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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레벨 정복!
운전면허를 위한 필기시험은 쉬워도 너무 쉬웠다. 시험을 치러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시험을 완료한 시황은 100점을 간단히 받고 필기시험을 통과했다. 기능시험이야 다들 쉽다고 하니 걱정이 없었고 도로주행 시험까지만 단번에 합격하면 이번 주 안에 운전면허증을 딸 수 있을 거 같았다.
카페로 가기 전에 서점에 들러 토익과 토플, JLPT와 JPT 문제지를 샀다. 언어 습득용 알약을 먹고 영어와 일본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치는 시험에서 만점을 받을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시험의 유형과 방식을 알기 위해 산 것이다.
드르륵!
책을 다 구입하고 카페로 가는 중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강시황 씨죠? 지금 택배 갈 건데 집이세요?]
[아, 언제 쯤 오시죠? 지금 집에 가면 10분 안으로 도착할 거 같은데.]
[그러면 10분 뒤에 가도록 할게요.]
전화를 끊은 시황은 카페가 아니라 자신의 집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틀 전에 주문한 노트북과 녹음을 위한 기기들이 도착하니 오늘이나 내일쯤 제대로 된 음질로 녹음을 해서 유투브에 영상을 올릴 수 있을 같다.
“오빠! 오늘 일찍 오셨네요.”
이제 오후 2시밖에 안 됐는데 시황이 집에 오자 아루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안겼다. 시황이 없을 때는 혼자서 공부도 하고 만화책도 보고 컴퓨터로 동영상이랑 영화를 감상하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역시 시황이랑 같이 있을 때가 제일 즐겁고 행복했다.
“조금 있다 다시 나갈거야.”
“힝, 오빠랑 좀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어요.”
시황의 말에 아루가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시황과 하루종일 같이 있으면서 키스도 하고 섹스도 하면서 놀고 싶었다. 시황이 일 안하고 매일 자신하고 놀 때가 좋았는데…….
“미안. 아루야. 요즘 조금 바쁘네. 나중에 카페에 데려가 줄 테니까 조금만 참아.”
“네. 오빠 그러면 키스해주세요.”
아루가 시황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하자 시황이 살짝 웃으면서 아루에게 입을 맞췄다. 언제나처럼 아루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키스를 했다.
띵동.
“오빠, 누구 왔어요.”
벨소리가 들리자 키스를 멈춘 아루가 동그란 눈으로 말했다.
“택배 왔나보네. 아루야 2층에 가있어.”
“네. 오빠.”
아루가 2층에 가자 시황은 현관문을 열어 택배를 받았다. 주문한 게 워낙 많다보니 현관에 택배 박스로 가득 찼다.
“오빠 이거 다 뭐에요?”
택배 기사가 가자 다시 현관으로 온 아루가 갈색의 박스들을 보고 물었다.
“노래 부를 때 쓰는 거.”
“와, 그럼 또 오빠 노래 하는 거 들을 수 있겠네요. 정말 좋다.”
“그래.”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아루가 귀여워 뺨을 쓰다듬어 준 시황이 칼을 가져와 박스들을 일일이 다 뜯었다. 언제나 느끼지만 택배 뜯을 때의 이 희열은 정말 엄청났다.
노트북 박스를 열어 지문하나 묻지 않은 미끈한 노트북을 꺼냈다. 2.4kg의 이 노트북은 최신 하드웨어를 탑재하고 있어 노래를 녹음하는데 충분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노트북을 부팅시키고 마이크와 오디오 인터페이스 등 하나하나 전부 개봉했다.
“음…….”
시황이 이것들을 어떤 식으로 사용할지 고민을 하는 동안 옆에 대충 놔둔 박스를 아루가 차곡차곡 쌓아 정리하고 여기저기 버려진 쓰레기는 쓰레기봉투에 버렸다.
방음시설이 하나도 안 된 오피스텔에선 노래를 부르기가 조금 곤란했기 때문에 케즈론의 성에 가서 부르고 싶었는데 커다란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케즈론의 성에는 전기가 없다는 점이었다.
노트북이나 앰프 같은 건 전기가 있어야 오랫동안 녹음을 할 수 있었는데 전기 없이는 약간 곤란했다.
고민을 하던 시황은 콘센트 옆에 케즈론의 성으로 가는 문을 소환했다. 그리고는 2구짜리 멀티탭을 연결해 케즈론의 성 안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일단 육안으로 보기에는 별 문제 없이 문을 지나 케즈론의 성으로 이어져 있었다.
노트북을 케즈론의 성으로 가져와 전원선을 멀티탭에 연결하고 확인하자 다행스럽게도 아무런 이상 없이 노트북에 충전표시가 떴다. 문을 닫아두지 못한다는 단점이 생기긴 했지만 어차피 자신과 아루 말고는 이 문을 볼 수 있는 존재는 없었기 때문에 전혀 상관없었다.
