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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132화 (13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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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레벨 정복!

아빠와 엄마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집에 숙모도 와있었다. 아마도 아빠가 퇴원을 했다고 해서 온 듯 했다.

“시황이 전에는 삐쩍 말랐더니 이제는 듬직한 게 남자답네. 그런데 옆에는 누구야?”

“제 여자 친구에요. 아루야 인사해 우리 숙모야.”

“안녕하세요. 서아루입니다.”

“어머, 시황이 여자 친구 너무 예쁘네.”

아루의 미모에 숙모는 연신 감탄을 했다. 분명 저번 설날에 시황을 봤을 때는 삐쩍 마른데다 소심하고 말도 없어 여자 친구는 사귈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불과 몇 달 만에 저렇게 예쁜 여자 친구를 사귈 줄은 몰랐다.

“어머님, 이거요.”

아루는 들고 있던 로 하임의 원기 회복 나무를 시황의 엄마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뭐야?”

잎이 몇 개 달린 조그만 나뭇가지 하나만 있는 화분이었는데 청아하면서 향긋한 냄새가 은근히 피어났다. 그 향긋한 냄새를 들이키자 신기하게도 몸에 힘이 나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 나무를 거실에 두시면 몸이 건강해지고 병에 잘 안 걸려요.”

“어머, 그래? 아루야. 고마워.”

아루의 말에 시황의 엄마가 신기해하며 나무를 쳐다봤다. 이때까지 아루가 준 목욕물이나 약 등이 효과가 너무 좋아 이 나무도 분명 범상치 않을 게 분명했다. 거기다 아루는 올때마다 몸에 좋은 것들을 가져오니, 그 마음씨가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엄마, 아빠는?”

“방에 누워있어. 가서 인사하고 와.”

“응.”

시황이 아루와 함께 안방에 들어갔다. 거기에는 아빠가 누운 채로 TV를 보고 있었다.

“아버님 안녕하세요.”

“아루 왔구나.”

아루가 누워있는 시황의 아빠에게 인사를 하자 아빠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빠 뭐해?”

“그냥 누워있었지.”

“술 마셨어?”

“기분이 좋아서 조금 먹었다.”

방에 들어오자 느껴지는 술 냄새에 시황이 말하자 아빠가 시황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데 술을 마셔서 그런지 무뚝뚝하던 이전과 다르게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아침부터 술을 마시면 어떡해. 몸에 안 좋잖아.”

“괜찮다. 그냥 한잔 밖에 안했어. 그리고 아루야 고맙다. 네가 준 약을 써서 그런지 상처가 깨끗하게 나았구나.”

“나으셨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아버님.”

아루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시황의 아빠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 쉽게 붙을 줄 알았던 손가락이 나중 되자 자꾸 곪아가지고 진물이 흐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손가락을 다시 잘라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상심을 하던 와중에 아루가 준 약이 생각이 나서 상처에 살살 뿌려보았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곪아서 극심한 고통을 만들어 내던 상처부위가 서서히 낫기 시작하더니 흉터도 크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봉합이 되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손가락이 잘렸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이런 효과가 좋은 약이라면 비쌀 게 분명한데도 자신에게 준 아루가 너무 고마웠다.

“시황아, 아루야. 여기에 앉아 보거라.”

“응.”

시황과 아루가 아빠의 맞은편에 앉았다. 무뚝뚝하던 평소와 다르게 아빠의 얼굴에 흐뭇한 웃음이 가득했다.

“아루야, 우리 못난 아들이랑 사귀어줘서 정말 고맙구나.”

“뭐야. 아빠.”

“아, 아니에요. 아버님. 제가 오빠에 비해서 많이 부족한 걸요.”

뜬금없는 아빠의 말에 시황은 당황했다. 보통 그렇듯이 시황도 아빠랑 고등학교 이후로는 제대로 대화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다정하게 얘기를 하니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았다.

“아루도 알겠지만 내 직업도 변변찮고 집안에 잘난 사람도 없단다. 그리고 우리 시황이도 많이 부족하겠지만 우애 좋게 지금처럼 잘 사귀었으면 좋겠구나. 같이 지내다보면 싸울 일도 생길 거고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있겠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한번 생각하고 서로 화해를…….”

아빠는 술을 마셔서 그런지 평소와 다르게 한껏 기분이 좋은 표정으로 시황과 아루에게 이런저런 충고를 해주었다. 아루를 완전 며느리로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사실 별 티는 안냈지만 시황의 아빠도 엄마처럼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서 시황에 대한 자랑을 조금 했었다. 평소 누구 아들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니, 대기업에 들어가서 돈을 얼마를 버니 하는 말만 듣다가 시황이 차린 카페의 장사가 잘 되어 월 2000만 원을 벌고, 거기다가 집에 천만 원씩이나 생활비로 줬을 때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한참 충고를 듣고 아빠와 함께 거실에 나오자 엄마와 숙모가 대화중이었다.

