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33화 (3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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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 운동, 지식, 마법

“아루 피부 많이 좋아졌네.”

케즈론의 성에 있는 엘프 주 탕에서 시황이 아루를 팔로 껴안아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으응……. 고마워요. 오빠.”

아루가 기분 좋은 신음을 내며 대답했다.

작은 가슴이긴 했지만 은근히 그 맛이 있었다.

입으로는 아루의 목과 귀를 핥았고 손으로 아루의 가슴과 배를 쓰다듬어 주었다.

처음 아루의 피부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항상 햇볕아래에서 일을 해서인지 피부가 살짝 그을려져 있는데다 윤기 없이 퍼석거렸었다.

하지만 지금은 엘프주 탕에 항상 들어가 피부를 관리했기 때문에 윤기가 반들반들하게 날 정도로 하얘졌고 얼굴은 케즈론의 화장품 덕분에 잡티와 주름이 개선되어 이전보다 한층 더 빛이 났다.

과거에는 그저 말도 안 되게 예쁘다라는 감상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뽀얗고 하얀 피부에서 나는 윤기가 아루를 기품 있고 우아하게 만들어 주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고생 한번 안 하고 자란 부잣집 딸로 생각할지도 몰랐다.

“아앙…….”

시황이 유두를 자극하자 아루가 신음을 흘린다.

요즘 매일같이 섹스를 하고 시황이 틈만 나면 애무를 하다 보니 아루의 성감대가 점점 발달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목석같던 예전과 다르게 키스를 하며 가슴을 만지면 젖꼭지가 금세 딱딱하게 솟아올랐다. 시황은 이렇게 발기한 아루의 유두를 만지는 걸 좋아했다.

“아루야, 이제 나가자.”

“네. 오빠.”

아루를 정신없이 애무하다보니 탕에 좀 오래 있은 거 같아 시황이 말했다. 그러자 아루가 내색은 안했지만 상당히 아쉬워하며 대답했다.

시황과 함께 탕에 들어오는 건 아루가 하루 중 제일 기대하고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시황과 같이 씻는다는 것도 좋지만 탕 안에 들어왔을 때 해주는 시황의 애무는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너무나 황홀했기 때문이다.

시황은 탕 밖으로 나와서 뻐근한 몸을 풀었다. 간단히 허리를 돌리면서 별 생각 없이 탕을 쳐다봤는데 신기한 걸 발견했다.

[공청석유가 가미된 탕. 극소량의 공청석유가 가미되어 있기 때문에 이 물을 마셔도 내공이 증가하지는 않지만 몸을 담그고 있으면 체내에 있는 불순물과 노폐물이 빠져나가고 원기를 복돋아 준다. 그리고 신체만이 아닌 혈도에 있는 불순물도 빠져나가 내공 순환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동안 까무잡잡하고 메마른 피부를 관리한다고 엘프주 탕에만 들어갔는데 피부도 조금씩 하얘지고 나니 다른 효과가 있는 탕에도 들어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이럴 때 공청석유가 들어 있는 탕이 눈에 들어오니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다.

“아루야, 먼저 나가서 쉬고 있어. 난 조금 있다가 나갈게.”

“네. 오빠.”

아루가 나가자 시황은 탕에 들어갔다. 뿌연 탕은 시각적으로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 효과만 좋으면 되니 그런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탕에 들어간 시황은 반가부좌를 했다. 부력 때문에 몸이 조금씩 흔들거렸지만 시황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릴 수는 없었다.

하단전에서 내공이 느껴진다.

아루의 파과(破瓜)를 통해 생긴 풍부한 기와 매일 섹스를 통해 얻은 기, 미량이긴 하지만 해가 뜰 때마다 꾸준히 기를 모으다 보니 어느덧 상당한 양의 내공이 하단전에서 일렁거리고 있었다.

