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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케즈론
구인광고를 올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전화가 왔다. 남자면 바로 거절하려고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여자다. 거기다 목소리도 예쁘다.
“아! 그렇군요. 그러면 혹시 다른데서 일한 경력 있으세요?”
“네? 아, 아니요.”
긴장한 티가 많이 나는데다 목소리로 봐서는 그렇게 나이가 들어보이진 않았다. 많아야 23살 정도?
“자격증은요?”
“그, 그게……. 한국커피협회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있어요.”
시황은 고민했다. 자신도 카페를 처음 하는데 아무런 경력도 없는 바리스타를 뽑아도 괜찮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이다.
“언제 시간 되세요?”
“아! 네. 언제든지 가능해요.”
“그래요? 그러면 오늘도 괜찮아요?”
“네!”
“1시간 뒤에 별벅스에서 보는 건 어때요?”
“괜찮아요!”
“알겠습니다. 1시간 뒤에 봅시다.”
시황은 전화를 끊었다.
카페가 완공됐다면 거기서 볼 테지만 아직 공사도 안 들어간 마당이라 다른 카페에서 면접을 보기로 정했다. 어떤 사람인지 만나보고 판단할 생각이었다.
약간의 여유가 있어 시황은 한번 더 로스팅을 해서 에스프레소를 만들었지만 또 실패를 해버렸다. 이 상태라면 몇백 번을 해도 답이 없을 거 같았다. 아무래도 커피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가 필요했다.
약속한 시간이 다돼가자 간단하게 씻은 시황은 백화점에서 산 명품 정장을 입고 별벅스로 갔다. 직원 뽑는데 후줄근하게 입고갈 수는 없으니까.
4시 30분이되기 10분 전에 도착한 시황은 테이블에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테이블의 구성이나 위치 등이 눈에 들어온다.
이것저것 살피는 와중에 순진하고 어리숙하게 생긴 여자애 한명이 카페에 들어왔다.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쓰고 기다란 머리를 끈으로 대충 묶은 데다 물이 빠진 펑퍼짐한 청바지에 목이 늘어난 흰색 티를 입고 있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여자애가 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했고 2초쯤 지나자 시황의 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았다.
[저기……. 별벅스에 왔는데 어디 쯤 계신지…….]
나쁜 예감은 잘 맞는 법이다. 시황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직접 일어나 그 여자에게로 갔다.
“안녕하세요.”
“네? 아! 안녕하세요. 권현주입니다.”
시황을 보고 조금 당황하더니 예의바르게 인사한다.
“일단 저기 앉죠.”
“네.”
시황은 테이블에 앉자마자 현주의 프로필을 살폈다.
[권현주]
[나이 : 22세]
[키 : 165.5cm]
[몸무게 : 52kg]
[가슴 사이즈 : 75C]
[섹스 횟수 : 안함]
[임신 여부 : 안함]
[상태 : 없음]
[성감대 : 배꼽]
사이즈가 큰 옷을 입고 있어 전혀 눈치를 못 챘는데 슬림한 몸매에 커다란 가슴을 가지고 있었다.
얼굴을 세심하게 살폈지만 머리 스타일도 그렇고 화장기가 전혀 없어서인지 그냥 순진하게 생겼다는 생각만 들뿐 딱히 예쁜 건 모르겠다. 시황이 만나는 여자들 중에서 제일 평범하게 생긴 지숙보다도 평범해 보인다.
“이력서 가지고 오셨어요?”
“네. 여기요.”
시황의 말에 현주는 주머니에서 여러 번 접은 이력서를 건네주었다.
“흠…….”
쭉 훑어보니까 몇 가지 부분이 눈에 띈다.
이화여자대학교를 자퇴한 것과 카페 알바 경력이 꽤 된다는 사실이다.
“아까 다른데 일한 경력이 없다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네? 그게……. 바, 바리스타로 일한 적은 없어서요.”
“그렇군요.”
허세를 부리고 자신의 경력을 부풀리지 않는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시황은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워낙 비교를 당해서 허세 부리고 지나치게 과장해서 말해는 사람을 제일 싫어했다.
“대학교를 자퇴하셨네요?”
