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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시작
[하단전에 쌓인 내공은 혈맥을 통해 사지백해로 흘러간다. 이것은 뼈를 단단하게 만들고 근육을 질기고 탄력 있게 하는 건 물론, 인간이 낼 수 없는 거대한 힘을 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공이나 동공으로 내공을 혈맥에 흐르게 하는 연습을 해야 하며 경지가 오를수록 의지만으로도 자연스럽게 기가 움직일 것이다.]
그 뒤에는 어떻게 내공을 움직여야 하는지 그림을 통해 자세히 써놓았다. 혈도와 혈맥의 위치와 어디로 내공을 움직여야 하는지 꼼꼼하게 살펴본 시황은 바로 도전해보기로 했다.
바닥에 앉아 반가부좌를 틀고 정신을 집중했다. 배꼽아래에 위치한 하단전에서 어떠한 기운이 넘실거리는 게 느껴진다. 강한 의지력으로 그 기운을 제어하며 미리 봐뒀던 핼맥으로 이끈다.
하단전에서 빠져나온 기가 주욱 늘어나며 혈맥으로 이동하나 혈맥 자체가 매우 좁고 혈도가 어떤 막 같은 것으로 막혀 있어 전혀 나아가지 못했다.
내공의 양 자체가 많다면 그냥 뚫어낼 테지만 겨우 하루 모은 미약한 양의 내공은 얇은 막하나 뚫지 못하고 번번이 가로막혀 하단전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몇 번 시도해도 안 되자 시황은 일단 일어나 의자에 앉았다. 비록 혈도에서 막혀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충분한 가능성이 느껴졌다. 내공을 조금 더 쌓는다면 혈도를 뚫어내고 사지백해로 내공을 흐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공간에 음양합일공을 집어넣고 기초 권법서를 꺼냈다.
책에는 설명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대신에 대부분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근육의 움직임과 주먹을 뻗어 타격을 가할 때 어떤 부분에 힘을 줘야하고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단계적으로 자세히 나와 있었다.
처음으로 격투술을 배운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시황도 무술을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때는 귀찮기도 했고, 의지도 없었다. 그거 배울 시간에 인터넷을 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싸움을 해본적도 없고 할생각도 별로 없던 시황은 저번 남자와 싸우면서 크게 다친 이후로 생각이 약간 변했다.
그때 다친 건 전부 자신이 무력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더 이상 여자 하나 지키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당하고 싶지 않았다. 힘을 가지고 싶었다. 언제 어디서든 당당해지고 싶었다.
숨을 가볍게 한번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나 책에서 하라는 대로 자세를 취했다.
왼발이 앞으로 나가면서 몸의 균형을 잡고 허리를 비틀면서 손을 앞으로 뻗는다. 주먹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어색하긴 했지만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몇 번 반복하다 손을 짧게 뻗어 최대의 타격을 내는 자세 등 몇 가지를 연습하다보니 벌써 새벽 2시가 넘었다.
이제 자도 새벽 5시에 일어나야하니 3시간 밖에 못 잔다. 일어날 때 지옥과 같은 고통을 겪을 걸 생각하니 그냥 푹 잘까 하는 유혹이 살짝 생겼다. 마침 강의도 11시에 있어 7시간을 넘게 잘 수가 있었다.
“안 되지, 안 돼.”
고개를 저은 시황은 마음을 다잡고 꼭 5시에 일어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에 간 시황은 아루를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콘즈가 깨워주자 물먹은 솜처럼 몸이 무거웠고 눈은 제대로 떠지지도 않았다. 컨디션이 얼마나 최악인지 근육이 욱신거리면서 고통스러웠다.
시황은 눈을 감은채로 옆 탁자를 더듬어 겨우 찾은 라민차를 들이켰다.
머리가 맑아지고 컨디션이 정상을 찾자 한숨 돌린 시황은 추리닝을 입고 학교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해가 뜨기 전에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오래 달리기를 하니 날이 서서히 밝아졌다.
스탠드 제일 위에 올라간 시황은 반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을 했다.
머릿속으로는 구결을 끊임없이 암송하면서 음양합일공에 적힌 방식대로 숨을 최대한 깊게 들이 마시고 천천히 내쉰다. 코로 들어간 기가 하단전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한참을 기를 들이키다 갑자기 극미량의 내공만 쌓이자 시황은 눈을 뜨고 일어났다. 어느새 해가 떠 운동장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잠깐사이지만 어제 사정을 하고 모은 내공의 반 정도가 더 쌓였다.
