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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18화 (18/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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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UP!

수업을 끝나자마자 빠르게 뛰어서 고시원에 돌아온 시황은 바로 케즈론의 성으로 가는 문을 소환해 들어갔다.

성에는 처음 왔을 때처럼 계단과 난간, 벽에 레벨업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2레벨이 되신 걸 축하해요.”

“고마워. 콘즈야.”

시황은 콘즈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항상 가는 응접실에 가려고 했다.

“앗! 이제 거기에 가실 필요 없어요. 2레벨이 되면서 서재랑 집무실이 개방이 됐거든요. 거기로 가요.”

얼마 전에 시황이 성을 돌아다니면서 방을 체크를 한 적이 있었다. 10개가 넘는 방을 돌아다녔지만 전부 비슷한 인터리어에 비슷한 침실용의 방이라 금방 흥미를 잃었었다.

“서재?”

콘즈가 시황을 데리고 홀을 나갔는데 학교나 거대한 호텔처럼 복도가 이어져 있었다. 사이사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항아리와 조각상, 그림들이 가득했는데 복도가 얼마나 넓은지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실처럼 넓은 공간에 원목으로 된 거대한 책상은 물론이고 방 전체가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서재의 한쪽에는 간단히 차를 마실 수 있는 탁자도 있었다.

시황은 사장들이나 앉을 법한 가죽으로 된 의자에 조심스럽게 엉덩이를 붙였는데 한없이 몸이 편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그 의자는 앉으면 피로와 정신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어요.”

“신기하다.”

책상의 서랍을 막 뒤졌는데 특별한 건 없었다.

“여기 2레벨이 되고 제한이 풀린 물품 리스트에요.”

[현금 2000만원]

[언어 습득용 알약 2정]

[최하급 심법서 1종 선택]

[무공 선택]

[기초 마법서]

[최하급 장신구 2개 선택 가능]

[주름, 잡티 제거 화장품]

[최하급 마법 물품 2개 선택 가능]

[로쉘 행성 워프 게이트 개방]

[질 낮은 포션]

[케즈론의 칩 2레벨로 향상]

[극소부위 외형변경 가능]

[40cm x 30cm 사이즈의 아공간]

[기타 잡다 물품]

[특별 보상품][완전 회복 물약 1정]

“대, 대박이다.”

1레벨 때 받은 것과 비교도 안 되는 리스트였다. 현금 2000만원도 입이 떡 벌어질 엄청난 액수였는데 그 밑에 지구에 존재치 않는 마법서나 마법 물품에 장신구까지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였다.

특히 극소부위 외형변경 가능이라는 항목이 눈에 띄었다. 성형이라도 시켜 주는 건가?

“콘즈야. 극소부위 외형변경 가능은 뭐야?”

“말 그대로에요. 얼굴 중에 원하시는 딱 한부분만 조금 조정이 가능해요. 다만 그 범위가 상당히 좁아 코를 이마에 붙이는 건 불가능해요.”

세상에 어느 놈이 코를 이마에 붙일까?

“그러면 치아가 튀어나온 걸 넣을 수 있어?”

치아 교정은 시황이 가장 염원하는 꿈 중 하나였다.

“그 정도는 가능해요. 그래도 일단 고민해보시고 천천히 선택하세요.”

“알았어. 그럴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무조건 교정을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선택 가능한 장신구하고 무학서, 마법 물품은 직접 고르셔야 해요.”

“어디서?”

짝!

콘즈가 박수를 치자 서재가 변했다. 시황이 앉은 책상은 그대로였는데 서재를 가득채운 책장이 사라지고 명품관에 온 것처럼 수많은 반지, 목걸이들이 전시된 진열대가 나타났다.

“이게 최하급 장신구들이에요.”

잔뜩 기대한 표정으로 일어난 시황은 진열대에 놓인 것들을 훑었다. 그러자 물건마다 설명이 떠오른다.

[코로니아의 금반지. 로쉘 행성 7서클 대마도사가 제작한 금반지. 끼고 있으면 몸의 피곤함을 줄여준다.]

이런 마법적 효과가 포함되어 있는 장신구들이 수백 개가 있었다. 여기서 2개만 골라야 하는데 도대체 뭘 선택해야 될지 감이 안 잡혔다.

“보통 이런 장신구는 여자한테 선물하니까 예쁜 거 위주로 고르는 게 어떨까요?”

콘즈의 말을 듣고 보니 그것도 그런 거 같았다. 효과가 좀 괜찮다 싶은 건 디자인이 심하게 떨어져서 누가 봐도 허접해 보였고 효과가 별로인 건 미적으로 상당히 뛰어났다.

