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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48화 (48/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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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레벨을 위하여!

금요일은 수업이 없는 날이었다.

유산을 받은 후로 빈둥거리면서 새벽까지 인터넷만 하던 과거와 다르게 요즘은 규칙적이고 열심히 살았다.

그래서 이런 나른한 오후라도 침대에 누워서 빈둥거리거나 컴퓨터를 하는 게 아니라 새벽에 운동을 갖다 온 뒤, 아루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옷을 빠는 건지 알겠지?”

“네. 오빠 이제 할 수 있어요!”

싱크대 한쪽에 있는 드럼 세탁기 앞에 아루의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팬티와 여러 옷가지가 쌓여있었다.

“한 번 해봐.”

“네 오빠.”

시황의 말에 아루가 세탁기 문을 열고 옷가지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세제 넣는 곳에 세탁세제를 조금 넣고 버튼을 눌렀다.

삐삑.

소리가 나며 세탁기가 구동되고 서서히 물이 차오른다.

“잘하네. 그런 식으로 하는 거야.”

아루는 신기한 눈으로 세탁기를 봤다. 저절로 빨래를 해주는 기계는 봐도 봐도 너무 신기했다.

시황은 그 뒤로 청소하는 법, 설거지하는 법, 쓰레기 모으는 방법까지 집에서 해야 할 일은 전부 가르쳐 주었다.

아루의 머리가 나쁘지 않은 관계로 한두 번만 가르쳐줘도 어떻게 하는지 알았고 써보면서 그 응용력까지 키워나갔다.

“그러면 청소하고 있어. 오빠는 다른 거 좀 할게.”

“네. 오빠.”

아루가 오피스텔을 청소하고 정리를 하는 사이에 시황은 컴퓨터를 켜고 화장품 제조판매업 등록을 어떻게 하는지 알아봤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잠깐 검색을 해본 결과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화장품을 제조판매하려면 화장품 관련 전문대를 졸업한 사람이나 화학, 생물 분야의 학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을 필요로 했다. 이거야 그냥 그 사람을 구하면 쉽게 해결이 가능하지만 제일 문제는 화장품을 제조하는 소재지나 제조공정이 수행되는 곳이 있어야 했다. 개인이 대충 집에서 만들어 파는 걸 막기 위해서라는 취지였다.

혹시 수입한 척 제품 검사를 받아 팔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에 글들을 뒤졌는데 식약청에서 표준통관예정보고서 승인을 받아 통관을 진행해야 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이렇다면 케즈론 화장품은 수입을 했다는 흔적이 전혀 없는지라 수입품인양 위장해서 팔수도 없는 것이다.

법이라는 게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제품을 공식적으로 팔려니 불가능한 점이 대부분이었다. 거기다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비싸니 화장품이 인터넷에 뜨는 순간 수많은 관심을 받을 게 분명했고, 그런 만큼 허술하게 인터넷에 대충 올리고 팔아먹을 수가 없었다.

“흠…….”

생각보다 일이 너무 커졌다. 단순히 화장품 몇 개 팔려고 생각했을 뿐인데 절차가 너무 복잡했다.

도저히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이대로라면 인터넷에서 홍보를 해서 인지도를 조금이라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은 물거품이 되고 입소문을 통한 은밀한 거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지금 시황에게 화장품 세트만 있을 뿐 그 원료나 제조기술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원료만 알아도 어떻게 될 텐데 이 상태에서 유미를 모델로 인터넷에 홍보글을 올리는 순간 사기꾼이 되어 경찰에 잡혀 들어갈 판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계속 고민을 했지만 뚜렷한 답은 없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한 거 같았다. 그냥 등록하고 팔면 그만이겠지 라고 간단히 생각한 게 문제였다.

시황의 나이가 26살이지만 이때까지 아르바이트는커녕 사회 경험을 전혀 해본 적이 없어 생긴 일이었다.

“하아…….”

한숨이 나왔다.

