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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우주적 행운아
시황은 머리를 한 번 흔들고는 포털 사이트의 메인에 있는 아무 여자 사진이나 눌렀다. 처음 보는 여자 옷 사이트로 접속 되면서 늘씬한 모델이 검은색 코트를 입고 있는 사진이 뜸과 동시에 아까처럼 프로필이 그 옆에 적혀 있었다.
[가슴 사이즈 : 70B]
[섹스 횟수 : 320회]
다른 것 보다 시황도 남자인지라 가슴 크기와 섹스를 얼마나 했는지 눈에 들어왔다. 섹스 횟수가 무려 320회. 이렇다는 말은 1년 동안 거의 안 쉬고 섹스를 했거나 몇 년 동안 틈틈이 섹스를 했다는 말이었다.
“320번이라니……. 난 한 번도 안 해봤는데 부럽다. 나도 저런 예쁜 여자랑 섹스하면 얼마나 좋을까.”
방금 전까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 까무러칠 듯이 놀랐지만 금방 재미가 들려서 다른 연예인들의 사진을 찾아보았다.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연예인들의 성생활을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시황에게 상당한 흥분감으로 다가왔다.
시황은 나이 든 연예인 보다 어린 연예인 위주로 찾아봤는데 한참을 보다보니 대충 나이에 따른 섹스 여부가 지도처럼 그려졌다. 10대 여자 아이돌과 연예인의 대다수는 처녀였지만 20대가 넘어가면서 그 비율이 상당히 줄기 시작하더니 25세가 넘어가자 처녀인 연예인은 희박할 정도로 없어졌다. 거기다 한 번도 연애를 한 적이 없다던 아이돌이 섹스 횟수가 200회가 넘는 경우 있었다.
여자 연예인들의 섹스 횟수를 보는 것만으로 숨이 거칠어지고 흥분한 시황은 잔뜩 발기해버렸다. 여자 경험이 없다보니 이런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흥분됐기 때문이다.
“학교 가지 말까.”
여자 연예인 사진 계속 찾아보던 시황은 문득 학교 갈 시간이 다됐다는 걸 깨달았다. 샤워하긴 늦었고 대충 세수만 하고 가면 강의 시간에 늦지는 않을 듯 했지만 너무 가기 싫어 죽을 거 같았다.
“딱 오늘까지만 쉬고 내일부터는 진짜 열심히 수업가자.”
약간 고민을 하던 시황은 15시간이상 빠지면 시험을 아무리 잘 쳐도 F라는 걸 알았고 15시간이 되려면 몇 번 더 빠져야 했다는 걸 항상 체크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까지 쉬어도 별 무리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학점은 망한지 오래였기 때문에 그냥 F만 안 받으면 된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이럴 거면 F 받든 말든 상관 없냐고 말 할 수도 있지만 시황이 아무리 성적을 포기했어도 졸업 학점을 못 채워 한 학기 더 다니기는 죽기보다 싫어 F는 받지 않을 만큼 학교에 출석은 했다.
웅웅
한참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처음 보는 전화번호가 떴지만 별 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강시황님 맞으시죠?”
“네. 맞는데요.”
“조금 있다 택배 배달 갈 건데 집이세요?”
“택배요?”
뜬금없는 택배라는 말에 부모님이 먹을 거라도 보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 한 5분 뒤에 도착합니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5분도 채 안돼서 택배가 왔고 시황은 박스를 받았다. 부모님이 보냈나 싶어 보낸 이를 봤지만 거긴 아무것도 적혀져 있지 않고 받는 사람만 적혀 있었다.
“이런 택배도 있나?”
받는 사람 부분에 확실히 자기 이름이 써져있어 별 의심 없이 택배 포장지를 뜯었다.
“으악!”
시황은 박스 안에 타블렛과 라민차라고 적힌 박스가 담겨져 있자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어제 밤 꿈에서 나왔다고 생각했던 그 물건들이 현실임에 틀림없는 자신의 공간에 배달되어 온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꿈일까? 아니면 진짜 내가 미치기라도 한 걸까?”
믿을 수 없는 현실 때문인지 잔뜩 힘 빠진 목소리였다.
혹시나 싶어 타블렛을 켜보자 어제와 같이 퀘스트라는 아이콘이 있었다.
“꿈이 아니었구나.”
이제야 현실감이 되돌아오면서 어제 그 일이 단순한 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정말 내가 케즈론인가 뭔가 하는 골드 드래곤의 유산을 받은 걸까?”