정신을 집중하자 기가 통제에 따른다. 시황의 의지대로 주욱 늘어나듯 하단전에서 나와 혈맥을 통해 나아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혈도의 벽에 막혔다. 그래도 다행스러운건 그 벽이 예전만큼 단단하지 않았다.  탕 안에 있어서인지 혈도를 가로막은 벽이 흐물흐물해져 있었던 것이다.

의지를 가득 담아 기를 쏘아내자 혈도를 막고 있는 벽을 단번에 뚫어버린다.

“음…….”

뚫는 순간 날카로운 칼에 피부가 뚫린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거기다 생각과 다르게 그 벽이 완전히 허물어진 건 아니었다. 약간의 기가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의 틈이 만들어졌을 뿐이다.

남은 그 벽을 정신집중해서 최대한 허물어트린다. 칼로 살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에 시황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꾹 참았다. 한참동안 노력한 끝에 기가 이동할 수 있는 충분한 통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단순해 보이는 혈도의 벽 뚫기가 어마어마한 집중력과 심력을 소모했다.

시황은 그런 식으로 하단전에서 오른손까지 이어지는 길을 하나 뚫었다. 너무나 고되고 고통스러운 일이었기에 몸만이 아니라 머리까지 지쳤지만 마지막으로 집중력을 모아 하단전에서 내공을 끌어내 오른손 보냈다. 예전과 다르게 혈맥을 통해 부드럽게 내공이 흘러간다.

내공을 사용하면 인간 이상의 힘을 쓴다고 책에 적혀 있었는데 지금은 생각처럼 거대한 힘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시황은 별 생각 없이 기를 머금고 있는 오른손을 펴 강하게 물을 내리쳤다.

펑!

커다란 소리가 나며 엄청난 양의 물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기본적인 근육으로 쳤을 때와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힘!

“뭐, 뭐야?”

이 결과 보고 시황이 더 놀랬다. 그렇게 많은 양의 내공도 아니고 미량의 내공을 하단전에서 끌어와 오른손에 머금은 것뿐인데 자신이 가진 것에 몇 배에 달하는 힘을 내뿜을 수 있었던 것이다.

“호오, 대단한걸.”

벌서부터 이 힘을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 할지 그려진다. 기초 권법서에 나온 대로 힘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자세와 함께 타격을 가하면 상상을 넘어서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거 같았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시황은 바로 일어나 방에 가서 시험해보려고 했는데 순간 머리가 핑 돌고 다리에 힘이 풀려 탕에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몇 시간을 탕 속에서 지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막힌 혈도를 뚫을 때 엄청난 체력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어찌나 힘이든지 다리가 후들거린다.

“오빠. 있으세요?”

겨우겨우 일어나서 탕 밖으로 나가려는데 고양이가 그러진 핑크색 팬티만 입은 아루가 목욕탕에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방안에서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몇 시간이 지나도록 시황이 오지 않자 걱정돼서 온 것이다. 아니, 사실은 먼저 나오고 10분을 기다려도 안 나오자 다시 목욕탕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시황이 귀찮아 할까봐 차마 가지 못했던 것이다.

“아루야, 좀 부축해 줄래?”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

“오빠!”

아루가 잔뜩 걱정하는 표정을 지으며 시황을 부축했다. 귀여운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흰색의 팬티가 물에 젖어 음모가 살짝 비친다.

“고마워.”

시황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루의 부축을 받아 오피스텔로 돌아갔다.

더 열심히 수련해야 한다.

힘의 실체를 발견하자 시황의 눈이 뜨거운 열정으로 일렁거렸다.

며칠 동안 바쁘게 운동과 독서, 내공을 쌓으면서도 꾸준히 헬스장에 간 시황은 찬미를 관찰했다. 보통 그런 식으로 싸우게 되면 둘 중 하나가 시간대를 옮길 테지만 찬미의 자존심도 꽤나 대단한지 항상 시황과 같은 시간대에 헬스장에 왔다.

