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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케즈론
준비를 마친 시황은 카페를 둘러봤다.
새로 오픈하는 가게답게 먼지하나 없이 매끈매끈하고 반짝반짝한다. 9시 30분이 되면 문을 열 생각인데 벌써부터 몇몇의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현주 씨 준비 다 됐죠?”
“네. 사장님 다 끝났어요.”
커피 머신과 그라인더까지 꼼꼼하게 청소를 끝낸 현주가 대답했다.
케즈론 카페의 유니폼을 입은 아르바이트생들도 살짝 긴장한 표정이었다. 시황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마치 대학교 신입생 OT를 가는 거 같은 기분이다.
“오빠, 카페에서 엄청 싱그러운 향기가 나요. 마치 숲속에 있는 거 같아요.”
카페 유니폼을 입은 지숙이 시황에게 말했다. 은지와 지숙이 일일 도우미로 시황을 도와주기로 했다.
“정말 몸도 마음도 상쾌해지는 기분이에요.”
카페 유니폼을 입은 은지도 지숙의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 둘 다 상큼한 대학생이라 그런지 소녀다움이 물씬 풍기는 로힘 카페의 원피스 유니폼이 너무 잘 어울렸다. 특히 맨다리에 신은 메리제인 슈즈가 너무 매력적이라 눈을 뗄 수가 없을 지경이다.
“우리 카페에 화분이 많잖아.”
시황이 웃으며 말했다. 시황의 말대로 카페의 창가에는 조그만 화분부터 나무로 보이는 약간 커다란 화분까지 종류별로 있었는데 그건 로 하임의 원기 회복 나무를 숨기기 위한 일종의 눈속임이었다. 수많은 화분들에 섞이다 보니 로 하임의 원기 회복 나무도 별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로 하임의 원기 회복 나무. 로 하임의 원기 회복 나무가 내보내는 산소를 들이 마시면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며 원기를 회복시켜 준다. 가지를 꺾어 물속에 담가둬도 죽지 않을 만큼 강한 번식력을 자랑한다. 그래도 로 하임의 원기 회복 나무는 수분이 가득담긴 토양에서 가장 잘 자라니 잘 알아두도록 하자.]
그런데 전에 생각한 음악 듣는 공간은 아직 만들어 두진 않았다. 커피잔 같은 거야 훔쳐가도 큰 상관이 없지만 혹시라도 이어폰을 도난당하면 정말 큰일이다. cctv를 달아두긴 했지만 아직 많이 미흡한 느낌이라 보안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나서 음악 공간을 만들 생각이었다.
“자, 그럼 오픈하겠습니다.”
“네!”
아르바이트생들이 대답했다.
시황은 문을 열고 나가서 CLOSE를 OPEN으로 바꿔 걸었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몇몇의 대학생들과 아줌마들이 바로 카페에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시황은 조심스럽게 반응을 살폈다.
“헐, 야 가격 진짜 비싸다.”
“야, 맛없으면 다시는 오지 말자. 인테리어도 좋고 예쁜데 너무 비싸다.”
예상대로 가격에 대한 불만이 있는 듯 했다. 카론의 깃펜으로 적어도 저 정도인데 그냥 메뉴판을 만들었으면 가격 보자마자 바로 일어섰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건 커피 맛을 보면 전부 사라질 불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황은 전혀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에 비해 약간 돈에 여유가 있는 아줌마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커피와 차를 골라 카페 카운터에서 주문을 했다. 아마도 카론의 깃펜이 가진 매혹효과가 아니었다면 이 아줌마들도 큰 불만을 가졌을 것이다.
카페를 위해 카론의 깃펜을 선택한 건 정말 신의 한수다.
카페 아르바이트생이 능숙하게 주문을 받고 현주에게 알려주었다. 그러자 현주가 분주하게 그라인더로 원두를 갈아 에스프레소를 뽑아낸다.
카페에는 분위기와 어울리는 아름다운 클래식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주문을 한 아줌마들이 인테리어를 둘러본다.
“어머, 얘 이 탁자 예쁘다. 얼마나 줬을까?”
“꽤 비싸 보이는데. 의자도 그렇게 돈 좀 들였겠다. 분위기도 고급스럽고 마음에 나름 괜찮네.”
