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96화 (96/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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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케즈론

“현주 씨.”

“네, 네?”

현주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자신이 한 얘기를 시황이 들었을까봐 조금 걱정이 됐다.

“죄송한데 오늘만 이벤트 끝날 때까지 더 일해주실 수 있으세요? 원래는 혼자하려고 했는데 저녁엔 사람들이 더 많이 오면 혼자서 힘이 들 거 같아서요.”

시황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키스 해주면 생각해 볼게요.’

‘키, 키스요? 지, 지금?’

자신의 말에 시황이 당황해한다. 볼을 살짝 발그레하게 물들이는 게 너무 귀엽다.

‘당연하죠.’

‘은주랑 지숙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많은데요?’

‘싫으면 그냥 갈 거에요.’

‘아, 알겠어요.’

주변을 둘러보며 눈치를 보던 시황은 자신을 어깨를 잡고 키스를 한다. 슬며시 뒤를 쳐다보자 지숙과 은지가 질투심이 가득 어린 표정으로 짓고 있다. 통쾌하다. 그런데 갑자기 시황이 자신의 입술에 혀를 집어넣더니 가슴에 손이…….

“안 되세요?”

“네? 아, 아니요. 다, 당연히 해드려야죠.”

이건 완전 병이다. 또 뜬금없는 타이밍에 망상이 떠오른 것이다. 전에는 집에서 누워있거나 수업 중 할 거 없을 때나 떠오르던 망상이 이제는 시황만 보면 계속 떠올랐다. 그것도 너무 야하고 부끄러운 상상이라 시황을 쳐다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고마워요. 야근 수당 쳐드릴 테니까 돈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감사합니다.”

“제가 고맙죠.”

살짝 웃은 시황이 다시 은지와 지숙이 앉은 테이블로 돌아갔다.

“언니, 얼굴 빨게요. 진짜 사장님 좋아하는 거에요?”

“아, 아니라니까.”

주간에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나이가 전부 자신보다 낮았고, 숫기가 없고 소심한 자신과 다르게 아르바이트생들은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이라 일을 가르쳐 주면서 꽤 친해진 상태였다.

“초롱아, 너도 느꼈지?”

“언니 얼굴 보면 엄청 티나거든요. 맨날 사장님만 쳐다보고. 전 사실 교육받을 때부터 알았죠. 에헴.”

아르바이트생인 소라와 초롱이 현주를 보면서 말했다.

“…….”

하지만 현주는 고개만 숙일 뿐 아무런 대답도 못했다. 자신의 마음이지만 이게 좋아하는 건지 어떤 건지 제대로 알 수도 없었다. 살면서 사랑이라고는 한번도 못해봤으니까.

“근데 사장님은 여자 친구 없데요?”

“응. 없어. 아직 한번도 못 사겨봤데.”

“진짜요? 설마 동정인가? 근데 저 정도 생긴데다 이런 카페도 있고 성격도 좋은 거 보면 여자 친구가 없을 리가 없는데.”

초롱이 한 동정이라는 말에 현주의 망상이 다시 시작되려고 했다. 저 귀엽고 다정한 시황의 동정을 자신이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황과 이런저런 짓을 하는 야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언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으, 응? 아, 아니야.”

소라가 부르자 현주가 화들짝 놀라며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조금만 더 망상의 진도가 나갔으면 일하는 카페에서 팬티가 젖을 뻔했다. 진짜 병원이라도 가봐야 하나 싶을 정도다.

“어쨌든 언니도 저기 사장님이 아는 언니들보다 매력이 있으니까 자신감을 가지세요!”

“맞아요. 화장도 조금 더 잘하면 좋을 텐데……. 제가 화장하는 방법 가르쳐 드려요?”

카키 블론드로 염색한 기다란 웨이브 머리와 C컵의 풍만한 가슴, 그리고 길쭉한 팔과 다리는 현주의 얼굴이 조금 평범하게 생겼더라도 상당한 매력이 가지게 만들었다. 여기에 오뚝한 코와 커다란 눈을 부각시키는 화장을 한다면 제법 예쁠 거 같다.

“화장법?”

솔깃한다.

“네. 언니가 스모키 화장하면 상당히 섹시할 거 같아요. 가연이라는 아이돌 알죠? 걔도 원래 생얼은 엄청 평범한데 스모키 화장 때문에 완전 뜬 거잖아요.”

“그, 그래?”

“네. 거기다 언니는 가슴도 허리도 얇으니까 가슴골이 살짝 나오는 상의에 핫팬츠나 미니스커트 입으면 완전 예쁠 거 같아요.”

