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7 ------------------------------------------------------
내공, 운동, 지식, 마법
“저기…….”
“아, 죄송해요.”
“아니에요. 얼굴은 괜찮으세요?”
시황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찬미가 괜찮다는 듯 흐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겠죠. 신경 쓰지 마세요.”
“어떻게 제가 신경을 안 써요. 저 때문에 그렇게 다치셨는데요. 잠시 만요.”
찬미가 조심스럽게 멍이 든 부분을 만지더니 약을 가지러 방 안에 들어가서 작은 연고 하나를 가져왔다.
“앉으세요. 제가 발라드릴게요.”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자 찬미가 연고를 짜 시황의 얼굴에 살살 문지르며 발랐다.
“저기 상의도 벗어보실래요?”
“아, 네.”
찬미의 말에 시황이 윗옷을 벗자 가슴과 팔에 연고를 손가락으로 꼼꼼하게 펴 발랐는데 그 느낌이 마치 섹스 하기 전에 지영이 만져주는 거 같아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시황은 찬미를 보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전에 강간을 당할 뻔 했음에도 지금 자신에게 연고를 발라줄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간당하는 여자를 구해줬더니 여자가 그냥 도망가 버려 정작 구해준 남자가 난처한 경우에 처한 경우도 있었는데 자신을 구해줬다고 직접 연고까지 발라주는 건 정말 대단한 것이다.
“고마워요. 아, 혹시 모르니까 제 전화번호 드릴게요. 무슨 일 있으시면 바로 전화하세요.”
“감사해요.”
시황이 종이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 찬미에게 건네주자 조심스럽게 받는다. 확실히 시황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전 그럼 이제 가볼게요.”
시황이 간다고 하자 찬미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저, 저기…….”
“네?”
“너무 죄송한데, 조금만 더 같이 있으면 안 될까요?”
아무래도 아까의 일 때문에 혼자 있기 두려워서 그러는 듯싶었다. 아무리 찬미의 정신이 강하다고 하나 방금 같은 일을 겪게 되면 트라우마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았다.
“알겠습니다.”
시황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찬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손으로 가슴 쓸어내렸는데 흰색의 티라 그런지 살짝 튀어나온 유두의 흔적과 갈색의 유륜이 살짝 비쳤다.
찬미는 짧은 옷을 입기 싫어 긴 옷을 꺼내어 입은 거 같은데 그게 생각보다 얇았던 거 같았다.
어색한 침묵이 감돈다.
“식사 아직 안하셨죠?”
찬미가 눈치를 보다 시황에게 묻는다.
“아, 네.”
“잠시 만요. 제가 밥 차릴게요.”
시황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찬미가 부엌으로 가 냉장고를 열고 반찬을 꺼냈다. 긴 티와 긴바지를 입고 있었지만 그 옷들이 찬미의 몸매를 감추지는 못했다. 몸의 굴곡이 어설프게 드러나는 게 더 야릇하다.
찬미의 뒤태를 감상하던 시황은 타블렛을 꺼내 퀘스트를 확인했다.
[기초 권법서의 묘를 살려 타격하세요][완료][경험치 100]
[성인 남성과 싸워 승리를 거두세요][완료][경험치 300]
[위험에 빠진 여자를 구하세요][완료][경험치 300]
경험치가 꽤나 올랐다. 빨간색 경험치 바가 절반 가까이 차올라 조금만 더 하면 3레벨이 될 수 있을 거 같았다.
“식사하세요.”
“네.”
부엌에 가자 식탁에는 밥공기가 하나만 올라와 있었다.
“찬미 씨는 안 드세요?”
“전 별로 입맛이 없어서요. 그런데 제 이름은 어떻게 아셨어요?”
아까부터 시황이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부르자 계속 궁금했었다.
“모르셨어요?”
“네?”
시황의 말에 찬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헬스장에서 찬미 씨 모르는 사람 없을걸요. 찬미 씨가 예쁘다 보니까 남자들 관심이 많은 거 같더라구요.”