“그지? 내가 며칠 전에 지나다니면서 여기 언제 오픈하나 매일 봤거든. 커피 맛만 괜찮으면 매일 올 텐데.”
대학생 팀도 주문을 하는 와중에 몇몇의 여자 대학생들이 더 들어왔다. 혼자 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주로 2명이나 3명씩 짝을 지어 왔다.
“와, 예쁘다.”
한 대학생이 들어오자마자 감탄을 내뱉었다. 완벽하게 조화된 인테리어와 테이블 등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보통의 카페와 질적으로 다른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였다.
“잔, 너무 예쁘다. 나도 이런 잔 하나 구입하고 싶네.”
“정말이네. 잔도 테이블도 너무 고급스러운 게 돈 값한다. 얘.”
제일 먼저 주문한 아줌마 팀은 커피잔을 보고 감탄을 하기 바빴다. 차를 따듯하게 해준다는 특별한 효과를 빼고 디자인 자체는 로힘 카페의 커피 잔처럼 만들 수는 있었지만 그만큼 비싼 돈이 들어 다른 카페에서는 선뜻하기 힘든 시도였다.
“어머, 맛있다.”
“그지? 진짜 맛있지? 커피 정말 맛있다.”
한참 잔을 살펴보면서 칭찬을 늘여놓던 아줌마들이 이번에는 커피를 마시고 그 맛에 깜짝 놀라 입을 다물 줄을 몰랐다.
그러자 주변에서 가격 때문에 불안한 표정을 짓던 몇몇 대학생들이 아줌마를 쳐다본다.
아메리카노가 6000원이라는 건 말이 쉽지 소비자의 입장이 된다면 결코 사먹고 싶지 않은 가격이다. 이건 짜장면이 다른 곳은 3500원인데 시황의 가게만 6000원이라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단순히 가격적으로만 보면 누가 6000원이나 하는 짜장면을 사먹고 싶겠는가? 하지만 그 맛이 다른 곳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맛있다면 6000원이라는 비싼 돈을 내고 먹을 수 있을만한 그런 가격이기도 했다.
현주가 주문한 커피를 만들고 아르바이트생들이 갖다 주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마시는 순간 입안을 감미롭게 만드는 그 맛은 일반 커피와는 질적으로 달라 감탄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한 것이다.
“어머어머, 정말 맛있다. 나 커피 마시고 감탄한 거 처음이야.”
“진짜. 쩔어.”
대학생들도 연신 감탄을 하며 칭찬한다.
“얘, 여기 카페 공기가 싱그러운 거 같지 않아?”
“그러게. 화분이 많아서 그런가? 꼭 숲속에 있는 거처럼 상쾌하네.”
로 하임 원기 회복 나무가 내뿜는 신선한 산소를 마신 아줌마들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화분을 쳐다봤다. 왠지 모르게 몸이 상쾌해지는 거 같았다. 분위기도 고급스럽고 품격 있는데다 의자도 더할 나위 없이 안락했다. 커피 맛은 또 어떤가? 그저 쓰기만한 아메리카노조차도 은은한 달콤함과 깊은 풍미 때문에 금방 다 마셔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생각 외로 카페가 약간 한산했다. 열자마자 꽉 찰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벤트 때문인지 몇 테이블이 남았던 것이다.
“오빠, 여기저기서 커피 맛있다고 엄청 칭찬해요.”
지숙이 시황의 옆에서 속삭였다.
“우리 집 커피가 좀 맛있긴 하지.”
“맞아요. 제가 마셔 본 것 중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였어요.”
은지도 가까이 다가오더니 시황에게 속삭였다.
“저도요. 거기다가 카페 인테리어도 너무 예뻐요.”
지숙도 지지 않겠다는 듯 시황에게 계속 속닥속닥거렸다.
“그래? 고마워. 그래도 혹시 개선할 점 있으면 말해줘. 그래야 발전하지.”
“네! 알겠어요.”
일단 첫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역시 가격적인 문제가 좀 부담이긴 하다. 어쨌든 처음 들어오자마자 가격을 보고 깜짝 놀라니까.
딸랑.
“어서 오세요. 케즈론입니다.”
두명의 대학생이 들어오자 아르바이트생이 활기차게 인사를 한다. 귀엽고 소녀다운 원피스 유니폼을 입은 얼굴 반반한 여자애들이 웃으며 반겨주니 로 하임 나무가 없어도 될 정도로 마음이 상쾌해진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희 또 왔어요.”
