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7 악명도 명성이라면. =========================
소피아와 나, 그리고 레이첼은 한 식탁에 앉아서 등을 켜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위안쯔토우의 영역과 츠키미야카이의 영역이 많이 안정세로 돌아갔어."
소피아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칵테일 잔에 꽂혀있는 우산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한다.
"녀석들이 다시 자세를 갖추기 시작하면 이전과 같은 신경전이 계속될 거야. 지키고, 한 뼘의 땅을 더 먹어치우려고 서로 싸우고."
그 말에,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원하는 건?"
"... 어차피 악명을 쌓을 생각이면. 그쪽 영역에서 조금 사고를 쳐 줄 수 있을까?"
그 말에 나는 허허허 웃었다.
"맙소사,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지로 가기를 종용하는거야?"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했다.
"경찰 쪽은 내가 대비를 해 놓을게. 너는 그 사업장에만 정신을 집중하면 될 거야."
그래, 범죄를 저지를 때에 항상 머리 옆에서 작은 타이머가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그건 경찰이 출동이다. 아무리 느려터졌다고 해도 일단 세금을 받아서 삶을 이어가는 그 친구들도 언젠가는 범죄 장소에 도달을 한다. 그래서 항상 여유로운 움직임을 보일 수가 없었는데. 그렇다면 이야기가 틀리지.
"하지만, 오징어 남자와 연계가 되고 있다고 한다면 경찰에서 문제 삼지 않겠어?"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했다.
"시선을 돌리는 방법이 꼭 가지 말라고 하는 것 만 있는 건 아니야."
소피아는 말을 하면서 나를 바라봤다.
"그건 이쪽에서 처리할테니까. 부탁 좀 할게."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경찰만 오지 않아줘도 이쪽에서 날뛰기는 훨씬 수월할 테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위안쯔토우부터 해볼까.."
이쪽이랑은 얽혀본 적이 없으니까.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다섯시.
"괜찮겠어? 당신, 위안쯔토우를 턴다고 하면 끌어들인 녀석들이 발을 돌리지 않을까?"
그 말에 내가 대답했다.
"그 정도로 물러터진 놈들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방송까지 타 가면서 모금회에서 돈을 털었을리가 없다. 바니를 비롯한 아랫동네 삼관왕을 건들지만 않으면 나와 함께 할 것이다. 나는 녀석들에게 연락을 취하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예전같으면 그냥 가서 다 날려버리고 돌아왔겠지만, 지금은 함께 일하는 자식들이 있다보니 그 녀석들에게 뭔가를 챙겨줘야 한다.
"그리고, 잠깐 잠깐 쉬는 타임이라고 생각하고 킹스 크로스에서도 활동을 해야 해."
소피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핑 존스의 구역만 습격을 당하지 않는다면 그걸로도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간단한 납치부터 시작해 볼까."
로고스 시티의 외곽의 항구, 컨테이너 안. 나는 오징어를 쓴 채로 꽁꽁 묶여있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녀석들은 납치를 마치고 나서 해산한 상태. 여기에는 눈 앞에 있는 이 불쌍한 조직원 하나와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다. 정신을 차린 그가 뭔가 할 말이 있는듯 읍읍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의 입을 막고 있는 박스테이프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오징어 카운슬링에 오신 걸 환영한다."
가면을 쓴 채로 그렇게 말한 나는, 남자의 옆에 조신하게 진열되어있는 다양한 칼들 중 메스를 하나 들어올려 달빛에 날을 비추어보았다. 그걸 보는 남자의 입에서 읍읍거리는 소리가 조금 더 커진다.
"쉽게 가는 길이 있고, 어렵게 가는 길이 있어."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의 입을 막고 있는 박스테이프를 확 잡아 뜯었고. 그가 중국말로 나를 보면서 외쳤다. 차오니마라고.
"... 그거 욕이냐?"
무조건 욕이다. 딱 말하는 어투가 욕이다.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욕이야.
"어려운 길을 선택하다니. 용기가 가상하잖아."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그의 오른 손등에 메스를 천천히 눌러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
"아, 그렇게 소리 질러도 전혀 밖에 안들릴걸? 이거 개조하느라 돈을 꽤 썻다고?"
나는 그렇게 말하고 메스를 꽂은채로 그를 바라봤다.
"보통, 사로잡혔을 때 반항적인 태도를 취하는 건 굉장히 어리석은 행위야 친구."
그의 발등에 네일건 몇 방을 박아넣자 다시 비명을 지르는 남자.
"아프냐. 나도 아프다."
"나는 위안쯔토우의 조직원이다! 후회하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나를 풀어주는게 신상에 좋을거다!"
그 말에 나는 실실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모르는 사람은 납치 안해. 수줍음을 많이 타거든."
그리고, 나는 그가 묶여있는 의자에 설치된 도르레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내, 의자채로 꺼꾸로 매달려버리는 남자.
"잘 생각해보라고 머리에 피도 쏠리게 해주는거야. 나중에 말할 생각이 들면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친구."
그리고 나는 밖으로 나가서 하품을 하면서 멍하니 시간을 때우기 시작했다. 다시 들어와 보자. 그는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채로 대롱대롱 흔들리고 있었고, 나는 그를 보면서 웃었다.
"컨테이너 안이 좀 덥지? 물이라도 한 잔 할래?"
