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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시작
생리주기가 30일 정도였고 생리를 한지 몇 주가 지났다. 계산해보니 저번 주와 이번 주가 딱 가임기다. 운이 좋았다면 저번 주의 질내사정으로도 임신했을 가능성이 있었고, 오늘까지 질내사정을 하게 되면 분명 임신할 거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아직 질내사정의 무서움을 모르는 시황인지라 안전한 날이라고 안에 싸달라고 하면 분명 안에 쌀게 분명했다.
만약 임신이라도 된다면 시황의 성격상 반드시 책임을 지려고 할 테고, 서로 나이도 있으니 속도위반으로 결혼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우리 시황이, 아직 밥 안 먹었지?”
“네. 배고파요. 누나.”
시황의 말에 지영은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장어 먹으러 갈래?”
“저야 아무거나 괜찮아요. 오늘은 제가 사드릴게요.”
“아니야. 우리 시황이는 가게 내야 하는데 돈 아껴야지. 누나가 사줄게.”
“자꾸 얻어먹는 거 같아 죄송해요.”
“괜찮아. 부담 갖지 마.”
지영은 시황을 데리고 근처에 있는 장어구이집으로 갔다. 1kg에 7만원이나 했지만 지금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다.
지영은 바로 주문하고 복분자주까지 시켰다. 오늘 밤에 아주 그냥 끝장을 볼 작정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이 세팅되고 장어가 지글지글 익기 시작했다.
“요즘 카페 많이 생기던데 괜찮겠어?”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영이 말했다.
“저한테 비장의 커피가 있거든요.”
“비장의 커피?”
“네. 나중에 제가 타드릴게요. 맛이 보통 커피랑 차원이 달라요.”
“어머, 그래? 기대된다.”
생각해보면 시황이 가진 물건치고 평범한 게 없었다. 상처에 효과가 좋은 물약도 그렇거니와 피부를 깔끔하게 만들어주는 화장품은 그 가격대만 해도 수백만 원을 호가했다. 그런 물건들을 가진 시황이 비장의 커피라 말할 정도면 일반 커피보다 훨씬 맛있을 분명했다.
대화를 하는 사이에 장어가 다 익자 지영은 재빨리 꼬리부분을 시황에게 건네주었다.
“꼬리를 먹어야 힘이 좋아진데.”
“오늘 밤에 쓸 힘 말이죠?”
“뭐, 바보야.”
웃으면서 시황이 말하자 지영은 살짝 볼을 붉혔다. 그런 생각으로 준 건 맞는데 대놓고 말하니까 부끄럽다.
시황은 장어 꼬리를 먹고 지영이 따라준 복분자주까지 마셨다. 정력이 좋아진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가게는 어디에 낼 거야?”
“이쪽 시내에 내려구요. 아직 어디로 할지 정하진 못했어요. 아, 그리고 궁금한 게 있는데 누나는 주로 어떤 카페에 자주가요?”
“나? 글쎄. 그냥 보기에 인테리어가 예뻐 보이는 곳이나 별벅스 같은데 많이 가지. 그런데 인테리어 보고 들어갔다가 커피가 맛없으면 다시는 안 가.”
당연한 말이지만 어찌됐든 카페의 기본은 커피맛이다. 그렇다면 인테리어는 차순위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커피의 맛과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느낄만한 고품격의 인테리어 등이 조화가 되어야만 비로소 여자들이 소비를 할 만하다는 가치를 느낀다.
대충 어떤 느낌으로 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테이블이나 의자, 찻잔 등은 케즈론의 성에서 가져와 활용할 생각이었다. 케즈론의 성에 있는 가구와 물건들은 누가 봐도 값비싸다고 느낄만한 품격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매우 세밀하게 새겨져 있는 아름다운 문양들은 보고 있기만 해도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배부르게 장어를 먹고 바로 지영의 원룸으로 갔다. 밖에서 괜히 시간을 때우기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시황과 단 둘이 있고 싶어 하는 지영의 의지가 강력히 반영된 결과였다. 장어를 다 먹어갈 때부터 지영이 자꾸 은근한 눈빛을 보냈던 것이다.
원룸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신발을 벗고 불을 켜자마자 지영이 시황을 껴안더니 키스를 한다. 잠시 동안 끈적끈적한 키스가 이어졌다.
