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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즈야, 어떻게 해……. 컥…….
당황한 시황이 콘즈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려고 한 순간, 몸에 흡수된 공청석유가 활동을 시작했다. 약한 압력이 몸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 받자마자 이어서 엄청난 기가 쏟아져 내렸다. 그것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양의 내공이었다.
이건 잔잔하게 흐르던 강의 하류에 막고 있던 댐을 열어 한순간에 물바다로 만든 것과 똑같았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1갑자라는 어마어마한 내공이 11년의 마기를 단번에 휩쓸어버렸다.
“시황 님! 정신 똑바로 차리고 최대한 내공을 컨트롤하셔서 하단전으로 이끄세요!”
다급하게 외치는 콘즈의 말이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황은 본능적으로 내공을 컨트롤해서 하단전에 우겨넣으려고 했다. 이대로라면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심장이 폭발이라도 할 듯 뛰었고 집중력은 그 어느 때보다 깊어졌다. 모든 힘, 정말 모든 힘을 다해서 거대한 기를 컨트롤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불가능이라는 게 있었다. 흔히 말하는 정신력만으로는 하기엔 불가능한 일들 말이다. 가령 달려오는 덤프트럭을 평범한 인간이 맨 손으로 막는다든가, 댐을 열어 거세게 흐르는 강물에 유유자적하게 헤엄을 친다든가 하는 일 말이다. 지금 시황이 겪고 있는 건 그것과 비슷했다. 아무리 컨트롤하려고 해도 한계를 벗어난 힘이기에 컨트롤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읍…….”
꾹 다문 시황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내상을 넘어서 엄청난 기가 전신을 헤집고 다니면서 근육이며 장기며 곤죽으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거대한 물살에 지반이 무너지듯 막대한 기에 혈맥이 찢겨져 나갔고 동시에 시황에게 엄청난 고통을 선사했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머리가 하얗게 타들어 가는 거 같았다. 집중력이고 뭐고 당장에 크게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거대한 중력에 짓눌린 듯 몸이 움직여지지도 않았다.
“오, 오빠. 오빠……. 어, 어떡해. 콘즈 님 어떡해요. 오빠 어떡해요.”
아루의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시황의 몸에 있는 혈관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고 입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걸 보자 큰일이 생겼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큰일이네.”
콘즈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이 정도까지 진행이 됐으면 그 어떤 인간이라도 자력으로 회생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어떡해. 어떡해. 오빠……. 어떡해. 정말. 콘즈님 제발 오빠 살려주세요.”
아루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콘즈에게 사정했다. 시황이 아파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마음이 찢어질 거 같아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방금까지만 해도 입에서 흐르던 피가 이제는 귀며 눈이며 할 거 없이 얼굴에 난 구멍에서 전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복잡한 회로가 그려진 검은색의 평평한 돌이 어느새 피로 흥건히 젖어 붉게 변해버렸다.
1갑자에 달하는 기는 시황의 몸을 분주히 돌아다니며 혈맥과 혈도를 갈가리 찢더니 이제는 뼈와 척추도 조각조각 부수기 시작했다. 지금 진행된 상처만 해도 현대 의학으로는 회생 불가능한 상처였다.
척추가 부러지면서 하반신은 물론이고 상반신까지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동시에 뇌를 태울 듯이 뜨겁던 고통도 사라져버렸다. 갑자기 고통이 사라지고 몸에 감각이 없자 시황은 불안함과 두려움에 가득 차 두뇌로 명령을 내려 봤지만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시력을 잃었는지 눈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냄새도, 미각도, 촉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감각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온 몸이 구속되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방에 감금된 것과 비슷했다. 오로지 정신만이 멀쩡할 뿐 몸에 대한 통제력은 완벽하게 잃어버렸다.
“하…….”
시황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그저 상상일 뿐이었다. 방금 전까지 가득하던 두려움은 이쯤 되자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저 이대로 모든 게 끝인가 하는 생각뿐이었다. 인생이란 참으로 덧없었다.
왠지 바보 같은 자신의 모습에 피식 웃은 시황은 그대로 심장과 두뇌가 터져 죽고 말았다.
완벽하게 생명이 끊긴 시황의 몸이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오빠! 오빠!”
그 모습에 깜짝 놀란 아루가 단번에 시황을 안아들었다. 뼈가 조각조각 다 부서져서 마치 연체동물처럼 흐물흐물거렸다. 보통 사람은 끔찍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아루는 그런 것따윈 전혀 신경쓰지 않고 시황의 몸을 붙잡은 채 오열을 터트렸다.
