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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를 앉히고 시황은 카운터 뒤로 가서 먼저 타블렛을 꺼내 퀘스트를 확인했다. 혹시라도 상처 입은 여자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한 경험치가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였다.
[5명 이상의 여자와 섹스를 하세요.][완료][경험치 700]
“응?”
생각과 전혀 다른 퀘스트가 완료됐다. 거기다 이런 퀘스트가 있다는 건 미처 알지도 못했다. 시황이 모든 퀘스트를 다 기억하는 건 아니라서 지금처럼 타블렛을 확인할 때마다 한 번씩 생각지도 못한 퀘스트가 완료되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
시황은 누구와 섹스를 했는지 생각을 해봤다. 노예인 아루는 퀘스트에 포함이 안 되니 넘어가고, 은지, 지숙, 지영, 찬미. 분명 4명이었다.
“뭐지?”
행성을 자기 집으로 쓰는 드래곤이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 테고 뭔가 놓친 게 있다는 말일 텐데 도무지 그 한명이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자는 사이에 누가 자신과 섹스를 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아! 맞다!”
현주를 의심하던 시황이 갑자기 기억나는 게 있어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다른 행성에 가서 고양이 꼬리를 가진 로즈린이라는 여자와 섹스를 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5명이 딱 맞다.
덕분에 700이라는 경험치를 얻어 4레벨의 경험치바 중에 60%정도가 빨갛게 물들었다.
기쁜 마음에 시황은 밑으로 죽죽 더 내려서 비슷한 종류의 퀘스트를 찾아봤다.
[10명 이상의 여자와 섹스하세요. 경험치 1200]
[5명 이상의 처녀와 섹스를 하세요. 경험치 2000]
[10명 이상의 처녀와 섹스를 하세요. 경험치 5000]
[100명 이상의 여자와 섹스를 하세요. 경험치 20000]
[100명 이상의 처녀와 섹스를 하세요. 경험치 50000]
10명을 넘어서면 이후에 100명, 500명, 1000명 순으로 있었다. 아마도 케즈론은 10명 이상의 여자와 섹스를 하게 되면 십 단위의 수는 큰 의미가 없다고 느끼는 거 같았다. 어떤 일이든 그렇듯 처음 할 때는 매우 어렵지만 10회 이상 하면 나름의 노하우가 생기게 되기 마련이니까.
여자관계도 그렇다. 여자 한번 사귄 적 없는 모태솔로는 아주 그냥 평생 동안 여자를 못 사귈 거 같은 반면에 몇 달마다 계속 여자를 갈아 치우는 놈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10명 이상의 여자와 섹스를 한다는 건 이제 여자를 사귀는 노하우를 알았다는 일종의 표시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고, 100명 이상의 여자와 섹스를 한다는 건 완연한 숙련자의 단계 접어들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황은 경험치를 위해 마음에도 없는 여자와 하루 밤 자고 헤어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섹스는 그저 마음만 공허해질 뿐이니까.
경험치를 위해서라면 차라리 여자 쪽이 아니라 사업, 지식, 무학 쪽을 팔 생각이었다.
사업이야 매출액을 올리고 장사가 잘 되면 알아서 경험치가 따라왔고 지식 쪽은 대학교 입학하는 거 말고도 신춘문예에 당선된다든가, 경제나 과학, 수학의 유명한 학술지에 자신이 쓴 논문이 등재가 된다든가 하면 상당한 양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일정 부수 이상 팔리면 경험치를 얻기도 했는데 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글을 써보는 것도 제법 괜찮을 거 같았다. 물론 아직까지 그런 쪽으로는 능력이 전무하다시피 했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아직까진 딱히 빨리 레벨을 올리기 위해 무리를 할 생각은 없었다. 어찌됐든 지금의 생활이 너무나 만족스러우니까.
시황은 타블렛을 집어넣고 커피 머신과 그라인더를 깔끔하게 청소했다.
“찬미야, 커피 뭐 먹을래?”
“저, 녹차 마셔도 괜찮아요?”
찬미가 카운터로 와서 말했다.
“응. 알았어.”
시황은 자신이 마실 카페라떼와 녹차를 만들었는데 찬미가 카운터에 서서 유심히 쳐다봤다.
“신기하지?”
“네. 커피 만드는 건 처음 봤어요.”
“별로 안 어려워. 나도 얼마 전에는 하나도 몰랐었거든.”
“오빠……. 어제 말씀하신 바리스타요. 저 그거 해도 괜찮아요?”