꿀물이야. 라고 나는 말하면서 그의 코에다가 물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몸을 뒤틀면서 괴로워하기 시작하는 남자. 나는 그 친구에게 물 먹이기를 그만두고. 다시 그를 제대로 앉혔다.
"말할게! 말할테니까?!"
그 말에, 나는 그를 보면서 태연하게 대답했다.
"필요없어."
그리고 잠깐 시간이 흐르고 나서 나는 그를 다시 거꾸로 매달았다.
"좀 있다가 보자고."
그렇게 세 번을 하고 나서. 나는 그를 앉혀놓고 말했다.
"좋아요,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나?"
그 말에 그가 정신이 나간듯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좋아, 라고 나는 말하고 그를 바라봤다.
"가장 빠른 기간 내에 위안쯔토우에서 일어날 거래와 거래 장소. 말해봐."
그... 그건. 이라고 남자가 말하자 나는 별 말 없이 그를 다시 거꾸로 매달고 밖으로 나왔다. 얼마나 버티나 보자고.
잠시 뒤 다시 돌아와서 그를 원래대로 앉히자 그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목소리로 답을 하기 시작했다.
"좋아. 고생했다."
나는 그의 입을 다시 막고. 커다란 첼로 가방에다가 구겨넣은 다음. 짐수레에 올려놓고 바닷가로 이동했다. 거기에는, 이미 준비된 보트가 한 척 있었다.
"가자."
내가 배 위에서 말하자. 보트가 이내 바다 위를 달리기 시작한다.
"준비한 물건은?"
그 말에,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앞에 놓여진 커다란 콘크리트 신발. 나는 첼로를 열고 그를 꺼냈다.
"엄마가 너에게 새 신을 보내줬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에게 강재로 콘크리트로 만든 신발을 신겨주엇다.
"버려."
사람 네 명이 달라붙어서. 그를 바다 한 가운데에 버렸다. 나는 손을 휘휘 저으면서 다시 명령했다.
"돌아가자. 이제 다음에 부르면 돈 벌 준비하고 나와."
돌아온 나는 소파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레이첼을 보면서 웃었다.
"늦어서 미안해요, 엄마. 오늘 학교에 조별과제가 있어서."
그 말에 레이첼이 피식한다.
"엄마가 늦게 다니지 말라고 하지 않았니?"
그러면서 그녀가 입고 있던 가운을 벗는다.
"벌이 필요하겠구나."
나는 다가오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말했다.
"달게 받을게요."
뜨거운 거사가 끝난 나는 레이첼과 함께 침대에 쓰러졌다. 그녀의 몸 군데군데에 멍자국과 때린 자국이 있고. 오늘도 역시 나는 레이첼의 몸에 연고를 발라준다. 아니, 아픈게 쾌감으로 느껴지게 하는 건 도대체 어디의 신경계가 관장하고 있는 걸까.
축축한 침대 위에 누워서 나는 레이첼을 바라봤다.
"내가, 너의 이전 남자친구를 위해 복수를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그 말에, 레이첼이 말했다.
"... 당신이 위험해져?"
그 말에, 나는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럴수도 있어."
레이첼이 대답했다.
"그럼 하지마. 당신이 위험해지는 건 싫어."
...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까지는 레이첼과 소피아, 크리스틴의 팔에 걸려있는 저 팔찌를 제거하는게 최우선이다. 그걸 끝내고 나면, 레이첼의 전 남자친구에 대한 나름대로의 복수를 해주고, 크리스틴을 저런 모양으로 만든 대가를 치르게 해줄 생각으로 바니를 사냥하려고 했다.
근데, 레이첼이 괜찮다고 한다.
"... 후회하지 않겠어?"
그 말에 레이첼이 몸을 돌려서 나를 바라본다.
"그에게는 정말로 미안한데... 당신이 나 때문에 위험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음날, 병원에 가서 크리스틴과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 글쎄요,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너무나도 선선히 나오는 대답. 나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증오하지 않아?"
그 말에 크리스틴이 웃는다.
"그 토끼탈을요? 별로. 그를 증오하지는 않아요. 어차피, 나 많이 괜찮아진 것 같으니까."
... 그녀는 진심으로 펑키 바니를 원망하고 있지 않다. 그녀의 눈에서는 억지로 숨기고 있는 증오나 분노 같은 건 조금도 없었다. 부처님이냐. 그걸 용서하게. 나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다면."
그것보다는, 이라고 말하면서 크리스틴이 나가려고 하는 나를 불러세웠다.
"다음에 올 때에는 위문 선물이라도 좀 가져와줘요. 여기 너무 심심하니까. 게임기 같은거?"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
본인들이 괜찮다고 해버리니까. 의욕이 쭉 빠진다. 게다가, 크리스틴은 최근에 당했던 일인데. 어떻게 저렇게 담담할 수가 있지.
============================ 작품 후기 ============================
오타가 있을지도 몰라요.
이상한 말이 있을지도 몰라요.
죄송해요, 술 마셨어요(힘들어요ㅠㅜ)
이럴 줄 알고 미리 가기 전에 예비 탄창을 준비해 놓아서 다행이에요.
ps. 문어든 오징어든. 그게 뭐 그리 중요합니까. 맛만 잇으면 그만이지.
제 소설이 즐거운 밤을 보내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오타 있으면 지적해주세요. 아마 있을 것 같아요.
저 기절하러 갑니다. 약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