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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 운동, 지식, 마법
“저 놈들은 어쩌죠?”
“모, 모르겠어요.”
경찰에 신고하는 게 제일 편하고 쉬운 해결책이었지만 찬미는 경찰을 부르는 건 극구 사양했다.
시황은 고민했다.
“잠시 만요.”
일단 찬미에게 바닥에 떨어진 옷을 건네주고 검은 봉지에 들어 있는 밧줄을 꺼냈다.
“사, 살려주세여.”
시황이 다가오자 봉덕이는 무릎을 꿇더니 제대로 발음이 되지도 않는 입으로 열심히 살려달라고 빌었다.
아까 전 별로 강해 보이지도 않은 주먹을 한 대 맞는 순간, 마치 육중한 돌덩이에 얼굴이 짓뭉개지는 줄 알았다. 이때동안 몇 십, 몇 백번 싸워오면서 그런 압도적인 힘은 처음 느낀 데다 인간이라면 불가능할 정도의 그 파괴력은 한 대만 더 맞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일게 만들었다.
“개자식 너 가만 안 둔다.”
하지만 아까 그 한 대로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는 문신한 남자는 살인이라도 저지를 거 같은 눈으로 시황을 노려봤다.
“네놈 가족부터 전부 처 죽여 버리고 저년은 사창가에 팔아 버릴 거니까.”
“뭐?”
그 말을 듣는 순간 욱한 시황은 꾸역꾸역 일어나서 다시 덤비려는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
“윽.”
하지만 남자는 여전히 독기가 가득한 눈빛이었다.
시황은 저런 놈들은 다른 생각 못하게 죽을 때까지 패야 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났다. 과거만 해도 그냥 법대로 하고 말로 하면 되지 않나 라고 순진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실제로 겪어보니 이런 놈은 말로 해서는 절대 들을 리가 없었다.
“개새끼 두고 보자. 네 애비하고 애미 간수 잘해라.”
부모님 욕을 들은 시황은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너무 화가나 도저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다만 저 놈을 절대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바로 남자에게 달려가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는데 미약하나마 내공이 깃들어 있어 으득거리면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간수 잘하라고?”
하단전에 있던 내공은 이미 모두 말라버렸고 오로지 기본 근력으로만 남자를 때렸다. 얼마나 남자를 때렸는지 시황의 손이 시퍼렇게 변해있었다. 내공이 있을 때는 타격을 해도 손에 문제가 없었는데 내공 없이 맨 주먹으로 때리니 금세 부어올랐던 것이다.
“그, 그만 하세요.”
강간 미수의 후유증 때문인지 아까 입었던 짧은 옷이 아니라 긴 옷을 껴입은 찬미가 이미 얼굴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진 남자에게서 시황을 떼어냈다. 자신을 강간하려한 저 남자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황이 피해를 받을까 걱정이 됐던 탓이다.
한참을 씩씩거리던 시황은 밧줄로 일단 남자를 묶었다.
“야!”
“네?”
손에 피가 가득한 시황이 화가 난 표정으로 자신에게 다가오자 봉덕이는 두려움에 눈물을 찔끔 흘렸다. 자신도 저렇게 맞을까봐 너무 무서웠다.
“이런 식으로 여자들 강간한 게 몇 번이지?”
“그, 그게……. 10, 10번 쯤 했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열 번이나 했다는 사실에 시황은 어이가 없었다. 10번이나 강간을 하고도 어떻게 이렇게 멀쩡히 생활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갔다.
시황은 몰랐겠지만 우리나라의 성폭행 신고율은 7%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뉴스를 통해 나오는 강간사건은 전체 성폭행의 아주 일부였던 것이다.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신고를 안 당한거지?”
“사, 사진을 찍어서 혀, 협박을 했습니다.”
무서운 눈을 한 시황이 다가오면서 말하자 봉덕이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면서 말했다. 시황에게 맞아 으스러진 코에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지만 두려움 때문에 내색조차 하지 못했다.
