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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진짜 잘한다 ㅜㅜㅜㅜㅜㅜㅜ]
[헐, 나 완전 집중해서 들었음. 노래 진짜 쩐닼ㅋㅋㅋㅋ]
[저분 누구에여??? 얼굴도 괜찮고 몸매도 좋은데 노래 실력까지 저렇게 대단하다니 엄친아인 듯 ㅎㅎ]
[이건 또 어느 기획사에서 뿌리는 거냐. 언플 다 티 나네. 뒤에 숲이랑 배경 보면 뮤직비디오 찍는 중인 거 같은데 보면 모를 줄 아냐? 제발 알바 써서 이런 더러운 짓 좀 하지마라.]
[헐, 더럽게 못생겼다. 선글라스라도 끼면 괜찮아 보일 거라고 착각한 건가? 진심 못생김.]
어제 오후에 유미가 올린 시황의 노래 영상 조회수가 벌써 2만이 훌쩍 넘었다. 불여시 사이트 말고도 유투브의 댓글과 타 사이트의 댓글에서도 노래를 잘한다고 감탄하는 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배경 때문에 트집 잡는 자칭 전문가와 아무 이유 없이 욕하는 악플러들이 몇몇 있기는 했다.
인터넷 경력이 10년이 넘는 시황이 판단하건데 악플러의 대다수는 남자였다! 말투에서 오는 느낌이 그랬다.
“헐, 오빠 얘네들 진짜 미친 거 아니에요? 말도 안 되는 욕하고 진짜 짜증나요. 저런 놈들 다 고소해버려야 하는데.”
해가지고 어둠이 찾아온지 오래였다. 진즉에 샹들리에에 불을 켜 카페를 환하게 밝혔다. 고풍스러운 성의 느낌이 물씬 나는 카페의 내부에는 커플로 보이는 팀과 여자끼리 와서 얘기를 하는 팀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과외를 끝내고 찬미가 시황과 함께 카페에 출근하려 하자 어쩐 일인지 유미가 같이 따라왔다. 카페 구석에 항상 시황이 앉는 테이블에 자리를 차지한 유미는 타블렛으로 어제 올린 영상의 댓글들을 하나하나 전부 다 체크하고 있었다.
“진정해. 유미야.”
정작 시황은 그런 욕이 써진 댓글을 봐도 별 느낌이 없었는데 오히려 유미가 흥분해서 난리였다.
“막 되지도 않는 소리하잖아요. 아으, 짜증나.”
시황은 화가 난 유미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었다.
찬미는 커피를 만든다고 정신이 없었고 카페는 평온했다. 장사가 잘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시간 사람들이 줄서서 커피를 테이크아웃 해가지는 않았다. 주로 점심, 저녁 시간에 사람들이 몰렸고 지금 시간에는 한두 자리가 남기도 했다.
그때 한국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 동양인과 금발의 외국인이 카페에 들어왔다. 왠지 흥미로운 상황이라 시황은 카운터를 보고 있는 시연을 쳐다봤다.
평소에는 무미건조한 표정을 지었지만 지금은 확연히 긴장해서 얼굴이 굳은 게 느껴졌다. 언어 습득용 알약을 먹어 영어를 완벽하게 마스터한 자신이야 아무런 부담도 없었지만 영어 회화가 안 되던 과거에는 분명 시연처럼 당황해서 절로 얼굴이 굳어 졌을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지식과 능력, 다양한 경험이 얼마나 큰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지 새삼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운전면허도 따서 차도 사야 될 텐데 시간이 잘 안 난다.
그런데 한국말을 잘 할 줄 모르는 외국인이라 시연은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식은땀까지 조금 흘리더니 시황을 애처롭게 쳐다봤다. 도와달라는 무언의 눈빛이었다.
“잠깐만, 유미야.”
“어디가세요? 오빠?”
시황은 그 외국인들에게 가서 직접 영어로 주문을 받고 화장실이 어디인지까지 가르쳐주었다.
“고마워요. 그런데 미국에서 오셨어요? 발음이 참 좋으시네요.”
“아니요. 한국에서 쭉 살았어요.”
시황은 웃으면서 외국인들과 대화했다. 비록 언어 습득용 알약을 먹어 영어를 잘하는 것이긴 했지만 이렇게 당연하다는 듯 외국인과 대화를 하니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외국인들이 테이블로 가자 시황은 시연에게 어떤 것들을 주문했는지 말해줬다. 무관심하던 이전과 다르게 시연의 눈에 조금 놀라움이 담겨 있었다.
한국에서 영어의 위력이 이 정도였다. 원어민처럼 회화를 하면 무뚝뚝한 여자도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게 만들어버린다.
“다음에 외국인 손님 오면 바로 저 부르세요.”