찬미가 약간 부끄러운 듯 말했다. 원래는 사람들 만나기 싫어서 크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지금은 시황과 같은 카페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저 시황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정말? 나야 환영이지.”
“고마워요. 오빠.”
시황이 웃으며 대답하자 찬미도 기분 좋게 웃었다.
다 만든 카페라떼와 녹차, 그리고 빵을 조금 담아서 테이블로 가자 찬미가 뒤따라와 앉는다.
“빵도 먹어. 배고프잖아.”
“네.”
찬미는 녹차를 한 모금 음미했다.
“아! 맛있어요. 오빠.”
평범한 녹차와 다르게 맛이 훨씬 풍부했고 몸까지 상쾌해지는 거 같았다. 전에 마셨던 커피도 감탄이 나올 만큼 맛있었는데 이 녹차도 그런 맛이었다. 계속 마시고 싶게 만드는 엄청난 마력이 있었다.
찬미는 모르겠지만 카페 케즈론의 녹차는 라민 찻잎을 5~10%정도 함유했기 때문에 녹차의 맛이 깊이 깊어진데다 몸과 정신을 맑게 해주는 부가적인 효과까지 생긴 것이다. 카페 케즈론은 특별하지 않는 걸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로 특별한 카페다. 그러니까 매일 인터넷에 글이 올라가고 사람이 북적거리는 거겠지만.
“오전에는 전에 봤던 현주 씨가 일을 하고 계시거든. 그러니까 찬미는 오후 6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일해야 하는데 괜찮아?”
“11시 30분이요?”
찬미가 조금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늦은 밤에 혼자 다니다 무슨 일을 겪을지 약간 두려웠기 때문이다.
“왜? 너무 늦어?”
“조금 늦은 거 같아서…….”
“그래? 흠…….”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러는지 눈치를 챈 시황은 그러면 현주를 오후 시간으로 돌릴까 고민했다. 그런데 오후 시간에 찬미가 일하면 과외를 못 받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찬미가 뭔가를 말하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 그게 오빠랑 같이 가면 괜찮을 거 같아서요.”
찬미가 얼굴 가득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시황과 같이 간다면 그런 늦은 밤거리도 전혀 무섭지 않을 거 같았다.
“나랑 가려면 12시가 지나야 되는데 괜찮겠어?”
“괜찮아요.”
시연에게 트레이닝을 시켜줘야 하기 때문에 찬미랑 가려면 12시는 돼야했다.
“알았어. 그럼 매일 찬미 집까지 데려다 줄게. 그런데 너 설마 나랑 같이 있고 싶어서 바리스타 하는 건 아니지? 하하.”
“몰라요…….”
시황의 농담에 찬미가 볼을 붉히며 유미처럼 대답했다. 자매라더니 하는 행동이 정말 비슷하다. 찬미가 너무 귀여워 시황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찬미의 옆자리에 앉아 키스를 했다.
그러자 찬미가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고 입을 맞췄다. 단순히 입술과 입술, 혀와 혀를 맞댈 뿐인데 너무나 황홀하고 감미로웠다. 한참을 기분 좋게 키스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시황이 입술을 떼자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아쉬움이란 감정이 너무 부끄러워 볼을 살짝 발그레해졌다.
“그런데 오후에 나 공부 가르쳐주고 6시 30분에 출근하는 건 힘들지 않을까?”
“그 정도는 전혀 안 힘들어요.”
“그래? 그러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가서 공부해도 돼?”
“네. 괜찮아요.”
찬미가 웃으면서 말했다.
“시간도 4시로 옮겨도 괜찮지? 6시까지 공부하고 같이 카페로 오면 되겠다. 어때?”
“아, 괜찮을 거 같아요.”
시황은 웃으면서 찬미와 다시 입을 맞췄다. 찬미의 집에서 단 둘만 있을 테니 이제 매일 찬미와 섹스할 수 있다. 완전 좋다.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한참을 찬미와 키스하다 슬슬 현주가 올 시간이 되자 시황은 찬미의 맞은편으로 옮겼다. 현주에게 찬미와 가까이 붙어 있는 걸 보여줘서 좋을 건 없으니까.
딸랑.
키스를 끝내고 차와 커피를 마시며 찬미와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현주가 가게로 왔다. 9시 3분이다. 9시 30분까지 출근하면 되는데 현주는 매일 30분 정도 빨리 나왔다. 그것도 오늘처럼 가슴이 두드러지는 야한 옷을 입고 말이다.
“현주 씨 오늘도 일찍 오셨네요.”