봉덕이의 말에 찬미가 방 한쪽에 있는 디지털 사진기를 가지고 와서 시황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다양한 여자들의 나체 사진 수천 장이 있었는데 봉덕이와 문신한 남자가 성기를 찔러 넣은 채 찍은 사진도 있었고 정액을 얼굴에 가득 뒤집어씌운 채 찍은 사진 등 변태적인 사진이 수두룩했다.
마지막에는 찬미의 나체와 음부를 매우 가까이서 찍은 사진이 몇 장 있었다. 털이 하나 없는 찬미의 음부는 대음순이 소음순을 전부 덮어 그냥 일직선으로 갈라졌다는 흔적만 있어 음란하다기 보단 풋풋한 느낌이 났다.
“자, 잠깐만요. 이건 제가 처리할게요.”
자신의 사진이 나오자 화들짝 놀란 찬미는 시황이 들고 있는 카메라를 가져가서는 바로 사진을 전부 삭제해버렸다. 아까 전에는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자신의 나체가 적나라하게 찍힌 사진이 있었을 줄이야.
찬미는 방금 전에 상상치도 못할 일을 겪어 아직도 심장이 떨리고 남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두려웠다. 그래서 감히 남자들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시황의 뒤에만 서있었다.
시황은 고민했다. 이놈들은 도저히 구제할 길이 없는 쓰레기들이었다. 특히 문신한 저 놈은 그렇게 얻어맞고도 아직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이놈들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찬미 씨는 방하고 정리하세요.”
“어떻게 하실 건데요?”
“다시는 세상을 못 보게 만들어야죠.”
“네?”
시황의 말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자 찬미가 의문을 표했지만 시황은 그냥 미소만 짓고 그놈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현관문을 닫는 순간 주변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자 바로 문을 소환해 그놈들을 밀어 넣고 자신도 들어갔다.
“뭐야. 이 개새끼 우릴 어디로 데리고 온 거야!”
“사, 살려주세여. 다시는 안 그럴게여. 제발여.”
갑자기 탈의실로 시야가 변하자 그놈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당황한 눈으로 두리번거렸다. 해봐야 경찰이나 부를지 알았는데 전혀 알 수 없는 곳으로 한 순간에 데려오자 이게 현실이 맞는지 의문까지 생겼다.
탈의실에는 콘즈가 당연하다는 듯 여기에 서있었다.
“아, 콘즈야. 이 성에 감옥 있지?”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하고 데려왔다. 아니, 없어도 상관없었다. 성에는 방이 말도 안 되게 많았으니까.
“범죄자들을 잡으셨나 봐요? 성 지하에 마수를 가둬놓는 감옥이 있는데 그쪽으로 옮길까요?”
“잠깐만.”
시황은 그들에게 다가갔다.
“여기는 지구하고 얼마나 떨어졌는지 나도 모르는 곳이니까 어떻게 탈출해서 돌아갈 생각 따윈 해봤자 소용없어.”
시황의 말에 문신한 남자는 무슨 미친 소리를 하냐는 듯 쳐다봤고 봉덕이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제발 살려달라고 했다.
아공간에서 포션을 꺼내 그들의 다친 곳에 대충 부어주었다. 이대로 놔두면 혹시라도 죽을까 싶어서였다. 아무리 그래도 아직 사람을 죽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미친놈, 두고 보자.”
자신의 처지도 모르게 계속 시황을 향해 남자가 이를 갈았지만 시황은 무시했다.
“콘즈야 감옥으로 보내줄래?”
“네.”
짝!
콘즈가 손뼉을 치자 남자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어떤 과학적 수사를 하더라도 시황이 풀어주지 않는 이상 저들을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마수인가 하는 건 뭐야?”
