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50화 (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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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레벨을 위하여!

“안녕.”

자동적으로 인사가 나왔다.

“어? 아! 시황 오빠군요. 교정하셔서 몰라볼 뻔 했어요.”

은지는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가 시황인 걸 깨닫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하. 그렇지?”

“영화 보러 오셨어요?”

“응. 아는 애랑 보러 왔어.”

시황은 슬쩍 남자를 봤다. 훤칠하고 깔끔한 인상의 미남이었다. 자신보다 키가 꽤 큰 걸 보니 180cm는 훌쩍 넘을 듯했다. 그런데 이거보다 더 눈여겨 볼 점은 25살인데 섹스 횟수가 400회를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군대 2년을 빼면 그 짧은 기간에 얼마나 많은 섹스를 했는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 수치였다.

누구는 26살 될 때까지 섹스 한번 못해봤는데 누구는 25살에 400회가 넘다니 참으로 불공평한 세상이었다.

혹시 은지랑도 섹스를 한 건가 싶어 은지의 프로필을 체크했는데 아직까지는 처녀였다.

“그럼 저희는 갈게요. 영화 재밌게 보세요.”

“그래. 너도 재밌게 봐.”

상투적이고 평범한 대화였다. 길가다 만나면 인사만 하는 딱 그런 수준이었다. 아직 시황과 은지는 이정도 밖에 안 되는 사이인 것이다.

남자와 얘기하면서 걸어가는 은지를 잠깐 응시한 시황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은지가 남자와 있다고 해서 엄청난 질투심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가슴이 공허해지지도 않았고 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느끼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은지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유산을 받고나서 처음 대화하고 호감을 느꼈던 여자인 만큼 첫사랑과 비슷한 약간의 애틋함이 있었다. 얼마 전만해도 꼭 은지의 처녀를 가지고 말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아루와 지영과 섹스를 하면서 그 마음이 조금 사그라지기는 했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 저 남자가 은지의 처녀를 가지도록 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 호감을 갖고 있는 여자를 다른 남자에게 바보처럼 빼앗길 생각은 없었다.

은지는 단순히 처녀라는 가치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강소진이라는 연예인의 사촌 동생이라는 옵션도 있는 것이다. 즉, 은지와 친하게 지내면 강소진과 만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만나게 되면 그녀를 꼬셔서 섹스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대로 은지를 놓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방금 잠깐 만났을 뿐이지만 남자와 은지가 약간 서먹한 게 아직 사귀는 단계는 절대 아니었다.

기회는 충분했다.

하지만 섹스를 400회 이상 한 남자인 만큼 언제든지 은지를 꼬아내어 섹스를 할지는 모르는 일이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필요성이 있었다.

대충 생각을 정리한 시황은 번호표를 뽑고 자신의 차례에 표를 끊기 위해 여자 직원에게 갔다.

“어서 오세요. 어떤 영화 보실 건가요?”

여자 직원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늑대어른 2자리요.”

“20분 뒤에 영화가 상영되는데 괜찮으십니까?”

“네.”

“커플석으로 하실 건가요? 일반석으로 하실 건가요?”

생각해보니 그랬다. 이때까지 커플석에 한 번도 앉아본 적이 없어서 생각조차 못했는데 극장에는 커플을 위한 커플석이 존재했다.

“커플석 2자리 주세요.”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직원이 끊어준 2장의 표를 가지고 시황은 의자에 앉아 있는 유미에게로 갔다.

“오빠 표 끊었어요?”

이제야 약간 진정이 됐는지 유미는 시황을 보면서 말했는데 아직도 볼이 발그레했다.

“끊긴 끊었는데 커플석 밖에 없다고 해서 커플석으로 끊었거든. 괜찮아 유미야?”

“그, 그래요? 별 차이 없지 않을까요?”

커플석이라는 말에 유미는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또다시 가슴이 터질 거처럼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 타기 전, 시황을 봤을 때 호감이 가고 가슴이 살짝 두근거리는 정도였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시황과 밀착한 이후부터 알 수 없는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시황이 근처에 오기만 해도 심장 소리가 들릴까 걱정될 만큼 두근거리는데 커플석이라니? 유미는 차분히 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시황이 자신의 옆 의자에 앉자 다시 심장이 뛴다.