학교에 가기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시황은 운동장에 가서 몸이 한계를 느낄 정도로 혹사시켰다. 의도적으로 그런 강도 높은 운동을 했다기보다는 워낙 체력이 약해 조금만 운동해도 금방 지쳐 입에서 단내가 나고 근육이 비명을 질렀던 것이다.
케즈론의 성으로 돌아온 시황은 샤워를 하고 방으로 돌아가자 언제 일어났는지 아루가 잔뜩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더 자지. 벌써 일어났어?”
한국 시간으로 아침 9시가 됐는데 케즈론의 성이 있는 이 행성은 해가 져서 밖이 어둑어둑했다. 하늘에는 달보다 10배 이상 커다란 신비로운 행성이 태양에서 나오는 빛을 가득 반사해 지구의 밤보다 꽤 밝았다. 꽤나 늦은 밤임에도 초저녁 느낌이 물씬 난다.
“주인님.”
시황을 본 아루가 안도와 기쁨이 뒤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제 나간 뒤로 한참을 오지 않아 계속 마음을 졸이고 있었던 탓이다.
“오빠라고 부르라니까.”
“네. 오, 오빠.”
아루에게 다가가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하자 아루의 얼굴이 붉어진다.
“씻고 와. 밥이나 먹자.”
같이 가서 또 씻을까 하다가 방금 씻었는데 또 가긴 뭐해서 아루에게 씻고 오라고 말했다.
아루가 나가자 시황은 타블렛을 꺼내 퀘스트를 확인했다.
[심법서를 읽으세요][완료][경험치 10]
[권법서를 읽으세요][완료][경험치 10]
[윗몸일으키기 30번을 하세요][완료][경험치 15]
[턱걸이 3번을 하세요][완료][경험치 15]
[팔굽혀펴기 20회를 하세요][완료][경험치 20]
[1500m 달리기를 하세요][완료][경험치 30][반복 퀘스트]
[기를 하단전에 모으세요][완료][경험치 80]
[마력 회로를 가슴에 각인하세요][완료][경험치 100]
[섹스로 여자를 만족시키세요][완료][경험치 300]
며칠 전부터 오늘까지 완료한 퀘스트가 쭉 나열됐다. 상당한 양의 퀘스트가 완료 됐지만 얼마 전 지영을 만족시켜 얻은 경험치가 나머지 경험치를 상회했다. 다른 건 아직 입문 수준이지만 여자와의 섹스를 하는 건 입문을 넘어 중급 단계라 그런 듯 했다.
경험치바의 3분의 1정도가 빨갛게 물들었다. 이 기세면 3레벨도 금방 찍을 수 있을 거 같았지만 이제 경험치를 모으려면 노력이 필요한 것들이 대부분이라 오히려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어떤 퀘스트를 해나가야 할지 한 번 훑고 있자 샤워를 다한 아루가 방으로 들어왔다.
아루는 씻기 전에 입고 있던 원피스를 그대로 입고 침실로 왔다. 무릎 위까지 오는 원피스덕분에 아루의 얇고 다리가 잘 드러났다. 조금 말랐다는 느낌이 드러나는 각선미였지만 그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아루야, 옷 갈아입자.”
원피스를 입고 그냥 자버려 옷이 구깃구깃해져 있어 시황은 아루의 옷피스를 벗겨내었다.
새하얀 나신이 드러나자 거뭇한 음모가 제일 먼저 보인다. 위에는 분명 브래지어를 잘 착용하고 있었는데 밑에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았다. 어제 시황이 아루의 음부를 살펴본다고 팬티를 벗긴 뒤에 입지 않고 그대로 있은 듯 했다.
시황이 아루의 브래지어를 벗기자 살짝 부풀어 오른 가슴과 도드라진 유두가 보인다. 이것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시황은 아루의 가슴을 만족할 만큼 만진 뒤에야 흰색 팬티와 반팔 티, 간단한 반바지를 가져와 입혔다.
“밥 먹자.”
“네. 오빠.
식당에 가서 콘즈가 미리 차려놓은 음식을 먹었다. 여기 온지 며칠 돼서인지 이제 아루도 시황의 옆에 앉아 포크로 음식을 이것저것 눈치 보지 않고 잘 먹었다.
침실로 돌아온 시황은 학교 갈 준비를 했는데 시황의 옆에서 아루가 서성거리며 불안한 표정을 다시 지었다.