아루의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오빠, 일어나세요. 제발요. 오빠.”
아루가 시황의 몸을 흔들었지만 이미 죽어버린 시황이 일어날 리가 만무했다. 눈물이 너무 많이 흘러 앞이 뿌옇게 돼 보이지 않자 손등으로 대충 눈물을 훔쳐내고 시황의 입에 키스를 했다. 컴퓨터로 본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렇게 키스를 하면 죽었던 사람이 깨어나기도 했다는 걸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시황의 입술에 키스를 했지만 여전히 일어날 기미조차 없었다. 이대로라면 영영 시황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아루는 눈물을 끝없이 흘리면서 시황의 입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오빠. 일어나세요. 아루가 앞으로 잘할게요.”
키스를 해도 바람을 불어넣어도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이자 아루가 다시 울면서 시황을 흔들었다.
“아루 님. 진정하세요.”
콘즈는 아루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아루는 콘즈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끊임없이 시황을 흔들고 키스하고 바람을 불어넣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는 거였다.
“아루 님! 그렇게 해도 시황 님을 못 살려요. 살리고 싶으시죠?”
“어, 어떻게, 어떻게 오빠를 살려요?”
시황을 살리고 싶냐는 콘즈의 말에 아루가 정신이 번쩍 든 듯 콘즈를 보면서 물었다. 아루의 눈에서 눈물이, 코에서는 콧물이 흘러 엄청 지저분했는데도 그 특출난 미모가 숨겨지지 않았다.
“아까 시황 님이 주신 병 있죠?”
“네. 있어요.”
차분한 콘즈의 말을 들은 아루는 여전히 울기는 했지만 아까보다는 약간 차분해졌다.
“그거를 입에 머금고 시황 님에게 먹여주시면 돼요.”
콘즈는 어떤 식으로 물약을 먹여야 하는지 아루에게 상세하게 가르쳐주었다. 어차피 죽더라도 24시간 이내에만 물약을 먹이면 되기 때문에 급한 건 없었다.
“아시겠죠? 그대로만 하시면 시황 님은 살아나시니까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돼요.”
콘즈의 말에 아루는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손에 시황이 죽느냐 사느냐가 달렸다. 아루는 잔뜩 긴장을 해서 손까지 살짝 떨었다. 살면서 지금처럼 떨린 적은 처음이었다.
아루는 시황은 가지런하게 눕혔다. 근육이 뒤틀리고 뼈가 없어 흐물흐물 거렸지만 최대한 바른 자세로 만들었다.
그리고 콘즈가 가르쳐준 대로 시황의 고개를 살짝 들어 식도를 개방하고 입을 벌렸다. 대충 준비가 되자 시황이 준 완전 회복 물약을 마셔 입 안에 머금었다. 대충 한 모금 정도의 양이었다.
긴장으로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거렸지만 아루는 꾹 참고 시황의 입에 입을 맞추고 물약이 흘러내리지 않게 조심하면서 옮겼다. 이때까지 키스를 하며 연습한, 극도로 섬세한 혀놀림이었다.
아루는 콘즈가 말한 목 부분을 살살 눌러줬지만 시황이 물을 삼킬 생각을 안 하자 조금 더 강하게 꾹꾹 눌러주었다. 그러자 강제적으로 물약이 시도를 타고 흘러들어간다.
마지막 남은 한 방울도 혀로 밀어넣은 아루는 입을 떼고 시황을 바라봤다. 하지만 시황은 여전히 피에 절은 채로 숨을 전혀 쉬지 않고 있었다.
“오빠…….”
아루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흐른다. 고장 난 컴퓨터에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 취한 뒤에 부팅을 시켰지만 여전히 검은 화면을 나왔을 때 실망감을 아루가 절절히 느끼고 있었다. 콘즈의 말대로 하면 바로 시황이 눈을 번쩍 뜰지 알았는데 여전히 죽은 듯이, 아니 죽어서 일어나지 않았다.
아루는 아까처럼 오열하는 게 아니라 시황을 보면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슬픈지 소리를 낼 수조차 없었다. 시황과의 추억이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노예였던 자신에게 시황은 너무나 커다란 사랑을 주었다.
시황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듯이 슬픔이 밀려와 뜨거운 눈물이 아루의 볼을 타고 아롱아롱 떨어진다. 그리고 그 눈물이 시황의 볼에 떨어진 순간, 시황의 몸에서 희미한 금색의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
시황의 몸에서 변화가 생기자 아루가 감탄성을 내뱉었다.
