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3 왕자와 거지 =========================
나는 왜 자꾸 몸에 구멍이 뚫리는가. 어째서인가. 방울방울 떨어지는 링거를 보면서, 나는 고민했다. 그리고, 이 병실에 들어온 간호사가 내 얼굴을 보고는 말했다.
"어라, 또 왔네. 목숨 질기네요."
감사합니다. 덕분인 것 같습니다. 소피아와 레이첼의 살벌한 표정을 덤덤하 받으면서 간호사는 체온을 점검하고 나갔다. 그리고, 소피아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도대체 누가 널 공격했는지 감도 안 잡혀. 니가 한 일이 워낙 많아야지."
... 그렇게 딱히 큰 일을 저지른 건 없는데.
"위안쯔토우, 츠키미야카이, 펑키 바니, 홀리 그레일, 파우더 베이비... 세븐 크라운 중 4개와, 킹스 크로스의 조직 2개가 용의선상에 있는데. 부족해?"
그럴리가. 그것들 중에서 누가 날 공격했는지도 모르고. 실제로는 다른 조직의 행위일지도 모른다.
"뚫고 지나가서 다행이야. 어떤 병신이 사람을 쏘는데 공(ball, 통칭 FMJ. 관통력이 좋다)을 쏘는지는 모르겠지만."
소피아가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바라본다.
"..."
"..."
나와 소피아는 한 동안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고. 소피아가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말했다.
"... 미안해."
그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말했다.
"에~ 사과했다. 천하의 소피아가 사과.. 컥..."
내 턱에 작렬하는 주먹과. 다시 주먹을 들어올리는 소피아를 막는 레이첼.
"놔봐 언니! 내가 맨날 몸에다가 구멍 뚫어준다고 말만 하니까 장난치는 걸로 보이나본데! 좋아, 오늘 한 번...!"
나는 턱을 쓰다듬으면서 킥킥거리며 웃었고, 그 모습에 소피아가 잠깐 말을 멈추었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돌아왔네, 진짜로. 그리웠어 소피아."
그 말에, 소피아가 고개를 옆으로 약간 돌리고 말했다.
"그래, 덕분...이지."
그리고는 소피아가 레이첼을 보면서 말한다.
"잘 지켜. 까닥하면 빼앗긴다?"
그 말에 레이첼이 미소지었다.
"걱정마, 난 가발은 쓰지 않을테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이익 하면서 이를 악물었고. 레이첼이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빼았을 수 있으면. 빼았아보렴."
그리고 레이첼이 소피아를 보면서 약간 놀리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그이가 잠자리에서 얼마나 절륜한지 모르지?"
그 말에 소피아가 움찔한다. 그 반응에 레이첼이 웃음을 흘리며 말을 잇는다.
"어머, 혹시 처녀? 그렇게 함께 한 방에서 살았는데 처녀? 여자로써의 매력이 없는 거 아닐까?"
와 잔인하네. 말 그래도 언어로 소피아를 폭격하는 레이첼과 그걸 들으면서 부들부들 떠는 소피아.
"아, 역시 소피아 귀여워."
그러면서 레이첼이 부들부들 떠는 소피아의 머리를 쓰다듬고. 소피아가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레이첼을 흘겨본다.
"내 몸이 괜찮아지면, 소피아는 예정했던 발표를 준비해줘."
내 말에, 소피아가 나를 바라본다.
"진짜로 할 거야?"
그래야지. 사실 너무 늦은 감이 있다. 갑자기 니 머리 속에 새까만 꽃이 생겨버리는 바람에 말이지. 소피아가 나를 힐긋힐긋 보면서 뭐라고 말할려고 하다가 멈추기를 반복한다.
"왜?"
"... 그러면, 나는 너 더 못 보는건가."
약간 허탈한 표정으로 소피아가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는 대답했다.
"그럴리가. 내 근거지를 니 집에다가 만들건데."
그 말에, 소피아가 나를 바라보며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내 집에? 무슨 소리야?"
그 말에, 내가 대답한다.
