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24화 (24/629)

0024 ------------------------------------------------------

변화의 시작

“으으…….”

콘즈가 5시에 깨워주자 시황은 신음을 흘리며 자연스럽게 자고 있는 아루의 가슴을 만졌다. 어제 일찍 잔다고 일찍 잤는데 겨우 5시간 밖에 못 잤다.

침대에 누운 채로 한참을 아루의 가슴을 쥐고 있다가 억지로 꾸역꾸역 일어났다. 당장이라도 침대에 다시 들어가서 자고 싶었지만 정말 겨우겨우 참아내었다.

침대 옆 탁자에 미리 타놓은 라민차를 가져와 병뚜껑을 열고 바로 들이켰다. 미지근한 차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자 얼마 자지 못해 뻑뻑하고 욱신거리는 눈이 개운해지고 찌뿌둥한 몸에서 활력이 가득 피어났다.

“으, 살겠다.”

라민차만 마시면 몸 컨디션이 최상이 되는데 이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새벽 5시에 눈을 뜬다는 거 자체가 시황에게는 미칠 듯한 고역인 것이다.

시황은 잠을 자고 있는 아루에게 입을 맞추고는 문을 소환해 자신의 고시원으로 갔다. 성에 있다가 고시원에 올 때마다 이런데서 어떻게 살았나 싶었다.

추리닝을 꺼내 입고 가방을 멘 뒤에 고시원을 나섰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5시 15분경이라 가로등 불빛만이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돌아다니는 할아버지나 아줌마들 몇몇이 있긴 했지만 거리는 차가운 공기와 함께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학교 운동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시황은 해가 몇 시에 뜰지는 몰랐지만 아직 약간 여유가 있는 거 같아 가방을 내려놓고 바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오래 달리기는 지구력과 심폐기능을 키우기에 매우 좋은 운동이었고 1500m 달리기는 반복 퀘스트라 매일 경험치를 주었다.

이틀이나 쉬기는 했지만 의외로 이전보다 체력이 붙고 지구력이 강해져서인지 훨씬 더 오래 뛸 수 있었다. 처음 달릴 때만해도 운동장 4바퀴에서 5바퀴 정도 뛰면 심장이 터질 것 같고 호흡은 미칠 듯이 가빠져 입에서 단내가 났는데 지금은 5바퀴가 넘었는데도 아직 더 뛸만한 힘이 남아 있었다.

7바퀴쯤 되자 도저히 못 뛸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참고 견디고 또 견뎌서 겨우겨우 8바퀴까지 돌았다.

“헉헉…….”

쓰러지듯이 운동장에 드러누운 시황은 흐르는 땀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거친 숨만 계속해서 내쉬었다.

약간 진정이 되자 안 움직이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가방이 있는 곳에 가서 라민차를 마셨다.

“휴, 살 거 같다.”

라민차의 효과는 마실 때마다 감탄이 나왔다. 피곤할 때나 힘들 때 언제 마셔도 한방에 활력이 샘솟았다.

타블렛을 꺼내 퀘스트를 확인했다.

[1500m 달리기를 하세요][완료][경험치 30][반복 퀘스트]

처음으로 1500m를 완주해 경험치를 받았다. 2000m, 3000m 등 달리면 달릴수록 경험치를 더 많이 줬기 때문에 일단 1500m부터 익숙해진 뒤에 도전해볼 생각이었다.

어느덧 주변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음양합일공에서 말하는 달이 지고 해가 뜨는 시간이 온 것이다.

시황은 스탠드의 맨 끝에 올라가 반가부좌를 했다. 그리고 눈을 감고는 머릿속으로 구결을 외우며 숨을 최대한 들이켰다. 더 이상 숨을 들이키지 못하자 될 수 있는 한 가장 느린 속도로 숨을 내쉬었다.

몇 분이 지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한참을 반복했다. 처음에는 아무런 느낌조차 없이 그냥 숨만 힘들게 쉰다는 느낌이었는데 어느 순간 찰나였지만 복부에서 무언가 들어찬다는 느낌이 살짝 들다가 사라졌다. 그것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 호흡을 거듭했는데 아무리해도 아까 그 느낌이 나지 않았다.

약간 실망감을 느낀 시황이 눈을 뜨니 이미 해가 떠올라 날이 완전히 밝아져 있었다.

달이 지고 해가 뜨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가 않다. 다른 심법이라면 언제든지 운기조식을 하여 축기를 할 수 있을 터인데 시황이 선택한 음양합일공은 달이 지고 해가 뜨는 시간에만 운기조식이 가능했고 모을 수 있는 내력의 양이 턱없이 부족했다. 즉, 정공(靜功)으로 내력을 일정 이상 모으기란 불가능에 가까웠고 행공을 통해 내력을 충당해야했다.

시계를 보자 벌써 6시가 넘었다. 시황은 바로 돌아가지 않고 팔굽혀 펴기랑 윗몸일으키기, 턱걸이 등 여기서 할 수 있는 운동들을 꼼꼼히 한 뒤에 집으로 향했다.

