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3 ------------------------------------------------------
MONEY
“설마 저 애한테 스타킹 신기고 변태짓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런 얼굴로는 안 보이는데?”
“야, 네가 몰라서 그렇지 저렇게 깔끔하고 괜찮게 생긴 남자가 더 변태야.”
“설마. 엄청 매너 있어 보이는데.”
젊은 여자 둘이 속닥거리는 말이 시황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아루에게 한 짓들을 생각하면 틀린 말이 아닌지라 귀까지 붉어진 시황은 빠르게 계산을 하고 백화점을 나왔다.
바로 집에 갈까 하다 나온 김에 아루가 좋아하는 불고기까지 구워먹고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휴…….”
쇼핑을 했을 뿐인데 운동한 것 보다 더 지친 시황은 가볍게 한 숨을 내쉬고는 비싼 정장이 구겨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벗어서 옷장에 걸었다.
몸이 뻐근해 팬티만 입은 채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시황의 왼팔에서 얇게 빛나는 질량의 은팔찌에서는 5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갑갑하고 온몸이 뻐근했지만 하루가 지나니 약간 적응돼서인지 크게 불편하지 않아 5kg의 질량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그 사이 아루는 옷을 다 벗더니 새로 산 옷을 입어 본다. 아루도 여자는 여자인지 귀엽고 앙증맞고 예쁜 걸 좋아했는데 그 중에서 귀여운 고양이 그려진 팬티를 제일 좋아했다.
옷을 입은 아루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케즈론의 성에서 가져온 전신 거울에 몸을 비춘다.
원피스의 치마부분을 살짝 들자 귀여운 음모가 언뜻 보인다. 팬티도 안 입고 옷을 입은 듯 했다.
“오빠 어때요?”
원피스를 약간 어설프게 입어 유두가 빼꼼히 모습을 드러낸 모습으로 시황을 쳐다보며 말한다.
“예뻐.”
“헤헤.”
시황에게 완전히 적응하고 두려움을 떨쳐낸 아루의 행동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귀여웠다. 과거엔 너무 무서워해서 문제라면 이제는 너무 달라붙어서 문제일 정도였다.
나신에 원피스만 걸친 아루의 야릇함에 흥분이 된 시황은 팬티까지 벗어버렸다. 성기가 잔뜩 화가나 있다.
시황이 팬티를 벗자 아루가 당연하다는 듯 무릎을 꿇고 앉아 시황의 성기를 입안에 집어넣었다.
손으로 음경을 쥐고 혀로 귀두를 자극한다. 상당히 좋아진 테크닉에 쾌감이 일자 호흡이 살짝 가빠졌다.
인간은 환경에 빠르게 적응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처음 아루를 봤을 때는 그저 보기만 해도 흐르는 쿠퍼액을 주체하지 못한데다 조금만 만져도 사정이라도 할 거 같았는데 지금은 아루의 알몸을 봐도 발기만 될 뿐이니 말이다.
쩝쩝거리는 음란한 소리가 적막한 방을 채운다.
“소파에 가서 하자.”
“네.”
시황이 소파에 앉자 아루가 시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춘다.
오늘 쇼핑을 한다고 키스를 못해서인지 아루가 상당히 적극적으로 혀를 놀렸다.
드르륵.
그때 탁자에 있던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잠깐만.”
아루를 떼어내고 폰을 보자 전혀 의외의 사람이 연락을 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 찬미에요. 바쁘신데 전화한 건 아니죠?”
“집에서 쉬고 있었어요.”
시황이 전화를 하자 심심해진 아루는 살짝 눈치를 보더니 시황의 성기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런데 내일 만날 수 있을까요?”
“내일…….아!”
그런 아루가 귀여워 시황이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는데 갑자기 아루가 성기를 입안에 넣어 빨자 깜짝 놀라 소리를 내버렸다.
“왜 그러세요?”
“아, 아니요. 내일 괜찮아요.”
찬미와 통화를 하는 중에 아루가 성기를 빨아준다는 이 음란하기 그지없는 행위가 시황을 엄청나게 흥분시켜 버렸다. 순식간에 쿠퍼액이 흐르고 진한 쾌감이 피어나면서 호흡이 가빠졌다.
“헬스 오실 거죠?”
“흐음……. 물론이죠.”
아루가 혀로 음경 전체를 핥자 황홀감에 젖어 순간 신음이 나올 뻔 했지만 시황은 가볍게 숨을 쉬며 참아내었다.
“그러면 헬스 끝나고 잠시 만나서 잠깐만 얘기해요. 제가 궁금한 게 있어서요.
“알겠…….으음…….”
따뜻하고 축축한 아루의 혀가 이번엔 귀두를 자극한다. 성인 비디오에서나 볼법한 이런 상황을 직접 겪자 짜릿하게 느껴지는 쾌감이 등골을 타고 흘러 말을 채 잇지 못했다.
“괜찮죠?”
“네, 네. 물론이죠. 그럼 내일 봐요.”