한참을 고심 고심하던 시황은 두 개의 목걸이를 골랐다. 지금 자신이 선물을 줄 여자라고는 지영과 은지뿐이었는데 반지 선물은 왠지 사귀자고 말하는 거 같아서 선택하기 좀 부끄러웠다. 물론 은지에게 목걸이 선물을 하는 것도 부끄럽긴 했지만 반지보다는 나은 거 같았다.

[카린의 목걸이. 드워프가 만든 아름다운 에메랄드 목걸이. 몸에서 나는 악취를 제거해준다.]

[흑진주 목걸이. 인어들의 마을에서만 난다고 알려진 특별한 흑진주로 만들어졌다. 물에 대한 친화력이 소폭 증가한다.]

미적인 부분 위주로 골라서 그런지 부가적으로 붙은 옵션이 좀 별로였다. 악취 제거는 그렇다 쳐도 물에 대한 친화력은 뭘 말하는 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도 선물하는 사람이 일반인이다 보니 눈에 보이는 디자인이 훨씬 중요한데다 지나치게 좋은 옵션은 오히려 큰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커 이런 자잘한 옵션이 낫지 않나 싶었다.

“다 고르셨으면 다음으로 넘어갈게요.”

짝!

콘즈가 손뼉을 치자 다시 방이 변했고 이번엔 수많은 고서적이 책장 가득 꽂혀있었다. 그래서인지 오래된 종이에서 나는 눅눅한 냄새가 방을 가득 채운다.

일단 아무 책이나 뽑았다. 한자 비슷하게 생긴 난생 처음 보는 언어가 적혀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옆에 번역이 떴다.

[음양합일공(陰陽合一功) 달이 지고 해가 뜨는, 음이 물러나고 양이 발하는, 자궁에 정액을 쏘아내는 순간 음양이 합일하여 기가 팽창하고 단전에 내력이 쌓인다.]

설명만 봐도 상당히 끌리는 심법서였다. 섹스를 통해 사정을 하게 되면 음과 양이 합일하면서 기가 증가하고 그게 단전에 쌓이는 듯 했다. 거기다 달이 지고 해가 뜨는 새벽에 정좌를 통해 기를 모을 수도 있는 정공(靜功)과 섹스로 기를 모으는 동공(動功), 모두 가능한 다재다능한 심법이었다.

특히 마음에 든 건 채음보양처럼 여자의 음기를 빼앗아와 자신의 내공을 증진 시키는 게 아니라 음과 양이 합일하면서 발생하는 기를 내공으로 만들다보니 비록 쌓이는 내공의 양은 많지 않았지만 몸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았고 오히려 섹스를 하면 할수록 피부가 뽀얗게 변하는 부가기능까지 있었다.

그런데 단점이 너무 컸다. 다른 심법서가 1의 시간을 투자해 10의 내공을 모은다면 음양합일공은 정좌를 통해 모았을 때는 1의 시간을 투자해 5의 내공을 모을 수 있었고 섹스를 하면 8의 내공을 모을 수 있었다.

비록 효율이 좋지 않았지만 시황은 이 심법이 마음에 들었다. 단순히 섹스를 통해 기를 모을 수 있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음양이 합일한다는 그럴듯한 설명과 정좌를 하고 기를 모으는 자세가 무인의 느낌이 물씬 났기 때문에 크게 마음에 들었다.

“이걸로 할게.”

“다음은 무공서인데 일단 검, 도, 권, 창 등 뭘 배울지 먼저 선택해야 돼요.”

시황이 심법서를 선택하자 콘즈가 바로 말을 이었다.

게임으로 치면 1차 전직 비슷한 느낌인 거 같았다. 시황은 검과 도 사이에서 고민했다. 창이나 활 같은 건 개인적으로 별로 멋이 없는 거 같아 꺼려졌는데 한참을 생각하다 문득 검이나 도를 배워봤자 현실에서는 거의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황이 사는 한국에서는 아주 얇고 작은 사시미칼 같은 게 엄청난 흉기로 취급 받는 곳이었다.

“권으로 할게.”

“여기 있어요.”

시황이 결정하자 콘즈는 주머니에서 책 한권을 꺼내 주었다.

[기초 권법서] 라고 적힌 책이었다.

“이게 끝이야? 막 고르고 그런 거 없어?”

“그건 3레벨이 되셔야 선택할 수 있어요. 2레벨은 그게 다에요. 아, 그리고 이것도 받으세요.”

콘즈는 책을 한 권 더 주었는데 [로쉘 마법학 입문]이라는 제목이었다.

“아직 2레벨이시라 무학서적하고 마법서적은 선택권이 없어요.”

“으윽, 그렇구나.”

아까처럼 고르는 걸 기대했는데 달랑 책만 2권 주고 끝내니 너무 아쉬워 시황은 입맛을 다셨다.

짝!

