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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시작
시황은 평소처럼 새벽에 일어나 음양합일공으로 마기를 모으고 헬스장에 가 운동을 했다. 갈수록 몸이 좋아져 이제는 예전처럼 왜소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키가 작은 게 여전히 흠이기는 했지만 적절하게 잡힌 근육과 깨끗하고 흰 피부, 매력적인 얼굴은 시황을 미남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게 만들었다. 교정과 피부 관리, 몸매가 적절히 조화면서 얻은 결과물이다.
더 이상 못생기지 않았다는 얼굴에 대한 믿음, 2억 원이 넘는 넉넉한 돈, 앞으로 펼쳐질 무궁무진한 미래 덕분에 시황은 언제나 자신감이 넘쳤다. 여자만 봐도 움츠려 들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절망하던, 옛날의 그 시황이 아니었다.
수업을 마친 시황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시내를 돌아다녔다.
카페가 몇 개나 있고 어떤 식으로 장사를 하는지 확실히 알아두기 위한 사전조사였다. 보통 카페라는 곳은 여자와 커플이 주로 가는 곳이다 보니 예전 시황은 감히 들어갈 엄두도 못 내던 공간이었다.
대학교에서 나와 횡단보도를 2개 건너면 바로 시내가 나온다. 지방에 있는 도시의 대학가 근처라 엄청난 규모의 거리는 아니었지만 주변에 중, 고등학교와 수많은 아파트가 있어 사람이 많이 다녀 입지 조건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후라 그런지 거리에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
시황은 카페의 수부터 체크했다.
대학교 나오면 바로 눈에 보이는 카페가 7개에 시내로 들어가면 대충 보이는 카페만 해도 10개 정도였다. 예전에는 이렇게 많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바퀴벌레처럼 증식을 하더니 한 블록에 한두 개씩 카페가 생겨나버렸다.
슬쩍 다니면서 안을 쳐다봤는데 사람이 별로 없는 카페도 많았고 꽉 찬 카페도 있었다. 무슨 차이인지 궁금해 일단 사람이 별로 없는 카페부터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분위기 좋은 카페다. 주인이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썼는지 가운데 커다란 곰 인형 2개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시황은 자리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하나 시켰다. 일단 이런 카페의 기본은 커피 맛이니까.
주변을 둘러보자 자신을 제외하고 여자 한명과 커플 한 팀만 있었다. 이정도로도 수익이 나는지 의문이 생긴다.
아메리카노를 받아온 시황은 자리에 앉아 밖에 지나다니는 사람을 구경하며 마셨다.
“으흠.”
맛없다. 커피에 대한 조예가 없어서 그런지, 이 아메리카노라는 건 쓰기만 하고 도통 맛이 없다. 도대체 무슨 맛으로 마시는지 모르겠다.
그에 비해 리첼리아 커피는 마시는 순간 느껴지는 풍미와 살짝 달콤하면서도 약간 씁쓸한 그 맛은 계속 마시고 싶을 정도로 매력이 넘쳤다. 커피를 별로 안 마시는 시황이 느끼기에는 이 카페의 아메리카노에 비해 적어도 50배 넘게 맛있었다.
시황은 메뉴판을 뒤적이며 가격들을 체크했다. 아메리카노가 3500원이었는데 이게 비싼지 싼지 확실하게 알 수가 없었다. 그 뒤로 카페 분위기까지 꼼꼼히 살펴본 시황은 아메리카노 다 못 마시고 반 정도 남긴 채 카페를 나왔다.
다음은 사람으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카페로 갔다.
별벅스라 불리는 유명한 해외 프랜차이즈 브랜드였다.
카페 안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는데 대부분 여자들이었다. 다들 손에 별벅스 문양이 그려진 컵을 들고 한껏 고양된 표정으로 차를 마셨다. 뭔가 아까 전의 카페와 분위기가 약간 다른 느낌이다.
바로 아메리카노를 하나 시켰다. 3900원. 아까 카페보다 400원 더 비쌌다. 그런데 이 아메리카노가 좀 싼 편이었고 나머지 음료들은 5000원을 우습게 넘어갔다. 아무런 효과도 없으면서 비싸긴 더럽게 비쌌다.
아메리카노를 받아들고 빈자리에 앉아 한 모금 마셨다. 역시나 쓰고 맛이 없다. 특히 텁텁하게 끝나는 뒷맛은 정말 별로였다.
이정도 커피가 4000원이니 리첼리아 커피는 적어도 10만 원 이상의 가치는 충분해보였다. 그런데 사람의 심리라는 게 묘해서 맛이 있다고 무조건 가격을 올려버리면 손님이 안 와 가게가 망하는 게 순식간이다. 맛과 가격의 합리성을 찾든가 아니면 아예 고급화 전략으로 나갈 것인가, 2가지 중에서 선택해야 된다는 게 시황의 생각이었다.