“감사해요. 사장님.”
“뭘요. 이정도 가지고.”
시황은 시연에게 미소를 한번 지어주고 다시 테이블에 돌아와 앉았다.
“와, 와……. 오빠 영어발음 진짜 좋네요. 저희 학교 영어 선생님보다 훨씬 좋아요. 오빠 유학이라도 다녀오셨어요?”
유미가 감동한 표정을 지으며 시황에게 말했다. 시황은 정말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남자였다. 단순히 영어를 잘한다는 것만으로도 이전보다 더욱 인텔리전트하면서 엘레강스하게 보였다.
“아니. 비행기도 못타봤어.”
“진짜요?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해요?”
“예습, 복습을 철저히 했지.”
“에이, 그게 뭐에요.”
시황의 농담에 유미가 크게 웃었다. 고등학생이다 보니 이런 유치한 유머에도 정말 재미있어했다. 고등학생 특유의 풋풋함이 너무 예쁘다.
“그런데 오빠, 그렇게 영어 발음 좋으시면 팝송도 불러보는 건 어때요? 엄청 멋있을 거 같아요.”
“팝송? 그럴까?”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았다. 이왕 올리는 김에 제목도 영어로 해서 해외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게 하는 게 조회수 면에서 유리할 거 같았다. 생각할수록 괜찮은 생각이었다. 자신이 유투브에 영상을 올린 건 경험치를 위해서였으니까.
올라온 댓글들을 보면서 유미와 놀기도 하고 가게 일도 하다 보니 어느새 밤 10시가 지났다.
“유미야, 이제 집에 가야지. 벌써 10시인데.”
대충 여유가 생겼는지 바리스타 복장을 한 찬미가 와서 유미에게 말했다. 검은색의 펌프스와 가슴이 살짝 두드러지게 보이는 와이셔츠를 얼굴과 몸매가 완벽하다시피한 찬미가 입고 있으니 정말 아름다웠다. 바리스타 전문 모델을 해도 될 정도다.
“여기에 더 있고 싶은데…….”
유미가 가기 싫은지 말을 흐렸다.
“가서 공부도 하고 씻어야 내일 학교 가지.”
“힝, 빨리 수능치고 싶다. 수능 끝나면 맨날 카페 올 건데.”
10분 동안 가기 싫어 징징거리던 유미가 결국 부모님의 전화를 받고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유미가 가고 나자 시황은 테이블에 앉아 퀘스트를 몇 가지 찾아봤다.
[운전면허를 획득하세요. 경험치 100]
[2만 장의 음반을 판매하세요. 경험치 100]
예상대로 운전면허를 따는 것도 소소하지만 경험치가 있었고 음반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도 유투브나 책을 파는 것처럼 경험치가 누적되었다.
그리고 타블렛으로 토익과 토플 시험 일정도 확인하고 음악을 녹음할 마이크와 노트북도 하나하나 찾아보았다. 돈이야 넉넉하게 있으니 노트북은 얇고 가벼우면서 사양이 높은 걸로 사고 마이크도 녹음 음질이 좋은 걸로 살 생각이었다. 여유가 있으니 확실히 씀씀이가 조금 달라지긴 한다.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정보를 보던 시황은 자신이 자주 갔던 사이트에 접속해서 글을 몇 개 읽었다. 그러다 [이 분 노래 개쩌네요.]라는 제목이 보여 혹시나 싶어 클릭했다.
“호…….”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어제 유미가 불여시에 올린 영상이 벌써 남자가 가득한 IT와 스포츠 관련 사이트에도 퍼진 것이다.
시황은 밑에 어떤 댓글이 달렸는지 확인했다.
[ㄷㄷ 저분 왠만한 가수 개바르겠네요.]
[잘하시긴 하는데 솔직히 박찬규같은 느낌은 안 드네요. 저 노래는 좀 더 거칠게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 말이죠.]
[제가 음악 관련 일을 해서 아는데 이거 조작이에요. 마이크도 없이 부르는데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리잖아요. 먼저 부르고 컴퓨터로 후처리 한 전형적인 영상이에요.]
[저거 솔직히 그렇게 잘 부르는 거 아닌데. 제가 불러도 저거보다는 좀 나을 듯.]
그저 여자들은 잘한다, 멋지다, 감동했다, 이런 글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어찌된 게 남자가 많은 사이트에는 잘한다는 댓글보다 흠을 잡는 댓글이 더 많았다. 자기가 더 잘 부를 수 있다는 댓글이야 그러려니 하겠는데 자기가 전문가라면서 영상을 조작했다는 댓글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래서 자신이 남자보다 여자를 좋아하는 거였다.
드르륵!
