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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골목 시뮬레이션-68화 (68/75)

00068 Grand festival =========================

잭이 입원하고, 소피아와 레이첼도 거기에 신경을 쓰고 있던 와중에. 크리스틴이 머무르고 있던 병원에 차량 한 대가 도착했다. 그리고, 차에서 나온 사람이 병원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크리스틴 양을 잠시 데리고 나오려고 하는데요."

그 말에, 간호사가 남자의 얼굴을 슥 본다.

"한 동안 안 온다 생각했는데. 오셨네요."

늘상 오던 사람이다. 항상 크리스틴을 차에 태워서 보호자에게로 대려다주던 사람이다. 몇가지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간호사가 다른 간호사를 시켜서 크리스틴을 데리고 나왔다. 크리스틴도 별 다른 의심 없이 그와 함께 차에 탔고.

잠시 뒤에 크리스틴은 에어컨에서 나오는 연기를 맡고 정신을 잃었다.

찌잉, 하는 울림 소리가 울리면서, 캄캄한 방 안에 빛이 쏟아진다. 밧줄로 꽉 묶여있는 여자 한 명과,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토끼 인형탈. 그걸 보면서 여자는 기겁을 하며 발버둥을 치지만. 너트로 꽉 조여놓은 의자와 밧줄로 칭칭 묶인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무섭나, 응? 크리스틴."

여자의 눈이 커다랗게 떠진채로 비명을 지른다. 싫어, 싫어... 싫어! 새하얀 페인트로 온통 칠해져 있는 방 안에 그녀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울린다.

"저런, 내가 발에 구멍 좀 뚫었다고 그러는거야?"

묶인채로 몸을 격하게 움직인 크리스틴의 살갗이 밧줄에 비벼져 피가 나고. 그녀의 눈에 점점 흰자위가 많아진다. 그걸 바라보던 토끼탈이 웃음을 터뜨리면서 크리스틴의 뺨을 톡톡 건드린다. 그럴 때 마다 몸을 굳히고 비명을 지르는 크리스틴.

"재미있군."

그러면서 토끼탈이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턱을 괸다.

"기껏 선택한게,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건가, 응?"

그러면서 클클거리던 토끼탈이 그녀의 턱을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기 시작한다.

"그래서야 칠면조랑 다를게 없잖아, 응?"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는 크리스틴을 보고 토끼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다가 그녀의 머리를 붙잡고 테이블에 내려찍는다. 쿵, 하고 울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입이 다물어진다.

"들어어어어!"

그리고 이어지는 토끼탈의 고함에, 크리스틴이 시퍼렇게 질린 채로 그를 본다.

"역시, 매를 아끼면 자식을 버린다더니. 크큭. 이제야 좀 조용하군."

그리고, 토끼를 바라보며 입술을 바르르 떠는 크리스틴을 보며 토끼가 말했다.

"나를 원망하나? 응?"

그 말을 들으면서 크리스틴은 어린애처럼 훌쩍이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토끼탈이 그런 그녀를 보면서 웃는다.

"결자해지라고 하던가? 네가 스스로 잠근 그 문은 니가 스스로 열고 나올거야. 바니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고!"

그러면서 토끼가 크리스틴의 이마에 손을 가져가 노크를 한다.

"헬로우, 듣고 있겠지? 크리스티인~"

그러면서 낄낄거리던 바니가 그녀를 바라본다.

"나를 원망하면 안돼지. 절대로 안돼. 나는 '결과'일 뿐이니까."

그러면서 펑키 바니가 크리스틴의 뺨에 손가락을 가져가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너를 예전에 잡아온 이유는 하나였어. 오징어 남자를 만났으니까. 그를 만나지만 않았어도 니가 그렇게 고통받을 이유는 없었겠지."

크리스틴은 듣지 않은채로 계속해서 잭을 찾는다.

"구세주를 원하나?"

"잭, 나 무서워. 구해줘. 무서워... 잭... 잭..."

그 말에도, 여전히 반응없이 흐린 눈으로 잭을 찾는 크리스틴의 목소리를 들으며 펑키 바니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몸을 흔들거리며 말했다.

"아주 작은, 아주 귀여운 쬐그만 아이러니지! 네가 나에게 붙잡혀서 그렇게 드릴로 발등을 뚫리고, 고통받고 고문당하던 걸 구해준 사람이. 사실은 너를 그런 입장에 처하게 한 당사자라는 건 말이야! 크후, 크하하핫! 이하하하하하하하핫!"

