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51화 (51/629)

0051 ------------------------------------------------------

3레벨을 위하여!

시황은 유미를 데리고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일부러 인테리어가 제일 고급스러운 곳을 선택했다.

카페 안에서 까지 손을 잡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 시황은 유미의 손을 놓아주었다.

“뭐 마실래?”

“음……. 호, 홍차 라떼 마셔도 괜찮아요?”

유미는 별 거 아닌 거에도 말을 살짝 더듬었다. 극장에 갔다 온 이후로 마음이 차분해지지 않았다.

“당연하지. 난 주문하고 올게.”

“그러면 전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유미는 화장실로 들어가 먼저 세면대에서 손부터 씻었다. 캐러멜 팝콘 때문에 끈적끈적한 손을 시황이 자꾸 잡아서 너무 부끄러웠다.

그리고 양변기가 있는 칸에 들어가 문을 닫고 오줌을 누면서 팬티를 점검했다. 가운데 부분이 애액에 젖어 있는 걸 보자 너무 부끄러워 죽을 거 같았다. 오줌을 다 누고 뒤처리를 한 뒤에 휴지로 애액에 젖은 부분을 꼼꼼하게 닦고 물을 내렸다.

한 번 더 손을 씻은 유미는 거울을 보면서 몇 번 숨을 내쉬고 테이블로 돌아갔다.

“왔어? 나도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네.”

시황이 화장실로 가자 유미는 테이블 위에는 있는 홍차 라떼를 홀짝거렸다. 도저히 시황이 무슨 생각으로 자신의 손을 잡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을 좋아해서? 그럴 리가 없었따. 시황처럼 괜찮은 남자가 뭐 하러 자신과 같은 여자를 좋아하는가? 언니인 찬미라면 몰라도.

마음은 계속 시황이 자신을 좋아하는 거라고 말했지만 이성은 시황의 성격이 원래 그렇다고 속삭였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머리만 복잡해졌다.

“그거 맛있어?”

언제 왔는지 자리에 앉은 시황이 잔뜩 고민 중인 유미에게 말을 걸었다.

“네? 아, 그, 그냥 시켜봤어요. 이런 카페 같은 데는 거의 못 와서 뭐가 맛있는지도 잘 몰라요.”

“그래? 사실 나도 카페는 거의 안 와봤어. 여자 친구가 없어서……. 아, 유미는 남자 친구 있어?”

“나, 남자 친구요? 어, 없어요. 왜요?”

“그냥 궁금해서.”

시황은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하기에는 너무 노골적인 표현이었다. 제대로 말만 제대로 안했다 뿐이지, 이건 마치 ‘너한테 관심 있는데 남자친구가 있나 궁금하다’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유미도 바보가 아닌지라 그런 식으로 말을 이해했고 간신히 진정시켰던 가슴이 뛰면서 너무 부끄러워 시황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괜히 홍차 라떼만 계속 홀짝거렸다.

대화가 잠시 끊겼다. 원래라면 유미가 끊임없이 말을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정신이 아니었다.

“이제 5시네. 뭐할까 우리?”

“음…….”

시황의 말에 마음을 진정시킨 유미가 고민했다. 저녁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라 1, 2시간 정도 좀 더 시간을 보내야했는데 시황이 뭘 좋아하는지 몰라 선뜻 고를 수가 없었다.

“잠깐 노래방에 갔다가 갈래? 1시간씩 하는데 말고 동전 넣는데 있잖아.”

“아, 동전 노래방이요? 알겠어요. 이거 다 마시고 가요.”

일반 노래방에 가지 않고 동전 노래방에 가는 이유는 아직까지 마기가 부족해 1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처음 마나 탕에서 엄청난 양의 마기를 얻고 그 뒤에 아루와 마나 탕에서 또 한 번 더 섹스를 했었다. 그런데 마기가 만들어 질 때와는 다르게 음양합일공에 마나석이 전혀 반응하지 않아 그냥 평범한 양의 기를 얻었을 뿐이었다. 왜 그런지 이유는 전혀 몰랐다.