“내, 내가 그런 옷을 어떻게 입어.”

시황이 사준 옷은 노출이 심하지 않고 무난하면서 예쁜 디자인이라 쉽게 입을 수 있었는데 지금 초롱이가 말한 가슴골 나오는 상의 같은 건 죽어도 못 입는다. 그렇게 부끄러운 옷을 어떻게 입는단 말인가.

“언니, 남자는 그런 옷 입고 유혹하면 직빵이라니까요.”

옆에 있던 소라도 초롱의 말에 동의했다. 귀가 얇은 현주는 초롱과 소라가 계속 그렇게 얘기하자 살짝 혹하는 걸 느꼈다. 정말 그런 옷을 입으면 시황이 자신에게도 관심을 가져줄까 하는 생각이 조금씩 든다.

“그런데 사장님은 그런 야한 옷 싫어하실 수도 있잖아.”

“설마요. “남자치고 섹시한 여자 안 좋아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뭐하면 제가 사장님한테 물어볼까요?”

“네가? 사장님한테?”

“네. 전 남자 친구 있으니까 그런 거 물어봐도 사장님이 별 의심 안 할걸요.”

“사장님하고 안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물어보기 실례되는 질문이 아닐까?”

마음 같아서는 물어봐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냥 부탁하기 너무 민망했다. 거기다 괜히 시황과 친하지도 않은 초롱이 이용해 먹는 거 같아 마음이 편하지도 않았고.

“뭐, 어때요.”

카페의 사장인 시황과 며칠 일하면서 대화도 약간해봐서 그렇게 어색한 것도 없었다. 거기다 시황의 성격도 좋고, 아는 오빠 같아서 대하기 어렵지가 않았다.

“그, 그래도…….”

“사장님.”

그런데 초롱은 현주의 대답도 듣지 않고 시황에게로 갔다.

“네? 왜요?”

초롱이 시황의 옆자리에 앉자 은지와 지숙이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본다.

“사장님은 어떤 여성 스타일 좋아해요?”

“그건 왜요?”

시황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오히려 지숙이 초롱에게 물었다.

“아, 제 남자 친구도 사장님이랑 비슷한 스타일이라 어떤 옷을 입으면 좋아하나 물어보려고요.”

“아…….”

완전히 의심을 지운 건 아니지만 지숙은 대충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시황의 옆에 여자가 하도 들러붙으니 이젠 말을 거는 여자만 봐도 의심부터 된다.

“전 그냥 마음씨가 예쁜 분이면 어떤 옷을 입어도 다 좋던데요.”

시황은 웃으면서 말했지만 당연히 몸매 좋고 얼굴 예쁜 여자를 좋아했다. 아루를 산 것도 아루의 얼굴이 예뻐서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은지와 지숙, 그리고 수많은 여자들 있는 곳에서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가 좋다고 말하는 건 그냥 기름을 들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거나 다름없었다. 이럴 땐 순진한 표정으로 마음씨가 예쁜 여자가 좋다고 하는 게 최고다. 그런데 별로 친하지도 않고 만나서 대화도 얼마 하지도 않은 초롱이가 이런 질문을 왜하는지 의문이었다.

“섹시한 스타일은 어때요?”

“잘 어울린다면야 괜찮죠. 남자 친구가 섹시한 옷 입어달래요?”

“뭐, 그렇죠. 남자라면 그런데 사족을 못 쓰니까요.”

이제 20살이 된 초롱이 시황의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는데 은지와 지숙은 그런 초롱을 보며 천박한 네 남자 친구랑 우리 시황 오빠랑은 다르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시황이 섹시한 옷도 나쁘지 않게 본다는 건 제법 괜찮은 정보였으므로 다음에 시황과 만날 땐 청순하고 귀여운 느낌의 옷 말고 조금 섹시한 옷을 입을 생각이었다.

“하하. 그런가요.”

“고마워요. 사장님.”

“아니에요.”

초롱이 카운터로 돌아왔다.

“뭐래?”

현주보다 소라가 더 궁금해 한다.

“잘 어울리면 좋다는데. 언니, 언니는 몸매가 좋아서 그런 옷 잘 어울린다니까요. 내일 일 끝나고 저랑 같이 네일아트하고 옷도 사실래요?”

“그, 그럴까?”

현주가 약간 고민되는 표정으로 말했다. 시황이 좋다니까 섹시한 옷을 입고 싶기도 했지만 이때까지 살아온 게 있는데 갑자기 그런 옷을 입기에는 너무 부담스럽고 부끄러웠다. 가슴골이 드러나는 옷이라니! 옛날 같았으면 천지가 개벽해도 입을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저도 갈래요. 언니.”