맛과 가격의 합리성이라 함은 이런 일반 카페에서 쓰는 원두와 리첼리아 커피 원두를 소량 섞어 만들고 가격은 5000~1만 원 정도에 파는 것이다. 맛 자체야 순수 리첼리아 커피보다 많이 못하겠지만 다른 커피보다는 뛰어날 게 분명했다.
그 다음, 고급화 전략은 리첼리아 원두의 함량에 따라 가격을 나누고 기본 5만원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지방도시에서는 쓰기 힘든 전략이고 서울에 있는 청담동에나 가야 먹힐만한 가격이었다. 지방에도 잘 사는 사람은 있겠지만 서울만큼 파이가 크지 않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니까.
그리고 애초에 두 번째 계획은 지금은 불가능했다. 일단 졸업 때문에 서울에 못 올라가는 건 둘째 치고 2억 원 가지고 청담동에 가게를 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일단 여기서 적당한 수준의 가게를 내어 장사가 잘 되면 부모님에게 맡기고 서울에 진출할 계획이었다.
시황은 쭉 다니면서 되는 가게와 안 되는 가게의 차이를 생각했다. 맛 자체야 시황이 느끼기엔 다 별로였는데, 그 브랜드라는 차이가 하나가 엄청난 거 같았다.
대학교의 앞에 잘 팔리는 커피점은 아메리카노 한잔에 1500원에 파는 테이크아웃용 가게였고, 그게 아닌 3000원 이상의 가게는 브랜드에 매우 큰 영향을 받았다. 일반인이 내는 카페보다 별벅스나 엔젤서스라는 가게가 독보적으로 사람이 많았다.
물론 시황은 그런 프랜차이즈 가게를 열 생각은 없었다. 그럼에도 별 걱정을 하지 않는 건 이 날을 위해 카론의 깃펜을 준비해놨기 때문이다.
[카론의 깃펜. 마법사 카론이 사랑에 빠진 자신의 아들을 위해 발명한 깃펜. 이 깃펜으로 쓴 글을 읽는 사람은 가벼운 매혹효과에 빠져 글의 내용에 대해 아주 약간의 호감을 가지게 된다.]
일단 메뉴판을 이 깃펜으로 쓴다면 가격에 대한 거부감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고, 한번만 맛보면 두 번 다시 일반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될 게 분명하다.
“후후.”
드래곤의 유산과 함께 한다면 성공은 보장된 거나 다름없다.
드르륵!
지영에게 문자가 왔다. 오후 6시. 지영이 퇴근하기까지 대략 1시간 정도 남았다.
[시황아, 집이야?]
[아니요. 별벅스에 있어요.]
[거기서 뭐해? 설마 여자랑 있는 건 아니지?]
당연한 지영의 물음이 잇따랐다.
[그냥 뭐 좀 알아보려고 왔어요. 누나는 언제쯤 마쳐요?]
[누나 한 시간 정도 더 있어야 돼. 어떡하지?]
[그러면 별벅스에 기다리다가 7시 되면 누나 치과 근처로 갈게요.]
1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시황은 타블렛을 꺼내 인터넷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찾으면서 별벅스의 메뉴도 살폈다.
커피의 종류가 엄청났다. 뭐가 뭔지도 모를 기다란 이름들이 수두룩한데다 무슨 베이글이니 데니쉬니 하는 빵 종류까지 있었다.
시황은 치즈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추가해서 주문했는데 3300원이라는 가격이 나왔다. 무슨 식사 한 끼 가격이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막상 받아보니 그냥 둥그런 빵과 조그만 크림치즈 통 하나뿐이었다. 이게 3300원이라니!
시황은 바로 타블렛으로 검색했다. 그러자 수많은 글들이 나온다. 몇 개 클릭해보자 전부 다 여자들이 커피와 빵 사진을 올려둔 블로그였다. 자동적으로 된장녀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인터넷이라면 도가 튼 시황이었기에 된장녀 논란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때는 커피에 4000원이 넘는 돈을 쓰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고 자신의 현실과 비교해 왠지 열등감이 생겨 욕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런 여자들을 된장녀라 욕할 게 아니었다. 명품 가방을 가지고 싶어 하고 이런 고급스러운 카페 좋아하는 건 여자들이 가진 습성이었다. 한두 명이 아니라 수많은 여자들이 그런 행동을 한다는 건 근본적인 유전자 자체가 그렇다는 의미였다.
그러니 이걸 보고 욕만 하는 건 하수, 여자에게 호감을 얻는 건 중수, 돈을 버는 건 고수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여자들이 가진 그런 허영심을 자극해 돈을 쓰게 만들어야 했다.
