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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47화 (47/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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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지금 시황이 파는 방식은 지영으로 시작해 혜진, 숙희로 이어지는 지인들의 소개였다. 하지만 이 방법은 확실한 판매를 보장 받은 반면 확산속도가 너무 느렸다. 그나마 재력이 있어 보이는 숙희가 화장품을 사가 그쪽에서 화장품 몇 개를 팔 수 있을지도 모르나 그 사람들 사이에 입 소문이 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의문인 상태였다. 입소문도 수요가 좀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왜요?”

“유미야, 너 얼굴에 여드름 없애고 싶지?”

“당연하죠. 만약에 천사가 나타나서 소원 하나 빌라고 하면 전 제 여드름 다 없애게 해달라고 할 거에요. 저 진짜 여드름만 없었어도 언니처럼 예뻤을 건데 여드름 진짜 완전 싫어요.”

시황의 튀어나온 입처럼 유미도 자신의 여드름이 엄청난 콤플렉스인 듯 했다.

확실히 유미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눈이나 코, 얼굴 선 등이 예쁘면 예뻤지 나쁜 편은 절대 아니었다. 다만 여드름 때문에 첫인상이 나빠서 그렇지 여드름만 사라지면 충분히 찬미처럼 미인소리를 들을만 했다.

“왜? 여드름 있어도 유미는 예쁜데.”

“거, 거짓말. 오빠 완전 바람둥이네요. 아무한테나 막 예쁘다하고.”

유미는 거짓말 하지 말라는 듯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시황에게 말했다.

“하하. 유미 정말 귀엽다.”

“아읏……. 왜, 왜 이리 덥지.”

하지만 이어지는 시황의 귀엽다는 말에 유미가 얼굴을 잔뜩 붉히더니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시황의 눈을 피해 슬쩍 피한 채로 손으로 얼굴을 부채질했다.

확실히 여자들을 많이 만나 섹스를 하고 대화를 하다 보니 이런 말도 쉽게 나왔다. 옛날에는 예쁘다는 말은 생각하는 것조차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거 같았는데 말이다.

“하여튼 불여시에서 활동은 좀 하는 편이고?”

유미가 진정된 거 같자 시황이 다시 궁금한 걸 물었다.

“피부 관리 쪽에 글 몇 개 쓰긴 했는데 주로 눈팅만 해요. 왜요?”

“아까 나보고 피부 괜찮다고 했지? 원래 나도 피부 엄청 안 좋았는데 지금 쓰는 화장품 때문에 좋아진 거야. 아마 이거 바르면 네 얼굴에 있는 여드름도 깔끔하게 사라질걸?”

“뭔데요? 무슨 화장품요? 지금 있어요?”

여드름이 사라진다는 말에 흥분한 유미가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유미는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다. 사회경험을 전혀 해보지도 못한 어린애에다 유미자체가 사람말에 크게 의심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시황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고는 어떤 화장품이기에 여드름이 사라진다고 하는지 잔뜩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방문이 열리면서 찬미가 들어온다.

“언니, 오빠가 내 여드름 없앨 수 있는 화장품 있데.”

흥분한 유미가 찬미에게도 바로 말했다.

“화장품?”

의아한 표정을 지은 찬미가 차를 상 위에 올리고 시황의 옆에 앉았다.

“잠깐만 가방에 있거든.”

시황은 가져온 가방에 손을 넣어 찾는 척 하면서 아공간에 넣어두고 평소에 사용하는 로션을 하나 꺼냈다.

“오빠 그거에요? 와, 진짜 예쁘다. 엄청 비싸 보여요. 얼마짜리에요? 저 써 봐도 돼요?”

겉보기부터 고급스러운 냄새가 풍기는 화장품이 나오자 유미는 흥분해서 빠르게 말을 내뱉었고 찬미도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괜찮지? 한번 써봐.”

시황이 건네주자 유미가 뚜껑을 열고 냄새부터 맡아본다.

“흐앙, 진짜 좋다. 완전 쩔어.”

냄새만으로도 황홀한 표정을 짓더니 손등에 바르면서 계속 감탄사만 내뱉는다.

“언니 이거 진짜 최고야. 언니 화장품보다 훨 좋아.”