“누나 잠깐만요. 잠시 쉬다가 씻고 해요.”
지영의 입술이 떨어지자 시황이 말했다.
“그, 그래.”
일주일동안 섹스를 못한 시황이라 키스만 하면 바로 짐승처럼 달려들 줄 알았는데, 너무나 침착한 모습에 지영은 조금 당황했다.
“앉아 계세요. 제가 커피 끓여올게요.”
“응.”
시황은 가방에서 리첼리아 커피를 꺼내 부엌으로 가 물을 끓였다. 섹스야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 커피 시음이 더 중요했다. 자신은 맛있게 느꼈지만 여자들의 입맛은 또 다를 수 있어 미리 확인을 해봐야했다. 지영 말고도 찬미, 유미, 은지, 지숙에게도 다 마셔보게 할 생각이었다.
시황이 커피를 끓이는 동안 지영은 고민했다. 시황을 달아오르게 만들어 달려들 게 하려면 옷을 벗고 있는 게 좋을지, 지금 이 상태에서 은근히 노출을 하는 게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을 하던 지영은 일단 상의를 살짝 풀어헤치고 브래지어를 벗었다. 그러자 움직일 때마다 은근히 가슴의 젖꼭지가 보였다. 남자들은 아예 대놓고 보여주는 거 보다는 이렇게 은근히 야한 걸 좋아한다는 심리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스타킹을 어쩔까 고민하는 사이에 시황이 커피를 가지고 왔다.
“어머, 향기 좋다.”
달콤한 커피의 향기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일단 냄새부터가 평범한 커피와 질이 달랐다.
“드셔보세요.”
지영이 손을 뻗어 커피 잔을 잡자 가슴의 젖꼭지가 살짝 나왔다가 사라진다.
그런데 생각과 다르게 시황은 그걸 보고도 덤덤한 표정을 짓더니 침대에 앉아 커피를 홀짝였다.
“음……. 역시 이 커피 정말 맛있어요. 누나는 어때요?”
“아, 마셔볼게.”
시황의 반응에 가볍게 실망한 지영은 조심스럽게 커피를 마셨다.
순간 천상의 하모니가 울렸다. 금으로 수놓아진 빨간 카펫을 걷자 하늘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 퍼진다. 마치 커다란 왕국의 공주라도 된 듯한 착각이 일어날 정도로 우아한 풍미가 느껴졌다.
“이, 이거 뭐야?”
수많은 커피를 마셔본 지영이었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맛을 가진 커피는 처음이었다. 이 커피를 팔게 되면 사업이 번창하는 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그리고 전국에 수많은 체인점을 가진 시황의 늠름한 모습이 바로 이어서 떠오른다.
“괜찮죠? 맛은 있는데 구하기 힘든 특별한 커피라 한잔에 20만 원 정도해요.”
“2, 20만 원? 이거 한 잔이?”
“네.”
커피 한잔에 20만 원. 정말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하지만 이 커피를 마셔본 지영은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까지 마셔본 그 어느 커피보다 맛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20만 원에 팔아도 살 사람이 별로 없지 않을까?”
“음, 그래서 여기서는 일단 이 고급 원두랑 일반 원두를 적절하게 섞어서 한 잔에 5~6천 원 정도에 팔고 나중에 장사가 잘 되면 서울에 있는 청담동에 제대로 된 가게를 열 생각이에요.”
“청담동이라니…….”
청담동이라고 하자 지영의 눈이 몽롱하게 젖어든다. 벌써부터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시황의 옆에서 우아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진다.
지영은 커피를 마시면서 계속해서 상상을 나래를 펼쳐갔다. 임신만 하면 모든 게 끝이었다. 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시황이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누나 샤워하고 올게.”
커피를 다 마신 지영은 한시라도 빨리 시황이와 섹스를 하고 싶었다.
“같이 씻어도 돼요?”
“당연하지.”
시황의 말에 오히려 지영이 기뻐하면서 시황의 옷까지 다 벗겨주었다. 발기를 하지 않았음에도 묵직한 성기를 보자 침이 꿀꺽 넘어간다.
샤워실에 들어간 시황이 지영을 끌어안고 가슴에 얼굴을 문지르자 지영의 입에서 기쁜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이라도 하듯 시황을 꽉 끌어안았다.
오늘 꼭 시황이의 아이를 가지고 싶었다.