콘즈가 손뼉을 치자 이번엔 다양한 물건이 가득한 잡화점 느낌이 되어버렸다. 한쪽에는 칼집에 든 검이 수없이 진열되어 있었고 또 다른 한 쪽에는 지갑, 가방 등 패션 아이템이 가득 있었다. 너무 종류가 많아 뭐가 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마법 물품을 2개 고르시면 돼요.”

“아! 마법 물품.”

마법 물품이라는 말에 시황은 돌아다니면서 꼼꼼히 물건을 살폈다.

현실에서 쓸 수 없는 검이나 활 같은 무기류 말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물건을 선택할 생각이었다.

주위의 마나를 흡수해 전기 없이 불이 켜지는 형광등부터 돌을 가볍게 썰어버리는 가위, 허리를 편안하게 해주는 의자까지 현실에 가지고 가면 거대한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한 것들이 수없이 많았다.

그 중에서 시황이 고른 건 깃펜과 숫자가 적힌 팔찌였는데 마법 물품인 만큼 둘 다 평범치는 않았다.

[카론의 깃펜. 마법사 카론이 사랑에 빠진 자신의 아들을 위해 발명한 깃펜. 이 깃펜으로 쓴 글을 읽는 사람은 가벼운 매혹효과에 빠져 글의 내용에 대해 아주 약간의 호감을 가지게 된다.]

[질량의 은팔찌. 디지털 시스템덕분에 팔찌에 있는 숫자를 간단히 조절 할 수 있고 팔찌에 뜬 숫자만큼의 질량이 몸 전체에 발생하게 된다. 참고로 몸 일부분에만 질량을 추가 할 수 있는 고급 팔찌는 899루온에 특별 할인중이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고른 물품들이었다. 저거 있으면 나름 괜찮은데 라는 생각이 드는 물건도 너무 많아 접전에 접전을 걸쳐 겨우 두 가지를 고른 것이다.

질량의 은팔찌는 당연히 운동할 때 쓰려고 고른 거였는데 얼마 전 지영을 구할 때 느꼈던 스스로의 나약함에 대한 비참함과 그 반성으로 고른 거였다. 앞으로 열심히 운동할 생각이다.

그리고 깃펜은 시황이 여자에게 러브레터나 보낼 용도로 산 건 아니었다. 나름 생각해둔 괜찮은 아이템에 부합해 고른 것이다.

“다 골랐어.”

짝!

시황의 말에 콘즈가 손뼉을 쳤고 처음 들어왔던 그 서재로 되돌아 왔다.

“다른 물건들은 다 아공간 안에 집어넣어뒀어요.

콘즈의 말에 의자에 앉은 시황은 아공간에 손을 집어넣었는데 그 과정은 특별한 게 아니라 그저 아공간을 쓰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일어났다. 손을 집어넣자 불투명한 공간이 일반 가방 크기 확장 되어 있었고 리스트에 적혀 있는 물품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대충 확인한 시황은 아까 선택한 물품과 책을 훑어보았다.

거실처럼 넓은 서재에서 값비싼 원목으로 만들었는지 보기만 해도 고급스러운 책상에 책을 펴놓고 있자 시황도 꽤나 기품 있어보였다. 좁고 낡은 고시원에서 쭈그려 앉아 컴퓨터를 하는 시황과 같은 사람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시황님.”

“응?”

“2레벨도 되셨는데 노예 하나 구해야 되지 않을까요?”

“노예? 무슨 노예?”

콘즈니까 이정도로 말했지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무슨 미친 소리냐고 했을 것이다.

“리스트에도 적혀 있지만 시황님께서 2레벨로 올라감과 동시에 로쉘 행성으로 가는 게이트가 개방됐거든요. 거기 가시면 간단히 노예를 구입해 올 수 있어요.”

“난 딱히 노예가 필요 없는데?”

“퀘스트에 노예 구입하는 것도 있는데다 일단 하나 구입하시면 성노예로 쓰셔도 되고 아니면 기타 잡일 하시는데 쓰셔도 괜찮아요. 빨래랑 청소 하는 거 귀찮으시잖아요.”

“그, 그런가?”

콘즈의 말은 그럴싸했다. 성노예로 써도 좋다는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긴 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고민해본 결과 있으면 좋다가 아니라 꼭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으로 내 마음대로 권리를 행사할 여자 노예가 생긴다는 건 남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로망 아니겠는가?

“사러 가실 건가요?”

“어, 어험. 어떻게 사는데?”

약간 부끄러워 시황은 괜히 헛기침을 했다.

짝!

콘즈가 손뼉을 치자 로쉘 행성으로 가는 게이트가 서재 구석에 생겨났다. 콘즈는 관리자라고 하더니 손뼉 하나로 모든 것이 컨트롤 가능한 듯 했다.

============================ 작품 후기 ============================

붓에서 깃펜으로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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