시황은 음악 작업용 프로그램을 깔면서 인터넷에서 본대로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앰프, 마이크 등을 연결했다.
기초적인 건 다 끝났고 이제 노래만 불러 카메라로 녹화한 영상과 녹음한 음악을 이어붙이기만 하면 깔끔한 유투브용 영상을 제작할 수 있었다.
“벌써 3시 30분이네.”
정신없이 하다보니까 벌써 과외 하러 갈 시간이 되었다. 시황은 노트북을 끄고 멀티탭을 빼서 케즈론의 성에 있는 침실로 옮겨두었다.
“아루야, 공부하고 있어. 오빠 일하고 올게.”
“네. 다녀오세요.”
오피스텔로 돌아온 시황이 말하자 아쉬운 표정을 지은 아루가 대답했다.
아루에게 가볍게 키스를 해주고 오피스텔은 나온 시황은 찬미의 집에 가서 섹스와 과외를 하고나서 카페에 갔다. 아직 찬미의 카페 경력이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아 미흡한 부분이 제법 있어 시황이 틈틈이 도와주었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어둠으로 물들었다. 어느새 밤 9시가 되었고 카페에는 제법 여유가 생겼다. 카페 케즈론의 커피 맛을 본 사람들은 다른 곳의 커피는 맛이 없어 못 먹을 정도인지라 한번이라도 커피 맛을 본 사람은 카페 케즈론의 커피만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날이 갈수록 손님이 증가했고 마찬가지로 그와 동시에 매출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이루고 있었다. 처음에는 25평의 카페도 크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많이 비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약간 여유가 생겼는지 찬미가 시황이 앉은 테이블로 다가왔다.
“응?”
“그런데 오빠 서울에 있는 대학 가시면 이 카페는 어떻게 하실 거에요?”
찬미가 시황의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 카페를 팔고 서울로 가기엔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너무 아까웠다.
“부모님한테 드리고 갈까 생각중이야.”
그때쯤이면 4레벨이 될 수 있을 테고 그렇다면 퀘스트를 완료하면서 얻은 돈과 이 카페로 번 돈을 합해 청담동에 카페 케즈론 2호점을 낼 수 있을 거 같았다. 물론 이 모든 건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했을 때라는 전제 조건이 붙기는 했다만.
“그러면 되겠네요. 아, 그리고 아버님은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응. 괜찮아. 많이 좋아지신 거 같더라.”
“다행이에요. 제가 한번 병문안을 가고 싶은데…….”
찬미가 슬쩍 시황을 눈을 보면서 말했다.
“괜찮아. 얼마 안 가 퇴원하실 거 같아.”
“아, 네. 다행이네요. 오빠.”
완곡한 시황아 거절에 찬미가 약간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시황은 절대 찬미를 부모님에게 데려갈 생각이 없었다. 이미 아루를 부모님에게 소개해드렸으니까. 찬미는 아루를 자신의 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부모님은 자신의 여자 친구라 생각하고 있는데, 혹시 찬미를 데려갔다가 아루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 순간 난리가 날 게 분명했다. 아예 그런 일을 생기지 않게 차단을 시켜야했다.
카페를 마치고 찬미까지 집에 데려다 준 시황은 오피스텔로 왔다.
“오빠, 다녀오셨어요?”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루가 달려와 시황의 품에 안기면서 말을 했다.
“난 샤워하고 올게.”
“네.”
아루도 같이 따라가고 싶어 하는 게 표정에서 가득 드러났지만 시황은 일부러 같이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괜히 또 같이 샤워했다가는 1시간 넘도록 섹스를 할 게 분명했고 그러면 노래 녹음할 시간이 매우 부족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의 욕실에 가서 간단히 샤워를 한 시황은 신경 써서 옷을 골랐다. 이번엔 제대로 찍는 영상인 만큼 괜찮은 옷을 입을 생각이었다.
슬림한 면바지와 흰색의 셔츠 그리고 검은색의 블레이저를 입었는데 케즈론의 옷장에서 가져온 옷들인 만큼 완벽한 피팅감을 보여 주었다.
“오빠 너무 멋져요.”
아루가 잘 차려입은 시황을 보면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너무 너무 멋져서 시황을 꼭 끌어안아서 키스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황이 바쁜 거 같아 차마 키스를 해달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시황과 같이 지낸지 오래인 만큼 눈치라는 것도 생겼으니까.
시황은 컴퓨터로 외로운 밤 MR을 받아 USB에 저장한 다음에 카메라를 챙겨 아루와 함께 케즈론의 성으로 갔다.