“나 학교 갔다 올게.”
“저…….”
“응?”
아루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했다. 이전에는 무조건 알겠다고만 하는 수동적인 자세를 취했는데 며칠 지나니 분위기에 적응하면서 약간의 변화가 아루에게 생긴 거 같았다. 시황은 아루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한 눈으로 쳐다봤다.
“저도 따라 가면 안 되겠습니까?”
상당히 의외의 말이었다. 시황은 자기를 따라가고 싶다는 아루의 말에 감동했다.
“미안. 아루야. 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어쩔 수가 없네.”
“네. 알겠습니다. 오빠.”
아루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시황도 생각 같아서는 아루를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학교 수업을 같이 들어가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실망으로 얼굴을 살짝 찌푸리자 이마에 주름이 귀엽게 생겼고 입술이 살짝 삐죽 튀어나왔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시황은 아루에게 다가가 살며시 입술을 맞추자 아루의 입이 살짝 벌어지며 호응을 했고 시황이 혀를 집어넣자 수줍게 그 혀를 자신의 혀로 핥았다. 야동을 보면서 배운 거 같았다.
자연스럽게 시황의 손이 아루의 가슴을 더듬으면서 얇은 티 위로 툭 튀어나온 유두를 잡고 만지작거렸다. 아루와 입을 맞추고 가슴을 만지니 금세 발기를 해버렸지만 시황은 이쯤에서 마무리 짓기로 했다. 생각 같아서는 아루의 입에 정액을 싸서 먹이고 싶었지만 이젠 내공을 모아야하니 마음대로 정액을 낭비할 수가 없었다.
흥분을 가라앉힌 시황은 아루가 저런 말을 한 이유가 이 성에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니 심심해서 그런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
“네. 오빠.”
문을 소환해 방으로 간 시황은 컴퓨터에 저장해둔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타블렛에 넣고는 다시 침실로 돌아갔다.
“아루야, 나 올 때까지 이거 보고 있어.”
시황은 라푼젤을 포함한 다양한 영상물을 어떻게 재생하는지 가르쳐 주자 아루가 금방 따라한다.
라푼젤이 재생되고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루는 신기한 눈으로 침대에 앉아 타블렛을 응시했다.
아루가 보기에도 불편함이 없도록 전부 더빙판으로 넣었다. 막상 저런 영상을 보여주고 나니 아루에게도 문화랑 배경지식을 가르쳐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중해서 라푼젤을 보는 아루를 가만히 응시하며 생각하던 시황은 아루를 뒤로하고 학교로 향했다.
11시에 시작한 교양 수업이 12시 30분에 끝이 났다. 쉬는 시간 없이 연강을 해서 20분 일찍 마친 것이다.
1시에 있는 수업까지 약간 시간이 남았음에도 시황의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오늘 은지에게 영화를 보러 가자고 얘기할 생각이었다.
이틀 전 화요일이 타이밍이었는데 그 기회를 놓치고 오늘 얘기하려니 어제 그 은지의 경계하던 표정이 생각났다. 설마 거절당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가득 생겼지만 물러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시황은 빈 강의실에서 은지에게 어떤 식으로 말을 건넬지 노트에 적다가 오줌이 마렵기도 하고 슬슬 시간도 다돼가서 노트와 가방을 챙겨 화장실에 갔다.
오줌을 눈 뒤에 손을 씻으면서 거울을 보자 이전보다 살짝 얼굴에 살이 붙은 게 보였다. 그래봐야 아직 많이 마르긴 했지만 운동 열심히 하고 밥을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먹어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살이 붙었다는 게 중요했다.
얼굴을 살피던 시황은 입술을 벌려 이를 봤다. 누런 앞니가 유난히 튀어나와 아랫니와 딱 맞물리지가 않았다.
“이걸 넣어야 하는데.”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이를 넣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바로 할 수가 없었다.
친구도 없고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건 맞지만 지금 은지와, 민영, 효주와 한조가 되어 팀플을 하고 있었다. 어제까지 안 그랬는데 하루, 이틀 만에 갑자기 이가 들어간 상태로 나타나면 의심을 받을 테고 자신은 상당히 곤란해질 게 분명했다.
지금까지 교정을 안 한 이유도 이거 때문이긴 했지만 그때는 그냥 ‘조금 이상할라나? 좀 있다 할까?’ 수준의 간단한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제의 일을 겪고 나서 간단한 일이라도 조금 더 생각을 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크게 얻었다.