“원래 이 행성에 있던 괴물들이에요. 케즈론 님께서 이 행성을 거처로 쓰신다고 대충 지하 감옥을 만들어서 갖다 넣어뒀어요. 너무 호전적이라 그냥 풀어둘 수가 없었거든요.”
“혹시 사람을 먹고 그러는 건 아니지?”
감옥에 보냈다가 바로 뼈만 남는 건 아닌가 싶어 물었다.
“물론 생명체를 먹긴 하지만 그들은 마수가 침입할 수 없는 방에 집어넣어서 죽을 일은 없을 거에요. 음식도 제가 꼬박꼬박 넣어 줄 테니까, 시황 님께서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고마워.”
“당연한 일인걸요.”
시황은 콘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자신의 팔과 얼굴에 포션을 바른 뒤에 문을 나왔다. 확연히 고통이 사라지고 붓기가 줄어든다.
자신이 저들에게 벌을 내릴 권리가 있느냐고 하면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연쇄 살인마를 사형하는 것에도 의견이 분분한 것만 봐도 죄를 지은 사람을 처벌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생각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시황은 저런 범죄자를 그냥 풀어주고 싶은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다. 수많은 강간을 했다는 것도 한 이유지만 자신의 부모님을 죽인다고 말한 건 정말 참을 수 없었다. 만약 방금과 같은 기회가 다시 온다 하더라도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했으리라.
만약 저들이 정말 반성을 한다면 풀어줄 생각은 있었지만 그건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문에서 나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찬미가 눈물을 그렁그렁 단채 훌쩍거리면서 방을 꼼꼼하게 청소하고 있었다. 피가 묻은 카펫은 욕실에 있는 대야에 넣어두고 흙이 잔뜩 떨어진 바닥을 걸레로 닦았다.
“도와드릴까요?”
“아! 저, 아까 전에 고마웠어요.”
찬미는 시황을 보더니 감사의 인사를 했는데 아까 전 헬스장에서처럼 경멸하는 표정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거처럼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놈들은 제가 잘 처리 했으니 이제 걱정 마세요. 다시는 만날 일 없을 거에요.”
“고마워요.”
찬미는 더 이상 그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아했다. 얼굴에 슬픔이 가득하다.
“이때까지 죄송했어요.”
“네? 죄송하다니요?”
시황은 찬미가 왜 그런 말을 꺼내는지 알았지만 짐짓 모른 척 하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평소에 무시하고, 화낸 거 정말 죄송해요.”
찬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시황에게 미안한 것도 있겠지만 방금 전에 겪은 그 끔찍한 일과 부모님 생각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돼 눈물이 흘러나왔다.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이었다.
입술까지 바르르 떨며 찬미는 소리 없이 울었다.
비록 아까전의 싸움으로 두드려 맞은 팔과 가슴, 얼굴까지 시퍼렇게 멍이 들었지만 눈물을 흘리며 자신에게 사과를 하는 찬미를 보자 생각한 대로 일이 잘 풀려 정말 다행이었다.
“아니에요. 제가 실수한 걸요.”
시황은 잠깐 고민하다가 찬미에게 슬쩍 다가가 그녀를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주었다. 혹시라도 밀쳐 낼까봐 긴장했는데 오히려 시황의 가슴에 파묻고 조용히 눈물만 흘렸다.
“미안해요. 제가 진작 그들을 발견하고 막았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오른손으로는 찬미를 안고 왼손으로는 등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냥 찬미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였지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하는 말은 아니었다.
급하게 옷을 입는 다고 브래지어를 차지 않았는지 티 안으로 브래지어 끈이 느껴지지 않았다.
시황은 찬미를 조금 더 꽉 안았다. 마치 연인이 안는 거처럼 서로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져 숨소리까지 다 들렸다.
한참을 울고 나서인지 슬슬 상황파악이 되자 찬미가 움찔움찔거렸다. 너무 꽉 안기기도 했지만 브래지어를 차지 않은 가슴이 시황에게 그대로 느껴질까 부담스러웠던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