“흐음…….”
우연히 빵 하나 시켰다가 좋은 깨달음을 얻었다.
기분이 좋아진 시황은 칼로 빵을 썰어 크림치즈를 발라 한 입 먹었다. 나쁘지 않은 맛이긴 한데 3300원 주고 먹기에는 아깝다.
이것저것 정보를 검색하면서 시간을 때우다 지영이 마칠 시간이 다돼가자 치과 앞으로 갔다.
조금 기다리자 혜진이와 함께 지영이 건물에서 나온다.
“시황아!”
시황을 발견한 지영이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다가왔다. 오늘 만나기로 해서 그런지 유난히 멋을 지은 게 느껴졌다.
검은 스타킹과 짧은 미니스커트, 굽 높은 하이힐의 조합은 지나가는 남자도 돌아보게 만들만큼 매력적이었다.
“누나, 오늘 엄청 예쁘네요.”
“괜찮지? 오늘 우리 시황이랑 만날 거라 신경 좀 썼어.”
지영이 시황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시황 씨”
지영이와 얘기하고 있으니 혜진이 시황에게 인사했는데 얼굴에 있는 여드름 흉터가 상당히 호전되어 얼굴을 못 알아 볼 뻔했다. 볼과 이마를 가득 채웠던 여드름 흉터가 사라지니 확실히 예뻐지긴 했다.
“와, 피부 많이 좋아지셨어요. 미모가 확 사는데요.”
“어머, 그래요?”
과장된 시황의 말에 혜진은 기분이 나쁘지 않은지 미소를 지었다.
“언니 할 말 있다면서요. 저 시황이랑 빨리 가봐야 돼요.”
시황의 옆에 있던 지영이 혜진에게 재촉했다.
“아, 맞다. 시황 씨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제가 연락드리려고 했거든요.”
“화장품이요?”
“네. 제가 아는 언니가 사신다고 해서요. 이번 주 토요일에나 시간 되면 보자는데 어떠세요?”
“전 괜찮아요.”
“그런데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1500만 원은 좀 부담스러워하셔서 말이에요.”
“걱정 마세요. 아직 한 개 남아서 500만 원에 드릴 수 있어요.”
“아! 정말 다행이에요. 그러면 토요일에 연락할게요.”
“네.”
케즈론 화장품이 아직까지 유명한 브랜드의 화장품이 아니라 1500만 원이라는 가격에 팔기에는 무리가 좀 있는 거 같았다. 브랜드와 명품이라는 이미지가 생기면 1500만 원이라도 우습게 사는 사람이 수두룩하겠지만 아무런 인지도 없는 지금은 약간 무리하다 싶은 가격 책정이었다. 그때는 이런 생각을 못하고 단순히 비싸게 팔아야겠다는 마음이 앞서 실수를 해버렸다.
“언니 끝났지? 그럼 난 시황이랑 간다.”
“어이구, 알았어. 난 갈 테니까 시황 씨랑 재밌게 놀아. 시황 씨 전 가볼게요.”
“네. 들어가세요.”
혜진이 가자 지영이 바로 시황의 팔짱의 꼈다. 길을 걷자 몇몇 남자가 슬쩍 지영을 쳐다보는 게 느껴진다.
“시황아, 너 요즘 얼굴 보기 너무 힘든 거 알아?”
“하하. 미안해요. 누나 제가 좀 바빠서요.”
“왜? 무슨 일 있어?”
“누나한테 처음 말하는 건데요. 저 카페 하나 내려구요.”
“카페?”
지영이 깜짝 놀라 시황을 쳐다봤다.
요즘 바빠 보여서 혹시 여자라도 만나나 싶어 잔뜩 걱정하고 있었다. 자신이 시황을 좋아하고 몸을 섞는다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사귀는 게 아닌지라 항상 불안했었다. 갑자기 어떤 여자가 나타나 시황을 채갈 거 같은 기분이 자꾸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바쁜 이유가 가게 때문이라고 하자 안도가 된다.
“네. 프랜차이즈 말고 일반 카페로 할 생각이에요.”
“돈은 충분해? 누나가 빌려줄까?”
지영은 이때다 싶어 말했다. 어떻게든 시황과 연결고리를 계속해서 만들어야 했다.
“괜찮아요. 지금 2억 정도 있는데 이정도면 그럭저럭 될 거 같아요.”
“2, 2억? 시황이 너 정말 대단하다.”
지영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시황의 나이가 이제 26살인데 2억이라니? 한 달에 100만 원씩 모아도 1년에 1200만 원, 20년 가까이 모아야 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26살인 시황이 자력으로 모았을 리는 없고 분명 집이 어마어마한 부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지영은 바로 생리일이 언제부터인지 생각했다.
============================ 작품 후기 ============================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