하여튼 그런 이유로 마력 회로를 가동시켜, 노래 부분의 조절 바를 최대치로 올리면 마기를 6분정도만 쓸 수 있었다.

마기의 양이 아직은 많이 부족했다.

차를 다 마신 시황은 카페를 나와 자연스럽게 유미의 손을 잡았다. 유미도 이제 적응한 건지 손을 잡았다고 아까처럼 크게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시황의 손을 살짝 쥐기도 했다.

시황은 유미의 반응을 보고 잘만하면 오늘 밤 레벨 3이 될 거 같다는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동전노래방에 사람이 많았다.

조그만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일반 노래방보다 공간도 좁고 마이크도 별로였지만 싸고 간단하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중, 고등학생들이 많이 찾았다.

사람이 없는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2000원을 넣었다. 총 8곡을 부를 수 있다.

“내가 먼저 부를게.”

시황은 일단 무난한 댄스곡을 하나 골라 불렀다. 최신 가요까지는 아니었고 예전에 몇 번 들었던 노래였다.

마기를 써서 마력 회력을 가동하지 않은 시황의 노래는 못 들어줄 수준이었다. 음이 제대로 올라가지도 않았고 박자와 음정도 대부분 다 틀렸다.

“하하. 오빠 완전 음치네요.”

“나 원래 노래 진짜 잘 부르는데 아직 목이 안 풀려서 그래.”

“에이, 거짓말은.”

시황의 노래를 들은 유미가 한참을 웃더니 자신 있게 보라의 노래를 선택했다.

보라는 얼마 전에 커다란 스캔들에 휩싸인 아이돌이긴 했지만 그녀의 가창력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보라의 노래를 어느 정도 소화하기만 해도 일반인 중에서 노래를 상당히 잘하는 축에 속할 정도였는데 유미가 그런 애였다.

듣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나왔다. 시황처럼 생목으로 부르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발성으로 소화하기 힘들다는 보라의 노래를 완벽하게 불렀다. 특히 유미의 독특한 보이스는 보라의 노래를 색다르게 만들었다.

“유미 너 노래 정말 잘한다.”

“뭐 이정도 쯤이야.”

시황의 칭찬에 유미가 으쓱한다.

“그럼 나도 실력 발휘를 좀 해봐야겠는데.”

“에이, 오빠 완전 음치잖아요.”

씩 웃은 시황은 락 발라드를 하나 선택했다. 노래에 전혀 관심 없는 시황이었지만 주변에서 하도 많이 듣다보니 가사만 보면 대충 부를 줄 알았다.

“음음.”

목을 푸는 척하면서 마기를 끌어올려 마력 회로를 가동시켰다. 웅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시야에 반투명의 조절바가 생겨났다.

노래 조절바를 30%정도 올렸다. 이 시스템은 매우 직관적이라 조절바의 위치에 따라 일정한 비율로 마기가 소모되었다. 그러니까 조절바를 반만큼 올리면 최대로 올렸을 때 비해 정확히 2분의 1의 마기가 들었다.

“어?”

시황이 노래를 시작하자 유미는 깜짝 놀랐다. 분명 방금 전에 불렀을 때는 노래의 노자도 모를 만큼 그냥 음치였는데 지금은 아까 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노래를 잘 불렀다.

호흡법부터 발성, 음색이 대단히 뛰어났다. 나름 음악을 좋아하는 유미가 듣기에 시황정도면 일반인 중에서도 상당히 잘하는 수준이었다.

“어때? 괜찮았지?”

“우와, 오빠 노래 엄청 잘 부르네요. 아까는 일부러 저한테 장난친 거죠?”

노래를 부르자 이제야 약간 안정을 찾았는지 유미는 평소처럼 활달하게 행동했다.

