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9 Grand festival =========================
깊은 밤, 세인트 메리 대로 공사장, 사람 몇 명이 기반공사가 완료된 지점과, 공사 중인 지점 근처에 뭔가를 몰래 설치하기 시작한다. 비슷한 시간에, 이전에 잭이 날려버렸던 건물에서도 사람들 몇 명이 몰래 들어가서 뭔가를 설치하고 있었다.
"설치했습니다. 오징어씨. ...예, 알겠습니다."
전화기에 대고 한 남자가 말하고. 그들은 짐을 정리하고 금방 사라졌다.
그리고, 그 날 밤. 간만에 자신의 아버지 집에 놀러가서 하루 자기로 한 소피아는 몰래 아버지의 음식에 약을 타고, 실신하게 만든 다음 두 사람을 자기 집 지하에 옮겨왔다.
"... 아빠, 미안해요. 어쩔 수가 없어요."
소피아는 쓰러져 묶여있는 자신의 아버지를 보면서 고개를 숙였다. 잭이 그걸 보면서 소피아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 너한테 화를 내고 싶어. 근데, 그럴 수도 없는게. 내 목숨이 걸린 일인걸."
소피아가 그렇게 말하면서 쓰러져 있는 아버지의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었다. 그 후, 심호흡을 한 소피아가 잭을 바라봤다.
"이 악물어. 딱 한 대만 때리게."
그리고, 잭의 뺨을 향해서 전력으로 후려갈겨지는 싸대기. 대번에 입 속이 터져서 가느다랗게 핏줄기가 흘러나오고, 잭의 몸이 휘청거린다.
"... 미안해, 소피아."
"알면 다음부터는 미리 말해. 하루 전? 6개월이나 시간이 있었는데? 너무하잖아! 먼저 알고 있었으면, 분명히 더 나은 방법이... 후우."
소피아의 눈이 시뻘겋게 부은 잭의 뺨과 흘러나오는 피에 닿는다.
소피아는 다가가서 그 뺨을 한 번 어루만지고 그를 끌어안았다.
"아파?"
"... 괜찮아. 미안해."
바니와의 약속이 이행되는 날이 곧 다가온다. 잭의 준비는 끝났다. 잭은 시계를 바라봤다. 약간만 시간이 더 지나면. 바니가 말했던 그 날이다. 자정이 되기까지 앞으로 5분 정도 남았다.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뉴스를 켜 놓고 상황을 지켜보던 잭과 레이첼, 소피아는 지직거며 암전하는 화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 저건 뭐야."
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티비에 방송되고 있던 경기화면이 바뀌고. 화면 안에 목에 밧줄을 감고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나타난다. 행맨, 그의 등장과 동시에 티비에서는 묵직하게 울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 그가 말한다. 오늘, 이 순간을 기점으로 매 두시간 마다 한 명의 종교인이 죽게 될 것이니.
그 말과 함께 그의 옆에 누군가가 묶인채로 끌려온다.
- 그가 소개한다. 이 남자는 토마스 주교, 거짓된 믿음으로 혹세무민을 하고, 세상의 사람들을 우롱했지.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시계가 자정을 가리켰고, 행맨이 권총으로 옆에 있던 토마스 주교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 그가 말한다. 거짓된 믿음을 전파하던 이 자는 죽었다. 이후로 2시간마다 1명씩, 거짓 종교를 전파하는 사이한 자들이 하나씩 죽을 것이다.
벌써 시작하는거냐. 혼자 자기 맘대로 시작하는게 어디있냐! 준비, 땅. 하면 시작해야 할 것 아니야. 잭은 그걸 바라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티비를 보고 있던 소피아가 멍한 표정으로 잭을 본다.
"... 행맨 저 미친놈. 종교인 12명을 죽인다니. 경찰들이 나중에 욕먹기 싫어서라도 눈에 불을 켜겠네."
저걸 쌩까버리면 나중에 여론이 난리가 날 거다. 아니, 이미 주교가 죽은 것 만으로도 사태는 심각하겠지.
아침이 밝았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낸 레이첼과 소피아는 약간 피곤한 모습으로 여기 저기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최대한 조직의 피해를 줄이려는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켜진 상태던 티비의 아침 방송에는... 스프링힐드 잭이 등장했다.
- 좋은 아침이오. 신사 숙녀 여러분. 사정이 있어서 본인의 이름을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는 것을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오. 스프링힐드 잭이라는 이름으로 만족해주시면 좋겠소.
그렇게 말하면서, 화면에 나온 그는 클래식 음악 반주와 함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 본인이 이전부터 로고스 시티에 마음에 들지 않아하던 건물이 하나 있소.
그렇게 말하면서 그가 박수를 한 번 치자, 그의 뒷 배경으로 건물 하나가 떠올랐다.
"로고스 시 법원이잖아."
레이첼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설마하는 표정을 지었고.