“네.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서 자퇴했어요.”
“그래요?”
“제가 커피를 워낙 좋아해서요.”
현주가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이화여자대학교면 한국에서 알아주는 명문 여대인데 거기를 자퇴하고 박봉인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니……. 이것만 봐도 커피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었다.
“혹시 다른데도 지원해보셨어요?”
“네. 그런데 다 떨어졌어요…….”
알만하다. 아르바이트도 아니고 바리스타를 뽑는데 저런 차림으로 나가니 누가 뽑아주겠는가? 카페라는 건 분위기가 매우 중요했고 그만큼 바리스타의 외모도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어떤 카페 오너라도 기왕이면 예쁘거나 잘생긴 바리스타를 뽑고 싶을 것이다.
“안경 벗어 보실래요?”
“네? 네.”
어색한 표정을 지은 현주가 안경을 벗자 시황은 다시 한번 꼼꼼하게 얼굴을 살폈다. 쌍꺼풀이 짙은 눈은 커다랬고 코도 날렵하고 오뚝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추레하고 하고 있어서 그렇지 꾸미기만하면 제법 예쁠 거 같은 잠재력이 있어 보이긴 했다.
“시력은 얼마나 되세요?”
“양쪽 다 0.1이요.”
“으흠.”
알바 경력이 많은 만큼 큰 도움이 될 거 같기는 한데 아직까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알겠습니다. 아직 저희 카페가 오픈하려면 한 달 정도 남았으니까 2주 안에 통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현주가 예의바르게 인사를 한다.
시황은 카페를 나오면서도 계속 고민했다. 일단 보류로 두고 몇 명 더 면접을 받아봐야 판단이 설듯하다. 자신과 일해야 할 바리스타인데 아무나 쉽게 뽑고 싶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바쁘다보니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카페 공사에 착수한지도 꽤 되어 10일정도만정도만 더 있으면 공사가 끝이 난다.
그 동안 건강진단서를 발급받고 위생교육까지 마쳐서 사업자등록을 할 수 있었다. 거기다 사업용 계좌도 개설해서 세무서에 신고를 하고 나니까 이제 정말 사업을 시작한다는 묘한 긴장감이 생겼다.
[건강진단서를 발급 받으세요.][완료][경험치 30]
[사업용 계좌를 개설하세요.][완료][경험치 200]
[사업자등록을 하세요.][완료][경험치 300]
사업을 준비하면서 깨알 같은 530의 경험치도 얻었다.
“흐음……. 어쩐다.”
책상에 앉은 시황은 다리를 까딱거리면서 고민했다. 오늘은 바리스타를 뽑기로 한 마지막 날이었다. 커피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2주 동안 에스프레소를 만든다고 온갖 고생은 다 했는데 맛은 여전히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공사가 끝이 나도 오픈을 못할 판이었다.
시황은 이력서를 다시 훑어봤다. 현주를 만난 두로 몇 명의 바리스타와 만나 면접을 봤지만 생각처럼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다.
한참동안 이력서를 훑던 시황은 결국 결정을 내리고 현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박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어찌됐든 만나본 사람 중에 제일 마음에 들었으니까.
[아! 안녕하세요. 사장님.]
현주가 전화를 받고 인사만 했을 뿐인데 엄청나게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게 바로 느껴졌다.
[반가워요. 혹시 2주 동안 다른데 취직하신 건 아니죠?]
[아, 아니에요. 저, 정말로요. 믿어주세요.]
시황은 가볍게 농담을 한 건데 현주가 엄청 당황해한다.
[하하. 농담이에요. 연봉은 2천만 원에, 나머지는 인터넷에 적은대로 4대보험 적용에 연장근무하면 150% 수당 드리고 근무 시간은 9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에요. 괜찮아요?]
시황도 카페를 처음 오픈하는 거라서 엄청나게 많이 조사했다. 연봉 2천 만원이라면 월 실 수령액이 150만 원 정도였는데 처음 일하는 바리스타 치고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월급이었다.
[2, 2천만 원씩이나요?]
연봉협상을 하는데 저렇게 당황해 하다니 순진해도 너무 순진했다. 만약 자신이 아니라 마음씨가 나쁜 사장과 만났다면 박봉은 물론이고 엄청 부려 먹혔을 게 눈에 선하게 보인다.