“유미는 대학 어디가 목표야?”

“네? 네? 아, 대학이요?”

별거 아닌 말에 유미는 당황해하면서 말했다.

“응. 이제 고3이니까.”

“그게 저도 언니처럼 서울에 있는 괜찮은 대학에 가고 싶기는 한데 집안 형편도 안 좋고 해서 고민 중이에요.”

“유미도 공부 엄청 잘하나보네? 대단하다.”

교복을 약간 줄여 입는 걸 보고 약간의 편견이 있었는데 생각과 다르게 유미도 굉장히 공부 실력이 뛰어난 거 같았다.

“그럭저럭요.”

시황의 칭찬에 유미는 기분 좋은지 밝은 웃음을 지었다. 아름다운 미소다.

“시간 다돼가네. 유미야 콜라랑 팝콘 먹을 거지?”

“사주시는 거예요? 오빠 오늘 저 때문에 돈 너무 많이 쓰시는 거 같아서 죄송해요.”

“부담 갖지 마. 그러면 잠깐만 기다려 금방 사올게.”

시황은 캐러멜 팝콘 하나와 콜라 2개를 사서 유미와 함께 3관으로 갔다.

“오빠 여기에요.”

영화 시작 전이라 조명이 켜져 있어 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제일 오른쪽에 있는 커플석 중 약간 뒤쪽이었다. 나쁘지 않은 무난한 자리다.

시황은 혹시 은지도 이 영화를 보나 슬쩍 둘러봤지만 은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유미가 안쪽에 앉자 자연스럽게 시황이 바깥쪽에 앉았다. 일반석과 다르게 의자가 하나였는데 두 명이 앉을 만큼 컸다. 대신에 사이를 가로막는 팔 받침대가 없어 가까이 밀착해 앉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팝콘 먹어.”

“고마워요. 오빠.”

시황이 팝콘 봉지를 가져다주자 유미가 몇 개 집어 먹었는데 조명 아래로 귀까지 빨갛게 된 유미의 얼굴이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명이 꺼지고 커다란 스크린에서 광고가 나왔다. 별로 볼 거 없는 장면이라 시황은 팝콘을 먹다가 유미랑 손이 살짝 스쳤다.

유미가 움찔하면서 바로 손을 뺀다.

나쁘지 않았다. 그만큼 유미가 지금 자신을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웅장한 노래와 함께 영화가 시작되었다. 어느덧 극장 안이 꽉차버려 시황이 자리가 없어 커플석을 끊었다는 시황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처음엔 안절부절 못하던 유미도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몰입을 해서 보고 있었다.

영화는 늑대소년이 여주인공과 수많은 역경을 헤쳐 나가 늑대어른이 된다는 평범한 로맨스 물이었다.

시황은 영화를 보는 틈틈이 손을 잡을 타이밍을 살피고 있었다.

3레벨이 급한 만큼 진도를 빠르게 빼야했다. 그래서 일부러 커플과 관련된 어필을 계속한 것이다.

물론 이런 행동들을 지나치게 하면 독이 될 가능성이 많았다. 특히 못생긴 남자라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는데 커플로 엮으면 여자들이 엄청 기분 나빠한다.

하지만 유미는 화장품으로 인해 자신에게 나름 호감도 있었고 엘리베이터에서 일어난 일 이후로 계속 눈치를 보면서 의식하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어 이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거였다. 이때까지는 살짝 간만 본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영화는 중반이 지나갔다. 팝콘도 다 떨어져갔다.

유미가 거의 남지 않은 팝콘을 먹으려고 손을 집어넣는 걸 본 시황은 우연인양 자신도 손을 집어넣었다. 손과 손이 맞닿았다.

유미가 깜짝 놀라 손을 빼려고 했지만 시황이 유미의 손을 잡아버렸다.

진정됐던 유미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오르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심장소리가 어찌나 큰지 극장 전체를 울리는 영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유미는 너무 놀라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마치 온몸이 얼어붙기라도 한 거 같았다.

시황은 팝콘 봉지를 치우고 유미의 손을 잡은 채로 영화를 봤다. 캐러멜 팝콘을 먹어서인지 유미의 손이 끈적끈적하다.