뒤틀렸던 근육이 펴지고 조각났던 뼈가 단단하게 이어 붙기 시작한다. 이미 생명력이 사라진 시황의 몸에서 빠져나가려던 10년 치의 마기와 1갑자의 기가 시황의 몸에 생명력이 차오르자 다시금 활동을 시작했다.
펴졌던 근육이 뒤틀렸고 붙었던 뼈가 조각조각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전 회복 물약의 생명력은 그 정도에 굴하지 않고 다시금 시황의 근육을 올바르게 펴고 뼈를 붙였다. 하지만 1갑자의 기가 계속해서 근육을 뒤틀고 혈맥과 혈도를 찢으며 뼈를 부순다.
그건 너무나 기괴한 모습이라 꿈에 나오기 두려울 정도였다. 시황의 몸이 오그라들어 흐물흐물해지다가 다시 펴지고, 다시 오그라들었다. 물약의 회복력과 1갑자의 파괴력이 끝없이 맞부딪혔다.
이것은 전설의 금강불괴체신공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었다. 사람의 근육을 곤죽을 내고 뼈를 부순 뒤에 회복을 시켜 피부를 질게 만들고 뼈를 강철처럼 튼튼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고통은 가히 인간이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금강불괴체신공을 연마하다 죽은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시황은 지금 죽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고통을 느끼지도 못하고 저절로 몸이 연마되고 있었다.
시황의 몸이 펴지면 아루의 표정이 밝아졌다가 다시 오그라들면 아루가 울먹울먹거렸다. 긴장감이 가득한 눈으로 시황을 바라보느라 아루는 시간 가는지도 몰랐지만 어느새 오전 12시가 지났다. 시황이 죽은지 12시간이나 된 것이다.
어두웠던 시황의 오피스텔이 환하게 밝아진 것과 반대로 밝았던 케즈론의 행성에 완전한 어둠이 내려앉았다.
1갑자의 내공이 대단하다고는 하나 태초의 나무가 머금은 생명력을 이길 수는 없었다. 한참 원기왕성하게 시황의 몸을 파괴하던 1갑자의 기가 힘이 다했는지 슬며시 흩어지기 시작했다.
대략 20년의 내공이 하단전으로 흡수되어 마기와 뒤섞였고 나머지 40년의 내공은 전신세맥으로 흩어졌다. 보통 이렇게 전신세맥으로 내공이 흩어지게 되면 세맥을 타동한 고수가 아닌 이상 영영 되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공청석유를 마시고 발생한 1갑자의 내공이 시황의 혈맥이란 혈맥은 다 찾아들어가 타동을 시켰고 동시에 찢어발겨버렸다. 그래서 모든 혈맥이 타동된 건 물론이고 이전과 다르게 혈맥이 소힘줄처럼 질겨져 많은 양의 내공이 이동하더라도 충분히 견딜 수 있었게 변하였다.
위기 끝에 기회가 찾아든다더니 그 말이 딱 알맞았다.
터졌던 심장이 회복되자 피가 돌기 시작했고 창백했던 시황의 볼이 발그레하게 물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뇌도 복구가 되었는데 이때까지 살면서 파괴된 뇌세포까지 완벽하게 되살아났다. 덕분에 이전보다 머리가 더욱 민활하게 돌아갔고 기억력도 증가했다.
“으음…….”
시황은 부스스하게 눈을 떴다. 마치 오랜 잠을 잤다가 일어난 그런 느낌이었다.
“오빠!”
시황이 눈을 뜨자 아루가 소리를 치며 시황을 껴안았다. 너무, 너무 기뻐서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끝없이 흘러내린다.
“아루야.”
죽었다가 살아난 시황이지만 그 사이에는 아무런 기억도 없었다. 그래서 시황은 자신이 죽었다가 살아난 걸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오빠……. 오빠…….”
아루가 자신의 품에서 눈물을 계속 흘리자 시황은 아루의 등을 쓰다듬어줬다. 그러면서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을 떠올렸다.
분명 자신은 1갑자의 내공을 제대로 제어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옥 불에 들어간 듯한 극심한 고통을 느끼다가 모든 감각이 차단이 되면서 정신을 잃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몸이 멀쩡해져 있었다.
시황은 콘즈를 쳐다봤다.
“시황 님은 1갑자의 기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심장과 뇌가 파괴돼서 죽으셨어요.”
“뭐? 정말?”
덤덤하게 말하는 콘즈를 보면서 시황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정말 그랬던 건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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