그러더니 찬미한테도 써보라고 건네준다.

찬미도 궁금한 표정을 지으면서 화장품을 써보더니 바로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좋네요. 이거 얼마에요?”

“진짜 이거 얼마에요? 무지 비싸죠? 나도 저런 거 쓰면 진짜 소원이 없겠다.”

마음에 들었는지 찬미와 유미가 가격을 물어봤다.

“저 화장품 세트 하나에 1500만원.”

살짝 뜸을 들인 시황이 가격을 말했다.

“네?”

“푸하하. 오빠, 초딩도 아니고 그런 농담은 뭐에요.”

찬미는 깜짝 놀라 되물었지만 유미는 시황의 말이 웃겼는지 큰 웃음 터트렸다.

“흐음, 거짓말 같아?”

“세상에 1500만 원짜리 화장품이 어디 있어요. 장난치지 마요.”

유미의 말에 시황은 살짝 미소를 띈 채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럴 때 아니라는 식으로 말을 하면 할수록 진실과 멀어지는 법이다.

궁금한 눈으로 시황을 보던 유미의 얼굴이 점점 경악으로 물들었다. 시황의 표정을 보니 장난으로 1500만 원이라고 한 게 아니었다.

유미는 손에 든 로션을 다시 쳐다봤다. 분명 엄청 고급스럽고 비싸지만 이거 하나에 몇 백만 원씩이나 한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실수로 로션 병을 놓쳐서 깨기라도 할까봐 살짝 겁먹은 유미는 조심스럽게 상위에 올려놓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써보니까 어때?”

“좋긴 무지 좋은데 비싸서 저흰 못살 거 같아요. 근데 오빠 짱 부자인가봐요. 저런 화장품도 쓰고. 부럽다. 헤헤.”

유미는 정말 부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찬미도 새삼스럽게 시황을 쳐다봤다. 처음 봤을 때나 자신을 구해줬을 때 하는 행동에서 부자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부자라고 해서 이마에 써놓고 다니는 건 아니지만 은연중 행동에 그런 게 묻어 나오기 마련이다. 대학교를 다닐 때 그런 애들을 많이 봐와서 그 느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한 가지 제안을 할게.”

“제안이요?”

“응. 유미 네가 화장품 모델이 돼서 불여시 사이트에 글만 써주면 이 화장품 세트를 하나 줄게. 어때?”

“모델이요? 제가요?”

유미는 가격을 듣고 잔뜩 실망을 했다가 화장품 모델을 하라는 시황의 말에 기대감이 벅차오른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유미 네가 여드름이 많잖아. 그러니까 사이트에 화장품을 바르고 여드름이 점점 사라지고 개선이 된다는 느낌으로 글을 쓰면 돼. 요즘 여자애들 그런 거 많이 올리잖아. 너도 알지?”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진짜 인터넷에 글만 쓰면 저 화장품 세트 주시는 거에요?”

“그런데 그렇게 간단한 건 아니고 조금 더 꼼꼼하게 해야지.”

“어떻게요?”

환희에 찬 표정을 짓던 유미가 시황의 말에 다시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너도 알겠지만 이게 1500만 원짜리 화장품이잖아. 그러니까 대충 글만 쓰는 게 아니라  꾸준히 개선되는 얼굴을 몇 달 동안 꾸준히 노출해야 하는데 괜찮겠어?”

“그 정도야 당연하죠! 모델인데요!”

불여시에 얼굴을 드러내놓고 글을 쓰라는 시황의 말이었지만 유미는 그런 것쯤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듯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화장품 오빠가 파는 거에요?”

가만히 말을 듣고 있던 찬미가 물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삼촌이 얼마 전에 개발한 화장품인데 내가 직접 팔고 있거든. 그래서 유미 보고 생각난 김에 홍보나 조금 해볼까 해서 제안한 거야.”

“그렇군요.”

찬미는 이미 시황에 대해 상당한 호감이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화장품 가격을 제외하면 크게 의심이 갈만한 행동도 아니었다. 오히려 저 화장품을 발라 유미의 여드름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빠 그러면 진짜 돈 많겠네요. 이런 비싼 화장품도 팔고.”

“하하. 그렇진 않아.”

