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75화 (7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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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시작

학교 수업을 마친 시황은 하루라도 빨리 창업을 하기위해 괜찮은 가게가 있는지 시내를 돌아다녔다. 대로변과 대로변에서 뻗어있는 상가 골목 중에 망한 가게가 몇 군데 보였다.

망해서 셔터를 내린 가게 하나를 쳐다봤다. 평범한 식당이었던 이 가게의 주변에는 PC방과 노래방들이 모여 있어 남자들이 많이 지나다녔다. 시황은 단번에 이 자리가 별로라는 걸 알아차렸다.

카페라는 곳은 남자끼리 감히 오기 어려운 장소다. 당장 근처에 있는 카페만 들어가 봐도 대부분이 여자이거나 커플이고, 간혹 한, 두 명씩 남자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무턱대고 이런 자리에 카페를 낸다면 망하기 딱 알맞다.

별로라는 걸 느낀 시황은 한참을 더 돌아다녔다. 몇 군데를 더 훑어봤지만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아예 모르는 장소도 아니고 3년이 넘도록 학교 앞 시내를 자주 돌아다녀 어떤 가게가 잘 되고 어디가 안 돼서 자꾸 문을 닫는지, 어디에 사람이 많은지에 대한 정보들을 알고 있었음에도 창업을 한다고 생각하자 쉽사리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계속 시내를 빙빙 돌던 시황의 눈에 망해서 문을 닫고 있는 카페가 보였다.

이 카페 이전에는 평범한 식당이었고 그 뒤에 핫도그와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 등으로, 몇 년 사이에 꽤 많은 업종을 거쳤음에도 번번이 다 망했다. 지금 이 카페도 처음에는 나름 장사가 잘 됐음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에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계속 들어서자 결국엔 못 버티고 문을 닫은 듯 했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 들어 좀 지나칠 정도로 카페가 많이 생기긴 했다.

시황은 주변을 둘러봤다. 시내를 이루는 커다란 대로변에서 뻗어 나온 상가 골목 중 하나였다. 이 가게의 2층에는 스테이크와 파스타 전문점, 3층에는 술집이 있었고 맞은편에는 네일아트 샵, 옆에는 화장품 가게, 악세사리 가게, 편의점, 식당 등이 존재했다.

차 하나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거리가 넓었고 사람이 몰리는 대로변과 멀지 않은데다 여성들이 꽤 많이 지나다녔다.

“흐음…….”

카페 특성상 여성들이 주요 고객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상당히 좋은 위치로 생각됐다.

약간 마음이 동한 시황은 이 거리를 지나다니는 여자들을 하나하나 쳐다봤다.

대학교 앞이라 20대 여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커플도 꽤 있었지만 주로 여자들 2, 3명이서 몰려다녔다. 날이 점점 따듯해지고 있어 요즘 유행하는 핫팬츠나 짧은 치마를 입어 멋을 잔뜩 부린 게 보인다.

그리고 다들 가방을 하나씩 끼고 있는데 처음 보는 문양이 많아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없었다. 여자 브랜드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략 1시간 넘도록 지나가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본 시황은 이 자리가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걸 확신했다.

유동인구가 많기도 했고, 특히 이 거리의 주요 소비층이 여자라는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대학가 상권은 주요 소비층인 대학생들이 방학 때 빠지게 된다는 게 문제였다. 그나마 주변에 아파트 단지나 은행 등이 있기는 했지만 약간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고민되네.”

시황이 생각하기에는 대학가 앞에서 한다면 지금 이 곳이 최선이었고 아니면 집에서 버스를 타고 30분이 넘게 떨어진 곳으로 가야했다.

여러 가지 부분을 고민하던 시황은 이보다 더 나은 곳을 찾기가 힘들 거 같아 가게에 붙어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한번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

“여보세요.”

약간 나이가 든 여성의 목소리다.

“안녕하세요. 점포 문의 때문에 전화했거든요.”

“아! 그래요?”

기뻐하는 목소리다.

“네. 여기가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데 평수하고 보증금, 임대료, 권리금을 알 수 있을까요?”

“가게 평수는 25평정도 되고 보증금은 2천만 원, 임대료는 백만 원이에요. 그런데 어떤 업종을 하실 생각이세요?”

“카페요.”