[오빠 수업 언제 마치세요?]
[4시쯤이면 마칠 거 같아.]
지숙이 아침부터 문자를 보냈다.
[그러면 4시 될 때 제가 인문관 앞에서 기다릴게요.]
[알았어.]
오늘은 지숙과 만나 밥을 먹기로 한 날이었다. 은지와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숙과 친밀해질 필요성이 있었다.
일요일에 은지가 지숙과 엮어주려고 했을 때 지숙과 친해졌으면 그냥 그대로 은지와의 관계는 끝이었다. 하지만 은지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지금이라면 지숙과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은지와 관계가 개선될 확률이 높았다. 뭐, 생각처럼 되지 않더라도 지숙은 남으니까 전혀 아쉬울 게 없는 계획이다.
학교에 가 꾸역꾸역 수업을 들으면서 시황은 고민을 했다.
이런 지방에서는 자신의 꿈을 펼치기에 한계가 있었다. 돈과 권력이 전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까.
그리고 이유야 어찌됐든 수능시험 준비를 위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언어 습득용 알약을 복용해 영어는 완전히 마스터한 상태이고, 수학도 이전처럼 난해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어쩌면 조금만 더 노력하면 옛날부터 꿈꿔왔던 서울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쯤 되니 조금 욕심이 생기긴 한다. 처음 대학교 관련 퀘스트를 봤을 때는 불가능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지만 지금은 가능할 수도 있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서울대에 입학하고 수석까지 한다면 단번에 1750이라는 엄청난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었다.
뭐, 서울대에 수석 입학할 수 있다는 생각은 크게 안 들긴 했지만 서울 상위권 대학은 충분히 노려볼만 했다.
생각이 갈수록 구체화되었다. 하지만 섣부르게 행동해서는 안됐다. 일단 열심히 공부해서 모의고사를 한번 쳐보고 생각을 확정짓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을 먹어서인지 앞에서 교수가 얘기하는 수업이 더 귀에 안 들어왔다. 이제는 이 대학에서 꼭 졸업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수업을 다 마치고 인문관을 나가자 앞에서 지숙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숙아.”
“앗! 오빠. 빨리 나오셨네요.”
지숙이 웃으면서 다가온다. 짧은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있었는데 각선미가 눈이 부신다.
“어디 갈까?”
“글쎄요. 아직 저녁 먹기는 조금 이르고…….”
“일단 내려가 보자.”
“네.”
시황은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길을 걷자 지숙이 가볍게 웃는다. 호감이 가득한 웃음이다.
“오빠가 어제 안마해주고 나서 다리가 더 예뻐진 거 같아요.”
“정말? 그게 지방을 분해해주는 성분이 있다더니 효과가 괜찮나봐.”
시황은 슬쩍 지숙의 다리를 쳐다봤다. 희고 곧게 뻗은 다리고 너무 매력적이다. 특히 얇은 발목에서 뻗어져 나오는 그 아름다운 비율이 너무 환상적이라 평범한 지숙의 얼굴조차 빛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 로션 비싸죠?”
“응. 가격대가 좀 나간다고 하더라. 나도 하나밖에 못 구했어.”
지숙이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고 일어나서 은근히 알이 빠진 다리를 보고 깜짝 놀랐었다. 시황이 효과가 있다고 말을 하긴 했지만 겨우 안마 한번으로 이렇게 티가 날 정도로 좋아질지는 몰랐던 것이다. 저 로션만 있으면 예쁜 각선미를 가질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에 은근히 물었는데 역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닌 듯 했다.
미끈한 각선미를 갖게 해주는 로션을 구할 수 없으니 남은 방법은 시황에게 안마를 부탁하는 거뿐이었다. 지숙은 지금 바로 말하기 좀 그러니 식사를 할 때 그거에 대해 얘기해보기로 했다.
식사는 지숙이 원하는 일본식 돈까스 집으로 갔다. 돈까스 하나에 만원이나 했지만 지숙은 큰 부담 없이 돈을 지불했다.
매일 3000원짜리 싸구려 돈까스를 먹다 일본식 돈까스를 먹으니 그 바삭함과 고기의 육질이 대단히 뛰어났다. 돈이 참 좋긴 좋다.
“오빠 저기…….”
“왜?”
식사 중에 지숙이 약간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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