찬미의 몸은 완벽하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았다. 172cm라는 엄청난 키는 하이힐을 신지 않고서도 뛰어난 각선미를 자랑했고 한국에 그렇게 많지 않은 B컵이라는 가슴은 훌륭한 볼륨감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도시느낌이 물씬 나는 현대적인 미인상에 긴 생머리까지 갖추고 있었으니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꿈꿀만한 이상형과 상당히 근접해있었다.

“저기요. 여기 처음 오셨어요?”

아름다운 꽃이 있는데 남자들이 가만둘 리가 없었다. 시황은 틈만 나면 찬미를 관찰했는데 볼 때마다 다양한 남자들이 찬미에게 접근했고 어떻게 해서든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지금도 짧은 스포츠머리를 한 건장한 체격의 남자 하나가 찬미에게 접근했는데 이런 일을 하도 많이 겪어서인지 찬미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운동하는데 좀 비켜주실래요?”

찬미가 앉아 자전거를 타는 곳 바로 옆에서 시황은 런닝을 했다. LCD에는 1.5km가 넘었다고 나와 있었지만 계속된 운동으로 체력이 상당히 늘어나다보니 꽤 지치긴 해도 수월하게 뛸 수 있었다.

“헉헉…….”

시황은 거친 숨소리를 내며 계속해서 뛰었지만 정신은 온통 찬미 쪽에 팔려있었다.

“오늘 점심에 시간 되세요?”

아직 오후 12시가 채 되지 않았다.

“저기요. 전 그쪽에 전혀 관심 없거든요? 운동 방해하시지 말고 좀 비켜주실래요?”

여전히 까칠한 음성이다.

“에이, 그러지 마시고 끝나고 같이 점심 먹어요.”

찬미와 일어난 트러블 때문에 약간의 악감정이 있는 시황이었지만 남자가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치근덕거렸다.

“아, 짜증나.”

찬미가 낮게 말하고는 자전거에서 내려 탈의실로 가려고 하자 남자가 찬미의 어깨를 붙잡는다.

“이봐요.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이 모습은 마치 며칠 전에 시황이 찬미에게 했던 짓과 비슷했다.

약간의 분쟁이 일어나자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찬미쪽을 바라본다. 시황도 달리던 런닝머신을 멈추고 숨을 고르면서 찬미를 주시했다.

“그쪽한테 관심 없으니까 쓰레기 같은 손 치우고 꺼지시라고요.”

남자가 찬미를 무섭게 쳐다보며 말했지만 찬미는 전혀 두려움이 없어보였다.

“아! 진짜 빡치게 하네.”

남자가 화가 나는지 트레이닝 상의를 벗어서 바닥에 집어던졌다. 팔뚝과 등에 휘황찬란한 문신이 보이자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며 살짝 눈치를 본다.

하지만 시황은 다른 쪽으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며칠 전에 자신과 일어난 트러블은 고의가 아닌 실수 때문이었다. 그래서 시황은 사과까지 했음에도 심하게 모욕적인 말을 계속해서 듣다보니 욱하는 마음에 찬미랑 싸우게 되었다.

하지만 요 며칠 찬미를 관찰하고 오늘 이 싸움까지 보니 왜 그렇게 찬미가 짜증내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찬미는 분명 이런 식으로 헌팅을 당하거나 남자가 흑심을 품고 접근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 찬미가 느끼기엔 시황이 자신을 몰래 훔쳐보다가 일부러 성추행을 했다고 생각할 여지가 충분했다.

그때 자신이 좀 더 자세히 설명하고 찬미를 이해했더라면 싸우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 욕만 먹으면 욱하는 성질을 버리지 못해 지금 찬미와 싸우는 문신 있는 남자처럼 엄청난 꼴불견을 보이고 말았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구나.”

뜻하지 않은 깨달음이었다. 물론 깨달음을 얻었다고 갑자기 내공이 늘어난다든가 환골탈태를 하는 등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여튼 평소 대학교 내내 친구 하나 없이 폐쇄적으로 살던 시황인만큼 인간관계가 약간 서툴기도 했고 이해심이 조금 많이 부족하기도 했다.

이번 일로 마음을 넓게 쓰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불현듯 깨닫게 된 것이다.