“으, 응. 그래.”

자의 보다는 거의 타의에 가깝게 현주는 섹시한 노출이 있는 옷을 사러 가기로 결정했다.

아침에 온 손님이 오후 5시가 돼도 안 나가는 사이에 손님들이 점점 늘기 시작한다.

“오, 오빠. 사람이 아까보다 더 많아요.”

“그러게.”

시황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가 그렇게 맛있다면서?”

“그렇다니까. 나도 친구한테 조금 얻어먹어 봤는데 완전 깜놀했음. 진짜 맛있더라.”

가게 안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대화한다.

시황은 이대로 있다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들어 큰일이 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자 카운터 앞으로 가게 밖까지 일일이 줄을 세웠다. 먼저 받아가겠다고 무질서하게 카운터로 달려들다가는 사람이 다칠지도 몰랐다.

“은지야, 지숙아. 사람들한테 번호표 좀 나눠줘.”

“네!”

은지와 지숙이 번호표를 나눠주는데 소문이라도 난 건지 오후와 비교도 안 되게 사람이 많았고 거기다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잠시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시황은 주변 가게에 너무 민폐를 끼치는 거 같아 5시 30분이지만 지금부터 무료로 커피를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지금 오신 분들부터 무료로 커피를 나눠드리겠습니다.”

시황은 가게 밖으로 나간 뒤에 마기를 끌어올려 크게 외쳤다. 마이크를 쓰지 않았음에도 사자가 포효하는 듯 커다란 시황의 목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웠다.

“현주 씨 지금부터 바로 만들어주세요.”

“네.”

가게로 들어온 시황은 현주에게 커피를 만들 게 하고 카페가 무질서해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정신없이 커피를 만들어서 주는데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도저히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어느새 사람들이 도로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줄을 서 있어 주변 가게들이 보이지도 않았다.

“이봐요! 당신이 여기 사장이에요?”

화가 잔뜩 난 중년의 여성 한명이 가게로 들어왔다.

“네. 제가 사장이 맞긴 맞는데…….”

“아니, 도대체 무슨 이벤트를 주변 가게에까지 피해를 주면서 하시는 거에요! 오후에는 오늘 오픈이라 이해를 해드렸는데 저녁까지 이러는 건 아니잖아요? 네?”

안 그래도 불안불안하더니 결국 다른 가게에서 항의가 들어왔다. 시황이 생각하기에도 지금은 좀 심하다 싶었다. 오픈 첫날이고 프랜차이즈 카페도 아니라서 최대한 사람을 모아보려고 한 이벤트였는데 공짜라는 파급력이 어찌나 큰지 사람들이 정말 끝없이 몰려왔다. 거기다 커피 맛을 한번 보고 감탄을 한 사람은 자랑하듯이 친구들에게 말하다 보니 근처 대학에 있던 대학생들도 어떤 맛이기에 그러나 싶어 계속 찾아오는 거 같았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오픈 첫날이라서 이벤트를 했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이 찾아올 줄 몰라서…….”

“아니, 죄송하다하면 끝이에요? 지금 이 카페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손해를 보고 있는지 아세요?”

할 말이 없다. 잘 못한 건 맞으니까. 너무 무식하게 이벤트를 했다. 사람이 이렇게 몰릴지 전혀 생각도 못했던 게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 커피 50잔 무료 같은 이벤트를 했어야 했다. 사람이 모이는 시간에 비해 커피 머신에서 뽑아내는 커피 양이 극히 적다보니 당연히 발생할 결과였는데 미처 이 부분까지는 생각을 못한 것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나중에 커피하고 빵하고 가져다 드릴 테니 양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흠흠, 그래요? 오늘까지는 봐드리는데 다음엔 이런 이벤트 하시면 안 돼요.”

“네. 죄송합니다.”

시황이 저자세로 나오자 아줌마가 약간 풀린 얼굴로 자신의 가게로 돌아갔다. 실수한 게 맞을 때는 충분히 사과를 하고 그 뒤에 이런 실수를 안 하면 된다. 사업을 처음 하는 이상 실수가 없을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다른 가게에서 불만을 표시한다고 그걸 욕으로 알아듣고 싸우는 건 매우 무식한 행동임과 동시에 최악의 선택이다.

============================ 작품 후기 ============================

추천, 선작, 코멘트,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연참을 하고 싶군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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