“지금도 제대로 부른 건 아니야.”

“에이, 허풍은.”

유미는 그 뒤로 가창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 여자 가수들 노래를 불렀다. 마기를 써서 노래를 잘 부르는 시황과 다르게 유미는 실력자체가 시황과 비교도 안 되게 뛰어났다. 저 정도면 오디션 봐도 괜찮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서로 한 곡씩 더 부르고 시황은 마지막 곡으로 어제 밤에 정해둔 사랑이라는 노래를 골랐다.

사랑이라는 노래는 남자들이 여자한테 고백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노래였는데 원곡의 기교를 전혀 따라가지도 못하는데다 음을 이상하게 잡았고 그 독특한 보이스는 흉내조차 내지도 못하면서도 너도나도 불러대다 보니 여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노래 1위에 오른 곡이었다.

“우와, 기대돼요. 오빠!”

시황이 사랑을 고르고 전주가 흘러나오자 유미가 소리쳤다. 보통 여자들은 싫어하는데 유미는 크게 싫어하지 않는 거 같았다.

노래 조절바를 끝까지 다 올렸다. 스폰지에 흡수되는 물 마냥 엄청난 마기가 마력 회로로 빨려 들어갔다. 이미 마기를 상당량 써버려 노래 한 곡을 부를 양밖에 안 남았다.

시황은 최대한 애절하고 감각적으로 부르기 위해 노력했다. 원래는 이렇게 열심히 불러도 듣기 힘든 소음이 나와야 했지만 마력 회로를 가동한 시황의 성대에는 원곡을 부른 가수보다 더 매력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말도 안 돼.”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의 노래를 들으면 지겹기 마련인데 지금 시황이 부르는 이 노래는 감히 다른 생각을 못하게 만들 정도였다.

완벽한 기교와 음정이었다. 흠잡을 곳 하나 없어 실력파 가수의 노래를 옆에서 듣는 다면 이런 느낌일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유미는 나름 노래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시황의 노래를 듣자 우물 안의 개구리였음을 깨달았다.

“괜찮았어?”

“오, 오빠 진짜 쩌네요. 오빠처럼 노래 잘하는 사람 진짜 진짜 처음 봤어요.”

“고마워. 하하.”

감동한 듯 말하는 유미를 보니 꽤 잘 부르긴 한 거 같았다. 시황이야 그냥 평소처럼 생목으로 부른 거였지만.

마지막으로 유미의 노래까지 한 곡 더 하고 노래방을 나왔다.

“와, 오빠 어쩜 그렇게 노래를 잘해요?”

“기본 실력이지.”

“우왕, 오빠 진짜 멋졌어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부를 수 있어요?”

고등학생 여자애한테 노래 잘 부르면 먹힐 거 같아 데려온 거긴 했는데 유미의 반응이 상상 이상이었다. 계속 어떻게 하면 잘 부르는지 가르쳐 달라고 하는데 시황은 아는 게 전혀 없어 뭐라 설명하지도 못하고 쩔쩔맬 수밖에 없었다.

“이제 집에 가실 거에요?”

시황과 손을 잡고 시내를 걷던 유미가 아쉬워하며 말했다. 이제 막 시황과 손잡는 것도 익숙해진 참이라 계속 시황하고 놀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같이 저녁도 먹기로 했잖아.”

“아, 맞다. 저녁. 근데 자꾸 얻어먹기만 해서 너무 죄송해요. 오빠. 다음에는 제가 꼭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그래. 고맙다.”

미안해하는 유미를 데리고 아침에 미리 예약해놓은 뷔페로 갔다. 1인당 3만원이나 하는 이 고급 뷔페는 도시 중심에 있는 건물의 7층에 위치해 있었다.

뷔페의 입구부터 상당히 고급스럽자 유미는 움찔했다.

“오빠 여기 엄청 비싸지 않아요?”

