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64화 (6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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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시작

[여자에게 차이세요.][완료][경험치 200]

[다른 사람의 독을 치료해 주세요.][완료][경험치 300]

[로텔링어 종과 섹스를 하세요.][완료][경험치 500]

[10년 이상의 마기를 모으세요.][완료][경험치 1200]

[해군 제독과 섹스를 하세요.][완료][경험치 2000]

여자와 사귀는 것도 경험치가 있더니 여자에게 차이는 것도 경험치가 있었다. 차이고 경험치를 얻는 거 보다 그냥 안 차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입맛이 쓰다.

그 밑을 보자 로즈린과 섹스를 하면서 말도 안 되는 경험치를 얻었다. 로즈린이 얼마나 대단한 권위를 가졌는지 새삼 느껴진다. 경험치 2000이라니! 이때까지 얻은 경험치 중 압도적인 양이다.

소환단을 먹어 10년 이상의 마기를 모으고 로즈린과 섹스를 한 덕분에 경험치의 5분의 1이 단숨에 찼다. 운이 좋아 4000이 넘는 경험치를 모았는데도 저 정도 밖에 안 오른 거 보면 4레벨을 찍으려면 까마득하게 남은 듯하다.

드르륵!

나른한 일요일 오전, 아루와 같이 소파에 앉아 퀘스트를 보고 있는데 지영에게서 문자가 왔다.

[시황아, 오늘 뭐해?]

시황은 탁자 위에 있는 폰을 잡아 바로 문자를 보냈다.

[누나, 죄송해요. 오늘 바쁜 일이 있어서 못 만날 거 같아요.]

귀찮아서 한 말은 아니었고 받아온 라롤린 씨와 베노 씨를 심어야 했다.

[무슨 일인데?]

전광석화가 따로 없다. 지영은 시황이 답을 하기 무섭게 바로 문자를 보냈다.

[리포트도 쓰고 발표 준비도 해야 돼요. 저도 누나 보고 싶은데 오늘 너무 바빠서요.]

[누나가 도와줄까? 그러면 되겠다. 누나가 시황이 집에 가서 리포트 쓰는 거 도와줄게.]

꼭 일요일에 시황과 같이 있고 싶다는 지영의 염원이 담긴 문자였다.

보통은 여자가 애교를 부리면서 부탁하면 남자가 호구처럼 리포트를 대신 써주기 마련인데 지금은 지영이 시황의 리포트 쓰는 걸 도와주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주도권자체가 시황에게 넘어가서 벌어진 일이었다. 처음 시황과 지영이 만나 섹스를 했을 때는 지영에게 모든 주도권이 있었다. 그래서 지영은 섹스를 하고 싶어 안달 난 시황의 애를 태우면서 자기가 원하는 때에 만나서 섹스를 할 수 있었다. 그랬다. 얼마 전만 해도 분명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지영이 시황을 만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지영은 저번 주 일요일에 시황과 같이 술을 마신 이후로 일주일동안 시황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문자를 계속 보내도 시황이 바쁘다고 만나주지 않았던 것이다. 혹시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바쁘다고 자신을 회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불안했다. 집이라도 알았으면 당장에라도 쳐들어갔을 텐데 집이 어딘지도 몰랐다. 생각해보면 시황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괜찮아요. 누나. 리포트는 제가 쓸게요. 대신 내일 만나요. 내일은 여유 있어요.]

[알았어. 내일 누나 일 마치면 전화할게.]

[네.]

겨우 지영과 문자를 끝냈다. 요즘 들어 지영이 귀찮을 정도로 문자를 많이 보냈다.

“오빠 같이 있고 싶어요.”

문자를 하자 혹시 시황이 나갈까 싶어 아루가 시황을 껴안았다.

“걱정마. 오늘은 아루랑 하루 종일 있을 테니까.”

시황의 말에 아루가 예쁜 미소를 짓는다.

그런 아루가 귀여워 시황은 가볍게 키스를 해줬다. 그러자 아루가 시황의 위에 올라타더니 목을 휘감고 본격적으로 키스를 한다.

아루는 팬티조차 입지 않고 흰색의 얇은 티 하나만 걸치고 있었다.

평소 시황에게 팬티와 브래지어, 티, 반바지는 항상 입고 있으라는 교육을 받았지만, 이렇게 단 둘만 있을 때는 속옷을 입고 있지 않는 걸 시황이 좋아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시황의 성감대나 성적 취향 쯤이야 이젠 훤하게 안고 있다.

가볍게 한 키스가 어느덧 끈적끈적한 애무로 변했다. 정신없이 아루의 가슴을 만지며 키스를 하던 시황은 라롤린을 심어야 한다는 생각에 끓어오르는 성욕을 참으며 아루를 자신의 몸에서 떼어내려고 했다.