“미친, 너 지금 내가 너 예뻐서 이런다고 착각 하냐?”

남자가 얼마나 크게 소리치는지 헬스장이 울릴 정도다.

찬미의 얼굴은 전에 시황을 봤던 것처럼 남자를 잔뜩 경멸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떻게 한번 꼬셔보려다가 안 되면 꼭 그런 말 하더라?”

남자를 보며 비웃듯이 말한 찬미는 슬쩍 시황도 쳐다봤다.

찬미와 눈이 마주치자 시황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부끄러웠지만 억울하기도 했다. 자신은 절대로 찬미를 꼬시려고 바지를 벗긴 게 절대 아니었다. 그저 실수였을 뿐이다.

“뭐? 이게 여자라고 봐주니까! 확!”

찬미를 때릴 듯이 남자가 손을 들어 올렸지만 찬미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시황이 앞으로 튀어나갈 뻔 했다. 저 남자가 두렵다기 보다는 찬미가 맞을까봐 한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병신.”

찬미가 남자를 노려보며 씹어 먹듯이 말을 하더니 그대로 탈의실로 들어가 버렸다.

“저년이 정말.”

남자는 화가 많이 난 듯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져 있었다.

대충 싸움이 일단락되자 지켜보던 사람들과 헬스장 알바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돌아갔다.

우람한 덩치와 스포츠머리, 그리고 마치 조폭을 연상시키는 문신은 일반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는 순간 위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런 남자와 싸우면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찬미의 패기는 대단하다 못해 경탄이 일어날 정도였다.

“네년, 내가 절대로 가만 안 둔다.”

남자가 여자 탈의실을 뜨거운 눈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시황은 그 모습을 보며 며칠 전 자신이 했던 말이 그대로 떠올라 소름이 돋았다.

“으어……. 제, 제기랄.”

근처에 있는 자전거에 앉은 시황은 LCD에 머리를 박았다. 너무 부끄러워 죽고 싶을 정도였다.

시황과 찬미의 트러블이 실수에서 시작했다면 지금 남자와 찬미의 트러블은 남자의 치근덕거림에서 시작했다. 두 개의 시작은 달랐지만 신기할 정도로 결론이 같았다.

마트나 고객센터에서 큰소리치는 아저씨들을 볼 때마다 정말 꼴불견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3자의 눈으로 보니 자신이 그런 사람과 똑같은 행동을 했던 것이다.

시황은 깊이 반성했다. 앞으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좀 더 넓은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리다.

“뭘 봐! 이새끼들아!”

잔뜩 화가 난 남자가 괜히 주변에 소리를 치더니 자전거와 런닝머신 사이의 창가 쪽에 간다. 그리고는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봉덕이냐? 여자 하나 손 좀 봐야겠다.”

정신이 번쩍 드는 말이었다. 시황이 가만 안두겠다고 말해봤자 그건 그저 자신에게 반하게 만들겠다 식의 가벼운 다짐 같은 거였다. 애초에 시황은 남을 해코지할 정도로 악한 마음의 소유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남자가 말하는 가만 안두겠다는 의미 시황에게 위험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머릿속에서 폭행, 납치, 강간 등 별에 별 생각이 다 떠올랐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 뭔지는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대화를 엿듣고 있다는 것을 내색하지 않는 것!

저 남자가 두려워서 그런 게 아니었다. 예전만 해도 저런 덩치 큰 남자는 물론이고 무리 짓고 있는 고등학생만 봐도 심장이 두근두근 하던 시황이었지만 혈도를 뚫어 인간의 근육을 넘어서는 거대한 힘을 낼 수 있게 되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커다란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힘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이렇게 큰 것이다.

시황은 일부러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으면서 운동하는 척 했다.

============================ 작품 후기 ============================

추천, 선작, 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

여러분! 걱정마십시오! 우리 시황이 제가 사람 만들겠습니다.

아, 그리고 JINIM님 말씀대로 지영의 직업을 치위생사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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