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126화 (126/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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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레벨 정복!

“은비, 너 노래 본좌 몰라? 요즘 인터넷에 엄청 인기인데.”

“노래 본좌요? 아, 죄송해요. 제가 인터넷을 잘 안 해서……. 사장님께서 노래 본좌라고 불리시나 봐요? 와, 노래 엄청 잘하시겠네요.”

은비는 그딴 노래 본좌인지 뭔지에 대해서 전혀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일단 궁금해 하는 척 하며 말했다. 이런 말 하나하나가 이미지에 큰 영향을 줬기 때문에 꼭 관심 있는 척 행동을 해야 했다.

“하하. 잘 부르는 건 아니고 그냥 노래에 조금 흥미가 있어서 동영상으로 찍어 올렸는데 갑자기 조작 논란이 생겨서 제가 조만간 인터넷 방송으로 해명할 생각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냥 해명하면 사람들이 안 믿어 줄 거 같아서 유명하신 은비 씨랑 소진 씨 도움 좀 받았으면 해서요. 아, 물론 제가 노래 부른 노래가 별로라고 생각 되시면 안 해주셔도 괜찮아요.”

“오, 자신 있으신가 봐요. 지금 부르실 건가요?”

“네. 카페에 마이크하고 있으니까 바로 부를 수 있어요.”

“와, 정말 기대돼요. 사장님.”

소진은 정말 기대하는 표정으로 말한 반면에 은비는 가식적으로 말하는 게 보였다. 뭐, 가식적이든 말든 노래를 듣고 트위터나 팬 카페에 글만 써주면 되기 때문에 별 상관은 없었다.

“그러면 잠시 만요. 준비 좀 할게요.”

어떻게 계획한대로 여기까지 잘 끄고 왔다. 사실 원래 했던 계획은 은비와 소진에게 리첼리아 커피 원두와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원두를 5:5 정도로 섞어 만든 대단히 뛰어난 맛의 커피를 대접하고 이걸 주는 대신에 트위터 같은 SNS에 글을 써달라는 거였다. 은비나 소진의 성격에 따라 대응 방법은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이게 기본 계획이었다.

하지만 은비의 프로필에 나와있는 질염이라는 항목을 보고 단순히 조미료를 뿌리는 수준을 넘어 은비와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계획을 급격히 변경한 것이다.

[연예인과 섹스를 하세요. 경험치 1200]

이 퀘스트를 위해서 말이다. 다만 질염이라는 게 병원에 가면 일주일 정도에 치료가 되는 질병이다 보니 이걸로 섹스까지 하기엔 무리가 있을 거 같긴 했다. 하지만 연예인이라는 특성과 쉽게 시간을 낼 수 없다는 점, 병원에 가지 않으면 잘 낫지 않다는 부분 등을 생각하면 세운 계획이었고, 혹시나 정말 혹시나 은지가 한번 더 자신에게 와서 원두와 포션을 요구한다면 섹스를 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시황은 어쨌든 미리 세워뒀던 계획 때문에 노트북과 앰프, 마이크 등을 카페에 가져다 놨었다. 중간에 약간 돌아가긴 했지만 어쨌든 종착역은 ‘노래를 부른다.’였으니까.

카페에 있는 스피커를 앰프에 연결하고 그 앰프를 노트북에 연결했다. 그리고 마이크까지 연결해서 노래 부를 준비를 대충 마쳤다. 오늘을 위해서 천만년의 사랑과 외로운 밤의 가사를 완벽하게 숙지도 해두었다.

이제 노트북으로 MR만 재생하면 카페의 스피커로 노래가 흘러나오게 된다.

“현주야, 여기에 와서 앉아봐.”

“네?”

시황이 부르자 현주가 노트북이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내가 말하면 여기 있는 음원 틀어주면 돼. 알겠지?”

“아, 네.”

이제 준비 끝이다. 시황은 무선으로 된 마이크를 가지고 카페의 카운터 앞으로 갔다. 여기가 카페의 중간쯤이라서 주목을 받기 좋은 위치였다.

시황이 카페의 중간에 카메라를 들고 서자 몇몇 사람들이 궁금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안녕하세요. 카페 케즈론의 사장인 강시황이라고 합니다.”

마이크에 대고 말하자 시황의 목소리가 카페의 스피커로 흘러나왔다. 생각보다 음질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들을만 했다.

시황이 갑자기 자기소개를 하자 카페에 있던 사람들, 소수의 남자와 다수의 여자가 궁금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건 고등학교 이후 처음이라 약간 떨리기도 했다. 하지만 옛날처럼 긴장해 배가 아프고 몸이 벌벌 떨리지는 않았다. 노래 실력에 대한 자신감과 이전엔 없던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러 사람이 주목하자 전에는 못 느꼈던 짜릿한 흥분감이 피어올랐다.

“아시는 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인터넷에서 욕먹고 있는 노래 본좌이기도 합니다.”

시황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렸다. 모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포털 사이트 1위를 찍은 만큼 대부분의 사람이 노래 본좌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영상을 본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고 인터넷을 하다 흘긋 본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와, 난 진짜 몰랐는데 이제 보니까 노래 본좌랑 정말 비슷하게 생겼네.”