시황은 잔뜩 들떠있는 유미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점검했다. 유미를 보고 순식간에 짠 계획이긴 했지만 인터넷 경력만 치면 10년이 넘는 시황인지라 네티즌들의 속성은 아주 잘 파악하고 있었다.

일단 1500만 원이라는 화장품이라고 글을 쓰는 순간 비난하는 글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거짓말이라는 식으로 몰고 가는 사람도 있을 테고 화장품 성능은 거기서 거기고 마케팅 비용과 브랜드 빨 때문에 비싸다면서 아는 척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이 불여시에서만 욕먹는 게 아니라 이런 허영심 넘치는 여자들을 욕하기 위한 남자 위주의 유머 사이트에도 무분별하게 퍼질 것이다. 이미 어떤 식으로 댓글이 달릴지 상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글들은 전혀 상관없다. 꾸준히 올리는 유미의 화장품 사용기에서는 여드름이 획기적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고 이것에 흥미를 느낀 몇몇 여자들이 문의를 할 게 틀림없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인터넷으로 홍보를 하되 인터넷으로 판매를 하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 애초에 1500만 원이나 하는 화장품을 인터넷 판매로 살 사람도 없겠지만 만약 팔게 된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게 뻔했다. 그래서 판매는 무조건 직접 만나서 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차도 필요했는데 아직 운전면허가 없었다.

다른 계획은 그럴 듯 했는데 가장 문제는 이 화장품의 출처였다. 네티즌들이 어느 회사의 화장품인지 추적을 할 게 분명한데 아무런 정보가 없다면 순식간에 불법, 사기 제품이 되어버릴 것이다.

일단 유미가 글을 쓰기 전에 화장품 판매를 위해 등록을 하는 게 먼저였다.

문득 생각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계획이라 허점이 다수 존재했지만 충분한 가능성이 엿보였다.

“찬미야 괜찮아?”

“네? 뭐가요?”

시황의 말에 찬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유미를 화장품 모델로 쓰는 거. 허락해주는 거야? 고3이라 공부도 해야 할 거 같아 조금 걱정이 돼서.”

“아…….”

시황의 말에 찬미가 고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언니 나 이제 진짜 열심히 공부할게. 앞으로 농땡이도 안치고 잘 할 테니까 허락해줘. 응? 진짜, 진짜로 맹세할게.”

혹시 찬미가 거절할까 싶어 유미가 찬미에게 사정을 했다.

“그래. 내가 그렇게 시간 오래 뺏을 건 아니고 그냥 잠깐만 사진 찍고 하면 될 거야.”

“알겠어요. 그런데 유미 사진 찍을 때 저도 봐도 되죠?”

잠깐 고민하던 찬미는 시황까지 저런 식으로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물론이지. 옆에서 조언해주면 더 좋고.”

시황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밥을 먹고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된다. 여기서 자신이 조금만 노력한다면 찬미와 섹스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꺅! 언니 진짜 고마워. 오빠 언제부터 해요? 지금부터요? 세수하고 올까요? 로션은 이걸로 써요?”

유미는 찬미에 말에 기뻐서 소리를 지르더니 시황에게 좋아 죽을 거 같은 얼굴로 물었다.

“진정해. 유미야. 아직 준비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니까 이번 주 토요일에 만나서 어떤 식으로 할지 짜보자. 알겠지? 그리고 아직은 이거 쓰면 안 돼. 처음부터 사진을 찍어둬야 하니까.”

“네. 알겠어요.”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은 유미가 금세 헤헤 거리면서 웃는다. 1500만 원이나 되는 화장품을 받는 다는 게 정말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기쁜 듯 했다.

하지만 기뻐하는 유미와 다르게 시황은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다. 이때까지는 그저 지인의 소개로 화장품을 판매한 거라 리스크가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시황은 약간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그런데 이건 이때까지 살면서 느끼지 못한 생소한 두근거림이었다.

조금의 흥분과 약간의 설렘이 섞인 복잡 미묘한 기분.

돈을 벌기 위한 시동이 이제 막 걸린 참이다.

============================ 작품 후기 ============================

추천, 선작, 코멘트, 쿠폰 정말 감사드려요~

그런데 유미랑 좀 더 진도를 나가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요? 흠;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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