"너 주택에 살지?"
그 말에 소피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집에 왠만하면 아무도 안 오지?"
그 말에도 소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딱이잖아."
소피아의 입꼬리가 움찔움찔거린다. 지금 웃고 싶어서 죽겠는 표정이지만 나름대로 카리스마를 지킨다고 억지로 참는 느낌.
"니 말은, 그러니까. 내 집에 빈대 붙어서 밥을 얻어먹고, 샤워도 하고, 잠도 자고 그러겠다고?"
그럼 셈이지.
소피아는 히죽거리려고 하는 자신의 입꼬리를 계속 억지로 비끄러메고는 대답한다.
"일리가 있네. 알았어."
옆에서 레이첼이 대답한다.
"그냥 좋아해도 괜찮은데."
그 말에 소피아가 레이첼을 돌아보며 외친다.
"진짜?! 나 좋아해도 되는거야? 난 언니가 가슴아파 할까봐 억지로 참고 있었는데!"
그러면서 크크큭거리며 웃는 소피아. 옆에서 레이첼이 한 마디 했다.
"나도 거기로 갈 거야."
그 말에, 소피아의 표정이 굳는다.
"언니는 또 왜!?"
그 말에 내가 대답한다.
"잭 오 랜턴이 가담한 게 아니라. 레이첼과 아가페가 나와 가담한 거잖아. 그러니까 두 사람을 같이 수배해버리고. 아가페는 몰수해서 세 토막 낸 다음에 홀리 그레일이랑 파우더 베이비, 그리고 잭 오 랜턴에 넘겨줘.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 면목으로."
그 말에, 소피아가 잠깐 침묵한다.
"그걸로 충분하지는 않을텐데. 분명히 잭 오 랜턴에 대해서 불만을 쏟아낼 거야."
"세인트 메리 대로에서 잭 오 랜턴의 조직원들도 거의 다 죽었어. 그 이상의 증거는 없지."
소피아가 나를 바라본다.
"너, 계획이 뭐야?"
그 말에, 나는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니가 그렇게 찾아다니던 오징어 남자 기억해?"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한다.
"아,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네. 꽤 잠잠하잖아 요즘."
그 말에 내가 대답했다.
"당연하지. 그 오징어 남자가 지금 총 맞고 병원에 누워있는걸."
그 말에 소피아가 나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하려다가 움찔했다.
"... 무슨 말이야? 아니, 질문 다시 할 게. 진짜야?"
그 말에, 나는 소피아의 눈치를 보면서 대답했다.
"... 응."
그리고 옆에 있던 레이첼도 나를 바라본다.
"그 마른 오징어를 뒤집어 쓴 변태가 당신이었다고?"
그 말에, 소피아가 으흐흐 하고 웃기 시작한다.
"그래, 생각해 보니 킹스 크로스에 그런 병신같은 짓거리를 하면서 다닐 놈이 딱 하나밖에 없었잖아."
딸깍 소리와 함께 리볼버의 해머가 뒤로 젖혀지고. 내 머리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후우, 좋아. 진정하자."
소피아가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뭐, 피차 감추고 있던 거 하나씩은 있었으니까. 이제 와서 나도 정식으로 소개할게. 소피아 미스첼로라고 해."
그 말에, 옆에 있던 레이첼이 잠깐 생각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미스첼로라는 성이 흔하지는 않은데. 내가 알고 있는 그 성이 맞아?"
그 말에, 소피아가 레이첼을 보며 살짝 웃는다.
"로이 미스첼로? 내 아버지야."
그 말에 레이첼이 소피아를 바라본다.
"... 어쩐지 도넛을 좋아한다더니."
그 말에 소피아가 그건 상관없어! 라고 대답한 다음 나를 바라봤다.
"로이 미스첼로가 누구지?"
그게 누군데 레이첼이 기겁을 하는거야. 그 말에 소피아가 프스, 하는 소리와 함께 김빠지는 소리를 내고 말했다.
"로고스 시티 경찰청장."
... 뭐?