[왜요?]
[새,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요.]
[그만큼 열심히 일하시면 되지요. 대신에 내일부터 일하실 수 있으세요? 커피를 좀 만들어야 하는데…….]
[네! 괜찮아요!]
[아직 카페는 공사 중이니까…….]
시황은 오피스텔 주소를 불러줬다. 현주가 마지막 희망이었다. 현주마저 제대로 된 커피를 만들지 못한다면 될 때까지 오픈을 미뤄야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네! 내일 9시 30분까지 갈게요!]
[내일봐요.]
전화를 끊은 시황은 인터넷으로 바로 4대보험 등록을 했다. 요즘 세상이 좋아져서 이런 건 인터넷만으로도 가능하다.
“아루야, 집에 다른 사람 찾아오면 어떻게 하는지 알지?”
“네. 오빠. 잘할 수 있어요.”
현주가 찾아올 예정이라 아루는 착실하게 브래지어도 착용하고 있었다.
이 집에 제일 먼저 방문하는 여자가 지영도 은지도 지숙도 아니고 현주라니. 세상일이라는 게 참 묘하다.
띵동.
정확히 9시 30분이 되자 벨소리가 울렸다. 시황이 문을 열어주자 여전히 후줄근한 옷을 입고 잔뜩 긴장한 표정을 한 현주가 서 있었다.
“들어오세요.”
“네!”
현주가 조심스럽게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와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아루와 눈이 마주쳤다.
“아,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아루에요.”
아루가 귀엽게 인사를 했다. 이때까지 연기연습을 한 보람이 있는지 평범하게 한국에 사는 여자애 같다.
“제 동생이에요.”
“아……. 정말 예쁘시네요.”
현주는 계속 아루를 흘끔거렸다. 자신과 같은 여자인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예쁜 아이였다. 순백색의 뽀얀 피부와 연예인이라 해도 믿을 만큼 아름다운 얼굴은 눈을 떼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사장인 시황도 하얗고 매끈한 피부와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여동생도 저렇게 예쁜 거 보면 유전자적으로 자신과 다른 듯 했다. 별다른 내색은 안했지만 왠지 너무 초라해졌다.
“저쪽에 로스터기하고 커피 머신이 있어요.”
“아, 네.”
현주는 계속 자괴감과 열등감이 생기자 고개를 흔들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못생겼다는 소리를 항상 들어왔기 때문에 얼굴에 대해서는 포기한지 옛날이었다. 이렇게 태어난 걸 어쩌겠는가? 아마 남자 친구도 못 사겨보고 죽을지도 모른다.
“제가 커피를 좀 만들어 봤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구요.”
“아…….”
시황의 말에 현주는 로스터기를 살폈다.
“어떤 생두를 쓰세요?”
“이거요.”
현주의 말에 시황은 평범한 일반 생두와 블루 마운틴 생두, 리첼리아 커피 생두를 건넸다.
“이건 인터넷에서 주문한 일반 생두들이구요. 이건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그리고 이건 커피 맛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특별한 생두에요. 비율은 6:2:2로 섞었는데 제가 만드니까 맛이 영 별로더라구요.”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이요?”
커피 매니아인 현주가 그 유명한 블루 마운틴을 모를 리가 없었다. 1kg에 2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생두인데 대충 봐도 5kg은 넘게 쌓여있었다.
젊은 나이에 카페를 오픈하는 거나 저런 귀하고 비싼 생두가 대충 쌓여있는 걸 보면 꽤나 집이 부자인 거 같았다. 얼굴도 잘생기고, 부자에, 예쁜 여동생까지. 정말 남부러울 거 없는 인생이다. 저런 사람이라면 자신과 비교도 안 되게 아름다운 여자가 대쉬할 게 뻔했다. 그리고 키스도 하고 이런저런 짓도 하겠지.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부럽다.
현주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이걸로 커피 만드시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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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이 있어서 조금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혹시 원하시는 컨셉의 여성이 있으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차후에 나오는 여성들의 컨셉을 잡는데 참고 하도록 할게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