- 우매한 아랫것들이 어찌 감히 평등과 정의를 논하고, 고귀한 혈통들을 법 아래에 둔다는 말이오! 본인은 용납할 수 없소. 폭력은 싫어하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조금 과격한 방법을 사용할까하오.
그리고, 그가 후후후 하고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 최후의 만찬을 할 시간은 있어야겠지. 저녁식사가 끝날 때 즈음이면, 로고스 시는 법원에서 자유로워 질 것이오.
그리고 파칫, 하면서 꺼져버리는 방송. 소피아가 턱을 쓰다듬으면서 진지하게 화면을 바라본다.
"진짜야, 내가 예상하는데. 이걸로도 이미 버거울거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가고 있어. 경찰청 인력도 거의 한계일 거야."
법원 주변을 통제하고, 인원을 동원해서 폭탄을 찾아내고. 여파가 닿을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사람들을 대피준비 시키고. 그것만이라면 어떻게든 굴릴 수 있겠지만. 지금 종교인들까지 한 곳에 모으고 관리를 시작하고 있다. 근데, 그 모인 종교인들 사이에서 사람들이 죽고 있다는 뉴스가 들리다보니 일부러 그곳을 피하는 종교인들까지 있어서 그쪽에 투입된 경찰 인력도 어마어마하다.
잭은 주머니의 진동을 느끼고 핸드폰의 문자를 확인했다.
- 미스터 스퀴디, 자네는 12시 정각에 예고를 해주면 좋겠어. 핸드폰을 컴퓨터에 연결시키면, 로고스 방송국에 접속해서 방송을 가로챌 수 있으니까. 멋지게 하고 방송 하라고!
소피아는 잭 옆에서 전화를 받아서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아버지가 실종이라니!"
이 방 안에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레이첼도 마찬가지로 옆에서 핸드폰을 들고 조직원들에게 끊임없이 뭔가를 지시하면서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한다.
문자와 전화, 지시와 확인. 바쁠수록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잭은 웹캠 앞에 오징어를 쓴 채로 앉았다. 잭이 앉은 의자 앞에 놓인 책상에는 큼지막한 버튼 세 개가 준비되어있다.
"... 씨발. 못해먹겠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화면을 바라봤다. 바니의 얼굴이 킬킬킬킬거리고 있다. 꼴보기 싫은 면상을 컴퓨터 화면으로까지 만나야 한다니. 잭은 쌍욕을 하면서 바니의 오른쪽 손에 있는 '방송 시작'이라고 쓰여진 팻말을 눌렀다.
티비가 다시 지직거리고. 화면에 오징어 가면이 나타난다.
"식사 중에, 이렇게 불쑥 찾아뵙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부디, 계속 식사 하면서 들어주세요."
잭이 그렇게 가면을 쓴 채로 말한 다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불꽃놀이들, 좋아하십니까? 저는 좋아합니다."
오징어 가면을 쓴 잭이 그렇게 말하면서 헛기침을 한 번 하고. 화면을 바라봤다.
"어릴때의 추억은 소중하지요. 부모님과 함께 가서 보았던 그 아름다운 불꽃. 한 번 경험하고 나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되어 가슴 속에 깊게 스며드는 법입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에게 그 잊지 못할 불꽃놀이를 한 번 더 선사할까 합니다."
그리고, 잭은 버튼을 가리키면서 하나씩 어디에 연결되어 있는 물건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예, 그래서 일단, 오늘 오후 3시에 하나를 터뜨리려고 합니다. 어떤 걸 터뜨릴지는 비밀입니다. 원래 이런 놀이는 시크릿이 있어야 구미가 당기는 법이지 않습니까?"
부디, 즐겨주시길. 잭은 그렇게 말을 마친 다음 프로그램을 종료시켰다.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 방송에는 영 재능이 없잖아. 범죄의 달인은 방송 타는 것에도 익숙해져야 한다고! 앞으로 조금 더 연습을 하도록 하는게 어때? 응?
잭이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 손목에 있는 폭탄들은 언제 제거해 줄거지?"
- 기다리라고! 일이 잘 정리되면 해체하는 방법을 알려줄테니!
재밌겠는데. 라고 말하면서 킬킬거리던 바니가 전화를 끊었고. 잭은 눈을 감았다. 병원들 중 하나가 날아간다고 방송을 했으니. 병원에서는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을거다. 그러면 크리스틴도 안전하겠지.
소피아의 부모님은 여기에 모셔놓고 있으니까 마찬가지로 안전하다. 일이 끝날 때 까지 잭은 이곳에서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 작품 후기 ============================
한가지는 확실한 것 같아요.
제가 세세하게 쓰는걸 못하는 것 같아요ㅠㅜ
능력의 부재. 끝나고 나면 세세게 들어가는 걸 연습해야하나.
행맨이 자정에 방송했으니까. 저도 자정에 하나 더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