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92화 (9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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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케즈론

“안녕하세요. 전 황지영이에요. 여기 앞에 있는 치과에서 일하고 있어요.”

시황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지영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자기소개부터 했다. 그러자 한명씩 자기소개를 한다.

“어머, 네가 시황이 동생이구나. 정말 예쁘네.”

“고마워요. 언니. 헤헤.”

지영의 칭찬에 아루가 기분 좋게 웃었다. 항상 시황과 단 둘이만 있다가 이렇게 여러 사람과 만나서 노니 매우 즐거웠던 것이다. 거기다 다들 자신에게 너무너무 잘 대해주었다. 이때까지 살면서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던지라 아루의 입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하지만 이런 아루와 눈치가 없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르는 찬미 빼고는 4명의 여자들 사이에서 폭풍전야 같은 고요함이 감돌고 있었다.

지영은 여자들을 살펴본 순간 단번에 그녀들이 시황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고등학생인 유미조차도 지숙과 은지를 단번에 경쟁자로 인식했을 정도인데 29살에 섹스를 600번 넘게 한 지영이 그런 걸 모를까?

그렇다고 해서 지영도 시황이 저 여자들을 꼬셨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자신에게 동정을 준 시황은 너무나 순진하고 착한 애였으니까. 아마도 저 여자들이 시황의 매력에 귀찮게 달라붙었을 테고 착하고 순진한 시황은 그녀들의 목적을 알지도 못한 채 그걸 다 받아줬을 게 분명했다.

“누나, 뭐 드실래요?”

“나? 카페모카로 줄래?”

시황의 말에 테이블 제일 끝에 앉은 지영이 말했다.

“전 아메리카노주세요.”

“오빠, 전 랑뛰르요. 이거 맛있어 보여요.”

“응. 알았어. 현주 씨 부탁해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찬미는 평범한 아메리카노를 시켰고 유미는 지영과 은지, 지숙을 훑어보고는 랑뛰르를 주문했다. 정말 맛있어 보여서 주문한 건지 일부러 여자들을 자극하려고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주가 커피를 만들러 가자 잠깐 적막이 감돌았다. 동생인 아루와 시황과 별 관계없어 보이는 찬미를 빼고는 서로를 자신의 남자인 시황을 빼앗으려는 적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숙과 은지는 둘만 있을 때와 다르게 지금은 유미와 지영을 견제하느라고 암묵적으로 협력을 한 상태였다. 어쨌든 그 둘은 시황과 항상 섹스를 같이 하는 사이였고 언제든지 서로에게서 시황을 빼앗아 올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저 여우같은 유미나 남자 경험이 제법 있어 보이는 지영 같은 여자에게 시황이 빼앗긴다면 정말 큰일이 날 게 분명했다.

“누나, 오늘 저희 집에서 다 같이 고기파티 할 건데 오실래요?”

“아니. 난 다음에 갈게. 사람 많은 건 별로 안 좋아해서.”

“아, 그래요?”

의외로 지영은 시황의 초대를 가볍게 거절했다. 바보처럼 저런 애들이 사랑싸움을 하는 곳에 갈 이유가 전혀 없었다. 시황의 아이만 가지면 저런 허접한 하루살이 같은 여자애들은 다 떨어지기 마련이니까.

저 여자들과 자신은 마음가짐 자체가 달랐다. 먼 미래를 보고 시황과 결혼을 할 자신과 그저 시황의 외모만 보고 달려드는 애들이랑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저 애들이 시황과 진도를 얼마나 나갔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은 시황의 동정도 가져간 데다 만나면 질내사정도 하는 사이다. 비록 얼마 전 임신테스트를 해봤을 때는 실망스럽게도 한 줄밖에 안 나왔지만 이번 가임기 때는 정력에 좋은 음식을 더 먹여서 꼭 임신을 할 생각이었다.

“우리 시황이 인기 엄청 많은가봐. 이렇게 예쁜 사람들도 많이 오고.”

“네? 그런가요? 하하. 그런데 전 인기 별로 없어요. 여자 친구도 없는 걸요.”