“그지? 선글라스 때문인가? 몇 번 봤는데도 전혀 몰랐어.”

시황의 동영상을 본 사람은 깜짝 놀라며 말했고,

“노래 본좌? 노래 조작한 사람?”

“저 사람 노래 조작한 거 아닌가?”

몇몇 사람은 바로 조작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노래 본좌라……. 참 부끄러운 명칭이라 부담이 많이 됐긴 했지만 그만큼 기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말도 안 되는 동영상 때문에 조작범으로 몰려 정말 많이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그 오해를 풀고자 나왔습니다.”

시황은 여기까지 말하고 한 호흡 쉬었다.

“그런 이유로 노래 2곡만 불러도 괜찮겠습니까?”

“괜찮아요!”

“불러주세요.”

시황의 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소리를 쳤다. 노래 본좌라 불리니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지도 궁금했지만 대학생들이 많은 만큼 이런 이벤트를 좋아했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 유명하신 연예인인 정은비 씨와 강소진 씨도 오셨는데 미흡한 제 노래를 들려드려서 정말 부끄럽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곡은 천만년의 사랑입니다. 현주야, 틀어줘.”

시황이 말하자 현주가 천만년의 사랑 MR을 더블클릭해 재생했다. 그러자 가게의 스피커로 반주가 흘러나온다. 이것도 음질이 썩 뛰어나진 않았지만 무난하게 재생되었다.

한번 숨을 깊게 내쉰 시황은 마력 회로를 가동시켜 음악 부분의 조절바를 끝까지 끌어올렸다.

“이대로 널 보내기는 싫다고…….”

전주가 끝나고 시황은 나직한 목소리로 감미롭게 노래를 불렀다.

“와…….”

“쩌, 쩐다.”

겨우 한소절이었지만 믿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시황의 가창력에 카페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감탄성을 내뱉었다. 일단 첫소절만 들었을 때는 노래 본좌라는 오글거리는 타이틀이 너무 잘 어울렸다.

“영원히 널 내 마음속에 간직할 테니,

천만년 동안 너를 사랑 했었어. 소중했기 때문에.”

음이 높은 클라이맥스 부분도 깔끔하게 넘어갔다. 듣고 있는데도 정말일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노래 실력이었다.

“오, 오빠 노래 진짜 잘하죠?”

은지가 흥분한 표정으로 소진과 은비를 보고 말했다. 동영상으로 시황이 노래를 잘 부른다는 걸 보기는 했지만 직접 라이브로 들으니 그 느낌이 전혀 달랐다. 압도적인 가창력에 그저 입을 벌리고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감미로운 음색과 기교, 성량, 고음까지 말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났다.

“…….”

“정말……. 내가 본 가수들보다 비교도 안 되게 잘하네…….”

시황의 노래를 처음 듣는 은비는 깜짝 놀라서 말도 못하고 넋을 잃은 채 쳐다봤고 소진은 순수하게 감탄을 했다. 도전 천백 곡에 나가서 아이돌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듣기도 했지만 그냥 잘 부른다 수준이었지 시황처럼 깜짝 놀라 감탄할 수준은 아니었다.

“안녕…….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페에 있는 사람들이 연신 감탄을 하며 노래를 듣는 사이에 천만년의 사랑이 끝이 났다. 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시황의 가창력에 다들 충격에 빠져 제대로 말도 못하고 눈만 깜빡거릴 뿐이었다.

“정말 잘불러요!”

적막한 카페에 소진의 목소리가 퍼졌다.

“노래 본좌 맞네!”

“진짜 쩔어요! 완전 감동했어요!”

“사인해 주세요!”

소진이 적막을 깨자 사람들이 너도나도 소리를 쳤다. 특히 남자들보다 여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시황정도면 얼굴도 제법 괜찮고 키가 작기는 했지만 몸매가 좋아 옷을 입어도 태가 났다. 그리고 광휘의 반지 덕분에 빛을 보정 받아 대충 봐도 전체적으로 멋스러움이 가득했다. 거기다 노래까지 말도 안 되게 잘하니 여자들의 심금을 안 울리려야 안 울리기가 힘들었다.

“감사합니다. 바로 다음 노래로 갈게요. 현주야, 외로운 밤 틀어줘.”

시황의 말에 현주가 외로운 밤 MR을 재생했다.

반주가 나오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천만년의 사랑을 부를 때는 멍하니 노래를 듣는다고 동영상 촬영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전주가 끝나고 시황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까처럼 들어도 믿기 힘들 정도의 가창력이 카페를 가득채웠다.

“와, 진짜 쩐다. 사람이 저렇게 노래를 잘 부를 수가 있나?”

“오빠, 진짜 그렇지? 나 저렇게 노래 잘하는 사람 처음 봐. 박찬규보다 훨씬 잘부르는 거 같아.”

시황의 노래를 들으며 카페에 있던 커플이 속닥속닥거렸다.

“아, 조용히 좀 해주세요. 노래 듣는데 방해 되잖아요.”

“죄, 죄송해요.”