미친듯이 웃는 펑키 바니와, 말하기를 멈춘 크리스틴. 그녀의 눈에 아주 약간의 빛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

그 모습에, 토끼가 웃음으로 숨을 헐떡이면서 대답했다.

"으후, 하핫... 크, 일어났나. 신데렐라?"

크리스틴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었고. 여전히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았지만. 펑키 바니는 그 차이를 곧바로 눈치챘다.

"쉽게 말해서, 니가 그 꼴이 되어서, 맛탱이 간 채로 애기처럼 징징거리는 이유가 다 잭 때문이라는 거야."

레이디스 엔 젠틀맨! 이라고 외치면서 바니가 입으로 쿵짝짝 소리를 내면서 문을 열고 대형 티비 하나를 끌고 들어온다. 그 안에는, 이전에 바니와 잭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컨테이너 박스가 찍혀 있었다.

"영화 상영하겠습니다. 핸드폰 꺼주시고! 앞 좌석 발로 차지들 마시고!"

크크큭,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니가 리모컨을 틀자. 잭의 입이 열린다.

- 그래, 씨발 내가 오징어다.

그리고, 바니가 다시 티비를 멈추고 크리스틴의 뒤로 돌아가서 어깨를 붙잡은 뒤에 무한 반복으로 그 구간을 틀어주기 시작했다. 그래, 씨발 내가 오징어다. 그래, 씨발 내가 오징어다.

... 계속해서 말과 장면이 반복되는 가운데. 바니가 은근한 목소리로 크리스틴의 귓가에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잭이 오징어야. 이해가 가지 않나?"

그러면서 바니가 클클거린다. 이해를 못한 모양인데. 이 바니 선생께서 직접 가르쳐주지. 그 말에 크리스틴의 귓가에 와 닿는다.

"웃기지 않나?! 잭이 오지 않았으면 넌 여전히 여기에서 고통받고 있었겠지만. 정작 잭과 만나지 않았으면 너는 애초에 여기에 오지도 않았다는거지! 신데렐라, 신데렐라. 잭은 호박을 마차로 바꾸어주는 요정이 아니야. 오히려 모든 사건의 원흉인 계모지!"

그리고... 바니는 그녀를 바라봤다.

"너의 프린스 퍼킹 차밍이기도 하고. 흠?"

크리스틴은, 여전히 인형처럼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난 모순을 좋아해. 함께 갈 수 없을 것 같은 두 감정이 함께 걸어가는 아름다움! 사랑과 증오. 증오와 사랑. 악의와..."

선의. 바니가 말을 마치고 킥킥거린다.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하려고 하지마. 욕심꾸러기가 되는거야. 둘 다 들고 달리라고. 잭을 부셔버리고 싶기도 하고, 사랑하고 싶기도 하잖아?"

그러면서 바니가 그녀의 뺨을 양 손으로 고정시키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음성을 틀어주고 있는 티비에 그녀의 시선을 가져간다. 크리스틴의 귓가에 다시 바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바니 선생이 친절하게 해답도 보여주지. 그가 그렇게 말하고 흠흠흠흠 하면서 웃었다.

"스스로를 상품으로 걸어서. 그의 마음 속에 상처를 남기는거야. 건드리기만 해도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잊혀지지 않는 상처. 깊은, 가슴아픈. 지금 니가 마음 속으로 느끼고 있을 그 절망과 고통을 그에게 새겨넣어. 너라는 여자를 절대로 잊을 수 없도록."

그 말에, 크리스틴의 고개가 천천히 바니를 향해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바니가 기다렸다는 듯이 양 손을 놓고 크리스틴과 눈을 마주쳤다.

"... 내가 뭘 했으면 하는거지?"

크리스틴의 입에서는, 제대로 된 말이 나오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는 목에 뭐라도 달라붙은 듯이 쉬어있었고 그 눈은 불이 켜지기 전 이 방처럼 끝없이 어두웠다.

바니가 음침하게 웃기 시작한다.

"이제 시작해 볼까."

그리고, 펑키 바니와 크리스틴이 한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바니가 그녀를 풀어서 보내주고, 혼자 방 안에 남아서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그들을 지극히 미워하니. 그들은 나에게도 원수입니다! 내가 너에게 새 계명을 주겠다. 서로 사랑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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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10건째다. 나는 건물 안 쪽을 슬쩍 바라보고는 이내 손가락을 까딱움직였다. 그걸로, 소형트럭이 빠른 속도로 돌진해 교문을 박살내고 운동장으로 진입한다.