“그렇군요.”
일부러 예쁘다는 표현을 썼는데 오히려 찬미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옛날부터 예쁘다 보니 겪게 되는 성추행이 빈번했고 남자들이 끊임없이 귀찮게 굴었다. 찬미는 그런 관심이 정말 싫었다. 그냥 제발 가만히 놔뒀으면 좋겠다고 매일 생각했었다.
“제 이름은 강시황이에요.”
시황도 그걸 느끼고 빠르게 주제를 바꿨다. 처음 은지하고 얘기할 때만 해도 제대로 말도 못해서 우물쭈물 거렸는데 여자하고 대화도 대화지만 몸으로도 많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이런 점에 있어서 눈치가 약간 생겼다.
“아……. 시황 씨군요.”
시황의 의도가 먹혔는지 찬미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름을 외웠다.
시황이 밥을 먹자 찬미가 물끄러미 쳐다본다. 상당히 신경 쓰였지만 시황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금세 밥을 다 먹었다.
“잘 먹었습니다.”
찬미가 그릇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는 동안 시황은 식탁에 앉아 물을 마시면서 찬미를 슬쩍 훔쳐봤다.
지영의 몸매도 모델 급이라 생각했는데 찬미는 그보다 훨씬 뛰어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늘씬하게 뻗어서 스타킹이 잘 어울릴 거 같은 다리는 닳도록 봤으니 진작 알고 있었지만 여기까지 탱탱함이 느껴지는 둥그런 모양의 아름다운 엉덩이와 탄력 있는 살결은 끊임없는 운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었다.
시황은 거실로 가서 소파에 앉았다. 시계를 보니 6시가 넘어간다.
딸깍
그때 현관문이 열리고 교복을 입은 여자애가 들어왔다.
“어? 누구세요?”
시황을 보더니 깜짝 놀라 쳐다본다.
“언니 친구야.”
유미가 들어자 찬미가 급하게 거실에 나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언니, 남자친구에요? 우와, 쩐다. 우리 언니 남자 엄청 싫어하는데 어떻게 꼬셨어요?”
시황이 인사하자 유미는 시황에게 다가와 신기한 듯 이리저리 쳐다본다.
유미는 전체적으로 찬미와 비슷한 느낌이 풍겼지만 커다란 뿔테를 쓰고 얼굴에 여드름이 나있어 찬미처럼 예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대신 좀 다가가기 힘든 찬미에 비해 성격이 매우 활달해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을 스타일이었다.
“하하. 전 이제 가볼게요.”
“왜요? 제가 와서 가는 거에요? 언니 미안. 나만 아니었어도 분위기 좋았을 건데. 내가 지금이라도 다시 나갈까?”
“너, 헛소리 하지 마. 시황 씨, 오늘 고마웠어요.”
찬미는 유미를 보고 약간 화가 난 듯 말하고는 시황에게는 살짝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누구나 할일을 한 건데요.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시황이 인사를 문을 나가자 유미가 찬미에게 엄마한테 남자친구 생겼다고 말 할 거라는 둥, 얼굴은 좀 별로인데 그래도 착하게 생긴 거 같다는 둥, 온갖 말이 현관문을 뚫고 시황의 귀까지 들려왔다.
얼굴이 별로라는 부분에서 약간 충격을 받은 시황은 빨리 교정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오피스텔로 향했다.
다음날, 생각대로 찬미는 헬스장에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정신이 강하다 해도 평범한 인간인 이상 당연한 일이었다.
찬미에게 전화를 걸까 잠시 고민하던 시황은 지금 바로 전화하기 보다는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자신이 정한 코스대로 체계적으로 운동한 시황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루를 데리고 목욕탕으로 갔다.
“아루야, 들어가고 싶은 탕에 들어가. 난 저 탕에 있을 테니까.”
시황이 가리킨 건 마나를 모으는데 도움을 주는 마나의 탕이었다.