전화를 끊고 나자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섹스횟수 1회 밖에 안 되는 찬미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약 지영이었다면 시황이 얕게 흘린 게 쾌감에 의한 신음이라는 걸 당장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시황은 계속해서 온 정성을 다해 자신의 성기를 빠는 아루를 안아 2층 침대로 데리고 갔다. 방금 나갔다와서 냄새도 조금 났지만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 이 폭발할 거 같은 흥분을 잠재울 수 있는 건 아루의 구멍뿐이었다.
흥분한 시황이 아루를 입술을 허겁지겁 빨자 아루가 애정이 가득한 눈으로 시황을 쳐다봤다.
간단한 추리닝을 입은 시황이 헬스장에 도착하자 불안감이 살짝 어린 표정으로 주변의 눈치를 보며 자전거를 타고 있는 찬미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시황이 인사를 건네자 순식간에 찬미의 얼굴이 펴진다. 시황을 보자 안도감을 느낀 듯 했다.
강간을 당하게 되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는 게 보통이다. 그때의 일이 굉장한 트라우마가 되어 남자만 봐도 두려워하는 공포증이 생기기도 하고 자다가 악몽을 꾸기도 한다.
지금 찬미도 이것과 약간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헬스장에 나온 건 시황의 시간을 최대한 안 빼앗으려고 그런 거였다. 오늘 이후로는 헬스장에 나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 교정하셨어요?”
찬미가 시황의 변화를 한 번에 눈치 챘다.
“네. 며칠 전에 수술했어요. 괜찮아요?”
“이전이랑 이미지가 좀 달라지셨네요. 훨씬 부드러워 보여요.”
친하지도 않은 남자한테 잘생겨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잘생겨졌다는 말은 그 전에 못생겼다고 생각했다는 의미니까.
“고마워요. 하하. 그럼 저도 운동할게요.”
“네.”
시황이 옷을 갈아입으러 가자 찬미는 다시 살짝 겁을 집어먹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힐끔 쳐다보는 남자만 봐도 약간의 두려움이 생겼다.
눈을 감기만 해도 그때의 일이 생각이 났다.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손발이 벌벌 떨릴 정도로 두렵다가도 시황의 얼굴을 생각하면 마음이 차분해졌다. 자신을 위해 남자들과 싸우던 시황의 얼굴이 아직도 생각났다. 물론 자신을 구해줬다고 사랑을 느끼게 된 건 아니지만 확실히 호감을 가지게 된 건 맞았다.
시황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찬미는 일부러 시황의 근처에서만 운동했다.
자기도 모르게 자꾸 시황에게 눈길이 갔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랬다.
처음에는 시황을 쓰레기 같은 인간 말종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얼굴도 상당히 선하게 생겼고 다른데 전혀 한눈을 팔지 않고 운동만 열심히 했다. 거기다 의외로 몸이 괜찮았다. 힘을 줄때마다 선명한 근육이 드러난다.
“왜요?”
찬미가 자꾸 쳐다보자 의아한 표정으로 시황이 물었다.
“아,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찬미가 고개를 돌리더니 살짝 얼굴을 붉히며 운동을 했다.
1시간이 조금 넘도록 운동하고 찬미는 시황과 함께 시내로 나왔다.
“어디로 갈까요?”
“가까운 카페로 가요.”
찬미는 여자답게 자연스럽게 카페로 가길 원했다. 시황은 카페 가는 김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리첼리아의 커피와 일반 카페의 커피 맛을 비교해볼 생각이었다.
찬미가 계산 한 아메리카노 2개를 가지고 구석에 앉았다.
“날이 점점 풀리네요.”
“네. 많이 따듯해졌어요.”
“찬미씨도 대학생이세요?”
시황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을 했다.
커피에 대한 조예가 매우 얕기는 하지만 리첼리아 커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맛이 없었다. 이건 쓰고 텁텁하기만 했지 제대로 된 풍미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네. 3학년이요. 지금 휴학하고 쉬고 있어요.”
“서울 쪽 대학에 다니죠?”
전에 자신에게 지잡대라 한 말이 생각나 물었다.
“죄송해요. 그때 제가 말을 심하게 했어요.”
찬미도 그때 한 말이 기억나는지 얼굴을 붉히며 사과했다.
“아니에요. 궁금해서 물어본 거에요.”
“네에. 전 그……. 고려대에 다녀요.”
“와, 공부 잘하시나 봐요. 하하.”
“아니에요.”
시황도 옛날에 인서울 할 거라면서 재수를 했었다. 집안 형편은 전혀 생각지도 않고 그저 지방대를 가기 싫어 부린 객기였기도 했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 대한 동경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재수를 실패하고 인터넷에서 대학교 인증이나 관련된 글만 봐도 가슴이 쓰라릴 정도로 짜증이 났었다.
하지만 지금은 학벌이 좋다고 해서 짜증이 난다든가 욱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자신이 그들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음, 어제 하실 얘기가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거에요?”
“그게……. 그날 있잖아요.”
갑자기 본론으로 들어가자 찬미가 시황을 보면서 뜸을 들인다.