그래서 시황은 시험기간을 노리고 있었다. 화요일에 영어회화 시험을 치면 목요일은 휴강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목요일에 수술을 한다고 말하고 난 뒤에 한 주 조금 넘게 쉬고 학교에 온다면 나름 수긍할만한 기간이 될 것이다.
생각을 다시 정리한 시황은 화장실을 나와 203 강의실로 갔다.
자리를 확인하자 은지만 앉아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 시황은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걸 느꼈다. 민영이랑 효주가 있든 없든 말할 생각이었지만 그들이 없는 게 부담도 덜하고 뒷말도 없을 거 같았다.
“안녕.”
“안녕하세요.”
시황은 자리에 앉으며 인사하는 은지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지만 별다른 기색은 없었다.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시황은 무척 궁금했지만 은지의 표정으로는 도무지 알 길이 없어 일단은 생각해온 대로 얘기를 이끌어 나가기로 했다.
“은지도 다음 주에 시험 다 치지?”
“네. 그래서 지금 책보는 중이에요.”
은지의 책상에는 시황이 작년에 들었던 3학년 전공서적이 펼쳐져 있었다.
“언제 시험 끝나?”
“전 금요일까지 쳐요.”
무난한 시험 얘기부터 시작했다.
“오래 치네. 난 목요일이면 다 끝나는데.”
“아, 그렇군요.”
미리 정보를 뿌린다.
“그래도 시험이 다음 주라 다행이야. 다음 주 목요일에 수술하기로 한 걸 시험 기간을 생각 못하고 정했거든. 목요일에 시험이 끝나서 다행이지 수요일이라도 예약 잡았으면 몇 주 뒤로 연기할 뻔 했다니까.”
준비해온 대로 이야기를 풀었는데 은지가 자연스럽게 느꼈을지 살짝 걱정됐다.
“수술이요? 무슨 수술이요?”
시황이 갑자기 수술을 한다고 하자 은지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교정 수술. 다음 주 목요일에 수술하고 대충 일주일만 쉬면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낫는다고 하더라구.”
“아……. 교정.”
은지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말인데.”
“네?”
“이번 주 일요일에 만나서 저녁 같이 먹을래? 내가 전에 너무 얻어먹기만 해서 미안하네.”
“죄송해요. 월요일부터 시험이라 일요일에 아는 사람이랑 학교 도서관에 가기로 했거든요.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요.”
여기까지는 예상한 스토리대로다. 당장 다음 주에 시험인데 시황처럼 학점을 어떻게 받든 졸업만 하려는 사람이 아닌 이상 공부를 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역시 일요일은 바쁘구나. 그러면 다다음주 일요일은 어때? 그때쯤이면 나도 다 나아서 밥을 먹을 수 있거든.”
이게 승부수였다. 보통 한 번은 어떤 변명을 대며 거절해도 두 번은 거절하기 어려운 법이다. 물론 정말 싫으면 두 번 다 거절하겠지만.
시황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제발이라고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소리쳤다.
“알겠어요. 그때는 괜찮아요.”
“하하. 다행이네.”
약간 고민을 하던 은지가 수락을 하자 시황은 마음속으로는 상당히 기뻤지만 평범한 일인 양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불안요소는 많았다. 약속이 갑자기 취소되는 게 그 첫 번째였고 정말 밥만 먹고 헤어 진 뒤에 어영부영 그저 아는 얼굴 정도로만 끝나는 게 두 번째였다.
이다음 기회가 생길 수 있는 발판을 또다시 만들어야했다. 쉽지 않았다.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렸지만 아직까지는 어떻게 해야 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시황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아졌다. 옛날 같았으면 이런 용기를 가지고 여자에게 밥을 먹자고 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했을 것이다. 이런 용기와 일을 추진할 자신감만 있다면 26년의 모태솔로 생활은 끝나는 것과 다름없었다.
얼굴이 못생긴 게 약점이긴 했지만 엘프 주 탕 덕분에 몸과 얼굴이 점점 하얘지고 있었고 메마른 대지에 단비가 내리듯 깡마른 몸에 살이 약간씩 붙어나갔다. 사소한 변화들이라 아무도 눈치를 못 채고 있었지만 분명한 변화였다. 여기에 교정까지 하고 나면 어떤 식으로 자신이 변할지 스스로가 궁금할 지경이었다.
유산을 받은 지 일주일.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시황이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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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만큼 노력해서 연참을 해보도록 할게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