[마나석이 함유된 탕. 풍부한 자연의 기를 머금은 마나석을 가루로 만들어 물에 흩뿌렸다. 마나를 잔뜩 머금은 이 물 안에 있으면 마나를 느끼는 게 쉬워지고 마나를 모으는데 도움을 준다.]
“네. 오빠.”
시황이 마나석 탕에 들어가자 아루가 바로 따라 들어온다. 그리고는 탕의 중앙에 힘겹게 가부좌를 하고 앉는 시황의 등에 들러붙어 손으로는 성기를 만지작거렸다.
요즘 아루는 시황의 컴퓨터로 하루 종일 동영상을 봤다. 야동, 애니메이션, 어린이 영화 등 안 가리고 모든 걸 다 흡입하듯 시청했다.
그러면서 딱딱한 행동만 하던 옛날과 다르게 조금씩 귀여운 표정을 짓기도 하고 말투도 약간 여성스러워졌는데 특히 섹스 테크닉이 정말 발전했다. 이제는 수동적이기만 한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시황이 느끼는 곳을 핥고 빨아주었다.
지금도 원래라면 얌전히 있었을 아루였지만 자신이 만져주면 시황이 좋아한다고 알고 난 뒤부터 시황이 옷만 벗으면 어느새 나타나 시황의 성기를 만지면서 빨아주었다.
“아루야, 잠깐만 다른 탕에 가 있을래? 내가 할 일이 있거든.”
아루가 만져주는 건 너무 흥분되고 좋았지만 지금은 조금 곤란했다.
섹스라는 게 하면 해도 해도 기분이 좋은 건 맞았다. 그것도 연예인 보다 예쁘다고 생각되는 아루랑 하는데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평범한 정력을 소유한 시황에겐 그게 아니었다. 일주일에 3,4번은 몰라도 매일 같이 하기엔 정말 큰 무리가 있었다. 지금도 어제 밤에 섹스를 한 상태라 발기만 돼도 성기가 뻐근하게 아파왔다.
“네. 옆에 있을게요.”
아루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옆쪽 탕으로 옮겨가자 시황은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찬미와 겪었던 사건은 시황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었다. 그때 만약 자신에게 힘이 없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한 결과가 일어났을 것이다. 내공을 가지고도 온 몸에 피멍이 들도록 두드려 맞았는데 그 내공조차 없었다면 그냥 반병신이 됐을 테고 경찰을 불렀다면 경찰이 오기도 전에 찬미가 강간을 당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을 게 분명했다.
탕 가운데서 가부좌를 취했다. 눈을 감고 집중하자 가슴에 있는 마력 회로에 알 수 없는 기운들이 조금 모여졌다 흩어졌다 반복했다.
하단전에 모은 내공과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마치 원석처럼 이것저것 다양한 무언가가 섞여있었다. 그 중에서 내공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기운을 빼내어 마력 회로가 있는 곳에 집어넣었다.
하단전에 모인 내공과 다르게 성기나 코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피부를 통해 흡입된 마나가 가슴 중앙에 있는 마력 회로에 모였다.
방법은 다르나 결과는 비슷했다. 내공은 하단전에서 뿜어져 나와 신체를 강화시켰고 마력은 마력 회로가 있는 가슴에서 뿜어져 나와 마력 회로의 특성에 맞는 능력이 발현했다.
대충 원리를 파악하고 약간이긴 하지만 마나를 마력 회로에 집어넣고 시황은 눈을 떴다.
옆에 탕에서 아루가 자신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심심해?”
“오빠 만지고 뽀뽀하고 싶어요.”
아루는 전혀 부끄럼 없이 말을 했다. 아직까지 기초적인 상식은 많이 부족했다.
“그래? 안 그래도 오늘 집에 가야하니까 좀 이르긴 해도 지금 섹스하자.”
시황의 말에 아루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탕에서 나와 시황에게 안겼다. 그리고는 적극적으로 입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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