옆에 있던 여자가 까칠하게 커플에게 한소리했다. 보통 이런 이벤트로 노래를 부르면 같이 즐겁게 따라 부르면서 흥겨운 분위기가 되기 마련인데 시황의 노래는 그런 흥겨움을 넘어 이 노래를 제대로 감상하고 듣고 싶다는 본연적인 욕망을 자극했다.

“아…….”

어느덧 시황의 노래가 끝이 나자 카페에 있던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안타까운 탄성을 내뱉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곡 더 불러주시면 안 돼요?”

“맞아요! 한 곡만 더 불러주세요!”

“앵콜! 앵콜!”

시황이 인사를 하고 들어가려고 하자 사람들이 앵콜을 요청했다.

“부끄러운 실력이라…….”

“그게 부끄러운 실력이면 저희는 어쩌라구요.”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한곡만 더 할게요. 잠시 만요.”

강력한 요청에 못 이긴 시황이 노트북으로 가서 MR을 재생했다. 사실 앵콜을 요청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난생처음 사람들에게서 받아보는 앵콜은 이전에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묘한 흥분의 전율이 일어 척추를 타고 흘렀다. 섹스를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흥분이었지만 몸을 짜릿하게 만드는 건 똑같았다.

“이번 노래는 He's gone입니다.”

“He's gone이라니 대박 기대된다. 진짜.”

시황의 말에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렸다. He's gone의 4단 고음은 일반 가수들도 그만한 음을 내기가 힘들기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황이 노린 부분도 그거였다. 일반 가수가 부르기 힘든 노래를 무난히 소화함으로써 그만큼 자신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걸 증명해 보일 생각이었다.

이번에도 사람들이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고 시황이 노래를 불렀다.

“발음 쩐다. 대박. 완전 외국인이 부르는 거 같네.”

“멋있다…….”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시황이니 만큼 He's gone이라는 팝송도 외국인이 부르는 것처럼 완벽한 발음을 소화해 내었다.

거기다 일반 가수조차 제대로 부르지 못하고 목이 갈라지는 4단 고음도 아주 매끄럽고 완벽하게 질러내자 사람들이 일심동체로 탄성을 내뱉었다.

은비는 멍하니 시황의 노래만 감상한 반면에 소진과 은지는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했다.

“부족한 노래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래가 끝이 났다. 시황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현주가 있는 테이블로 돌아왔다.

“오, 오빠. 너무 잘 부르세요. 정말 감탄했어요.”

“고마워.”

현주가 얼굴을 붉히며 몽롱한 눈빛으로 시황에게 말했다. 이런 눈빛을 한 사람이 현주만이 아니었다. 카페에 있는 몇몇 여자들도 노래의 여운을 잊지 못하고 시황을 눈으로 쫓았던 것이다.

“제 노래 괜찮으셨나요? 부족한 실력이긴 하지만 조작은 아니라고 밝히고 싶어서……. 하하.”

“노래 본좌는 조작이 아니었네요.”

시황의 말에 소진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제 부탁 들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당연히 들어드려야죠. 아니, 오히려 제가 부탁하고 싶을 정도인데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은비 씨는 어떻게…….”

은비가 말도 없이 시황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자 어색한 표정을 지은 시황이 물었다.

“아, 네. 다, 당연히 해드려야죠. 사장님 노래 정말 잘 부르시네요.”

가식적이던 이전과 다르게 은비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여러 가수를 봐왔지만 시황만큼 충격적으로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그다지 잘 생겨 보이지 않던 외모에서 빛이 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생각한 대로 일이 잘 풀렸다. 시황은 어떤 식으로 글을 써줬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소진과 은비에게 얘기를 했고 소진과 은비는 시황의 말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었다. 그 뒤로 약간의 담소를 나누다가 소진과 은비가 갈 시간이 되자 시황은 창고로 들어가서 원두와 포션을 조그맣고 예쁜 상자에 담아서 건네주었다.

“이거 쓰실 때, 안 에 들어있는 원두를 같이 동봉된 물에 잠시 담가뒀다가 질병이 있는 부위에 바르시면 돼요.”

“감사합니다. 저희 아버지도 기뻐하실 거에요.”

시황이 건네준 조그만 상자를 열어본 은비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걸로 질염이 제발 나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고마워요. 집에 가서 바로 글 써드릴게요. 노래 본좌님 파이팅!”

소진이 귀여운 포즈로 응원을 해줬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갈게요.”

“장사 번창하세요. 사장님.”

카페를 나간 은비와 소진은 바로 앞 도로에 서있는 고급스러운 밴을 타려고 했는데, 소진과 은비가 카페 케즈론에 왔었다는 소문이 퍼졌는지 그 밴 옆에 사람들이 엄청 몰려있어 매니저의 도움으로 겨우 탈 수 있었다.

밋밋한 음식에 감칠맛 나는 조미료까지 뿌렸으니 이제 흡입만 하면 된다. 시황은 노트북으로 언제 인터넷 방송을 할 건지 그 시간을 써서 네일트 팬에 올렸다.

============================ 작품 후기 ============================

추천, 선작, 코멘트, 그리고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이제 4레벨까지 얼마 안 남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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