“그러시면 지금 저희가 썼던 시설들 그대로 사용하셔도 되겠네요. 사용한지 1년도 안 되는 기계들이라 엄청 깨끗하거든요.”

“음, 그러면 권리금이 어느 정도 되죠?”

“저희가 가게 인테리어하고 기계들 다해서 2000정도 들었거든요. 이거 절반만 받고, 입지도 좋은 곳이니까 음……. 2천만 원정도 어떠세요?”

“네? 2천만 원이요?”

시황은 깜짝 놀라 말했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좀 찾아봤는데 권리금이 5천만 원이니 7천 만 원이니 하는 글을 하도 많이 봐서 2천만 원이라는 돈이 저렴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이정도면 거저에요.”

깜짝 놀란 시황의 말에 중년의 여성이 말을 약간 더듬는 게 느껴졌다. 이거 잘만하면 권리금을 조금 더 낮게 받을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든다.

“일단 만나서 가게를 보면서 얘기할 수 있을까요?”

“알겠어요. 제가 그러면 30분 정도면 도착하거든요.”

“네. 그럼 앞에서 기다릴게요.”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학교 수업이 전부 다 끝이 났음에도 이 거리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다녔다. 다시 봐도 입지 조건 자체는 나쁘지 않다.

30분 정도 지나자 차 한 대가 카페 앞에 서더니 40대 중반의 여성이 내렸다. 주변을 둘러보는 거 보니까 저 여자가 이 카페의 주인인 거 같다.

시황과 눈이 마주쳤지만 카페 주인은 전화기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시황의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린다.

“안녕하세요.”

시황은 전화를 받지 않고 바로 가서 인사를 했다.

“네? 아! 혹시 아까 전화하셨던…….”

“네. 강시황이라고 합니다.”

“반, 반가워요.”

중년 여성은 말을 더듬었다. 생각보다 시황이 너무 어려 보여 깜짝 놀란 것이다.

“가게를 볼 수 있을까요?”

“잠시 만요.”

카페 주인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불을 켰다. 25평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꽤 큰 느낌이다.

시황은 구조를 꼼꼼히 살피면서 어떤 식으로 인테리어를 할지 구상을 했다. 요즘 유행하는 모던한 구성보다는 케즈론의 성과 비슷한 서양의 성 같은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야 품격 있는 케즈론의 가구와 잘 어울릴 테니까.

가게를 전체적으로 살펴 본 다음에 화장실을 들어갔다. 남, 여 구분은 되어 있지만 약간 더럽다. 어차피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다시하면서 화장실까지 다 뜯어 고칠 생각이다.

“이정도면 괜찮죠? 청소만 조금 하시면 그대로 쓰셔도 괜찮아요.”

“인테리어는 제가 다시 바꿀 거거든요.”

“그, 그래요?”

전체적으로 살펴보자 상당히 마음에 든다. 주변에 프랜차이즈 카페가 많다는 것과 대학교 주변이라는 것 등이 변수이긴 하지만 자신 있었다.

“인테리어는 전부 다시하고 테이블, 의자도 다 바꿀 거라 그 부분은 권리금에서 빼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카페 주인의 얼굴이 울상이 된다. 창업을 하는데 대충 할 수는 없는 일이라 시황은 관련 글들을 무수히 많이 읽어봤다. 인터넷 경력만 10년이 넘기에 그런 검색에는 도가 트다시피 했다.

“그, 그럼 500만 원 빼서 천오백만 원만주세요.”

한참을 끙끙거리던 카페 주인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권리금 천오백만 원에 보증금 2천만 원, 임대료 백만 원이군요.”

“네.”

보증금하고 권리금 합해서 1억이 넘니 마니 어쩌니 하는 건 다 서울 얘기였나 보다. 보증금, 권리금 3천오백만 원에 인테리어 비 2천만 원정도 잡으면 1억 원 정도면 가게를 내는데 충분할 듯싶다.

한번 더 가게를 둘러본 시황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내일 만나서 계약하도록 하죠.”

“알겠어요.”

마음에 든 김에 빠르게 계약하기로 했다. 건물 자체도 오래 되지 않아 외관이 괜찮았고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인다.

내일 계약하기로 하고 시황은 카페 주인과 헤어졌다. 너무 빠르게 결정한 건가 싶기도 했지만 이보다 더 괜찮은 장소는 없을 거 같았다.

