들이 하는 사고방식을 알 수 있었고 여자를 상대로 사업을 해야하는 자신에게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슬슬 여자애들이 많이 나오자 시황은 차에 내려서 유미를 기다렸는데 햇빛에 눈이 부시자 호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서 섰다.
고급스러운 선글라스를 낀 시황이 BMW M6 옆에 기대고 있자 지나가는 여고생들이 힐끔힐끔 거린다. 특별히 오늘 옷을 잘 차려 입은 건 아니지만 케즈론의 옷장에 있는 옷들이 다 그렇듯 입으면 자동으로 사이즈가 조절되어 옷이 몸에 꼭 맞았고, 여기에 운동으로 다져진 시황의 몸매가 어우러져 남자임에도 섹시미가 가득했다.
“야, 저 사람 노래 본좌 아니야?”
“그런가? 저 선글라스 쓴 게 맞는 거 같기도 하고.”
몇몇 여고생들이 시황의 얼굴을 보고 낯이 익자 걸음을 멈추고 살펴봤다.
“맞는 거 같은데? 대박이다.”
“야, 사인 받을래?”
“그럴까?”
살짝 주춤주춤 거리면서 자신을 응시하자 시황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 여자애들을 쳐다봤다. 그런데 치마가 어찌나 짧은지 자신도 모르게 희고 고운 다리에 눈이 갔다. 여자 고등학생 다리를 훔쳐보려고 선글라스를 낀 건 아니지만 남자의 본능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주춤거리던 그 여자들이 몇 명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저, 저기 노래 본좌 맞으시죠?”
“네? 아, 네.”
“와, 대박! 진짜다!”
“와……. 쩐다.”
시황의 말에 여자 고등학생들이 감탄성을 내질렀다. 이미 인터넷에서 상당히 유명해진 시황이었기 때문에 웬만한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였다.
“오빠 사인 해 주세요!”
“저도요.”
여자 애들이 종이를 꺼내 시황에 건네주었다. 보통 사람이면 약간 당황할 법도 하지만 시황은 자연스럽게 종이를 받아 호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능숙하게 사인을 해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임윤아요.”
시황은 임윤아라는 이름을 적고 행복하라고 간단한 코멘트까지 달아줬다.
“고마워요. 이번 주 토요일에 세렝게티에서 방송하니까 시간 나면 보러 오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토요일에 꼭 볼게요!”
상냥한 시황의 말에 살짝 화장을 한 여자 고등학생이 얼굴을 조금 붉히면서 대답했다. 그렇게 몇몇의 여자애들이 사인을 받자 무슨 일인지 궁금한 표정을 지은 여자애들이 한명씩 모여들었고 어느새 시황의 주위로 제법 많은 여자애들이 와서는 사인을 받아갔다. 시황과 관련된 동영상이 여자애들이 많이 가는 사이트에 수없이 오른 데다 네일트 메인에 뉴스도 뜬 적이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유명해진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연예기획사 쪽에서 먼저 컨택을 해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노래 본좌 대박 친절하다.”
“야, 노래 본좌 완전 엄친아지 않냐? 노래도 쩔고 얼굴도 잘생겼는데 돈도 많아.”
“오빠! 가수로 데뷔 하실 거에요?”
여자애들이 많아지자 순식간에 시끌시끌해졌다. 연신 감탄하는 여자애들이 있었고 시황에게 이것저것 묻는 여자애들도 있었다.
너무 시끄럽고 말이 많아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지만 시황은 웃으면서 일일이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오빠!”
그때 여자애들을 비집고 유미가 다가왔다. 눈이 휘둥그레진 게 이게 무슨 일인지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사람의 심리라는 게 그랬다. 아무도 아는 체를 안 했을 때는 선뜻 다가서지 못하다가도 이렇게 몇 명이 먼저 다가서면 그때부터 우르르 몰려든다. 시황이 유명한 것도 있지만 심리적인 연쇄효과도 크게 작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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