“우리 시준이가 이번 학기에 장학금을 받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안 그래도 돈 들 데가 많아서 힘든데 큰 걱정 덜었지 뭐에요.”

“그래?”

“네. 그리고 우리 시유가 이번 모의고사에서 반 2등을 했는데 서울대에 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니까요. 연세대나 고려대에 가면 돈이 많이 들어서 얼마나 부담되는데. 그런데 시유가 꼭 서울대에 간다지 뭐에요. 호호.”

숙모는 자기 아들과 딸 자랑이 한창이었다. 딱히 나쁘신 분은 아니었지만 만날 때마다 과도하게 아들과 딸 자랑을 해서 옛날에는 열등감도 많이 생겼었다. 특히 시준이는 자신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이었는데, 한해 재수를 한 자신과 같은 날 대학교에 들어갔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지방 사립대를 간 반면 시준은 경남 지역에서 최고로 치는 국립대학교인 부산대학교에 들어간 것이다. 그때부터 숙모가 어찌나 엄마에게 시준이 자랑을 하는지, 보는 자신이 짜증날 정도였다. 그런 숙모에게 내세울 게 없어 아무런 말을 못하는 엄마를 걸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렸다.

“시황아 아빠랑 말 다했어? 뭐 먹을래? 과일 깎아줄까?”

“응. 엄마.”

좁은 집에 좁은 거실이라 5사람이 앉는 것만으로도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엄마는 부엌에 가서 과일과 쟁반을 들고 와서 깎아주었다.

“시황아, 넌 요즘 뭐하니?”

숙모가 시황에게 물었다.

“학교 휴학하고 일하고 있어요.”

“어머, 일? 무슨 일 하는데?”

“카페 일이요.”

“아르바이트 하니? 그래도 아르바이트보다 학교를 빨리 졸업을 해야 직장을 구하지. 우리 시준이도 4학년이라서 지금 대기업에 갈 거라고 얼마나 바쁜지 아니? 너도 미리미리 준비해야지.”

“아, 네…….”

“어머, 동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우리 시황이가 직접 하는 카페야.”

시황은 그냥 적당히 대답했는데 엄마가 갑자기 끼어들어서 말을 했다.

“네? 시황이가요?”

“그래. 그런데 시황이 혼자 차린 건 아니고, 나중에 시황이랑 결혼할 아루랑 같이 돈 모아서 카페를 차렸는데 한 달 매출이 3000만 원이 넘는다지 뭐야. 호호. 그래서 얼마 전에 우리한테 생활비로 하라고 천만 원이나 준거 있지.”

“그, 그래요? 시, 시황이 돈 많이 버네.”

혹시 몰라 일부러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안 하고 있던 엄마가 이번엔 도저히 못 참겠는지 한순간에 말을 쏟아내었다. 이때까지 당했던 울분을 한순간에 풀어놓는 모습이었다.

시황이 한 달에 2000만 원이나 되는 돈을 번다는 걸 들은 숙모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말도 못하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엄마의 말을 들을 뿐이었다. 대기업이니 뭐니 했지만 아직까지 시준이 취직한 것도 아니고 그냥 대학생이었을 뿐이니까.

“호호. 거기다 우리 아루가 얼마나 예쁘고 착한지 우리 쓰라고 몸에 좋은 것들을 막 갖다 준다니까. 우리 시황이가 어디서 저렇게 참하고 예쁜 애를 사귀었나 몰라. 그래. 너희들 언제 결혼할거니? 이제 자리도 잡았는데 엄마는 빨리 결혼했으면 좋겠다.”

“어, 어머님…….”

“나중에. 엄마. 아직은 너무 빠르잖아.”

결혼이라는 말에 아루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기쁜 표정을 지었고 시황은 그러려니 하면서 적당히 대답했다. 결혼은 둘째치고 아루가 아직까지 무국적자라서 이제는 뭔가 손을 쓰기는 써야했는데 브로커를 만나 국적을 조작하기에는 아직까지 조금 불안했다.

어쨌든 엄마의 얘기를 듣는 숙모의 표정이 어색함을 넘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시황아. 빨리 결혼해야지. 나중에 아루 도망가면 어쩌려고 그래.”

“도, 도망 안 가요. 어머님. 전 평생 오빠 옆에 있을 거에요!”

엄마의 말에 아루가 당황해하며 말했다.

“어머, 그래? 우리 아루 고맙다.”

“험험, 그 정도로 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근처에 잘하는 소고기집 있으니까 내가 사주마.”