“네.”
“시황 씨께서 저희 집을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는지 궁금해서요. 문도 잠겨있었는데……. 죄송해요. 제가 시황 씨를 절대 의심하는 건 아니에요. 단지 어떻게 된 건지 너무 궁금해서요. 기분 나쁘셨으면 정말 죄송해요.”
찬미는 시황이 기분 나빠 할까봐 몇 번이나 사과를 했지만 이 궁금함은 꼭 풀고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날 일은 정말 의문이었다. 어떻게 강간범들이 들어오자마자 시황이 나타나 자신을 구해줬을까?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 모든 게 시황이 꾸민 일이라면?
두려웠다. 지금 자신이 유일하게 믿고 있는 시황에게 마저 배신을 당한다면 살아갈 희망을 잃어버릴 거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진실을 알고 싶었다.
“얘기를 들었어요.”
“네?”
시황은 찬미가 이런 걸 물을지는 몰랐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언젠가 이런 질문을 할지도 모른다 생각해서 미리 준비해둔 답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 괜히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사실을 그대로 말하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더라도 어휘를 잘 선택하여 고마움을 극대화시켜야 했다.
“그 문신한 남자랑 싸우고 찬미 씨가 탈의실로 들어갔을 때 우연히 들었어요. 그래서 운동을 마치고 찬미 씨에게 그 사실을 가르쳐 주려고 했는데 절 무시하시고 그냥 가버리셔서 가르쳐 드릴 수가 없었어요.”
“아……. 그때 죄송했어요.”
일부러 찬미에게 미안함을 느끼라고 한 말이었고 시황의 생각대로 찬미도 그때 일이 생각나는지 바로 사과를 했다.
“아니에요. 제가 실수한 게 있으니까 찬미 씨가 그렇게 화낸 것도 이해해요. 하여튼 제가 어떻게 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괜히 말을 걸어봤자 찬미 씨가 화를 낼 거 같아서요.”
시황의 말에 찬미의 얼굴은 물론이고 귀까지 빨갛게 변했다.
“그래서 몰래 뒤따라갔어요. 그러다보니 우연찮게 찬미 씨가 화분 밑에 열쇠 숨기는 것도 보게 됐구요.”
“아아……. 그렇군요.”
이제야 확실히 이해가 갔다.
“전 그놈들이 올까봐 골목에서 무작정 기다렸어요. 그런데 몇 시간을 기다려도 안 오길래 포기하고 가려던 참에 그놈들이 찬미 씨를 집 안에 끌고 들어가는 걸 발견하고 뛰어 들어간 거에요.”
“그렇군요. 그때 일은 정말 죄송해요. 시황 씨. 그리고 정말 고마워요. 제가 꼭 보답하고 시황 씨에게 뭔가 도움 드릴 일이 없을까요?”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된 찬미는 아까보다 더욱 신뢰가 가득한 눈으로 시황을 봤다. 자신을 위해 그렇게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니 정말 감동이었다. 시황을 위해 뭐라도 꼭 보답하고 싶었다.
“괜찮아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건데요.”
사양하는 척 했지만 시황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기회를 잘만 살리면 찬미와 섹스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에요. 제가 뭐든 도와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그러면……. 공부 좀 가르쳐 주실래요?”
“공부요?”
뜬금없는 시황의 말에 찬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제가 이번에 수능을 쳐서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고 싶어서요.”
이건 지금 생각해낸 변명이었다.
상위권 대학을 가게 되면 상당한 양의 경험치를 줬기 때문에 탐이 안 나는 건 아니었지만 1년 내내 죽도록 공부해서 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럼에도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한 건 찬미와 단 둘이 시간을 보내면서 좀 더 친밀해지고 싶어서였다.
“아, 잘됐네요. 제가 과외 해 본 경험도 있으니까 충분히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요? 하하.”
분위기 괜찮았다.
“그러면 저희 집에서 해요. 제가 제 동생 공부도 가르쳐 주는데 동생 오기 전에 미리 한 시간 공부하고 동생 오면 같이 1시간 공부해서 총 2시간 씩 하는 거에요. 고3이랑 같이 하면 도움이 되는 게 있을 거에요. 어때요?”
유미라는 이름을 가진 활달한 여자애가 떠오른다. 둘만 있으면 약간 서먹하고 어색할 수도 있는데 유미까지 같이 하면 어색함 없이 친해질 수 있어 나쁘지 않은 거 같았다. 물론 계속 셋이서 공부하면 문제겠지만 오기 전 1시간은 둘만 공부한다니까 그 정도는 괜찮았다.
“그래도 될까요? 전 좋은 거 같은데요.”
“잘됐네요! 그러면 언제할지 시간도 정해요.”
시황의 생각도 모른 채 찬미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신뢰가 가득한 눈빛으로 시황을 쳐다봤다.
그런 찬미에게 시황은 음흉한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하지만 교정한 뒤로 인상이 워낙 좋아져서 선의가 가득해 보이는 순수한 미소로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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