지영이 우리 시황이라고 말하자 지숙의 얼굴은 찌푸려졌고 은지는 지영을 노려봤다. 유미는 시황에게 더 엉겨 붙는다.

그 모습을 본 지영의 표정도 좋지는 않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시황이에게 저런 들개 같은 여자애들이 엉겨 붙고 관심을 보인다는 거 자체가 짜증이 나고 질투심이 생겼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다가는 단번에 시황의 눈 밖에 날 게 분명했다. 시황의 말만 봐도 알겠지만 지금 시황은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자신의 여자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대인배같은 모습으로 저런 들개 같은 여자애들과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의외로 서로 싸우지도 않았고 말다툼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경계를 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마치 생사결을 앞둔 무인들이 상대를 탐색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자욱한 긴장감이 카페를 뒤덮고 있다.

지금 시황은 우연찮게 발견했지만 이때까지 그 누구도 손에 넣지 못한 전설의 새와 같은 존재였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서 사로잡아야지 무턱대로 달려들었다가는 영영 날아가 버리고 마는 그런 존재 말이다.

지영은 여자애들을 훑었다. 다들 은근히 매력이 있었다. 특히 자신과 다르게 젊고 풋풋하며 남자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게 티가 많이 났다. 시황에게 이 중에서 누구랑 사귈 거냐고 했을 때 연상에다가 단순한 섹스 파트너인 자신이 선택받지 못할 거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시황의 아이를 가져야했다.

“커피 드세요.”

현주가 오더니 한사람씩 커피를 건넸다.

“시황아, 잔 이거 너무 예쁘다.”

“이렇게 예쁜 잔 처음 봤어요. 오빠.”

“정말 너무너무 예뻐요. 어디서 사신 거에요?”

지영이 칭찬을 하자 은지와 지숙이 질 수 없다는 듯 앞 다퉈서 시황에게 자신의 감상을 말했다. 물론 전부 칭찬 일색이다.

“오빠, 이거 저 하나만 주세요. 집에서도 써보고 싶어요.”

시황의 팔에 엉겨 붙은 유미가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평소엔 안 그러더니 오늘따라 유독 달라붙고 귀여운 척을 한다.

“유미야, 버릇없게 그게 뭐하는 짓이야.”

찬미가 유미를 혼내자 지영과 지숙, 은지의 표정이 밝아졌다.

“괜찮아. 찬미야. 이정도야 충분히 줄 수 있지.”

“시황아, 누나는 안 줄 거야?”

“오빠 저도요.”

“저도 주세요.”

말 한마디만 하면 여자들이 앞 다퉈서 말을 걸어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걱정 마세요. 누나도 드리고 은지랑 지숙이에게도 다 줄 테니까요.”

“우리 시황이는 이렇게 마음씨가 착하다니까.”

지영이 계속 우리 시황이라고 하자 지숙과 은지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시황이 자기 애인인양 행동하는 꼴이 정말 마음에 안 드는 여자다.

“오빠, 그러면 마사지는 언제 받을 수 있어요?”

나중에 해도 될 이야기지만 의도자체가 시황과 자신은 이런 사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지숙은 다 들으라는 듯 크게 말했다.

“그러게. 내가 일하면 시간이 조금 애매해지네.”

지영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변한다. 마사지라니? 설마 저 여자가 시황에게 마사지라도 받는다는 말인가?

“오빠 마사지 꼭 받고 싶은데…….”

“맞아요. 전 다른 건 몰라도 오빠 마사지는 꼭 받아야 해요.”

“음……. 그건 약간 생각을 해봐야겠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시황은 은밀한 사생활 얘기가 나와도 전혀 당황치 않고 순진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당황하면 난리 난다는 걸 시황도 알고 있었다. 호랑이가 다가온다고 겁을 먹고 도망을 가면 바로 달려와 물어뜯는다. 지금도 그런 상황이었다. 이럴 때는 오히려 정면승부가 답이었다. 여자들이 무슨 말을 하던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나가야 했다.

“시황아 무슨 마사지?”

