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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39화 (39/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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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버스를 타고 창녕에 도착한 시황은 은행에서 300만원을 뽑은 뒤에 집으로 갔다.

얼마 걷지 않아 허름한 집에 도착했다. 지영의 집도 평범한 소시민의 집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시황의 집은 더 후줄근했다. 대문도 녹이 슬어있는데다 마당도 좁고 집도 작았다.

주변을 슬쩍 둘러본 시황은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자마자 아공간에서 화장품과 샴푸 등이 든 종이 가방을 꺼내고 벨을 눌렀다.

띵동.

덜컹하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린다.

집으로 들어가자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인상 좋은 아줌마가 시황을 껴안는다.

“어머, 우리 아들 살 많이 쪘네. 살찌니까 얼마나 좋아.”

몇 달 만에 보는 아들이 이전과 다르게 볼살이 붙은 게 보이자 엉덩이를 두드리며 말했다.

“엄마. 이거부터 받아.”

“응? 이게 뭔데?”

의아한 얼굴을 한 시황의 엄마는 종이 가방을 받고 내용물을 꺼냈다. 이상한 꼬부랑글씨가 적힌 샴푸하고 척 보기에도 엄청 비싸 보이는 화장품 박스가 하나 있었다.

“아는 사람한테 받았어. 마트에서 산 싼 거는 버리고 이거 써.”

“어머, 이거 비싼 거 아니니?”

나이는 들었지만 여자는 여자인지라 시황의 엄마는 소파에 앉은 뒤에 잔뜩 들뜬 표정으로 박스를 열고 화장품을 꺼내서 냄새를 맡았다.

“향기 너무 좋다.”

“선물로 공짜로 받았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써.”

시황도 좁은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과 비슷한 크기의 집을 보자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렇게 좋은 걸 누가 우리 시황이한테 줬을까?”

“그냥 아는 사람이 줬어.”

잔뜩 궁금한 표정을 짓는 엄마한테 대충 얼버무리며 말했다.

“시황아, 아빠는 나중에 오실 거니까, 아빠 오면 고기 구워먹자.”

“응. 난 잠깐 방에 있을게.”

로션을 손에 문지르면서 연신 감탄하는 엄마를 놔두고 시황은 자신의 방으로 갔다.

작은 침대와 책상만으로도 꽉 차는 좁은 방이었다.

가방을 대충 던져두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5kg이라는 질량을 추가해서 그런지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꽤나 힘들었다. 멍하니 침대에 누워 있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살짝 잠이 들어버렸다.

“시황아, 아빠 왔다.”

“어. 알았어.”

자신을 깨우는 엄마의 목소리에 시황은 눈을 비비면서 일어났다.

몸이 뻐근하다. 엄마가 나가자 가방에서 라민차를 꺼내 마셨다. 피곤함이 사라진다.

방을 나가 거실로 가자 주름이 가득한 시황의 아빠가 거실에 앉아 있었다. 피곤에 지친 표정을 보자 가슴이 찡해진다.

“왔냐.”

시황의 아빠는 무뚝뚝했다.

“응.”

아빠의 옆에 앉아 시황은 TV를 봤다.

“아빠.”

“왜?”

“힘들지?”

이런 말을 처음 해봐서인지 시황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허허, 네가 그런 걸 묻고 웬일이냐.”

아빠의 입에 기분 좋은 미소가 어린다.

“그냥.”

“앞으로 무슨 일 할지 생각은 해봤냐?”

“생각중이야.”

아빠가 진지하게 시황을 쳐다본다.

“아빠는 못 배워서 막노동이나 하지만 너는 절대 그런 일 하면 안 된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아빠의 말을 들으니 시황은 너무 죄송스러웠다. 부모님은 매일 고생을 하면서 일하는데 자신은 그런 것도 모르고 보내주는 돈으로 pc방에서 게임이나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사실을 깨닫지도 못했었다는 게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저 부모님의 잔소리가 귀찮다고 생각했으니까.

“응. 알았어. 걱정하지 마.”

“자, 밥 먹자.”

엄마가 고기 불판을 올려놓은 상을 거실에 차려 고기를 구웠다.

특별할 거 없는 고기 맛이었지만 그 어디서 먹는 것과 비교도 안 되게 맛있었다. 아마도 드래곤의 유산을 받기 전이었다면 방금 그런 대화가 너무 짜증나서 밥맛이 뚝 떨어졌겠지만 지금은 당당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있으면 부모님에게 효도를 할 수 있으리라.

밥을 다 먹고 설거지까지 도와준 시황은 방에 들어가서 아까 뽑은 300만원을 가지고 거실로 나왔다.

“자, 이거.”

“이게 뭐니?”

시황이 소파에 앉아 봉투를 건네주자 과일을 깎고 있던 엄마가 봉투를 잡아 안을 열어본다. 5만권이 빽빽하게 들어있다.

“어머, 이거 무슨 돈이야? 시황아.”

엄마가 깜짝 놀라 말한다.

“내가 일해서 번 돈이야.”

시황의 말을 들은 아빠가 엄마의 손에 있는 돈 봉투를 빼앗더니 시황에게 다시 건넨다.

“이건 네가 써라. 학비도 내고 밥도 사먹고.”

“아니야. 아빠 그거 사실 내가 교정하려고 모은 돈인데 아는 누나가 싸게 해준다고 해서 남은 돈이야. 그냥 써.”

아빠에 손에 있는 돈을 엄마가 다시 채간다.

“우리 시황이 다 컸네. 엄마한테 이렇게 돈도 주고. 이건 엄마가 잘 모아둘게. 그런데 교정하게?”