본격적으로 영상을 찍기 위해 콘센트와 연결된 멀티탭에 노트북 전원선과 앰프를 연결했다. 전과 비슷한 배경으로 찍기 위해 삼각대를 조절해서 커다란 성의 창문 밖으로 아름다운 숲이 잘 드러나게 했다.
카페에서 이미 어떤 식으로 녹음을 하는지 숙지를 한데다 컴퓨터만 10년을 넘게 다뤄온 시황인지라 크게 어렵지 않게 모든 작업을 완료했다.
“아루는 침대에서 구경하고 있어.”
“네. 오빠. 엄청 기대돼요.”
카메라에 찍히지 않는 침대에 앉은 아루는 좋아하는 아이돌을 만난 여고생처럼 애정이 넘쳐흐를 거 같은 표정으로 시황을 바라봤다.
시황은 직접 가서 삼각대에 놓인 카메라로 영상 녹화 버튼을 눌렀다. 앞부분은 잘라버리면 되기 때문에 이래도 별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는 탁자에 돌아와 앉은 뒤에 노트북으로 녹음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고 모니터링용 헤드셋과 선글라스를 꼈다.
USB에 넣어온 외로운 밤 MR을 재생시키자 모니터링용 헤드셋으로 반주가 흘러나왔는데 생각보다 그 음질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상한데.”
고개를 갸웃하며 반주를 조금 더 들어봤지만 그래도 이상했다. 40만 원이 넘는 모니터링용 헤드셋인데 후 센 카드론의 이어폰에 비하면 음질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황은 헤드셋을 벗고 아공간에서 후 센 카드론의 이어폰을 꺼내 연결했다. 그리고 방금 전처럼 MR을 재생시켰는데 40만 원 짜리 헤드셋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풍부하고 꽉 찬 음이 귀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아루야, 이거 좀 가져가.”
“네! 오빠!”
아루가 와서 시황이 건넨 헤드셋을 가져갔다. 저건 그냥 다른 사람한테 선물로 줄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마력 회로를 가동시켜 음악 부분 조절바를 최대치까지 올린 시황은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MR을 재생시켰다.
리바이벌의 외로운 밤의 반주가 후 센 카드론의 이어폰을 통해 귀 속 세포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었다.
전주가 끝이 나고 시황은 마이크에 대고 노래를 불렀다. 전에는 표정이 약간 어색했던지라 이번에는 최대한 감정을 살렸다.
감미롭고 풍부하며 너무나 아름다운 시황의 목소리가 성의 침실을 가득 채웠다. 아루는 그런 시황을 멍하니 바라봤다.
“외로운 밤, 외로운 밤에 견딜 수 없었던…….”
원곡을 부른 가수조차 몇 년이 지난 지금에는 원키로 부르지 못한다는데, 시황은 크게 힘들이지 않고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음을 쭉 올렸다. 그런데 그 높은음이 듣기 싫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너무나 매력적이라 이 노래를 듣는 누구든 반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3분이 넘는 노래가 끝이 나고 시황은 바로 카메라를 끄지 않고 마무리로 감정연기를 한 뒤에 동영상 녹화를 종료시켰다.
“와…….”
노래를 제대로 모르는 아루조차 시황의 노래에 너무 감동해 그저 감탄사만 낼 뿐이었다.
“괜찮았어?”
“오빠 진짜 멋졌어요. 오빠 짱!”
어디서 배웠는지 아루가 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말했다.
시황은 자신이 생각해도 제법 괜찮게 녹음이 된 거 같아 자신이 부른 노래를 재생시켰다.
“호오…….”
후 센 카드론의 이어폰에서 웬만한 가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폭발적인 가창력을 가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력 회로를 사용했다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가창력이었다. 이게 정말 자신의 목소리인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이정도면 되겠다.”
마음에 든 시황은 녹음 프로그램으로 볼륨 조절과 약간의 편집을 하고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과 이어 붙였다. 초반의 쓸데없는 부분과 후반의 필요 없는 부분을 다 지우고 노래 영역만 편집해 인코딩했다.
“아루야, 이제 가자."
“네.”
노트북 들고 오피스텔에 돌아온 시황은 아루를 먼저 침대에 보내고 인터넷 선을 연결한 뒤에 유투브에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끝. 이제 섹스하고 자야겠다.”
업로드를 끝내고 마무리 정리를 한 시황은 하품을 하고 아루가 기다리는 침대로 갔다. 이미 시황과 섹스할 준비를 마친 아루가 옷을 입지도 않고 시황을 유혹했고, 그 모습에 흥분한 시황이 아루에게 달려들어 섹스를 하는 동안 업로드한 유투브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시황은 이 동영상이 얼마나 큰 파란을 몰고 올지 전혀 알지도 못한 채 그저 아루의 품에 안겨 헐떡이고만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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