그 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바로 유미에게 말한 게 실수였다. 조금 더 알아보고 해도 늦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계속 생기자 시황은 가볍게 자신의 뺨을 때리며 고개를 저었다. 계속 이런 패배감에 찌든 생각을 하는 순간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 버리는 것이다.

여기서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어떻게든 되게 만들 생각이었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고민을 하던 시황은 문을 열고 케즈론의 성으로 갔다.

요즘 성의 도착지점은 항상 탈의실이었다. 시황이 느끼기에는 이 목욕탕이야 말로 케즈론의 성 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곳 중 하나였다. 레벨이 높아지면 더 좋은 곳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2레벨인 현재는 그랬다.

“시황님 어서 오세요.”

탈의실에서 콘즈가 시황을 기다리고 있었다.

“뭐 좀 물어볼게 있어서 왔어.”

“그러면 서서 얘기하지 말고 서재로 가요!”

“그래.”

시황은 콘즈와 함께 서재로 가 의자에 앉았다. 극상의 안락함을 제공하는 의자였다. 이 의자는 앉을 때 마다 자신도 모르게 감탄성이 흘러나온다.

“2레벨 때 받은 화장품 있잖아.”

“네.”

“뭐 때문에 그걸 바르면 피부가 좋아지는 거야?”

시황은 조금 떨리는 표정으로 콘즈를 쳐다봤다.

“주름과 잡티 제거에 특화된 특별한 에센셜 오일이 들어가 있어요. 다른 재료도 전부 천연재료이긴 하지만 그건 구하기 쉬운 것들이구요.”

“특별한 에센셜 오일?”

“네. 리콘드라 행성에서 나는 라롤린이라는 식물로 만든 에센셜 오일이에요. 이 식물이 피부에 나는 주름과 잡티를 제거하는데 특화되어 있거든요.”

“그렇단 말이지.”

당연하다는 듯 콘즈의 입에서 정확한 재료의 이름이 나오자 시황은 등골이 저릿할 정도의 희열이 느껴졌다.

그 식물만 있다면 지금처럼 화장품을 불법으로 은밀하게 파는 게 아니라 케즈론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합법적으로 제조해 팔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라롤린이라는 식물 좀 줄래?”

“안타깝게도 그 라롤린은 3레벨 제한 식물이에요. 시황 님께서 3레벨이 되시면 리콘드라 행성으로 가서 라롤린 자체를 구입할 수도 있고 아니면 씨를 사셔서 성에서 직접 키우실 수도 있어요.”

“아, 그렇구나.”

지금 못 산다는 게 안타깝기는 했지만 3레벨만 되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다.

그런데 문득 일부러 케즈론이 이런 식으로 안배를 해놓은 건가 하는 의아함이 들었다. 2레벨에는 화장품을 주고 3레벨에는 그 화장품의 원료인 라롤린을 얻을 수 있다. 아무리 봐도 이상하지 않은가?

“근데 2레벨에 화장품을 주고 3레벨에 그 원료가 되는 식물을 주는 건 일부러 그런 거야?”

“글쎄요. 케즈론 님께서 직접 유산의 레벨을 나누셨으니 제가 그런 자세한 부분까지는 모르겠어요.”

“음, 그렇구나.

뭐, 이렇든 저렇든 제일 큰 문제가 해결되자 시황은 입에서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이제 자본금만 있다면 화장품을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천연화장품 같은 건 개인이 만들기도 할 정도니까.

케즈론 화장품을 대량생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주 적은 양만 생산하여 확고한 명품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고 그 가치를 계속해서 상승시킬 생각이었다.

지금 가장 문제되는 건 3레벨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자본금 문제도 있었지만 이건 3레벨을 찍으면서 받게 될 돈과 3레벨 물품들이면 충분히 메꾸고도 남을 게 분명했다.

3레벨! 3레벨을 만들어야 했다.

시황은 레벨에 대한 목마름이 더욱 커지자 타블렛을 꺼내 어떻게 경험치를 모아 3레벨을 찍을지 고민했다.