“어. 나 돈 모아서 교정할 거라고 옛날부터 말했잖아. 그래서 이번에 일 좀 했어.”

“그래. 남자는 일을 해서 돈을 모아야지.”

시황이 일을 해서 돈을 모았다고 하자 이제 좀 철이 든다고 생각했는지 아빠가 흐뭇해했다.

“그 누나는 누군데? 여자 친구니?”

갑자기 엄마가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물어본다.

“아니, 그냥 아는 사람. 내가 좀 도와준 일이 있어서 싸게 해준데.”

“옆집 호준이는 몇 달 전에 여자 친구 사겼다길래 엄마가 사진 봤는데 애가 참 예쁘더라. 시황아, 너도 이제 여자 친구 사겨봐야지. 대학생 때 여자 친구 못 사귀면 언제 사겨서 결혼할래?”

시황이 26년간 아는 여자 하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엄마가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자 친구 있어.”

잠깐 고민하던 시황은 있다고 말했다. 지금 말해두면 나중에 아루를 소개시키기가 더 편하기도 하고 그놈의 옆집 호준이 콧대를 눌러버리고 싶었다.

“어머, 정말? 어떤 앤데? 예뻐?”

“잠깐만.”

방에서 타블렛을 가져온 시황은 아까 전에 찍은 아루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약간 뚱한 얼굴이긴 했지만 마치 화보를 찍은 듯 너무 아름다웠다.

아빠도 궁금한지 슬쩍 사진을 본다.

“연예인이니? 얘가 정말 우리 아들 애인이라고?”

“흠흠, 예쁘네.”

무뚝뚝한 아빠마저 감탄을 했고 엄마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사진을 쳐다봤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보다 예쁜 얼굴에 깜짝 놀라고 그럼에도 인상이 참 좋다는 것에 감탄했다. 약간 뚱한 표정이었지만 화가 잔뜩 났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저 앙증맞고 귀여울 뿐이었다.

“그래. 다른 사진도 보여줄게.”

손가락으로 사진을 넘기자 귀엽게 웃고 있는 아루가 있었다. 그냥 대충 찍은 사진들인데도 전문 사진사가 찍은 잡지에 나오는 사진들보다 아름답고 퀄리티가 좋았다. 사완얼이라고 사진의 완성은 얼굴인 것이다.

“너 연예인 사진으로 엄마 놀리는 거 아니지?”

“놀리긴 뭘 놀려?”

엄마는 봐도 봐도 놀라운지 계속 사진을 넘겨봤고 아빠도 감탄하며 쳐다봤다.

“어이쿠, 우리 시황이 어떻게 이렇게 예쁜 애랑 사겼을까?”

시황이 장한지 엄마는 엉덩이를 탁탁 두드려줬다.

“호준이 여자 친구보다 예쁘지?”

“어머, 그걸 말이라고 하니? 그리고 시황아 이 사진 좀 뽑아서 엄마한테 줘. 알겠지?”

시황의 말에 엄마는 당연한 말을 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에 한국에서 제일 예쁘다는 연예인을 데리고 와도 아루 옆에 있으면 굴욕을 당할지도 모르는 마당에 일반인은 말할 가치도 없었다.

“사진은 왜?”

“엄마 친구들한테 보여주려고 그러지.”

“알았어. 내일 뽑아줄게.”

“얘 이름은 뭐니? 뽀뽀는 해봤어?”

엄마는 궁금한 게 많은지 계속 물어본다.

“이름은 아루. 그리고 이상하거 좀 묻지 마. 부끄럽게.”

“어머 어머, 했나보구나. 우리 시황이 이제 어른이네.”

“몰라, 난 방에 간다.”

시황은 타블렛을 가져가며 말했다. 여기 있으면 계속 곤란한 질문을 받을 거 같았다.

“아이구, 그래 우리 아들 피곤할 텐데 쉬어야지.”

“응.”

시황은 별 거 아닌 척하며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는데 계속 피식거리며 웃음이 나왔다. 부모님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이렇게 가슴 뿌듯한 일인지 처음 알았다.

밖에서는 아직도 엄마가 아빠에게 아루의 얼굴이 예쁘고 착하게 생겼다고 말하고 있었다. 시황이 여자 친구를 사귄 것도 놀라운데 얼굴이 연예인 못지않게 예쁘다는 걸 엄청 기뻐했다.

시황은 몰랐겠지만 시황의 부모님은 매일 시황을 걱정했다. 나이가 26살이나 됐는데 철없이 맨날 컴퓨터나 하고 집에서 빈둥거리니 걱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 일해서 번 돈이라고 300만 원을 줄 때 드디어 시황이 정신을 차렸구나하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니 어찌 기쁘지 아니할까?

시황은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지금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살았지만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없었다. 케즈론이 준 유산으로 당당하게 살아볼 생각이었다.

공책을 펴고 볼펜을 톡톡 거리면서 고민했다.

경험치를 얻어 3레벨을 찍는 건 꾸준히 해야 가능한 일이었고 유산을 이용해 돈을 벌어야 했다.

화장품은 떡밥을 뿌려놨으니 이건 기다리만 하면 됐고 다른 일도 같이 추진할 생각이었다. 가지고 있는 도구와 힘이라면 돈을 버는 건 아주 우스운 일이다.

고민하다 시황은 공책에 몇 가지 계획을 적어나갔다.

밤이 깊어간다.

============================ 작품 후기 ============================

추천, 선작, 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

오늘 일이 좀 있어서 약간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아침에 한 편 더 올리도록 할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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