“후우…….”

이 정도까지 진행이 되자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이제 남은 건 인테리어와 간판과 같은 외관, 원두를 받아올 거래처인데 원두에 관한 건 콘즈에게 물어보고 할 생각이다. 지구에서 나는 원두도 있을 수가 있으니까.

집으로 가는데 카페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찼다.

다른 건 다 돈이나 물건으로는 해결이 되는데 가장 문제는 시황이 커피를 전혀 만들 줄 모른다는 거였다. 커피를 만들 줄 아는 예쁜 바리스타도 한명 필요했다.

드르륵!

그때 문자가 왔다.

지숙이다.

[오빠 저희 언제 마사지 받을지 정했어요.]

[언제?]

[월, 목, 토 괜찮아요?]

수요일, 금요일은 과외를 해야 하니 불가능하고 저 날짜는 괜찮았다.

[응. 괜찮아. 그러면 이번 주 토요일부터 하자.]

[고마워요. 오빠.]

마음 같아서는 오늘 당장 가서 지숙의 다리도 만지고 가슴도 만지고 싶었지만 창업에 대한 정보를 찾을 게 많아 그 즐거움은 조금 미루기로 했다.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니 금방 집에 도착했다. 오피스텔에 들어가자 아루가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기쁜 표정을 지으며 현관에 서있다.

“오빠 오셨어요?”

“그래.”

아루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다.

“오늘 오빠가 하라고 하신 거 다 준비했어요.”

“그래? 그럼 오빠 씻고 와서 테스트해보자.”

“네.”

아루는 콧노래를 부르며 소파에 앉아 뭔가를 중얼거렸다.

시황은 학교 가기 전에 아루에게 연기 준비를 시켰다. 마치 TV에 나오는 배우들처럼 사람들 앞에서 해야 할 대사들을 익히라고 한 것이다. 19년이나 농노로 살았던 아루인지라 단번에 사고방식이 바꾸기 힘이 들어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었다.

옷을 벗은 시황은 바로 케즈론의 성에 가서 샤워를 했다. 뜨끈한 탕 안에 있으니 하루종일 쌓였던 몸의 피로가 다 풀리는 기분이다.

탈의실에서 정력을 보강해주는 팬티를 입고 나서 콘즈를 불렀다. 그러자 원래 서있었던 것처럼 콘즈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시황 님.”

“그래. 콘즈야. 반가워.”

콘즈가 인사하자 시황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혹시 지구에서 나는 커피 원두도 있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럼요. 그건 1레벨 때도 사용할 수 있는 차였어요.”

다행스럽게 예상대로다. 잘만하면 커피 원두를 구하는데 돈을 쓰지 않아도 될 거 같다.

“양은 얼마나 있는데?”

“직접 보세요.”

짝!

콘즈가 손뼉을 치자 탈의실이 창고로 변했다. 끝이 안 보이게 높은 창고엔 원두로 추정되는 연두색의 콩 같은 게 산처럼 쌓여있었다. 얼마나 많은지 평생 먹어도 양이 줄어들 거 같지도 않다.

“이게 원두야?”

시황은 앞에 있는 원두를 집어보았다. CF에서 보던 갈색의 콩을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색깔이다.

“네. 이건 생두에요. 여기에 열을 가하면 시황님께서 알고 계시는 갈색의 원두로 변하게 돼요.”

“그렇구나. 그런데 이게 어떤 종류의 원두인지 잘 모르겠네. 가게에서 파는 그런 원두야?”

“이건 자메이카의 블루 마운틴이라고 지구에서 상당히 고급으로 통하는 커피에요. 이외에도 하와이 코나, 예멘 모카 정도가 먹을 만해요.”

“그래?”

시황은 커피에 대해 거의 몰랐다. 애초에 커피를 좋아하지도 않으니 당연한 말이다. 그래서 콘즈가 제법 괜찮은 품질의 커피를 줬구나 라고 단순히 생각했지만 이 커피들이야 말로 커피의 황제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것들이었다. 거기다 가장 최고 품질의 생두만 모아뒀으니 이걸 커피로 만들어 판다면 주변에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들과는 차원이 다른 맛을 선사할 수 있으리라.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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