커다란 확성기, 소형 트럭의 뒤편 짐칸에 떡하니 올려져 있는 M2 기관총과 사수를 보호하기 위해서 기관총 주변에 설치된 두터운 철판들. 무게가 상당히 늘어난 덕분에 차의 속도는 엄청 느려졌지만. 그 값은 하고도 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조수석에서 앞을 바라보았다. 열명 정도 되는 남자들이, 이제 막 거래를 시작했는지 서로 가방을 교환하다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스피커에 대고 외쳤다.

"풍악을 울리자. 준비된 사수로부터, 사격개시!"

내가 차 뒤편을 쾅쾅 두들기고, 거기에 반응해서 짐칸에서 기관총을 잡고 있는 사수가 사격을 시작한다.

차 위에서 드드드드드드 하는 소리와 함께 발사되는 기관총의 맑은 소리. 그리고 앞에서 울려퍼지는 비명들. 나는 확성기에 대고 입을 열었다.

"오징어 사아려~ 노르웨이 산 오징어가 세마리에 일 달러. 이런 가격 어디에서도 못 봐. 남편 아랫도리에서 나오는 냄새보다 더 진한 향기를 가지고 있는 진짜배기 오징어야. 일단 한 번 먹어보면 비명이 절로 나와."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비명소리와, 저항을 해보겠다고 이리로 몇 발의 총알이 날아왔지만, 약간 더 시간이 지나자. 그나마도 들려오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말투를 바꾸어서 다시 확성기에 대고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위안쯔토우의 은밀한 거래장소로 알려진 그랑 에비뉴 모니카 폐교입니다. 지금 현장은 혼란의 도가니입니다. 비명을 지르며 죽어나가는 사람들, 총구에서 뿜어지는 화염! 마치 작은 소말리아를 로고스 시티에 끌어온 것 같은 풍경입니다. 잔학하기 그지 없는 위안쯔토우는 그 이전에도 로고스 시티에서 불법적인 물품들을 거래하기 위해서 비슷한 행각을 반복했던 것으로 알려저 많은 시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데요. 정의로운 오징어들의 습격으로 맥을 못추고 당하고 있는 모습에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상황이 정리되자. 나는 차에서 내려 커다란 가방들을 보면서 휘파람을 세게 불었다.

"오늘도 정의가 실현되었다! 정의로운 행동에 따라오는 부수입을 어서 챙기자!"

나는 그렇게 외치면서 뒤편의 녀석들에게 손짓을 했고. 녀석들은 그 돈을 싹 챙겨 트럭에 던져넣었다. 나는 조수석에 타서 오징어 가면의 운전수를 보며 말했다.

"택시, 출발하시죠."

"예!'

그리고, 킬킬거리는 마른 오징어들을 태우고 유유히 굴러가는 트럭. 나는 양 팔을 머리 뒤에 받치고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하품을 한 번 하면서 외투를 벗었다.

"... 오늘로 끝이네."

소파에 앉아서 졸다가 부스스 일어난 소피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는 당분간 쉴 거야."

나는 말을 마치고 소파에 앉아있는 소피아의 허벅지에 머리를 올렸다.

"피곤하다 요즘."

그 말에 소피아가 하얀 손가락으로 내 코를 꾹 누른다.

"너 뒷수습하는 나도 생각해주지?"

그래, 나도 고생이 많았지만 소피아도 고생이 많았다. 이제는 그것도 다 끝났다. 남은 건 펑키 바니와의 계약을 수행하는 것 정도? 끝나고 나면 평화로운 나날을 좀 살아보자.

============================ 작품 후기 ============================

바로 직전 편에 레이첼고 나눈 대화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졸지에 바니가 레이첼의 전 남자친구가 되어버렸어요.

남자친구에게 -> 남자친구를 위해 로 수정했습니다.

오타가 있을 거 같기는 했지만. 이런 걸 예상한게 아니었는데...

아무리 맥주라도 5000cc 정도 들어가면 사람이 맛이 가는군요.

그건 그렇고, 소피아 쪽에 집중시켜서 크리스틴에 대해서 잊게 만들려는 저의 얄팍한 속셈이... 먹히지 않았어요. 능력 부족을 느낍니다 요즘.

소피아를 해결시키고 나면 자동으로 크리스틴에게 시선이 갈 거라는걸... 생각하지 못했어요ㅠㅠ

ps. 혹시 크리스틴 꽃말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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