“아, 제가 마사지를 조금 할 줄 알거든요. 누나도 해드릴까요?”

지영이 묻자 시황은 별 거 아닌 일이라는 듯이 대답했다. 순진한 웃음을 지은 시황의 표정만 보면 정말 별 거 아닌 일 같다.

“오빠 저는요? 저도 해주실 거죠?”

“그래. 유미도 해줄게.”

다들 한 치의 물러섬이 없다. 조금이라도 시황과 친해지고 상대방을 견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만약 시황이 지금처럼 여자들과 어정쩡한 관계가 아니라 이중 한명과 사귀었다면 이 모임이 자체가 성립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시황은 그 누구의 것이 아니라, 먼저 차지하는 자가 임자인 상황이다.

“그러면 다음 주에 누나 집에 와서 마사지 해줄래?”

“글쎄요…….”

카페 일을 해야 돼서 시간이 나려나 모르겠다.

“어머, 오빠 이 커피 정말 맛있어요. 은지야 그렇지?”

“응. 응. 정말 맛있어. 오빠 비결이 뭐에요? 정말 맛있어요.”

지영이 시황을 은근히 유혹하자 지숙은 시황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바로 커피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순진한 시황이라면 분명 해주겠다고 할 텐데 그렇게 되면 마사지를 받고 흥분한 저 여자가 시황을 덮칠지도 몰랐다.

“그래? 우리 카페만의 비법인데 가르쳐 줄 수는 없지. 하하.”

지영이 지숙을 노려봤다. 그러자 지숙도 지지 않고 지영을 노려본다. 만화라면 스파크라도 튈 것 같은 사나운 눈초리였다.

“오빠, 저 치즈 베이글 먹어도 돼요?”

“그래.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고마워요. 오빠.”

“고맙긴. 자주 놀러와. 알겠지?”

시황이 유미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지영은 물론이고 지숙과 은지의 사나운 눈초리가 유미에게로 향한다. 하지만 유미는 그런 여자들의 반응은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 시황에게 엉겨 붙었다. 평소에 키스만 하자고 하면 부끄러워 볼을 붉히던 애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다른 분들은 드실 거 있으세요?”

“저도 치즈 베이글 주세요. 언니.”

현주가 묻자 아루가 바로 대답한다.

“아루 배 안 불러? 나중에 고기도 먹을 건데.”

“괜찮아요. 오빠 저 더 많이 먹을 수 있어요.”

“배 아플 때까지 먹으면 안 돼. 알겠지?”

“네.”

시황과 아루가 애정이 가득한 대화를 나누자 지영과 은지, 지숙이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동생이라는 걸 아는데도 어째서인지 질투심이 부글부글 끓어 오른 것이다.

그 뒤로도 특별한 일 없이 긴장감만 감돈 채 시간이 흘러갔다.

시황은 서로를 사납게 노려보는 여자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은 자신의 의도대로 다들 큰 무리 없이 서로를 인지했다. 이제 길가다 마주칠까봐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다만 이런 관계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이제 슬슬 고기 먹으러 가자. 그런데 누나 정말 안 가실 거에요?”

“다음에 우리 시황이랑 단 둘이서 고기 먹으면 되지.”

“그럴까요?”

“오빠, 빨리 고기 먹으러 가요.”

또 지숙이 끼어들어 지영과 대화를 못하게 했다. 그러자 지영이 짜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나이도 어리신 분이 대화중에 자꾸 끼어드시면 어떻게 해요.”

“네? 전 그냥 오빠한테 말한 거 뿐인데요.”

지영이 짜증을 내며 말하자 지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지숙이가 남 얘기 할 때 끼어들고 그러는 버릇없는 애는 아니에요.”

은지가 도와준다.

“아까 전에도 끼어들어서 말 끊은 거는 제가 참았는데 이건 너무 심하시잖아요.”

“아니라니까요.”

점점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추천, 선작, 코멘트, 그리고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약속대로 연참을 못해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ㅜㅜ

오늘 못 다한 연참은 나중에 한편 올리고, 다음주 토요일이나 일요일 3편 올리도록 할게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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