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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레벨 정복!
“아웅.”
아루가 힘이 드는지 기지개를 펴며 소파에 누워 쉬는 동안 시황은 책상에 앉아 바로 컴퓨터를 켰다. 하드디스크가 적막한 집에 소음을 가득 채우며 윈도우를 부팅한다. 전에 쓰던 오래된 컴퓨터라 사양이 좋지 못해 부팅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부팅이 완료되고 인터넷을 실행시켰다.
2시 57분 아직 3분이나 남았다.
만점을 받으면 4레벨이 된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3분밖에 안 되는 시간이 너무나 천천히 흘렀다. 할 거 없이 인터넷 뉴스나 몇 개 확인했다. 시답지 않은 연예계 기사들 사이에서 눈에 띠는 기사가 하나 있어 클릭을 했다.
[아진 엔터테이먼트 김병호 사장, 교통사고로 사망]
기사를 읽고 있으니 김병호라는 게 묘하게 낯익은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황은 낯은 익은 이름인데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자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에 검색을 했다.
“아! 아루 스카우트하려고 했던 사람이구나.”
얼굴을 보니까 비로소 기억이 났다. 아루를 스카웃하려고 했던 남자였던 것이다. 불과 몇 달 전에 만났던 사람이 죽었다는 기사가 나자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음에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슬픈 건 전혀 아니었고 말 그대로 묘했다.
“아, 3시네.”
기사를 보는 동안 3시가 되자 시황은 뉴스 기사를 끄고 토익점수를 바로 확인했다. 분명 만점을 받았을 거는 같은데 혹시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 보니 가슴이 두근두근 떨렸다.
듣기 495점.
읽기 495점.
총합 990점이었다.
“아, 만점이다.”
혹시 잘못 봤나 싶어서 다시 확인해봤지만 만점이 맞았다. 가슴속에서 전율이 일어났다. 4레벨이 찍은 것도 말도 안 되게 좋았지만 이런 중요한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시험을 칠 때마다 낮은 점수를 받고 고통과 자책감을 느끼던 것과 너무나 다른 기분이었다.
“오빠 왜요?”
시황이 컴퓨터를 보며 기뻐하자 소파에 누워서 시황을 보고 있던 아루가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시험 만점을 받아서.”
“만점이요? 좋은 거에요?”
“응. 좋지. 이리와 봐. 아루야.”
아루가 다가오자 시황은 아루를 끌어안아 입을 맞췄다. 너무 기분이 좋아 아루에게 키스를 안 하고는 견디지 못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시황의 키스에 아루가 자연스럽게 목을 끌어안아 시황의 입술과 혀를 음미했다. 말랑한 시황의 입술과 축축하면서 뜨거운 혀는 언제나 자신의 기분을 황홀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자신의 젖꼭지를 만져주는 손길은 너무나 감미로웠다.
기분이 좋아 볼이 사르르 붉어졌고 입에서는 뜨거운 숨결이 토해진다. 아루는 시황을 꼭 껴안았다.
“기분 좋아요. 오빠.”
키스가 끝나고 아루가 시황을 바라보며 촉촉한 목소리로 말했다. 꼭 섹스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시황을 안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다.
시황은 그런 아루를 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시황을 한번 더 꼭 안아준 아루는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시황을 지켜봤다.
아루가 떨어지자 시황은 타블렛을 꺼내 퀘스트를 확인했다.
[TOEIC 만점을 받으세요.][완료][경험치 700]
[LEVEL UP! 4레벨이 되셨습니다]
“하하.”
레벨이 올랐다는 글을 보자 시황은 너무 기뻐 웃음을 터트렸다. 처음에는 언제 올리나 싶을 정도로 까마득했는데 드디어 4레벨이 된 것이다.
시황은 더 볼 것도 없이 컴퓨터를 끄고 문을 소환했다. 오후 3시가 넘어서 조금 있다 찬미의 집에 과외를 받으러 가야했지만 오늘 4레벨 찍을 걸 대비해서 미리 못 간다고 연락을 해두었다.
“아루야 잠시만 기다려.”
“네. 오빠
아루에게 기다리라고 한 뒤에 케즈론의 성으로 갔다. 괜히 아루가 따라와서 자신이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불러야 나오는 콘즈가 오늘은 미리 목욕탕 탈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탈의실의 벽에는 ‘4레벨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라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있었다. 저 현수막은 언제 봐도 자신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시황님 4레벨이 되실 걸 축하합니다!”
콘즈가 활기차게 말했다. 시황이 4레벨이 된 걸 콘즈도 기뻐하고 있는 거 같았다.
“일단 서재로 가자.”
“네!”