고시원에 들어오자마자 불조차 켜지 않고 바로 문을 소환해 케즈론의 성으로 갔다. 침실에 가니 아직까지 아루가 자고 있어 아루의 음부나 만질까 하다가 땀을 잔뜩 흘려 몸이 끈적끈적한데다 땀 냄새가 났기 때문에 바로 목욕탕에 가서 샤워를 했다.

침실로 돌아간 시황은 아루를 깨웠다.

“아……. 주인님, 일어나셨어요?”

비몽사몽 표정을 짓던 아루가 시황을 보자 정신이 번쩍 든듯 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거 줄 테니까 마셔.”

시황은 아루에게 라민차를 입에 담고는 입으로 넘겨주었다. 그냥 차만 넘겨준 게 아니라 혀를 움직여 아루의 혀나 치아와 입술을 핥기도 했다.

아루는 불쾌하거나 기분 나쁜 기색 없이 바로 꿀꺽거리며 시황이 입으로 넣어준 라민차를 다 마셨다.

“기운이 좀 나지?”

“네. 주인님,”

아루는 시황을 대단하다는 듯 쳐다보며 말했다. 물 때문에 기운이 난 게 아니라 시황이 입으로 줬기 때문에 힘이 난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황은 타블렛을 꺼내 아루에게 주고 작동법을 가르쳐 주었다. 학교 간 동안 심심해 할 거 같기도 했고 섹스에 대해 아직 배울 게 많기도 했다.

“대충 알겠어? 한 번 해봐.”

“네.”

시황의 말에 아루는 오른쪽 상단에 있는 전원 버튼을 꾹 눌러 화면이 뜨자 잠금해제를 하고 왼쪽 첫 번째 네모난 걸 누른 뒤에 아무 그림이나 눌렀다. 그러자 소리가 나오면서 남자와 여자가 뒤엉켜 서로의 성기를 핥아주는 장면이 나왔다.

아루의 이해력이 나쁜 편이 아니라 몇 번 가르쳐 주자 동영상을 트는 방법을 쉽게 익혔다.

학교 갈 시간이 되자 시황은 아공간에서 스킨과 로션을 꺼내 얼굴에 발랐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은은한 향기가 풍겼는데 처음 맡아보는 낯설기 그지없는 향기라 묘한 신비로움이 느껴졌다.

이 화장품을 받고 며칠 써봤는데 처음엔 그냥 평범한 화장품과 같았다. 향이 좀 다르고 느낌이 좋을 뿐 별다를 게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3일쯤 지나자 서서히 효과가 나타났다.

시황은 이마하고 볼에 여드름 때문에 흉이 약간 있었는데 2레벨의 유산으로 받은 이 화장품을 바르자 그 흉이 조금씩이지만 확연히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대충 며칠 뒤에 효과가 보이고 느낌이 어떤지 알아낸 시황은 슬슬 이 화장품을 팔기로 마음을 먹었다.

“갔다 올 테니까 그거 보면서 쉬고 있어.”

“알겠습니다. 주인님.”

학교에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은 시황은 아루에게 한참동안 입을 맞추면서 가슴을 문지르고는 학교에 갔다.

여자 노예가 있다는 건 정말 대단했다. 보통 여자라면 컨디션이나 기분에 따라서 가슴을 만지기만 해도 짜증내고 화내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걸 인터넷에서 봤는데 아루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가슴을 만져도 음부의 냄새를 맡아도 불쾌해하거나 싫어하지 않았다.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했다. 시황은 학교 성적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유산 받기 전에도 그랬는데 받은 후에는 그냥 대충 학점이나 받고 졸업이나 빨리 했으면 싶었다.

1시에 수업이 다 끝나자 바로 어제 그 부동산에 가서 계약을 했다.

보증금과 월세, 중계수수료까지 한 번에 내고 나자 1800여만 원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돈 쓰는 건 참으로 순식간이었다.

계약한 오피스텔에 가서 받은 열쇠로 디지털 도어락을 열고 들어가자 진짜 내 집이 되었다는 실감이 되었다. 물론 보증금을 넣은 월세이긴 했지만 말이다.

고시원으로 돌아간 시황은 오피스텔로 가져갈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공 서적과 컴퓨터 말고는 가져갈게 없었다. 책상이나 침대는 원래 고시원에 있었던 건데다 TV는 없었고 냉장고도 없었다.

문을 소환해 야동을 보고 있는 아루를 불러 전공 서적과 옷, 신발 등을 함께 옮겼다. 물건이 별로 없어 옮기는 건 금방이었다.

그리고 다시 오피스텔로 가서 문을 소환한 다음에 물건들을 옮겼는데 16평이나 되는 오피스텔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드럼 세탁기나, 싱크대, 붙박이장, 냉장고, 에어컨 같은 건 기본적으로 구비되어 있었지만 TV나 침대 같은 건 없어 직접 돈을 주고 사야했다.