“네. 안녕하세요. 사장님.”
현주는 시황에게 인사하고 찬미를 슬쩍 쳐다봤다. 시황과 단 둘이서 있고 싶어서 9시에 온 건데 이상한 여자 하나가 시황과 있었기 때문이다.
“찬미 씨 아시죠? 전에 카페 오픈하기 전에 왔었잖아요.”
“아, 네.”
시황의 말에 현주가 기억이 난다는 듯 대답했다.
“오후부터는 찬미 씨가 바리스타 일 하시기로 했어요.”
“그, 그렇군요. 안녕하세요. 권현주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이찬미에요.”
찬미가 웃으면서 인사하자 현주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키 크고 예쁜, 자신과 다르게 너무나 아름다운 여자가 시황과 일한다는 거에 질투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어차피 자신이 시황의 여자 친구가 되는 일 따윈 일어날 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저 속으로 한숨만 쉬었다.
“찬미야, 이제 집에 갈 거지? 일은 언제부터 할래?”
“오늘부터 할게요. 오빠.”
“그래? 그러면 이번 주는 과외 쉬고 월요일부터 갈게.”
“오늘 오셔도 괜찮은데…….”
찬미가 시황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 힘들잖아. 집에 가서 쉬다가 6시 30분까지 와. 알겠지?”
“네. 오빠 그럼 갈게요.”
찬미가 가자 현주가 시황의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 현주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는데 질투심이 어린 표정이라기보다는 뭔가를 체념한 모습이었다.
“현주 씨, 오늘도 예쁘게 입으셨네요.”
“가, 감사해요.”
그 모습을 본 시황이 한마디 하자 현주의 표정이 바로 펴졌다. 시황을 위해서 항상 옷에 신경을 썼는데 그럴 때마다 시황은 저렇게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줘 너무 행복했다. 오늘도 특별히 신경 써서 몸에 딱 달라붙는 기다란 원피스를 입었다. 가슴과 힙의 선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이 원피스는 몸매가 좋지 않은 이상 입을 엄두도 못내는 거였는데 그래서인지 노출이 있는 짧은 옷보다 더 자극적이었다.
“현주 씨, 저희 카페는 첫 번째 월요일하고 세 번째 월요일에 쉴까 생각 중인데 어때요?”
“아, 네……. 괜찮아요.”
“그리고 현주 씨는 매주 월요일에 쉬시면 돼요.”
“네에.”
매주 월요일에 쉬라는 시황의 말에 현주는 그다지 기쁘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드르륵!
그때 아루에게서 전화가 왔다.
“잠시 만요.”
현주에게 잠깐 기다리라하고 전화를 받았다.
[오빠, 어디세요?]
[일하는데 있어. 오빠 일 끝나고 갈 테니까, 공부하고 있어.]
[또 12시 넘어서 오시는 거에요?]
아루가 쓸쓸함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요즘 다른 여자들 만나고 일한다고 바빠서 정작 아루에게 신경을 못 써줘서 너무 미안했다.
[미안. 대신에 월요일에 하루 종일 놀아줄게.]
[정말요?]
[그래. 진짜.]
[네. 오늘은 꼭 집에 들어오세요.]
[알았어. 아루는 연기 연습이랑 공부하고 있어 알겠지?]
[네.]
“휴…….”
전화를 끊은 시황이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들어 너무 아루에게 소홀하긴 소홀했다. 이번 월요일은 쉬는 날이니까 아루와 쇼핑도 가고 하면서 놀아줘야겠다.
“저, 사장님…….”
“네?”
“아, 아니에요.”
현주가 뭔가를 말하려고 하다가 시황이 쳐다보자 부끄러워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시황은 그런 현주를 보면서 살짝 웃었다. 이번에 돌아오는 월요일은 아루와 놀아줘야 하니 안 되고 다음에 쉬는 월요일에 현주를 자신의 집으로 부를 생각이었다. 과연 자신의 집에 온 현주가 어떤 행동을 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그런 시황의 생각도 모르고 현주는 시황이 자신을 응시하자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몸을 배배꼬았다. 그저 이렇게 시황의 관심만 받는 걸로도 너무나 행복하다.
============================ 작품 후기 ============================
추천, 선작, 코멘트, 그리고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찬미 끝나고 레벨과 관련해서 스토리를 조금 쓸 생각이었는데 마침 지적해주신 분도 계시네요
그런 관계로 레벨 올리는데 조금 나태해진 시황에게 자극을 줘야겠지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