시황은 탈의실에서 벗어나 편안한 의자가 있는 서재로 갔다. 아무리 그래도 목욕탕 탈의실에서 4레벨 아이템을 고르긴 조금 그랬으니까.
서재에 들어와서 바로 푹신하고 안락한 의자에 앉았다.
“하아…….”
일반 의자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편안한 느낌에 저절로 깊은 숨이 흘러나왔다.
“여기 4레벨 보상 리스트에요.”
시황이 의자에 앉자 콘즈가 비서처럼 흰색의 용지를 시황에게 건네주었다. 4레벨이 적힌 리스트였다. 얼굴 가득 기대하는 표정을 지은 시황이 재빠르게 용지를 잡아들고는 살펴보았다.
[현금 20억 원]
“뭐, 뭐야.”
20억이라는 돈에 시황은 깜짝 놀라 외쳤다.
“왜 그러세요. 시황님?”
“아, 아니. 액수가 생각보다 많아서.”
3레벨이 2억이었는데 4레벨이라고 단번에 2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줄지는 몰랐다. 물론 이래도 로또 1등 보다는 조금 못한 액수였지만 분명 상상을 초월하는 큰돈인 건 맞았다.
“3레벨까지가 수습기간이라면 4레벨부터는 본격적인 시작이에요. 4레벨부터는 경험치 양이 상당히 증가해서 간단한 퀘스트로는 경험치를 올리기가 조금 힘이 드실 거에요.”
“으흠, 그렇단 말이지.”
콘즈의 말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5레벨이 되려면 꽤나 어려울 거 같았다. 뭐, 어쨌든 이제 4레벨이니까 5레벨에 대한 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시황은 다시 보상 리스트를 꼼꼼하게 살폈다.
[현금 20억 원]
[중급 포션]
[언어 습득용 알약 5정]
[중급 심법서 1종 선택]
[권법의 식(式)]
[향상된 마력 회로 각인]
[일회용 마력 회로 각인 반지 2개]
[최하급 장신구 전량 사용가능]
[하급 장신구 5개 선택 가능]
[중급 장신구 1개 선택 가능]
[최하급 마법 물품 전량 사용가능]
[하급 마법 물품 5개 선택 가능]
[중급 마법 물품 1개 선택 가능]
[소환단 3정]
[공청석유 10ml]
[하급 마나 배터리 3개]
[4레벨 옷장 개방]
[4레벨 신발장 개방]
[4레벨 음료]
[4레벨 음식]
[저급 정보의 도서관 개방]
[대전 격투 게임 이용 가능][온라인 대전 가능]
[케즈론의 자전거 2개]
[키 크는 줄넘기 55개]
[신체 변경, 강화 10포인트]
[하급 마법 무구 2개 선택 가능]
[후 센 카드론의 이어폰 설계도]
[500cm x 400cm x 400cm 사이즈의 아공간]
[케즈론의 칩 4레벨 향상]
[로 하임 행성 워프 게이트 개방]
[특별 보상품][완전 회복 물약 1정]
3레벨과 비교도 안 되게 리스트가 길었다.
현금 20억부터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 이 리스트는 읽으면 읽을수록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골라야 하는 마법 아이템도 너무 많았고 이름만 봐서는 뭐가 뭔지 모르는 도구들도 있었다.
“아이템들은 전부 아공간에 보관되어 있어요.”
콘즈의 말에 시황은 리스트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키 크는 줄넘기]를 아공간에서 꺼내었다.
[키 크는 줄넘기. 이 줄넘기를 한번 뛰어넘을 때마다 키가 0.000005cm씩 크게 됩니다. 다만 개개인의 신체 발달 조건에 따라서 최대로 클 수 있는 키의 한계가 달라지게 됩니다.]
“0.000005cm라고?”
너무 와 닿지 않는 수치였다. 한번 뛰어넘는다고 키가 1cm씩 클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았지만 0.000005cm는 좀 너무하다 싶었다. 시황은 암산으로 몇 번을 뛰어야 10cm가 크는지 계산했다.
“10만 번에 0.5cm니까, 200만 번은 뛰어야 하네.”
이 키 크는 아이템을 줄줄 알았으면 키 2cm 늘리지 말고 정력에 다 투자할 걸 하는 후회가 조금 생겼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2cm를 키우려면 40만 번은 줄넘기를 해야 했는데 하루에 만 번을 줄넘기 한다고 해도 40일이나 걸렸다. 애초에 느긋하게 하루에 줄넘기 만 번을 할 수 있냐는 거 자체가 의문인 상황이라 그렇게 썩 나쁜 투자는 또 아니다 싶었다.
“열심히 해야겠다.”