“아, 아주버님 전 괜찮아요. 오, 오늘 바쁜 일이 있어서. 전 이제 가볼게요.”

“동서, 벌써 가게?”

“제가 바쁜 일이 있는데 깜빡 했지 뭐에요. 형님 다음에 또 올게요.”

엄마와 아빠가 고기를 먹고 가라고 만류를 했지만 얼굴이 잔뜩 굳은 숙모는 그대로 가방을 가지고 나가버렸다.

“어이구, 시황아. 숙모는 갔으니까 우리끼리 고기 먹으러 가자.”

숙모가 가버리자 엄마가 기분 좋은 듯이 웃으면서 시황의 엉덩이를 두드려주었다. 고등학생 이후로 계속 시준이의 자랑만 듣다가 처음으로 시황이 자랑을 하니 속이 후련했기 때문이다.

“언놈이 남의 집 앞에 차를 세워 둔거야.”

밥을 먹으려고 집을 나왔는데 대문 앞에 세워져 있는 BMW M6를 보고 아빠가 화를 내었다.

“아빠 내 차야.”

“어머, 시황이 차니? 멋있네. 시황아.”

“그러냐?”

시황의 말에 아빠와 엄마가 깜짝 놀라며 차를 훑었다. 딱 봐도 엄청 고급스러운 모습을 한 외제차라 엄청 비쌀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빠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옛날이었으면 시황이 조금만 낭비를 해도 한소리를 했겠지만 이제는 시황이 이런 비싼 차를 샀다고 해도 그저 흐뭇해하게 웃을 뿐이었다.

“나중에 돈 더 벌면 집하고 차하고 사드릴게요.”

“어머, 정말? 이제 아빠 필요 없고 우리 시황이만 있으면 되겠네.”

“흠흠, 시황아 지금 돈 많이 번다고 너무 낭비하면 안 된다. 나중에 노후 대비도 해야지.”

“자기는 이제 시황이 몇 살인데 노후 대비를 해요. 밥이나 먹으러 가요. 괜히 이상한 소리 말고.”

“험……. 그, 그래.”

괜히 엄마한테 한소리 들은 아빠는 무안한 듯 헛기침을 하며 근처에 있는 소고기집으로 갔다. 옛날이었다면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비싼 곳이었지만 지금은 다들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돼지고기와 다르게 소고기라 그런지 약한 불에 살짝 익힌 고기가 입에 들어오자마자 녹아내리는 거 같았다.

“아버님, 이거 드세요.”

“험험, 그래. 고맙다.”

아루는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상추에 쌈을 싸서 시황의 아빠에게 먹여주었다. 그러자 아빠는 얼굴 가득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받아먹었다. 평소 무뚝뚝한 줄만 알았던 아빠가 저런 표정을 지을 줄 안다는 걸 처음 본 시황은 왠지 가슴이 찡했다.

아루가 이번에는 엄마에게 쌈을 싸서 먹여주자 엄마도 기쁜 표정을 한가득 짓는다.

식사를 하면서 아빠와 엄마에게서 연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예전에는 못 느꼈던 행복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만약 자신이 옛날처럼 빈둥거리면서 잉여생활을 했다면 절대로 못 느낄 그런 행복이었다. 한심했던 과거를 다시금 반성하게 된다.

식사를 마치고 집에 온 시황은 소화를 시키고 슬슬 내려갈 준비를 했다. 벌써 2시나 되었다. 3시가 되면 토익 점수 발표가 나서 4레벨이 되느냐 마느냐가 갈리게 된다. 그런데 부모님하고 있으면 4레벨이 되더라도 바로 케즈론의 성으로 가서 보상을 받기가 힘드니 미리 집에 가 있어야 했다.

“엄마, 나 이제 갈게.”

“어머, 벌써? 조금 더 있다가 가지.”

“가게 일도 있고 해서…….”

시황이 내려간다고 하자 엄마가 엄청 아쉬워했다.

“그래. 내려가거라. 애들 바쁘다는데 당신도 너무 붙잡지 말고.”

“시황아 다음에 또 와. 알겠지?”

아빠의 말에 엄마가 시황의 볼을 양손으로 만져주며 말했다.

“알았어.”

“어머님, 아버님 이제 가볼게요.”

“그래. 아루도 잘 가렴.”

“안녕히 계세요.”

아루가 꾸벅 인사를 했다. 시황은 아루를 데리고 대문을 나와 차를 탔는데 엄마와 아빠가 문 밖까지 마중을 나왔다.

“갈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한 시황은 시동을 켜고 자신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백미러로 비치는 부모님의 모습이 빠르게 멀어진다.

집에서 떠난지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2시 53분. 시험 발표까지 7분이 남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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