한참 댓글을 보는데 지영에게서 문자가 왔다.
[시황아, 오늘 누나 집에 놀러올래? 우리 본지 한참 됐잖아.]
[12시 넘어야 될 거 같은데 괜찮을까요?]
[응. 괜찮아.]
[네. 그럼 일 끝나고 바로 갈게요.]
다행스럽게 지영은 전과 별로 다른 점이 안 보였다.
11시 30분에 카페를 닫고 뒷정리를 한 뒤에 시연에게 트레이닝까지 시켜주었다. 매일 웃는 연습을 하고는 있는데 효과는 전혀 없는 거 같았다. 뭐, 이건 어차피 나중을 위한 보험이라 효과가 없으면 없을수록 좋았다.
정리를 끝내고 시황은 찬미와 카페를 나와 손을 잡고 걸었다. 어두운 밤거리를 단 둘이서 손만 잡고 걸으니 분위기가 제법 괜찮았다.
“카페일은 할만해?”
“네. 재밌어요.”
시황의 말에 찬미가 웃으면서 말했다.
“다 왔네.”
어느새 찬미의 집 앞 골목에 도착했다. 카페와 찬미의 집이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평소보다 더 짧은 거 같았다.
“오빠, 저 이제 집에 들어갈게요.”
찬미는 말은 그래놓고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시황만 쳐다봤다. 왜 그런지 아는 시황은 껴안고 키스를 해줬다. 기다렸다는 듯이 찬미가 시황의 목을 팔로 감고 입을 맞추었다.
“이제 들어가 찬미야.”
“네. 오빠 내일 봐요.”
키스가 끝나자 아쉬운 표정을 한 찬미가 집으로 들어갔다.
찬미가 집으로 들어간 걸 확인한 시황은 그대로 지영의 집으로 갔다. 간만에 지영과 섹스를 한다고 생각하니 약간 기대가 됐다. 그러고 보니 은지와 지숙 마사지도 해줘야하는데 요즘 너무 바빠서 문제였다. 아직 카페를 낸지 한 달도 안 됐는데 현주와 찬미에게만 가게를 맡겨두기는 힘들었다.
지영의 집에 도착해 벨을 눌리자 반가운 얼굴을 한 지영이 문을 열어줬다.
“어머, 시황아 너 얼굴 보기 너무 힘들다. 요즘 너무 바쁜가봐?”
“네. 조금 바쁘긴 해요.”
“들어와.”
원룸에 들어간 시황은 신발을 벗고 지영의 침대에 앉았다. 여기서 자신의 동정을 땠었는데 엄청 까마득한 옛날로 느껴졌다.
“저, 시황아…….”
“네?”
지영은 시황의 옆에 앉아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뭔가 할 말이 있는 듯이 뜸을 들였다.
“아니다. 그 얘긴 나중에 하고 먼저 씻을래?”
“네. 제가 땀을 조금 흘려서 씻고 올게요.”
“응. 알았어. 씻고 와.”
시황은 지영이 보는데서 스스럼없이 옷을 벗었다. 발기를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커다란 성기가 덜렁거린다.
“어머, 시황이 거 봐도 봐도 정말 크다.”
커다란 시황의 성기를 본 지영이 조그맣게 웃으면서 시황에게 다가와 성기를 쥐었다. 발기를 하지 않아 말랑말랑한 게 느낌이 좋은지 계속 조몰락거렸고 지영의 손길을 받은 성기가 금세 딱딱하게 발기해버렸다.
“누나, 저 씻고 올게요.”
“응. 알았어. 씻고 와.”
시황이 씻으러 간 사이에 지영은 미리 사놓은 콘돔을 확인했다. 시황의 집안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평범하다 못해 못사는 축에 속한 걸 안 지영은 시황의 아이를 가지겠다는 마음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26살 밖에 안 되는 나이로 카페를 연 건 분명 대단하지만 만약 그 카페가 망한다면 그걸로 끝이라는 말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카페가 잘 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중 일은 모르는 거다. 그래서 지영은 조금 더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자와 결혼을 하고 싶다는 걸 아는 언니에게 푸념하듯 털어놨고, 그 언니는 39살의 의사와 선 자리를 주선해줬었다.
39살의 의사는 생긴 건 시황에게 많이 못 미쳤지만 개인 병원도 있어 결혼만 한다면 자신의 미래는 보장된 거나 다름없었다. 안 그래도 그쪽도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라 제법 분위기가 괜찮았다.
물론 선을 봤고 그 의사와 잘 된다고 해서 시황과 바로 헤어질 생각은 별로 없었다. 그 남자는 딱 봐도 허약한 게 정력이 약하게 생겨 결혼하기 전까지는 힘 좋은 시황과 충분히 즐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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