“아! 안녕하세요. 하하.”
곱상하게 생긴 여대생 셋 중 한 명이 시황에게 아는 척을 하자 은지와 지숙의 눈이 가늘어진다. 딱히 친밀한 사이는 아닌 거 같은데 시황과 아는 척을 한다는 거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다.
“여기 커피를 마신 이후로 다른 카페 커피는 못 마시겠더라구요. 자꾸 케즈론 카페의 커피 맛이 생각나서 언제 오픈하나 매일 기다렸다니까요.”
“그래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전에 오셨던 그 친구 분은 같이 안 오셨네요.”
“걔는 수업이 있어서요.”
“아, 그렇군요. 하하.”
저렇게까지 칭찬해주니 어깨가 절로 으쓱하고 올라갔다. 뿌듯한 감정이 가슴을 가득 채운다. 이런걸 보람차다고 말하는 건가 싶다.
“오빠 누구에요?”
여대생 셋이 4인용 탁자에 앉자 지숙이 바로 묻는다.
“저 여대생 분? 전에 오픈도 안 했는데 실수로 들어왔길래 커피 한잔 무료로 드렸지.”
“그래요?”
지숙은 별다른 말은 안했지만 ‘오빠는 너무 착해서 문제에요.’ 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렇게 아무 여자한테나 잘 대해주니까 지영이나 유미 같은 이상한 여자들이 꼬이는 거였다. 한숨이 나온다.
“야, 여기 엄청 비싼데 정말 그렇게 맛있어?”
탁자에 앉은 여대생 중 한명이 말했다.
“그렇다니까. 내가 커피 좋아하는 거 알잖아. 근데 진짜 여기만큼 커피가 맛있는 카페는 한국에서 없을 걸? 맛의 차원이 달라.”
“그래? 근데 확실히 인테리어나 그런 게 좀 고급스럽긴 한다.”
“커피 잔도 엄청 예뻐. 하나 팔면 사고 싶은데……. 물어봐야겠다.”
여대생이 주문을 하러 가서 알바생에게 커피 잔을 파냐고 물었다.
“사장님.”
“응? 왜?”
알바생이 부르자 시황이 다가갔다.
“손님께서 커피 잔도 파냐고 물어보시는데요.”
커피 잔을 판다 건 아직까지 생각을 못 해봤다. 이 로힘 카페의 커피 잔 수량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약간의 마법적 효과가 첨가되어 있어 팔기에 꺼려지는 부분도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직까지 수량이 많지 않아서 팔기가 조금 어렵네요. 나중에 팔 게 되면 먼저 말씀드릴게요.”
“아, 그렇군요.”
여대생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다만 수요가 많이 생긴다면 같은 디자인으로 주문 제작해서 싸게 대량으로 팔고, 진품 로힘 카페의 커피 잔은 프리미엄가로 제법 비싸게 파는 것 정도는 가능할 듯 싶다.
“야, 맛있지?”
커피를 받아온 그 여대생이 친구들한테 물었다.
“와, 그러게. 난 커피 맛이 그냥 다 비슷비슷한지 알았는데 여긴 정말……. 와…….”
뭐 다들 비슷비슷한 반응이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그 맛에 감탄을 하는 건 너무 봐서 지겹기까지 했다.
“오빠, 갑자기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는 거 같은데요.”
“그러게. 이벤트 때문인가?”
시황이 시계를 보자 어느새 11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12시부터 커피한잔 공짜 이벤트니까 빨리 받아가고 싶어 10분 일찍 오는 거 같았다.
“사장님 저희도 한잔 더 먹을 수 있죠?”
“그럼요. 당연하죠. 여기 계신 분들은 제가 미리 한잔씩 더 드릴게요. 카운터에 가셔서 주문하세요.”
시황이 말하자 테이블에 앉아서 돈을 내고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이 일어나 하나씩 더 주문을 하고 커피를 공짜로 받아갔다.
“오빠, 사람들이 너무 많이 오는 거 아니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더니 생각보다 더 훨씬 더 많은 수의 사람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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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는 신고당할까봐 유미를 은지로 수정했습니다. 이미 신고 당한 게 있어서... ㅜㅜ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