침대 같은 건 케즈론의 성에 엄청 나게 많은데다 고급스러운 게 마음에 들어 가져오고는 싶어도 아루와 2층까지 옮길 자신이 없었다.

침대에 TV는 물론 자잘한 생활 용품을 다 사야하니 하니 돈이 엄청나게 들 게 뻔했고 이대로라면 남은 1800만원도 금방 다 사라질 거 같았다. 한시라도 화장품을 팔아 돈을 벌어야 했다.

“아루야, 오늘부터 여기서 살 거야.”

“아……. 네. 주인님.”

아루는 별다른 말없이 대답을 했지만 처음 보는 집 구성과 인테리어에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이리저리 둘러봤다. 확실히 어설프게 아는 것보다 아예 아무것도 모르니 이런 급격한 환경 변화에도 별 거부감 없이 잘 받아들이는 듯 했다.

“이쪽으로 와봐.”

시황은 거실에 나 있는 넓고 커다란 창문으로 아루를 데리고 갔다. 창문 밖으로 시황이 살고 있는 도시의 전경이 펼쳐졌다. 거대한 아파트들과 마트, 대학교, 도로까지 한 눈 들어온다.

“이, 이게…….”

이건 충격이 조금 있었는지 아루는 너무나 놀라운 광경에 입을 벌리고 쳐다보더니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창문에 가까이 다가가다 살짝 부딪혔다.

“괜찮아?”

“괘, 괜찮습니다.”

아루는 약간 당황한 거 같았다. 그럴만한 게 아무리 아무것도 모른다 해도 19년 동안 허름하고 낡은 흙으로 쌓은 집과 농장 등을 봐오다가 갑자기 수십 미터짜리 건물과 사람도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저절로 움직이는 문명을 본다면 그 누구나 충격을 받을 것이다.

“여기가 내가 사는 곳이야.”

“주인님이 사는 곳…….”

“놀랐어?”

“아닙니다. 그냥 조금 신기해서 봤습니다.”

아루는 눈을 떼지 못하고 창밖을 쳐다봤다.

“나가자. 가서 침대도 사야하고 너 머리도 깎고 해야 하니까.”

“네.”

아루는 아침에 야동을 보던 그 복장인지라 애액으로 젖었다 말라 얼룩이 진 팬티만 달랑 하나 입고 있었다. 그렇게 입고도 시황이 나가자니까 따라 나가려고 했다.

“옷은 입어야지. 그리고 앞으로 주인님이라 하지 말고 오빠라고 불러 알겠지?”

“제가 감히 어떻게 주인님을…….”

아루는 갑자기 겁이라도 집어 먹은 거 같았다.

“오빠라고 해봐, 오빠.”

“그게…….”

“오빠.”

“오, 오…….”

아루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오빠!”

“오, 오빠.”

시황의 말에 아루는 안절부절 못하다 겨우 입을 열어 대답했다.

“그래. 그렇게. 앞으로 주인님이라 하지 말고 오빠라고 해야 된다.”

“네, 주, 아니, 오, 오빠.”

“잘한다. 우리 아루.”

시황은 아루의 팬티를 벗기고는 어제 산 다른 팬티와 브래지어 그리고 평범한 티와 바지를 입혔다. 시황이 고른 만큼 디자인도 별로고 사이즈도 약간 안 맞았지만 아루의 얼굴로 모든 걸 다 극복해 내었다. 오히려 얼굴이 예쁘니 일부러 이렇게 입은 느낌까지 났다.

“아, 맞다! 약 주는 걸 깜빡했네.”

그대로 아루의 손을 잡고 나갈 뻔 하다 아루가 아직 한국어를 못한다는 생각이 떠올라 아공간에서 언어 습득용 알약을 꺼내어 아루에게 주었다.

“이거 먹어.”

“네. 오, 오빠.”

알약을 받아든 아루는 바로 입에 집어넣어 삼켰고 시황은 한국어를 생각했다.

두뇌에 언어를 직접적으로 주입할 때 약간의 고통이 있었는데 지금 아루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 게 그 고통 때문인 듯 했다.

“아루야,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시황이 한국어로 묻자 아루가 한국어로 대답했다. 아루 본인은 의식을 못했지만 악센트와 발음이 완벽한 한국인의 그것이었다. 그 누구도 아루가 다른 나라 사람이라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아루에게 신발을 신기고 손을 잡고는 집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거부터 차, 사람, 건물 모든 게 신기한지 아루는 길을 가면서 여기저기 둘러보느라 눈을 뗄 줄을 몰랐고 지나가는 남자들도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아루의 얼굴에서 눈을 뗄 줄을 몰랐다.

“야, 야, 저기 봐. 진짜 예쁜 애 있다.”

“와, 미친, 진짜 더럽게 예쁘다. 연예인인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