그런데 그 낌새를 알아차린 아루가 시황에게 떨어지지 않으려고 목을 꽉 안고 버텼다.

“오빠, 계속 하고 싶어요.”

“지금 바쁜 일 있으니까 나중에 하자. 알겠지?”

“네.”

시황의 말에 아루가 약간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 시황의 입술을  한번 더 음미하고는 다리에서 내려왔다.

“음, 그러고 보니…….”

아루가 내려가자 시황은 아공간에서 화려한 함을 하나 꺼냈다. 로즈린과 헤어지면서 받아 온 함이다. 선물 줄 때 바로 확인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 넣어뒀었는데 이제야 생각났다.

시황이 함을 꺼내자 아루가 호기심에 찬 눈으로 본다.

함을 열자 갖가지 보석과 장신구들이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진주나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는 물론이고 목걸이, 반지까지 없는 게 없다. 그렇게 큰 크기의 함은 아니었지만 그 안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물들이 굉장히 값어치가 있어보였다.

시황은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를 하나 들어 올렸다.

[16캐럿 다이아반지. 뛰어난 장인이 만든 아름다운 반지다.]

“예쁘다.”

아루가 감탄했다.

특별한 마법적 힘은 없는 평범한 보석과 장신구들이었다. 굉장히 비싸 보이기는 했는데 특별히 쓸데도 없고 팔기도 힘 들 거 같았다.

시황은 보석함을 뒤적뒤적 거리다가 조그맣고 예쁜 다이아몬드 반지를 하나 꺼내 살폈다. 3캐럿의 다이아반지였는데 아루에게 줄까 하다가 괜히 주면 큰 곤란을 겪을 거 같아 다시 보석함에 넣었다.

보석과 반지, 목걸이들이 얼마짜리인지는 전혀 몰랐지만, 척 봐도 감당 안 되게 비싸다는 사실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런 사치품을 가지고 있는 걸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큰 사단이 나기 마련인지라 아공간에 다시 보관했다.

지금 상황에서 이런 값비싼 보석들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일 뿐이다.

“가자. 성으로.”

“네.”

시황은 반짝거리는 눈으로 보석함을 쳐다보던 아루를 데리고 케즈론의 성으로 갔다.

항상 그렇듯 서재의 한쪽에 콘즈가 서 있었다.

“오늘은 라롤린을 심으실 거죠?”

콘즈가 인사를 하고 용건을 묻는다.

“응. 그런데 어디서 심어야 돼?”

“시황 님께서 3레벨이 되시면서 성 밖에 있는 정원의 락이 해제됐어요.”

“그럼 거기로 안내해줄래?”

“네!”

시황은 아루의 손을 잡고 콘즈의 뒤를 따라갔다.

홀을 지나 3미터가 넘어 보이는 거대한 문을 콘즈가 간단히 열자 이제 막 해가 졌는지 어슴푸레하게 날이 어두워진 바깥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짝!

콘즈가 손뼉을 치자 하늘에서 빛이 발하고 성과 주변을 환하게 밝힌다. 가로등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밝은 그 빛은 마치 태양이라도 되는 양 대단한 위엄을 뿜어냈다. 어둠이 순식간에 물러가고 한낮 같은 밝음을 선사한다.

“콘즈 너 정말 대단하다.”

“전 그저 케즈론 님께서 만드신 것들을 관리할 뿐이에요.”

시황은 진정으로 감탄했다. 도대체 케즈론이라는 드래곤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도무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10레벨을 찍으면 자신도 이런 권능을 펼칠 수 있는 걸까?

“신발 신으세요.”

콘즈가 손뼉을 쳐 신발장을 소환했고 시황과 아루는 편해 보이는 신발을 하나씩 골라 신고 정원으로 향했다.

아름다운 꽃들과 관상수목이 가득했다. 폐부를 상쾌하게 만드는 싱그러운 공기가 특히 더 마음에 들었다. 오염 따위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깨끗한 행성이다.

조금 걷자 넓은 평지가 나왔고 그 뒤에는 커다란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이어졌다.

케즈론의 성 주변에는 성벽이 없었다. 성을 지나 조금만 걸으면 자연스럽게 숲으로 이어졌다.

시황은 그게 약간 이상하다 싶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성벽이 없는 건 당연한 이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성벽이라는 건 전쟁을 할 때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필요한 건데 이 행성에는 시황 말고는 귀엽고 순한 동물들 밖에 없으니 존재 가치가 전혀 없는 것이다.

“여기에요.”