지금 자신의 키가 173cm였기 때문에 최소 7cm는 키워야했다. 목표는 10cm인지 가능할지는 의문이었다. 줄넘기 200만 번이라는 수치가 너무나 압박이었기 때문이다.
줄넘기를 집어넣은 시황은 리스트의 처음부터 다시 확인해갔다.
현금 20억 바로 밑에 있는 중급 포션을 아공간에서 꺼냈다.
[중급 포션. 중급이라는 이름이 붙은 포션답게 일반인은 사서 쓰기 어려울 정도로 비싼 포션. 커다란 외상을 치료해주는 건 물론이고 떨어진 팔과 다리도 붙이는 강력한 치유력이 담겨있다. 그리고 제법 강력한 독과 질병을 낫게 해주며 미리 마셔두면 하루정도 독과 질병에 대한 약간의 내성을 가지게 된다. 무색무취의 하급 포션과 다르게 살짝 달콤한 맛이 나기 때문에 중독되지 않도록 조심하자.]
중급 포션이라더니 효과가 엄청났다. 이것만 있으면 아빠의 손가락 흉터도 완벽하게 사라지게 해줄 수 있을 거 같았다.
중급 포션을 집어넣은 시황은 리스트를 쭉 읽어나갔다.
선택하는 마법 물품은 조금 있다가 하기로 하고 단품 위주로 먼저 살폈다.
리스트 중간에 있는 공청석유를 아공간에서 꺼냈다. 은백색의 투명한 병에 얼마 되지 않는 양의 액체가 담겨 있었다. 마셔도 목을 제대로 축이지도 못할 거 같은 엄청 적은 양이다.
[공청석유. 단 한 방울의 공청석유를 마시면 무병장수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흔히 그렇듯 지나치게 미화가 된 효과이다. 한 방울이 아닌 10ml 정도를 마셔야 무병장수를 하나 1ml를 마시더라도 웬만한 질병에 내성이 생기게 된다. 무공을 익힌 무인이라면 10ml의 공청석유를 완벽하게 흡수할 경우 1갑자에 이르는 내공이 생기게 된다.]
지금 자신이 10년이 조금 넘는 내공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1갑자, 즉 60년의 내공이 더 생긴다면 마력 회로를 아무런 부담 없이 사용할 만큼 엄청난 양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공청석유를 일반인이 마시면 병에 걸리지 않고 무병장수를 할 수 있다고 하니 자신이 다 마시지 않고 부모님과 아루에게 좀 나눠줄 생각이었다.
공청석유를 아공간에 집어넣고 마나 배터리를 꺼내었다.
[마나 배터리. 마나가 들어있는 배터리. 마력이 부족할 때 사용하면 일정량의 마력이 회복된다.]
긴급한 상황에 마력이 부족할 때 사용하는 도구였다. 특별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아공간 바로 넣고 케즈론의 자전거를 꺼내었다. 케즈론의 이름이 붙은 물건은 처음이라 어떤 자전거일지 너무 궁금했다.
아공간에서 나온 자전거는 미끈한 몸체를 가지고 있었다. 일반 자전거 가게에서 보는 그런 투박한 모양의 자전거가 아니라 전체적인 디자인과 재질에서 고급스러움이 넘쳐흘러 주체를 못하고 있었다. 철이나 알루미늄, 카본 같은 재질은 아니었지만 약간의 금속성을 띤 듯 하면서도 마치 용의 비늘 같은 묘한 신비스러움과 고급스러움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케즈론의 자전거. 골드 드래곤 케즈론이 이용하던 자전거. 골드 드래곤 케즈론의 뼈로 몸체가 이루어져 있고 케즈론의 비늘로 덧씌워져 9서클의 마법이나 소드마스터의 검강으로도 베어지지 않는 내구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지정된 사용자를 보호하는 마법부터, 도난방지 마법, 에너지 증폭 마법 등 다양한 기능들을 포함하고 있다. 특이사항으로 사용자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의 범위와 한계가 자동적으로 변화한다.]
일반 자전거와 비교도 안 되게 좋기는 했지만 막상 쓰임새 자체는 일반 자전거와 똑같았다. 단지 너무 단단해서 절대로 부서질 염려가 없다는 것과 도난당할 일이 없다는 것 정도가 매우 뛰어난 장점이었다.
이건 아루에게 주면 괜찮을 듯 싶었다.
============================ 작품 후기 ============================
즐거운 하루 되세요~
어제 비몽사몽간에 적어서 그런지 보상 중에 빠트린 부분이 있어서 추가합니다.
[하급 정보의 도서관 개방]
[대전 격투 게임 이용 가능][온라인 대전 가능]
그리고 줄넘기로 무한대로 키가 크지 않게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