토요일 아침 11시.

시황은 얼마 전에 산 정장을 입고 화장품을 든 채로 찬미의 집 앞에서 유미를 기다렸다.

지금으로서는 유미를 급하게 모델로 써야할 이유는 없었다. 3레벨이 되지도 않았고 화장품제조판매를 위해 정식으로 등록을 한 것도 아니라서, 오히려 지금 글을 올렸다가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할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예정대로 유미를 만난 건 3레벨 경험치를 위해서였다. 물론 여자애랑 논다는 즐거움 때문인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언니, 갔다 올게.”

현관문이 닫히면서 유미가 계단을 내려왔다.

스키니 진과 회색티를 입고 있었는데 고등학생답게 깔끔하고 단정해 풋풋함이 묻어나온다.

“오빠!”

대문을 열고 나온 유미가 시황을 발견하고 부른다.

“유미야 왔어?”

“우왕, 오빠 오늘 엄청 멋지네요.”

잘 차려입은 시황을 보고 유미가 감탄했다.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착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교정을 하고 난 후에 너무 멋지게 변해서 깜짝 놀랐었다. 키가 작은 게 흠이기는 했지만 항상 짓고 있는 부드러운 미소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살짝 뛰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유미도 오늘 예쁘네.”

“아, 아휴 뭐에요. 부끄럽게.”

정말 부끄러운지 유미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진다.

“근데 손에 든 건 뭐에요?”

시황이 뭔가를 들고 있자 유미가 물었다.

“너한테 줄 화장품 세트.”

“진짜요?”

시황이 화장품을 건네자 유미가 조심스러운 손길로 받아든다. 얼마나 기쁜지 손까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걸로 화장품 바르고 꾸준히 사진 찍으면 돼. 알겠지?

“오빠 정말 고마워요. 진짜 진짜 최고에요.”

유미의 눈이 빨개지더니 눈물이 글썽글썽한다.

그냥 기뻐서 그렇다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시황은 유미가 꽤나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체크해뒀다.

“일단 갖다놓고 와. 오늘 준비할 게 많으니까.”

“진짜 빨리 갔다 올게요.”

유미는 화장품 박스를 품에 꽉 껴안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과 코끝을 빨갛게 한 채로 환하게 미소 지으며 시황에게 왔다.

“너 웃다가 울면 엉덩이에 뿔난다.”

“뿔나도 상관없어요. 오빠 정말 고마워요.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그래. 우리 열심히 해보자.”

유미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준 시황은 유미를 데리고 전자제품을 파는 곳으로 갔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게 카메라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달에 20만 원으로 먹고 살던 시황이었기 때문에 카메라가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다 찍기만 하면 돌출된 입 때문에 너무 못생기게 나와 사진 찍는 것도 상당히 싫어했다.

3층으로 된 거대한 디지털 마트에 들어가자 유미가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 뭐 사려구요?”

“유미 찍을 카메라 사려고.”

“아…….”

다양한 전자제품을 대충 훑어보다 카메라가 진열되어 있는 곳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찾으시는 기종 있으세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직원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인물 사진이 잘 나오는 카메라 있을까요?”

시황은 카메라에 대해서 전혀 알지는 못했지만 브랜드에 따라서 풍경의 색감이 예쁜 카메라와 얼굴이 예쁘게 나오는 카메라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아! 여자 친구 분 찍어주시게요?”

“아, 아니…….”

직원이 알겠다는 듯이 말하자 당황한 유미가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다.

“네. 여자 친구 찍어주게요. 가격대가 좀 나가더라도 좋은 걸로 주세요.”

하지만 시황이 중간에 말을 끊고 여자 친구라고 해버리자 유미의 얼굴이 홍시처럼 물들어버렸다. 그리고는 으으하는 이상한 신음을 조금씩 흘렸다.

============================ 작품 후기 ============================

추천, 선작, 코멘트, 쿠폰 정말 감사해요~

5시 쯤에 한 편 더 올릴게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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