무슨 청장?
"경찰청장이라고?"
나는 약간 놀랐다가 다시 진정했다. 그리고 소피아가 그게 약간 불만인지 나를 바라본다.
"뭐야, 별로 안놀라네."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뭐, 네가 경찰청장인 것도 아니고. 내가 그렇게 잘못하면서 산 것도 별로 없잖아."
그 말에, 소피아의 이마에 핏줄이 돋아난다.
"아, 잘못하면서 산 게 없어? 너 동물원에 갇혀서 한 3년 살고 나오고 싶어?"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젓는다.
"그것보다, 경찰청장이라면! 지금 조사할 수 있잖아? 누가 나 쏘고 튄건지!"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한다.
"벌써 이야기 해 놨어. 지금 조사중이야. 조만간 결과 나오겠지."
그래서 그 펑키 바니 사건 때 CCTV고 뭐고 온갖 자료를 다 들고 왔던 거구나.
소피아가 가만히 생각하다가 웃었다.
"아빠는 경찰청장이고, 나는 호핑 존스의 리더니까. 남편은 항상 흉악한 범죄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이다."
그 말에 나는 소피아를 바라보고, 그녀가 웃는다.
"기왕이면 크게 유명해져. 아주아주 나쁜 새끼로. 그렇게 되면 아빠랑 나랑 너랑 이 로고스 시티를 지배할 수 있을거야."
... 예?
아니, 그건 그렇지만.
"내가 너랑 결혼한다는 보장은..."
그 말에, 소피아가 웃었다.
"괜찮아. 결혼 안 하면 가둬놓고 한 10년 썩히면서 나만 들어가서 같이 놀테니까."
그 말에 나는 안색을 썩혔고. 소피아가 나를 보면서 큭큭큭 웃는다.
"농담이야. 좋아하는 사람한테 그런 일 안... 해..."
말을 하던 소피아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시뻘겋게 바뀌면서 말이 점점 늘어지고. 그녀가 재빠르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다음.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야아아아아!"
그리고 이어지는 몇 발의 총성. 다시 돌아온 그녀가 내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뭐 잘못했어?"
아니, 그건 아니지. 라고 소피아가 말한다음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을 보던 레이첼이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사랑해, 당신."
그 말에 소피아가 레이첼을 바라보고, 그녀는 소피아에게 검지를 가볍게 까닥거렸다.
"겨우 그런 말에 당황해서는, 나를 이기지 못할 걸?"
그 말에, 소피아가 으으. 하는 소리와 함께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잭은 언니를 좋아하잖아. 그러면 내가 끼어들 자리는..."
그 말에, 레이첼이 한 숨을 쉬었다.
"이젠 나도 모르겠어. 저 이가 나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그거 못지 않게 소피아도 좋아하는 느낌?"
완전 바람둥이를 만나서는. 레이첼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한숨을 쉬고. 소피아가 고개를 약간 들어 나를 본다.
"너, 진짜야?"
야, 그걸 그렇게 물어보면 내가 어떻게 대답하겠냐.
"... 모르겠다."
그 말에 소피아가 웃는다.
"그걸로 충분해. 가망이 보였어. 반드시 가져올거야."
포켓몬이냐? ㅇㅇㅇ 넌 내꺼야! 막 그런 느낌인데. 그리고, 그 와중에 레이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두 사람 좋은 시간 보내고 있어. 오늘 하루는 내가 순순히 양보해 줄테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눈을 크게 뜨고. 레이첼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하루 정도 양보해도 여유가 충분하거든. 아니면, 설마 하루 정도로 날 몰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거만하네."
그렇게 말하면서, 연한 갈색의 더플코트를 입은 레이첼이 내 뺨에 입을 한 번 맞추고 병원실을 나섰다.
============================ 작품 후기 ============================
소피아... 아홉화나 사용하게 될 줄이야.
이걸로 긴 터널 하나가 끝났네요.
1~2턴 정도 휴식을 가지겠습니다.
... 내가 아니라 잭이요ㅠㅜ