시황에게 조용히 속닥였다.

“약간.”

직원의 안내로 예약해놓은 창가 좌석에 앉았다. 9층에 있는 뷔페라서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미 해가 진지는 꽤 되어, 도시의 불빛이 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유미를 슬쩍 쳐다보니 유미도 그 광경에 매료된 듯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보고 있었다. 시황은 카메라로 그 모습을 몇 장 찍었다.

“앗, 방금 사진 찍었죠?”

“응. 유미가 예뻐서 나도 모르게 찍었어.”

시황의 말에 유미는 뭐라 말하려고 우물쭈물하더니 결국 말을 내뱉지 못하고 볼만 빨갛게 물들였다.

식사하는 동안 분위기는 좋았다. 대화가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졌고 유미의 입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시황은 이대로만 가면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이제 생겼다.

남은 건 키스뿐이었다.

식사를 다하고 뷔페를 나왔다. 저녁이라 그런지 길거리에는 대부분이 커플들이었다. 예전에는 저런 커플들을 보며 정말 부럽고 왜 난 이 모양일까 하는 열등감만 잔뜩 생겼지만 이제는 그런 열등감커녕 자부심이 가득했다.

잠깐 고민한 시황은 일부러 유미의 손을 잡지 않고 길을 걸었다.

그러자 유미가 살짝 시황의 눈치를 본다. 갑자기 왜 손을 잡지 않나 의아해 하고 있었다. 혹시 방금 밥 먹을 때 기분 나쁘게 한 행동이라도 있었는지 생각했지만 별다를 건 없었다. 분명 시황도 즐겁게 밥을 먹었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지 답답했다.

“벌써 8시네. 이제 집에 갈까?”

“네.”

시황의 말에 유미는 왠지 힘이 빠져 대답했다.

수많은 상가들이 어둠을 밝히던 거리가 끝이 나고 가로등 몇 개만이 서있는 주택가로 접어들었다.

그 동안 시황은 유미의 손을 잡지도 않은 건 물론이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간혹 유미가 뭔가를 물어도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유미의 얼굴이 점점 울상으로 변해갔다. 이때까지 좋았던 기분이 한순간에 추락해 버렸다. 시황이 왜 그러는지 이유라도 알고 싶었지만 묻기가 무서웠다.

어느새 유미의 집 앞 골목까지 도착했다.

“오늘 재밌었어. 유미야.”

“네에. 저도요.”

유미의 목소리는 잔뜩 힘이 빠져있었다.

이제부터가 중요했다.

시황은 일부러 유미의 손을 잡지도 않았고 말을 하지도 않았다. 만약 이랬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면 오늘의 작전은 전부 실패한 거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 유미는 울기 직전의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저 손을 안 잡고 말을 안했을 뿐인데 말이다. 이건 그만큼 자신에게 마음이 휘둘리고 있다는 걸 뜻했다.

이제 이 모든 준비를 끝낼 때가 왔다.

“그럼 들어가 봐. 다음에 또 보자.”

“네. 오빠. 갈게요.”

유미가 꾸벅 인사를 하고 힘없는 발걸음으로 대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때였다. 시황이 유미의 팔을 낚아 채 자신의 품에 안았다.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이 당황한 유미가 시황의 품에 그대로 안겼다.

“어?”

유미가 깜짝 놀라 소리를 냈다.

잠시 동안 시황은 유미를 안고 있었다. 터질 듯이 두근거리는 유미의 심장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유미는 놀랐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시황의 품에 안겨 있었다. 유미의 몸에서 달콤한 향기가 났다.

마음속으로 숫자를 센 시황은 살며시 유미를 품에서 놓아주었다. 그러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유미가 시황을 쳐다봤다.

그 순간, 시황은 유미의 목을 팔로 감고는 그대로 입을 맞췄다.

============================ 작품 후기 ============================

모두 즐거운 하루되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