시황은 중얼거리면서 라민차 박스를 뜯어 찻잎 몇 개를 씻어둔 컵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고시원 1층에 있는 부엌으로 가서 물을 끓였다.
이 차를 마셔보고 어제처럼 그런 활력이 샘솟는다면 이 모든 게 현실인 걸 인정하기로 했다. 아니, 인정하는 게 아니라 제발 현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드래곤의 유산이라니? 콘즈의 말에 따르면 로또 당첨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가치라고 했는데 이런 행운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도 이제 인생 좀 펴보자.”
이미 90% 이상은 이게 현실이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 지금 마시는 이 차는 그 느낌을 완벽한 현실로 만들어 줄 중요한 증거였다.
“어맛!”
갑자기 뒤에서 어떤 여자가 깜짝 놀라는 소리를 냈다.
시황도 놀라서 슬쩍 뒤를 쳐다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편한 밤색의 추리닝을 입고 머리를 대충 머리끈으로 묶은 여자가 시황을 약간 경계하는 눈으로 쳐다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여자 옆에 떠오른 프로필에 섹스 횟수가 100여 번 정도라는 걸 캐치해 낼 수 있었다.
시황은 자기 빼고 전부 섹스를 하고 사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조그맣게 한숨이 나왔다. 정말 미치도록 여자랑 섹스를 하고 싶었다.
보통 고시원은 층으로 남, 여 구역이 정해지고 부엌은 공용으로 쓰기 때문에 간간이 여자와 마주칠 때가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시황이 모르는 여자에게 친한 척을 할 용기나 입주변이 없었기 때문에 순식간에 관심을 끊고 가져온 컵에 다 끓은 물을 조심스럽게 부었다.
잎이 뜨거운 물에 젖어드는 순간 감미로운 냄새가 퍼져나왔다. 단순히 향기만 맡았는데도 몸과 머리가 청량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 어디서 이런 향기가 나는 거지?”
방금 들어온 여자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렇다. 냄새가 아니라 향기라는 표현이 적절했다. 그것도 향수에서 나는 자극적인 냄새가 아니라 꽃에서 나는 것 같은 은은한 냄새였다.
“큭큭. 진짜다. 진짜야.”
코로 향기를 맡기만 해도 온몸에서 기운이 생겨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자 시황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억누르고 컵을 가지고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저기요.”
“네?”
그런데 방금 부엌에 들어올 때 처음 얼굴을 본 여자가 말을 걸었다.
“그거 뭐에요? 방향제에요?”
“아, 그게, 그냥 차요.”
갑자기 여자가 말을 걸자 당황한 시황은 약간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어디서 샀어요? 향기 좋네요.”
여자가 가까이 다가오자 시황은 움찔하면서 살짝 뒤로 물러섰다.
“아는 사람한테서 받았어요.”
“그러면 어디 제품인지만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너무 마음에 드는 향기라서요.”
시황은 당황했다. 어제 콘즈가 설명해준 게 잘 기억도 안 나는 걸 넘어서 그게 기억나서 얘기해봤자 믿지도 않을 거고 바보 취급당할 게 뻔했다.
“아는 분이 취미로 하시는 거라 파는 게 아니에요. 죄송해요.”
시황은 식은땀이 나는 느낌이었다. 난생 처음 만나는 여자한테 이 귀중하고 소중한 차를 넘겨줄 수는 없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겠네요.”
여자는 안타깝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너무나 탐나는데 차의 정체를 알지 못해 안달이 난듯했다.
시황은 이 차를 주고 한 번 인연을 만들어 볼까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그러기엔 차가 너무 아까웠다. 자신이 50년은 일해야 마실 수 있다는 차를 가능성만 믿고 투자를 하기 꺼려진데다 솔직히 여자가 그렇게 예쁘지 않았고 처녀도 아니었다.
다만 여자가 좀 가까이 접근해서인지 달콤한 냄새가 났고 그 덕분에 성기가 약간 부풀어 올랐다.
“네.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
“아…….”
여전히 아깝다는 듯 쳐다보는 여자를 뒤로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만약 여자가 조금만 더 예쁜데다 처녀였다면 당장에 차를 나눠 준다고 했을지도 몰랐다. 여자와 대화를 해본 일이 없다보니 면역이 약한 게 문제였다.
============================ 작품 후기 ============================
내일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