신기하게도 아루나 지영의 손을 만질 때와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풋풋한 사랑을 나누는 것만 같은 신선하기 그지없는 느낌이라 단순히 손만 잡았음에도 발기를 해버렸다. 성기가 바지를 불룩하게 만들었지만 시황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영화를 계속 봤다.

유미는 슬쩍 시황의 얼굴을 쳐다봤다. 처음엔 부끄러워서 감히 볼 생각도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약간 진정이 되었고 주변을 파악할 여력을 갖게 되었다.

시황은 진지한 표정으로 영화를 보고 있었다. 표정만 보면 도저히 지금 자신과 손을 잡고 있는 거 같지 않았다. 혹시 착각한 건가 싶어 왼손을 꼼지락 거리자 시황이 아예 깍지를 껴버렸다.

“으으…….”

떨리고 부끄럽고 긴장이 돼서인지 유미의 입에서 신음 비슷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도대체 시황이 왜 자신의 손을 잡았는지 그 의미를 파악하느라 영화 내용 따윈 이제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설마 자신을 좋아하는 걸까? 분명 오늘 하루 종일 시황이 했던 말들이 자꾸 떠오른다. 예쁘다, 귀엽다는 기본에 아까는 커플인 척 하자고 은근히 말하기도 했다. 이정도면 시황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괜한 착각일까 두려워 확신을 가질 수는 없었다.

그러면 자신은 시황을 좋아하는 건가 생각을 해봤지만 이 미묘한 느낌이 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사귄다는 생각하면 싫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단지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너무나 떨리고 볼이 빨개졌다. 이대로 가다간 시황이 자신에게 키스를 하더라도 반항조차 못할 거 같았다.

“으윽.”

시황과 키스를 한다는 생각을 한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으면서 질벽에서 상당량의 애액이 분비되어 팬티가 젖어버렸다.

자위를 하지도 않는데 갑자기 분비된 애액에 깜짝 놀란 유미는 시황의 눈치를 살폈지만 시황은 여전히 영화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 어휴…….”

키스한다고 생각만 했는데 애액이 이렇게나 분비되다니, 부끄러워 죽을 거 같았다. 그나마 청바지를 입은 게 다행이었다. 치마였다면 부끄러워 일어나지도 못했을 게 분명했다.

어느덧 영화가 끝나버렸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자리를 뜨고 있었다.

“재밌었지?”

“그, 그러게요. 어, 엄청 재미있었어요.”

아직도 손을 잡고 있자 유미는 시황을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버벅이면서 말했다.

“나가자.”

시황이 손을 놓지 않고 왼손으로만 쓰레기를 들고 가자 유미도 오른손으로 반쯤 남은 콜라를 가지고 상영관을 나왔다.

평소의 유미가 활기차고 직설적인 말도 잘하는 아이였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손을 왜 잡았냐고 물을 용기가 없었다.

그렇다보니 깍지를 낀 채로 엘리베이터를 타버렸다.

영화가 끝나서인지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많이 몰리자 시황은 잡은 손을 풀고는 유미를 보호하는 척 다시 벽에 가게 해 등으로 사람들을 막아주었다. 그러면서 아까보다 더 밀착했다.

부끄러워 고개를 돌린 유미의 몸에서 달콤한 냄새가 나자 진정됐던 성기가 다시 발기해버렸다.

당황한 시황이 엉덩이를 조금 빼서 유미에게 닿지 않게 하려고 했는데 바로 뒤에 사람이 있어 엉덩이를 뺄 수 없었다.

불룩하게 솟은 바지가 유미에게 닿아버렸다. 혹시 유미가 싫어할까 싶어 얼굴을 살폈는데 고개를 숙여 바닥만 바라볼 뿐 특별한 기색은 없었다.

1층이 되자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시황은 다시 자연스럽게 유미의 손을 잡았다. 손을 잡는 순간 유미의 몸이 다시 움찔한다.

“어디 갈까?”

“그, 그러게요.”

유미는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시황과 밀착하는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애액이 자꾸자꾸 분비됐다. 이미 팬티는 잔뜩 젖어버려 움직일 때마다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저녁까지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잠깐 차나 마시자.”

“그, 그게 좋을 거 같아요.”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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