콘즈가 가리킨 곳은 별 다를 거 없는 평범한 밭이었다.

“그냥 여기에 씨 뿌리면 돼?”

시황은 아공간에서 라롤린 씨와 베노 씨를 꺼내면서 말했다.

“네. 일단은 그렇긴 한데……. 시황 님, 다른 식물은 키워보셨어요?”

“아니, 이게 처음이야.”

시황은 약간 부끄러워하면서 말했다. 초등학생 이후로 컴퓨터만 하다 보니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라롤린 뿐만이 아니라 식물을 재배할 때는 그에 맞는 토양의 환경, 습도, 온도 등이 매우 중요해요. 일단 라롤린 같은 경우는, 먼저 배양토에 물을 조금씩 뿌려 흙은 촉촉하게 만든 뒤에 씨의 크기 1.4배 정도의 깊이로 심어줘야 해요. 그리고 햇볕이 잘 들어야 하는 건 기본이고, 흙이 너무 건조하거나 습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해요.”

“어, 어렵네.”

시황은 당황했다. 그냥 씨만 뿌리면 알아서 잘 자랄 줄 알았는데 생각과 다르게 꽤나 복잡했다. 1.4배니 뭐니 하는데 말만 들어서는 선뜻 와 닿지 않았다.

“라롤린이나 베노 꽃은 기르기가 썩 어려운 종들이 아니에요. 보통 사람이라도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키우면 충분히 잘 자라요.”

“그래? 그러면 심는데 좀 도와줄래? 말만 들어서는 잘 모르겠다.”

이 귀한 라롤린의 씨를 틔우지 못하면 다시 리콘드라 행성으로 가야하는 불상사가 생기니, 콘즈의 도움이 절실했다.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거에요. 이 정원은 케즈론님의 유산 중 하나! 대충 씨만 심어놔도 알아서 그 종에 맞게 환경을 구성하고 물도 주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실 필요가 없어요.”

“아, 그래?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었다. 케즈론의 유산이라는 건 볼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다.

“그래도 씨는 심어야 하니까 3명이서 골고루 심도록 해요.”

“응.”

시황은 콘즈와 아루에게 라롤린과 베노 씨를 나눠주고 아루에게는 어떻게 씨를 심는지 대충 가르쳐 주었다.

꽤 많은 양의 씨였는데 3명이서 나눠 심자 생각보다 금방 끝낼 수 있었다.

“아루야 힘들지?”

“아니에요. 오빠.”

밝은 웃음을 짓는 아루의 이마에서 땀이 흐르자 시황이 닦아주었다.

“이제 끝난 거야? 더 신경 쓸 건 없고?”

“네. 3~4주후면 발아가 시작되니까, 그 이후로 자라나는 라롤린의 잎을 따셔서 에센셜 오일로 만드시면 돼요.”

“그렇구나.”

라롤린의 잎을 따기까지 아직 2~3달 정도는 남았다. 물론 2~3달이 지난다고 바로 화장품을 만들 수는 없었다. 자본금 문제도 있고 공장과 설비가 하나도 없으니까. 하지만 그 화장품의 가장 기초가 되는 라롤린을 키운 다는 거 자체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게 만들었다.

“흠, 좋구나.”

잔뜩 굳어 머리가 안 돌아가던 전과 다르게 계획이 빠릿빠릿하게 세워지고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그려진다. 혈도를 뚫은 이후로 확실히 머리가 좋아졌다.

“끝났으니까 이제 가자.”

“네!”

아루가 활기차게 말하고는 시황의 팔짱을 끼고 걸었다.

케즈론의 목욕탕에서 아루와 목욕을 한 시황은 컴퓨터를 켜고 카페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했다.

엄청난 돈을 들여 사업한다고 생각하자 허투루 할 수 없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게 가격이니 카페를 차리는데 드는 비용부터 살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하기 위해서는 평당 대략 200~350만 원정도 든다고 나와 있었다. 그러니까 20평짜리 카페를 200만 원에 한다고 쳐도 인테리어비만 4000만원이 나왔다. 여기에 에스프레소 머신, 냉동고, 냉장고, 제빙기, 테이블 등의 품목 비용과 가게 보증금, 권리금까지 하면 1억이라는 돈은 우습게 넘었다.

“응? 권리금이 뭐야?”

시황은 권리금이라는 단어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보증금은 뭔지 알고 있었는데 권리금이라는 단어는 처음 들어봤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추천, 선작, 코멘트 그리고 쿠폰 감사합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 그리고 리콘드라 행성으로 갈 때 시황이 언어 배우는 알약을 먹어야 하는데 그걸 그냥 설명도 안 하고 넘어갔네요. 바로 수정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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